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멘션 브레이커 Part.9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1)

안gel리na 2016-03-22 0

6.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


로토가 일으킨 심령사건으로부터 한 달이 지난 오후의 나른한 검은 해결사 사무실에서는...

띵동~!

"카이 오빠아~! 로토~! 나 왔어~"

검은양팀의 리더 이슬비가 해결사 사무실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며 한가롭게 과자를 먹고 있는 카이넌스와 로토에게 인사를 하며 사무실에 들어왔다.

"어이, 김로토! 이슬비 감시관님 오셨다! 알아 모셔라잉~!"

"감시관님, 여기 이 악덕상인이 저 먹여주고 재워주는 대신에 엄청 부려먹는데, 이거 노동법 신고해도 되나요?"

"뭔 개소리냐? 삼시** 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심지어 의뢰 처리하면 돈도 주는데, 장난하냐!"

"저 여기 나가도 다시 플레인 게이트 탐사 알바라도 할 수 있는데요? 거기서 최보나 밑에서 삼시** 다 먹고 잘 수도 있는데요?"

"너는 니 또래 여자애 밑에서 먹고 자면 자존심도 안 상하니?"

"뭐 어때요, 먹고 살기 급급하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건 형 아니에요?

"아니, 그 최보나인 지, 최번개인 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따지면 한도 끝도 없다고."

"... 진짜, 무슨 소리들 하는 거야, 이 덤앤더머...!"

카이넌스와 로토가 만담 같은 다툼을 하고 있자니, 슬비는 머리가 아팠는 지, 이마를 손으로 짚고 한숨을 내쉴 뿐이였다.

크루세이드의 리더, 빙검성 카인 세라이트의 제안으로 로토는 바로 격리시설에 가지 않고 카이넌스의 밑에서 신서울의 사건사고를 해결하는 검은 해결사의 맴버가 되는 것으로 선처를 받아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반발을 막은 데이비드 리와 김유정의 노력이 컸다면 컸지만, 유니온측에서도 영혼을 거두는 위상력을 가진 로토와 적을 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자신들을 위한 전력으로 삼을 생각이였을 것이다.

애초에, 유니온에선 반 클로저 갱생 계획이 한창 진행중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심령사건을 일으킬 여지가 없을 로토를 굳이 격리시설에 넣을 필요도 없을테니 말이다.

물론, 만에 하나의 사태에 따라 유니온에선 검은양팀의 리더인 슬비를 감시라는 명목하에 검은 해결사의 맴버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시키려고 지금도 슬비가 카이넌스와 로토 곁에 있는 것이다.

로토도 로토지만, 카이넌스는 디멘션 브레이커의 리더였고 그의 스승을 자신들이 죽였기 때문에 그 무서운 위상력으로 언제 등을 칠지 모를 것이고 말이다.

아무튼, 이런저러한 이유로 슬비는 카이넌스와 로토를 감시한답시고 자주 검은 해결사에 들리는 편이지만, 유니온의 의도와는 조금 다르게 이미 슬비는 카이넌스와 로토와 함께 이미 검은 해결사 맴버라고 좋을 정도로 두터운 친밀함을 가지고 있었다.

돈만 밝혀대는 짠돌이 구두쇠이자 무식하기 짝이 없는 카이넌스와 딴지 걸기 좋아하며 한편으로는 조금 멍청하기도 한 로토의 사이에서 완벽주의자 슬비의 고난은 불 보듯 뻔해보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슬비에게 있어서 이 두 사람은 앞으로의 차원종과의 전투에 더할나위 없는 전력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유니온의 의도와는 어쩌면 잘 맞게 행동하고 있다고 봐도 좋았다.

"야, 슬비야. 너도 이 드라마 보냐?"

"응? 이거 사랑과 차원전쟁 감독님이 차기작으로 쓰신 차원종 아내의 유혹아니야?"

카이넌스의 물음에 슬비는 활짝 웃으며 눈을 반짝거리면서 말했다.

현재 신서울에서 인기리에 방송됬던 사랑과 차원전쟁의 후속작인 차원종 아내의 유혹은 인간과 똑같이 생겼지만 그 속은 차원종인 여성형 차원종인 인간 남자와 결혼하다 모진 인간들의 계략에 버려지고 복수하는 막장드라마라고 한다.

물론, 막장드라마가 흥행하는 한국이고, 사랑과 차원전쟁 후속작인만큼 사람들이 많이 보는 드라마이기도 했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슬비에게 있어서 이 드라마는 귀찮은 비디오 녹화도 아깝지 않은 명작이였던 것이다.

"역시 슬비는 잘 알고 있었네~ 오늘 그 김치싸다구의 실체가 나온다고!"

카이넌스는 과자 봉지에서 과자를 입에 우적우적 넣으면서 장난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카이넌스가 평소에 슬비처럼 드라마를 챙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이 차원종 아내의 유혹은 굉장히 재밌었던 모양인지라, 녹화는 몰라도 이렇게 본방사수는 한다고 한다.

특히나, 예고편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자르지 않은 배추김치로 남자 주인공의 안면을 치는 것 때문에 실시간 검색어 상위랭크에 오르기까지 하여 시청자들의 많은 기대를 자아내고 있었다.

"나 사실 이거 보러 여기 온 건데, 헤헤~"

"감시관님, 여기 마을회관 아닌데요?"

슬비가 혀를 살짝 내밀면서 웃으면서 카이넌스가 앉은 쇼파 옆자리에 앉자 로토가 눈을 가늘게 띄면서 딴지를 걸었다.

로토도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고 유니온과 검은양이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보는 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슬비가 이렇게 자주 들락날락거리는 것도 자신은 물론, 카이넌스의 행보를 감시하기 위해 오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엔 조금 딱딱하고 냉정한 슬비가 이렇게 발랄하고 소녀다움을 드러내자 로토는 아이러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뭐 어때~ 내가 이거 얼마나 보고 싶었는 지, 알아?"

"슬비야, 비디오 테이프 넣어둬라. 우리 사무실 티비에 비디오 없거등~"

슬비가 등에 맨 조그마한 가방에서 비디오 테이프를 꺼내들려 하자, 카이넌스가 키킥 웃어대면서 슬비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아... 진짜 카이 오빠는 센스가 없네?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없는 거야, 알겠어?"

슬비가 한숨을 푹 내쉬며 가방에 다시 테이프를 넣으며 카이넌스에게 따끔하게 한마디했다.

눈치없기로 또 소문이 자자하기도 한 카이넌스였던지라, 여자친구 여부는 그렇다쳐도 센스가 없기는 했다.

"그렇다는 녀석이 아직도 세하한테 대쉬 한 번 못하고 있냐아~?"

"무, 무슨 소리하는 거야, 이 바보 오빠가!"

카이넌스가 양손의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동그랗게 붙여 혀까지 쭉 내밀며 익살스럽게 웃어대자 슬비가 화들짝 놀라며 새빨갛게 얼굴을 물들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알만한 사람들이 다 안다는 거지만, 슬비가 세하를 좋아하는 건 눈치없는 카이넌스 마저 아는 얘기였기 때문에 슬비로써는 이 눈치없는 바보 오빠가 어떻게 알았는 지, 황당할 따름이였을 것이다.

"뭐, 슬비 너 정도면 이쁘고 귀엽긴 한데, 너무 절벼..."

"이 바보 오빠가 진짜아아!!"

퍼버벅!!

"우와아악!!"

카이넌스의 장난이 도를 넘어서버리자 슬비가 카이넌스를 주먹 연타로 계속해서 때리고 말았고, 카이넌스는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비명을 지르기 바빴다.

아직은 수습요원이지만 나름대로 여러 차원종과의 전투를 치룬 슬비의 주먹은 그녀의 작은 몸과 별개로 엄청난 타격음을 내었다.

"이, **! 바보 오빠 같으니!"

"벼, **라니, 우어억!"

"... 형, 전에 슬비랑 나랑 사무실에서 형 기다리고 있을 때 술취해서 오더니 섹드립만 쳤잖아..."

화가 잔뜩 난 슬비엑 두들겨 맞고 있는 카이넌스의 억울한 호소에 로토는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한마디했다.

당시에 로토랑 슬비가 아침부터 카이넌스를 기다리게 된 일이 있었는데, 밤새 술을 마셨는지 카이넌스가 아침부터 갖은 주사를 부리는 바람에 로토와 슬비의 고생이 이만저만아니였다고 한다.

로토보고는 "니가 그러고도 X알이 달렸냐!"느니, 슬비에게는 "절벽 가슴 주제에!"라느니, 아침부터 동네방네 망신살주기 딱 좋은 소리만 했다고 한다.

- 당신 같은 남자, 이제 꼴도 보기도 싫어!"

촤하악!

- 으아악!

이 때, 티비에서 방영되는 차원종 아내의 유혹의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안면을 향해서 자르지 않은 배추김치로 때리기 시작했으며,

"오빠 같은 남자, 진짜 싫어어어!!"

퍼어억!!

"쿠아아악!!"

동시에, 슬비가 결정타로 카이넌스의 등을 손바닥으로 촤악 하는 소리와 함께 때리는 상황이 일어나게 됬다.

"... 타이밍 죽이네."

카이넌스가 보고 싶어했던 김치싸다구의 실체는 슬비의 등짝싸다구(?)로 조금 방향이 어긋나버려서 로토에게 있어서는 아이러니하면서도 살짝 웃기기도 한 장면이였지만 말이다.

"... 크허어엉~"

"흥! 로토, 너도 이 ** 오빠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온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함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카이넌스를 제쳐두고 로토의 옆자리에 앉은 슬비가 세침스럽게 얘기하자니, 로토는 허탈하게 웃어보이면서 카이넌스가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린 걸 깨달았다.

더군다나, 카이넌스 같은 아저씨(?)되느니, 차라리 정신줄 놓지 않는 백수가 나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말이다.

슬비와 로토에게 있어서 카이넌스는 이렇게 **에, 바보에, 무식한 애물단지 같은 사람이였지만 요 근래, 한 달 동안 같이 알고 지내면서 느낀 건 그나마 자신들에게 많이 의지한다는 걸 알았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혼자서 해왔던 해결사 일에 두 사람이 함께하게 되어 떠들썩해지고 즐거워진 건 사실이니 말이다.

혼자서 방세 독촉을 견디면서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카이넌스에게 슬비와 로토는 분명히 활력소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윽고, 차원종 아내의 유혹이 끝나고 갑자기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 이어서, 뉴스속보입니다. 신서울 강북의 건대입구에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이라는 매우 특이한 병원을 세운 데이브 카진드(25) 씨가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치워주는 것으로 현재 입소문이 자자하다고 합니다.

"뭐?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

"에? 기억을 지워준다고?"

뉴스속보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슬비와 로토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동시에, 입을 열었다.

"야, 야메 아니여...?"

이 와중에 고통에 신음을 내뱉던 카이넌스도 뉴스속보를 놓치지 않고 듣다가 한마디 내뱉었다.

- 데이브 카진드 씨는 한국과 미국의 혼혈인으로 미국 아카데미 출신이며, 아카데미에서 만년 낙재생이였다가 어느 날, 자신의 기억을 지우는 능력을 완전히 깨우쳐 사람들의 고통스런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기 위한 병원을 세우기로 결심하여 차원전쟁이 일어난 한국에서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을 세우게 됬다고 합니다. 시청자 여러분도 혹시, 고통스런 기억 때문에 하루하루가 힘드신다면, 이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에 오시는 것이 어떨까요? 2시 뉴스의 기대기였습니다.

티비에서는 한 흰색의 조그마한 병원에서 덩치가 제법있고 흑발 곱슬머리의 의사 가운을 입은 20대 중후반의 묵직한 느낌의 사내가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과 함께 뉴스가 끝나가고 있었다.

"카이 오빠, 이 사람 대단한 사람인 거 같은데? 기억을 지워주는 능력은 저 사람이 처음인 거 같아."

"이 오라버니가 장담하는데, 저런 작자들 중 8할이 다 야메에, 사기꾼이란다. 세겨 들으렴."

아까 일은 잊었냐는 양, 슬비와 카이넌스는 서로 바라보면서 한마디식 주고 받기 시작했다.

알고 지낸 지, 한 달 밖에 안 지냈지만 카이넌스와 슬비는 정말로 남매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던 것이다.

"형만한 악덕사기꾼도 없지."

"로토 말이 맞아. 카이 오빠만한 사기꾼도 없잖아..."

"이것들이 진짜, 누굴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거야?"

로토와 슬비가 눈을 가늘게 띄면서 딴지를 걸자 카이넌스는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잔뜩 지으면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한 달 동안 카이넌스와 함께 해결사 일을 해왔던 두 사람이 느낀 카이넌스는 그야말로, 의뢰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였다.

이게 그나마, 좋은 선에서 해결되곤 해서 망정이지, 실제로 카이넌스만한 악당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을 것이다.

심령사건 이후로 카이넌스는 늑대개와 검은양팀의 대원들을 상대로 사기, 협박 등을 서슴치 않으며 의뢰를 수월하게(?) 해결했던 적이 많았었는데, 세하의 게임기를 인질로 세하의 곱상한 외모를 이용하려고 했다면, 오늘따라 술이 땡겼던 하피에게 꼬냑을 줄테니 중년 아저씨 한 명을 유혹해달라고 했더니만, 그 와인이 알고 봤더니 슈퍼에서 파는 소주였다는 등!

카이넌스는 이미 검은양팀과 늑대개팀에게 있어서 아니꼽기 짝이 없는 사기꾼이자, 여차할 때 큰 도움이 되는 클로저로 낙인 찍혀버렸던 것이다.

이런 점에선 과묵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늑대개팀의 트레이너와 검은양팀의 관리요원인 김유정조차 부인할 수 없었기도 했고 말이다.

"나 참~ 어려울 때 서로서로 돕고 살아가야 하는 거, 안 배웠어?"

"오빠 때문에 세하가 ****에서 일하게 될 뻔한 거 생각 안 해?"

귀찮다는 듯이 코를 **손가락으로 파면서 대충 대답하는 카이넌스에게 슬비가 허탈하게 웃으면서 한마디했다.

"거, 고놈 자식~ 이쁘장하게 생겨서 *** 한 데서 일하면 돈 좀 만지지 않겠냐? 그놈도 이제 나이가 찼으니, 스스로 돈을 벌어야제~ 암~"

"그렇다고 애를 ****에 보내려고 하는 게 잘하는 짓이냐아!"

이어진, 카이넌스의 능청스럽고 퉁명스런 대꾸에 기가 찬 로토는 삿대질을 하며 태클을 걸기 시작했다.

전에 카이넌스가 ****에서 눌러 산다는 아주머니 한 분을 데려오기 위해서 마침, 지나가던 세하를 ****에 보내서 손 안 대고 코를 풀려고 했던 적이 있었던지라, 검은양팀 전원이 경악을 감추지 못했던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세하가 아주머니를 쉽게 데려왔으니 망정이지, 조금이라도 더 있었으면 세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역으로 ****에 갇혀있었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요즘 게임기가 얼마나 비싼 지는 아냐? 걔 용돈으로 얼마나 감당이 되겠냐? 어찌보면 이 형님이 좋은 일자리 구해준 거 아니냐? 잘나가는 **** 네임드들은 때돈 벌고 산다더라..."

"이제 18살짜리 고등학생이 ****에서 일한다고 하면 아주 좋다고 동네방네 소문이 나겠다, 이 ** 오빠야아아!!"

"형 때문에 그 학살의 마녀가 나타나서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면 어떻게 책임질려고 했냐고오!!"

얼굴에 철판을 얼마나 깔았는 지 몰라도 계속해서 능청스럽게 책임을 회피하려는 카이넌스에게 슬비와 로토가 양쪽에서 벌떡 일어나 삿대질을 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긴, 카이넌스가 이런 여러 겹의 철판을 깔은 얼굴을 가졌으니 더러운 일을 하기 일 쑤인 해결사 일을 여지껏 해왔을테니 말이다.

"니네들 우리 해결사 좌우명이 뭔 지, 아직도 모르겠니?"

카이넌스는 팔짱을 끼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로토와 슬비를 번갈아 보며 비웃으며 물었다.

"인생은 한 방이다! 복불복!"

"현실은 시궁창이라며!"

로토와 슬비는 지긋지긋하다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서로 번갈아가며 말했다.

검은 해결사의 좌우명은 이렇듯, 인생은 한 방이다! 복불복과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매우 암울한 뜻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곧 그만큼 현실을 직시하고 살아가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니 항상 대비를 하자는 심오한(?) 뜻이 있다고 카이넌스가 언급하기도 했다.

"그걸 아는 놈들이 뭘 따져, 이 웬수들...!"

띵동~

그 때, 카이넌스가 벌떡 일어나려 하자,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여? 김로토, 가서 손님이면 알아 모셔드리고, 신서울 일보 양반이면 모바일로 본다고 전해라아~"

"아놔, 진짜...!"

여전히 능청스럽기 짝이 없는 카이넌스의 능수능란함에 질려버린 로토는 짜증을 잔뜩 내면서 씩씩거리며 현관문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 진짜, 오빠는 지금부터 교회 다녀도 천국 못 갈 거야."

"오빠 대신에 꼭 좀 가주라, 그 천국이란데."

로토의 애처로운 뒷모습을 보던 슬비도 똑같이 짜증을 내면서 퉁명스럽게 말해도, 카이넌스는 여전히 코를 파면서 웃어제낄 뿐이였다.

정말로 이 카이넌스라는 놈은 연구대상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드르륵~!

"네에~ 신서울 일보는 저희 모바일로 보는데..."

"아, 안녕하세요... 저, 슬비가 여기 검은 해결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들어서 왔는데요..."

로토가 귀찮다는 듯이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말을 자르고 눈밑이 어둡고 검은 머리카락의 슬비와 로토 또래의 소년이 나타나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석봉아!"

"석봉아?"

로토의 뒤에서 나타난 슬비가 활짝 웃으면서 소년을 맞이하자 로토는 눈을 찌푸리면서 슬비의 말을 되말했다.

"아... 슬비... 구나... 안녕..."

석봉이는 살짝 당황스런 얼굴을 띄면서 슬비에게 인사를 했다.

"로토, 얘 우리 학교 같은 반 한석봉이야. 그리고 석봉아, 나 여기서 일하는 게 아니고 사정이 있어서 잠깐 도와주고 있는 거 뿐..."

"어서 오십쇼, 고갱님. 저희 검은 해결사에 무슨 볼 일이십니까?"

슬비가 석봉이에게 말을 끝내기도 전에 카이넌스가 슬비의 뒤에서 그녀의 목을 팔로 감싸며 활짝 웃으면서 석봉이에게 접대용 미소를 한껏 뽐내보았다.

"카, 카이 오빠아...! 무거워어...!"

"어이, 이 형님아..."

슬비가 무거워하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로토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면서 슬비를 애처롭게 바라볼 뿐이였다.

"아, 그게... 슬비한테 얘기를 듣구요... 의뢰를 하러..."

"고갱님, 일단 자리를 마련해드리지요."

여전히 자기 말만 하기 바쁜 성급한 카이넌스는 슬비의 어깨에서 손을 때고 석봉이의 앞에서 허리를 숙이고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어이, 김로토! 이슬비! 너희들은 어서 밑의 DS 25에서 뜨뜻한 캔커피 두 개를 사와라!"

"무슨 캔커피야, 이 바보 오빠야아!!"

"우리 해결사는 커피믹스 타는 것도 없냐아아!!"

접대용 미소와 제스처를 거두자마자 명령을 한 카이넌스에게 슬비와 로토는 크악 거리면서 되려, 버럭 소리를 지를 뿐이였다.


"흐음... 어머니께서 그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에 가보셨다, 그거군요?"

"네에..."

카이넌스는 석봉이와 마주보면서 석봉이가 들려준 이야기를 되짚기 시작했다.

한석봉의 어머니, 한미자 씨는 얼마 전에 카이넌스와 슬비, 로토가 티비에서 본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에서 기억을 지우게 되었는데, 어제부터 집 안방 구석에 쪼그려 앉아 이상한 소리만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일로 인해 석봉이는 일주일 전에 혹시라도 곤란한 일이 있으면 검은 해결사에 자기가 있으니까(이렇게 얘기하니 잠깐 도와주는 걸로 생각 안하지...) 도와준다고 했기에, 석봉이는 어머니를 원래대로 하기 위해서 이 검은 해결사 사무실에 직접 찾아온 것이다.

"흐음... 당장 어떻게 도와드린다기 보다는 좀 알아보고 도와드려야겠군요."

"아... 흑, 흐흑..."

카이넌스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손으로 매만지자, 석봉이는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고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 바보 오빠가 진짜, 왜 석봉이를 울려어!"

"의뢰 한 두 번 하냐, 이 양반아!"

"끄아아악!!"

앞에서 양 볼을 꼬집는 슬비와 뒤에서 머리끄덩이를 잡아채는 로토 때문에 카이넌스는 억울함과 고통을 동반하는 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카이넌스는 그냥 앞으로 의뢰 수행을 위해서 정보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였는데, 석봉이에게는 당장에 어떻게 해줄 수 없다고 들려버렸기 때문에 감정이 복받쳐 울어버린 모양이다.

"흑, 흐흑..."

"서, 석봉아~ 울지 마, 나랑 로토가 너희 어머니를 꼭 원래대로 해줄게. 그치, 로토?"

"물론이지. 한석봉 씨,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님은 저와 슬비의 검은 해결사가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계속해서 우는 한석봉을 달래려는 슬비의 말에 로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당하게 말했다.

제법 오랫동안 해결사 일을 해온 카이넌스보다 로토와 슬비가 의뢰인을 더 안심시켜준 모양이다.

"... 니네들 왜 자꾸 형 왕따시키냐...!"

콱!

그 때, 카이넌스가 슬비와 로토의 어깨를 양 팔로 감싸들며 엄청 무서운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다.

"꺄악!"

"으억!"

"으아아..!"

이까지 부드득거리고 사나운 얼굴을 한 카이넌스의 얼굴 때문에 세 사람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 보십쇼, 한, 석, 봉, 씨? 저희 검은 해결사가 요즘 불황기라서요...? 듣자하니, 슬비랑 같은 학교라시라는데, 돈은 있으십니까?"

"아, 그, 그게..."

여전히 슬비와 로토의 어깨를 감싸도는 카이넌스의 차가운 말에 석봉이는 말을 더듬으며 우물쭈물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카이넌스에게 있어서 매일이 불황기라면 불황기겠지만, 방 안에 틀혀박혀있는 어머니를 둔 고등학생에게 무슨 돈이 있단 말인가?

"저, 저기... 이거... 드릴게요."

이 때, 석봉이가 품안에서 하얀색 봉투를 카이넌스에게 넘기기 시작했다.

"이, 이건...?"

"어, 어제 받은 제 월급... 이에요. 이거... 드릴테니까..."

카이넌스가 봉투를 받아들고 어리둥절해하자 석봉이는 우물쭈물거리며 간신히 대답하기 시작했다.

석봉이는 위험지대인 구 구로역에서 위험천만한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벌은 한 달치 월급을 카이넌스에게 의뢰비로 넘겨준 것이다.

"카, 카이 오빠..."

"... 임마, 우리 해결사가 자원봉사단인 줄 알아?"

슬비가 애처로운 표정으로 카이넌스를 부르자, 카이넌스는 짜증이 가득찬 얼굴로 퉁명스럽게 대꾸할 뿐이였다.

돈에 관해서는 피도 눈물 없기로 소문난 카이넌스다운 면모였다.

"아니... 공짜로 도와달라는 게 아니잖아."

"그니까 우리 해결사가 무슨 연예인 DC라도 하는 줄 알어!"

슬비의 의도를 파악한 로토의 딴지에도 카이넌스는 빼** 소리를 지를 뿐이였다.

해결사라는 직업이 이렇듯, 하루벌어 하루사는 직업이기 때문에 카이넌스에게 있어서 슬비의 친구인 석봉이라고 해도, 싸게싸게 해줄 수 없던 것이다.

"카, 카이 오빠..."

"형, 진짜... 슬비 친구라잖아... 좀..."

"에휴...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에 대해서는 저도 알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석봉 씨, 일단 어머님을 만나게 해주세요. 대충, 짐작가는 게 있어서요."

로토와 슬비의 말을 가로막고 카이넌스는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귀찮다는 듯한 말투로 석봉이에게 말했다.

"카, 카이 오빠!"

"나 참... 진작 도와줄 거면서 뭔 소리를 하는 거람..."

"착각하지 말어, 이쪽도 돈 되는 정보를 얻을 거 같으니까 무보수로 일해주겠다 이거야. 더군다나, 슬비 친구니까... 특별히 서비스 차원이여~"

활짝 웃는 슬비와 피식 웃는 로토에게 카이넌스는 귀구멍을 **손가락으로 파면서 퉁명스럽게 대꾸할 뿐이였다.

사실, 카이넌스는 세하로부터 한석봉이 게임쪽으로 도가 튼 보통 게임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름대로 게임을 즐기는 카이넌스에게 있어서 한석봉은 여러므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테니, 이참에 잘 보이기라도 하려는 모양이다.

물론, 카이넌스에게 있어서 석봉이는 단순히 편의점 알바 고교생일 뿐이지만 검은양팀의 세하와 함께 석봉이는 그의 하나 뿐인 취미인 게임에 관한 좋은 정보통이 될 것이다.

"자, 이거 받으세요."

"가, 감사합니다..."

카이넌스는 석봉이에게 받은 봉투를 다시 넘겨주며, 석봉이에게 감사 인사를 받았다.

"그럼, 출발해볼까나? 이슬비, 김로토. 출발하자고."

"응!"

"OK!"

카이넌스가 쇼파에서 일어나 씨익 웃어보이자, 슬비와 로토가 두 주먹을 꽉 쥐면서 활기차게 외쳐보였다.

디멘션 브레이커의 리더였던 블러디 엠페러, 카이넌스와 검은양팀의 리더 이슬비, 그리고 플레인 게이트의 소울테이커 로토의 세 사람이 의뢰를 위해 함께 출발하는 순간이였다.

2024-10-24 23:00:0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