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날개에서 떨어진 깃털은 누가 기억해주는가

목연주 2016-02-17 4










매번, 나는 쾌락을 위해 삶을 맞이해왔다.

매 순간, 나는 내 흥미를 위해 내 자신을 움직여왔다.

매 순간, 나는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보이는 척 숨겨왔었다.


그러나 인생에 한번쯤은 꼭 찾아온다는 주마등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하지 않았나. 내게도 지금 순간만큼은 그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게......

난 지금......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남처럼 얘기하는 것 같지만, 지금 이 얘기는 모두 나를 향한 말들이었다.

사실, 난 내 자신마저도 남처럼 생각해왔었다. 난 도망자였고, 그 증거로 가면을 쓰며 내 본모습을 감추고 살아왔었으니까.

그 결과로 난 한 나라에서 지목한 현상수배범으로 낙인 찍혔고, 기업 기밀 하나를 잘못 훔쳐서 지금까지 내 자유를 박탈당했으며 남의 수발을 들며 남은 인생을 살아왔었으니까.

그 것에 후회는 없었다. 그런 인생이 나에게 있어 행복이라는 기준이었고,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왔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니까.

하지만...... 그 주마등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함께해온 사람들을 떠올리니, 지금 순간이 후회되기는 했다.

자유를 만끽했을땐 어느 누구도 내 친구는 없었다. 어느 누구도 나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하지만, 자유를 박탈 당했을땐 내게 친구라고 마음 속에 정정할만한 사람들이 한명씩 생겼다.

그들 중엔 누구는 자신을 주인으로 삼으라했고, 누구는 나를 자신들의 영웅이라고 칭했고, 누구는 내 자신을 걱정하며 조심하라고 했고, 누구는 내 자신의 변덕마저도 믿는다했다.

물론 이러한 과정들을 거친 것으로 인해, 세계를 적으로 돌린 테러범죄자들 중 하나가 되었지만 말이다.

터무니 없는 이야기들이었지만, 난 그 것이 속으로는 내심 기뻤는지도 모른다.

내가 가진 자유를 박탈당했지만, 그 속에서 자유만큼의 인간관게를 얻었던 것에 인간으로서 기뻤는지도 모르겠다.

자유와 함께 했을 땐, 조금의 진심도 누구에게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외로웠다.
자유를 잃었을 땐, 조금의 진심이라도 누구에게 드러내며 대화를 했다. 그래서 외롭지 않았다.

그래. 지금의 나를 표현하자면...... 새가 비상하면서 떨어트린 깃털같달까. 그 것도 아주 아름다워서 소유하고 싶을 정도의 그런 깃털.

이상한 비유지만, 지금의 나를 설명하기엔 이 것 말고는 떠오르지가 않았다. 

머리 속이 정리가 될 수가 없을만큼의 기억이 몰려와서인가,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는 동안에도 죽어가는 내 자신 때문인가.

그래서 나는 지금 죽어가는 이 순간이 너무나도 후회스러웠다.

조금만 더 조심할걸. 더 조심해서, 그래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곁으로 돌아갈걸......


" ...... "


어쩌면, 나는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이 눈물을 흘려? 그럴리가.

하지만, 내 몸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폭우만큼 내리는 비를 맞아도 내 자신을 속일 수 없다는 듯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내 얼굴을 때려 흐르는 빗방울을 따뜻하게 데웠으니까.

그걸 느껴보니, 거짓말처럼 전신이 미약하게 떨렸다. 너무 슬퍼서 흘리는 눈물을 주체못해 몸을 들썩이는 것처럼, 내 몸도 그렇게 반응했다. 고통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 떨림이 내게서 나왔다는 것은, 지금 순간만큼은 솔직하다는걸 의미 했으니까.

지금까지, 죽는다는 것에 진지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죽을 각오로 쾌감을 즐겨왔으니, 그 것으로 각오는 되어있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 각오가 내 자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슬펐다.

내가 죽음을 제대로 맞이하지 않았다는 것에, 미련이 남아도 한참 남았다는 것에 너무나도 슬펐다.


" 정... 말...... 끝까지...... 어디에도 자유는...... 없나보네.... 요...... "


뜨겁게 요동쳐왔던 심장이 지금은 차갑게 식는걸로 모자라 얼어붙어가고 있다.

나를 때리는 폭우가 차갑기만 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따뜻하다.

지금으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나있었던걸까, 라는 생각이 이제는 무의미하다.

그리고......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내 모든 감각이 말해주고 있다.

한맺힌 귀신이 되겠지...... 이정도로 미련이 남았으면 말이지...... 기왕 귀신이 될거면, 멋진 남자한테 들러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한편으로 들었다.

정말이지...... 나는 구제불능이다.


" 이제...... 그만 춤춰도...... 되겠군요...... "


그 오만가지 상념과 함께, 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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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다면 처음 뵙는게 되겠네요.

슬쩍 단편으로 찾아왔습니다. 이 글은 하피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라는 목적으로 쓴 글이었는데요.

아름답기도 아름답지만, 종잡을 수 없는 부분이 그녀만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하피만 보면 예뻐서 죽을지경이네요 



- 으앙 주금 O<-<



...... ㅎㅎ 아마 하피를 위주로 글을 쓸 것 같습니다.

이게 바로 하피앓이 인가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조만간 또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뵐게요~












아, 속편은 있냐구요? 글쎄요? O<-<

독자분들의 슬픔수치에 따라 속편이 나올지 안나올지 결정될지도... ☞☜



2024-10-24 22:59:0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