[ [클로저스]하이브리드 -혼성체- ] 4
칼질중독 2015-01-27 1
강남대로는 그야말로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대략 200개체 이상의 차원종과 4명의 인간의 싸움. 수적으로 50배나 차이가 난다고는 하지만 우세한 쪽은 인간 쪽이었다.
검은양 일원인 고작 네명 뿐이었지만 그조차 서로 뭉치지 않고 여유롭게 거리를 벌린체 차원종을 막아선다. 장벽은 겨우 그것 뿐인데도, 차원종들은 그 장벽을 쉽게 뚫을 수 없었다. 적을 배고 찌른 다음 그대로 폭발시키는 강력한 화력의 이세하와 민첩하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적들 사이사이를 해집고 다니며 도검을 휘두르고 권총을 난사하는 서유리. 특히 서유리가 적들을 유인하면 위상력을 끌어올린 세하가 폭발적인 일격을 날린다. 일격이 만들어낸 푸른빛의 폭발에 휘말린 수십마리의 차원종들은 위상력 폭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난다.
한편 최전방에 맨몸으로 뛰어들었던 제이는 차원종들에게 둘러쌓였음에도 전혀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제이스를 중심으로 고작 지름 3미터의 공간을, 넘어오지 못하고, 가다오는 즉시 제이의 손발에 차여 날아간다. 호흡을 통에 제이가 육신에 휘감은 위상력은 차원종의 위상보호막을 가볍게 뚫고, 충격과 함께 차원종들을 체내에서 부터 파괴한다. 맞고 날아간 차원종들은 그대로 바닥을 구르거나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제이를 제압하기 위해 수십마리의 차원종이 동시에 몰려오지만, 그 순간 제이는 하늘위로 높이 뛰어올랐다.
그대로 위상력을 전신에 휘감고서, 지면을 향해 주먹을 내리꽃는다. 주먹이 지면에 박혀 크레이터를 만들어내고, 그 충격과 동시 압축돼 있던 위상력이 회오리 치며 가한 충격파를 일으킨다. 그 위력은 높은 위상잠제력을 출력률이 좋은 건블레이드로 폭발시키는 이세하의 필살의 일격과 맞먹었다. 자신의 위상력을 거의 잃어 주변의 위상력을 흡수하여 사용하는 그가 별다른 출력기 없이 방출한 힘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무시무시한 일격이다.
도로를 반쯤 박살내버린 제이는 휘날리는 먼지속을 빠져나오며 이렇게 말한다.
"콜록콜록, 아침 체조는 건강의 기본이다. 알아두도록…."
"피토하면서 말해봐야 설득력 없거든요…?"
강력한 일격을 대가로 피를 토해내는 제이를 보며 세하가 가볍게 딴지를 걸었다.
거의 3분의 1의 차원종이 순식간에 날아갔는데도 차원종의 무리는 계속해서 몰려온다. 하지만 거기까지.
'푸콰아아앙!'
무리의 중심으로 느닷없이 버스 하나가 수직으로 낙하. 단순히 낙하한 것이 아니라, 강력한 염동력으로 짖눌러 그 밑에 깔린 차원종들을 뼈속까지 가루로 만들어버린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지면에 단단히 박혀버렸을 버스를 억지로 밀어 전진시킨다. 그야말로 염동력이 정신나간 수준이 아니고서야 엄두도 못낼 일인 것이다.
차원종과 함께 도로를 완전히 갈갈이 해버리는 버스의 폭격으로 인해 차원종 무리 한가운데에 고속도로가 뚫려버렸다. 도로 포장은 벗겨져 버렸지만 말이다.
염동력을 사용한 것은 제이의 뒤에서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던 이슬비였다.
"슬비양. 힘이 너무 들어간거 아니야? 이거 도로공사 하려면 세금 많이 들겠는걸?"
"도로 한가운데에 크레이터를 만든 아저씨가 할 말은 아닐탠데요…?"
제이와 슬비가 가볍게 한마디 나누는 사이에도, 아직 쓰러지지 않은 스케빈저들이 사납게 달려오고, 뒤에서 위상력을 모으고 있던 보이드들이 포격의 낌세를 보인다.
"일단 저건 피하고 봐야겠지?"
"하아, 이래서 보이드는 질색인데,"
제이와 세하는 한숨을 내쉬면서 위상보호막을 강화하고, 포격의 타이밍을 계산했다. 하지만 이 다음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눈치첸 슬비는 딱히 아무 대비 없이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딱히 그럴 필요는 없을걸?"
슬비가 그렇게 말한 순간, 그녀의 옆으로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그대로 스케빈저들의 무리를 통과해 지나간 그것은 적진 깊숙히- 보이드가 있는 곳 까지 파고들에 차원종들 사이사이를 종횡무진하게 움직였다. 단순히 통과해 지나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뒤에 있던 세명은 알고 있었다. '서유리'의 존재를 알기 때문에-
'푸슈욱!'
뒤늦게 충격에 휩쌓인 스케빈저들이 일일이 쓰러지고, 보이드들은 모아둔 위상력과 함께 터져나간다. 거기에 마무리를 하듯- 그녀가 통과한 경로 일대가 붉게 타오르며 폭발을 일으킨다.
'펑'
별을 그릴땐 마지막으로 시작지점으로 돌아오는 법이다. 도로 한가운데- 그것도 차원종의 영역에다 크게 별을 그리고 돌아온 서유리는 검에 감긴 잔여 위상력을 휘둘로 털어내며 웃었다.
"내가 저질러놓고 이런말 하긴 뭐하지만, 설마 우리보고 공사비를 내놓으라곤 하진 않겠지?"
웃음이라기 보단 쓴웃음이었다.
"그건 그렇고, 저쪽도 꽤나 난폭한걸…."
차원종의 무리를 쓰러뜨리는데 활약하는 것은 검은양 뿐만이 아니었다.
그 차원종은 푸른빛과 은빛이 마구잡이로 섞인 거대한 늑대형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사자처럼 갈귀가 있고, 이빨과 발톱을 포함한 골격이 비정상적으로 크고 울퉁불퉁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B급 이상인 것으로 감지되던 바로 그 차원종이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날뛰고 있었다. 그 움직임이 너무 난폭한데다가 뿜어대는 위상력이 심상치가 않아, 쉽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그 거대한 차원종과는 별개로 검은양에게 덤벼든 잔챙이 무리들은 그다지 긴 시간 걸리지 않아 전멸. 하지만 보다 떨어진 곳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늑대형 거대 차원종은 주변의 구조물을 박살내며, 자신이 내붐는 불안정한 위상력으로 인해 C급 차원종들을 불러오고, 그것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그야말로 미쳤다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 녀석, 이전의 차원전쟁때 본적이 있는거 같군."
과거 차원전쟁의 참전자였던 제이가 말한다. 제이의 그 말에 가장 크게 관심을 보인 것은 슬비였다.
"그런가요? 그럼 저 차원종은 대체 정체가…"
"내 기억이 맞다면, 저 차원종은 '펜리르'란 녀석이었을 거야. 하지만 저게 만약 진짜로 펜리르라면, …우린 덤비는 그 순간 전멸할거다."
제이의 그 말에 슬비를 포함한 전원이 입을 다물었다. 제이는 그런 그들에게 계속해서 설명을 이었다.
"차원전쟁때 나타나 홀로 수십명에 달하는 클로저들을 포함한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무지막지한 녀석이야. 차원전쟁이 끝날 무렵 자기내들이 열세에 몰리자, 펜리를 포함한 일부 차원종들은 스스로 모습을 감추었다. 본래 차원종의 차원으로 되돌아간것이지."
그럴것이란 가설일 뿐이지만 말이야- 라며 제이는 설명을 마친다.
"수십명의 클로저들이라니…, 차원종 등급은… 어느정도 인거죠…?"
슬비의 질문에 제이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하아…, A급이다. …존재 자체가 제앙이나 다름없는 S급만큼은 아니지만, 마치 클로저들을 사냥하기 위해 태어난 녀석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위협적인 존재였다. A급중에서도 특히나 위험한 녀석이지."
그리고, 저곳에 있는 늑대형 차원종이 정말로 펜리르라면 그것을 검은양이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이의 이야기를 듣고, 슬비는 내심 안심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덤볐다간, 정말로 위험할 뻔 했군….'
그리고 곧 제이는 적당히 쭈그려 앉아 늑대형 차원종의 난동을 지켜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상해. 분명 냄세나 형테, 그리고 위상력의 느낌은 펜리르랑 비슷하지만, 내가 알던 그놈은 저렇게 불안정한 녀석이 아니었어. …어째서인진 모르겠지만 많이 약해져있군."
제이의 말대로, 지금 저 차원종이 내뿜는 위상력은 보통 B급 수준이며, 그 변동폭이 지나치게 큰데다가 저과 아군도 구분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모습 덕분에 그야말로 빈틈투성이였다.
"그럼 복잡하게 생각할거 없잖아? 속전속결 끝내버리자고!"
그리고 서유리가 칼을 치켜들며 늑대형 차원종 쪽으로 다가선다.
"어쩌면, 저 펜리르란 녀석도 20년 더 늙어서 아저씨 처럼 노망이 난걸지도 모르죠."
"누가 노망이 났다는거야 누가! 그리고 아저씨 아니라니까?! 아아으그그, 허리야…,"
세하도 유리를 따라 건블레이드를 장전하고서 위상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자신을 노망났다고 말하는 세하에게 태클을 걸며 몸을 일으키는 제이도 이내 호흡을 가다듬는다. 이미 전원이 전투태세에 돌입하려는 와중에, 슬비는 아직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대장. …어떡할까. 저 녀석 공격해도 되는거야?"
그때일까, 제이가 슬비를 '대장'이라고 부르며 물었다. 그것과 동시 세하와 유리 또한 슬비 쪽으로 돌아보며 슬비의 대답을 기다린다.
'그래…, 이 녀석들 이라면 괜찮을거야.'
검은양은 결코 약하지 않다. 그 사실을 한번 더 떠올리면서 불안감을 신중함으로 치환한다. 마음을 다잡은 슬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이프를 양 손에 고쳐잡니다.
"공격을 허락할게. 하지만 최대한 신중하게 싸워야해. 녀석이 힘을 감추고 있는걸지도 모르니까 주의해. …상황을 보고 후퇴명령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도 염두해두고 있어. …가자, 확실하게 끝낼 수 있게 전력을 다해서 공격해."
슬비가 말을 끝마치자마자 검은양의 전원은 펜리르 쪽을 향히 달려들었다. 선두로 달려든 서유리가 펜리르의 어깨쪽을 향해 도검을 휘두르지만,
'카강!'
쉽게 뚫리지 않는 강력한 위상보호막이었다. 유리는 혀를 차면서 다시 거리를 벌리고, 펜리르의 얼굴을 향해 권총을 사격한다.
"어딜 보고 있는거야? 상대는 이쪽이라고!"
얼굴 쪽으로 날아온 탄환이 거슬렸던 걸까? 아니면 서유리의 목소리를 들은 것일까. 이미 산산조각난 스케빈저의 시체나 가지고 놀던 펜리르가 서유리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그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한다.
'퍼어엉!'
강력한 폭발음이 들렸지만, 그것은 폭탄이 아니다. 제이가 펜리르의 뒤쪽에서 뛰어올라 그것의 뒤통수를 주먹으로 가격한 것이다.
"……크르르르,"
펜리르는 별 충격이 없다는 듯이 뒤쪽으로 돌아보려고 하지만, 그것과 동시 오른쪽에서 펜리르의 목으로 슬비가 던진 단검이 날아와 폭발하고, 세하가 왼쪽 앞발을 칼로 배며 근거리에서 폭발을 일으켜, 서로 반대방향으로 폭발한 충격에 펜리르가 주춤거린다. 하지만 그조차 별 추격이 없었는지 금세 균형을 고쳐잡고 세하 쪽으로 앞발을 휘두른다.
"우와앗?!"
적의 대응이 생각보다 빨라 세하는 위급히 공격 범위에서 벗어난다.
'타앙'
"────!!"
순간 펜리르가 울부짓는다. 오른쪽 눈으로 부터 피로 보이는 푸른 액체를 흘려대며, 고통을 호소한다.
"어라? 맞았다!"
서유리가 손 탄환이었다. 총탄으로 위상보호막을 뚫을 수 있을거 같지가 않아 유인용으로 가볍게 쓴 탄환이었다. 위상력도 특별이 많이 실은것도 아닌 그 탄환이 어째서인지 펜리르의 보호막을 뚫고 눈에 박혔다.
'혹시 눈인건가…?'
단순한 생각이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있을 것이라 판단한 슬비가 주변에 부숴진 콘크리트 조각을 모두 끌어모아선 탄환과 같은 속도로 날린다. 펜리르의 얼굴- 특히 양쪽 눈을 표적으로 삼고 날아가는 콘크리트 조각들은
"■■■■■■───────!!!!!"
펜리르가 크게 울부지으면서 생기는 충격파에 전부 튕겨져 나간다. 콘크리트 조각들 뿐만 아니라,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그 충격파에 검은양 전원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어떻게 돼 먹은 녀석인지, 공격이 통하지 않잖아. 무적치트라도 쓴건가…?"
세하는 자신이 충분히 전력으로 공격했음에도 전혀 상처주지 못한 것에 짜증을 내지만,
"하지만 내 총알은 한발 먹혔는걸? 그런데 어떻게 맞춘거지?"
서유리의 경우, 자기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녀가 가볍게 쏜 탄환 한발은 펜리르에게 피해를 입혔다.
"내가 알던 펜리르는 강력하긴 했지만, 이렇게 까지 철벽같은 보호막을 가진 녀석은 아니었어. …그렇다고 총알 한발에 상처입을 녀석은 더더욱 아니었지."
제이의 말 까지 듣고, 슬비는 생각한다. 방금전 레이더를 관측하던 특경대가 했던 말을 다시한번 떠올린다. 감지되는 위상력이 최하 C급에서 부터, 최대론 A급까지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그것이 위상 보호막에도 영향을 준다고 가정할 경우-!
이슬비는 다시한번 주변의 조각들을 염동력으로 움직여, 이번엔 사방에서 펜리르를 향해 일제히 쏘았다. 단순하게 날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힘을 주며 짖누른다.
'쿠구구구구구구!!'
펜리르의 위상보호막에 박혀 조각들은 더이상 펜리르에게 접근하지 못했지만, 마치 줄다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슬비는 계속해서 염동력에 힘을 박찼다. 하지만 위상보호막은 일종의 벽. 계속해서 힘주어 미는 것 보단 단번에 힘을 주어 충격을 가하는것이 깨뜨리기 쉽다. 저런식으로 보호막을 압박한다고 해도 그 단단한 보호막이 깨질리는 절대 없었다.
'푸콰앙!'
그러나, 순간 펜리르의 보호막이 완전히 소멸하여, 사방에서 힘주어 누르고 있던 조각들이 탄력을 받아 사방에서 펜리르의 피부에 박힌다.
"■■■────!!"
펜리르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몇걸음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