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큡세하유리세하] I'm here

루이벨라 2016-02-10 15

※ 몇달 전 이 게시판에 큡세하유리 쓴 사람입니다...(잊혀졌겠지만)

※ 노래 듣다가 삘이 꽂혀 끄적끄적 망상 단편 써보았습니다.

※ 설정 날조주의(폭주의 큐브는 좋은 소재입니다)

※ 쓰다보니 유리의 비중이 적네요...유리야, 미안...






 "큐브를 전면적으로 폐기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G타워에서 어둑한 아침을 맞이하게 된지 어언 일주일이 지날 때즘, 전할 소식이 있다며 검은양 팀 전원을 부른 유정이 대뜸 꺼낸 말은 엉뚱하다고 생각이 되어질 정도였다.


 "당분간 못 쓰고 수리를 맡긴다고 하지 않았나요?"

 "유니온 측에서도 그러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오작동으로 인해 폐기하기로 했나봐. 물론 다른 큐브를 만든다고 했으니 다른 클로저들의 승급 심사 문제는 없을거야."


 큐브가 폐기된다...이 말을 들은 세하는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양 5명이 정식요원이 되기 위한 승급 심사를 보기 위해 썼던 큐브. 그 문제가 많다고 하는 큐브에 제일 먼저 들어간 건 세하였다. 처음에는 유정이 설명해준대로 자신이 이때까지 싸워온 차원종들이 시물레이션되었다.

 놀라기 시작한건, 자신과 똑 닮은 형상이 나타났을 때였다. 도플갱어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로 세하 자신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눈이 붉었던 거와 태도나 목소리, 표정 등이 자신이 한번도 짓지 않은 사악하고도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었던 것이었다.


 -넌 누구야?! 어째서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거지...?

 -난 너 자신이기도 하지. 차원종이 된 이세하란 말이지.


 큐브에서 나타난 자신의 도플갱어는 자신을 차원종이 된 이세하라고 소개했다. 그 말에 세하는 인정할 수가 없었다. 당연했다. 차원종은 자신들이 싸워야 할 존재, 물과 기름처럼 친해질 수 없는 존재, 절대로 본받아서는 안될 존재, 꼭 싸워서 쓰러뜨려야하는 존재.

 한마디로 '적(敵).'

 아무리 시물레이션이라고 해도 차원종이 된 자신이라고 소개하니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한창 싸우던 중, 갑자기 큐브 전체가 다운이 되어버렸다. 자신을 차원종이라고 소개한 도플갱어가 사라진 건 물론이고 아예 큐브의 문 자체도 열리지 않았다. 큐브에서 시작하기 전에는 지시를 간단하게 내리던 유정과의 통신도 끊어진 상태였다. 갇혀버렸다는 걸 알았을 때, 문을 부수더라도 나가야하나 생각했지만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큐브 내벽은 쉽게 부숴지지 않았다.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채 반나절 가량을 깜깜하기 그지 없는 큐브 안에서 보내야했다.

 하지만 더 꺼름칙했던 건 유리에게 그 도플갱어가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분명 큐브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형상이었을텐데, 실체화하여 그것도 자신이 큐브 안에 갇혀있을 때, 밖에서 돌아다녔다는 것이었다. 그후로 큐브로 다시 들어가도 자신의 도플갱어를 만날 수는 없었지만 혹시 만나게 될까 전전긍긍했다.

 이 특이하다고 생각될 일은 세하에게만 일어났고 나머지 검은양 4명에게는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제일 걱정된 유리(그 기분 나쁜 도플갱어는 검은양 팀원 중에서 유일하게 서유리에 관해서 입을 열었다)도 '차원종이 엄청 많았어!' 라는 말만 할뿐이었다.

 이 일에 대해 악몽이라고 생각되어질 정도였던 세하는 이 소식이 기쁜 소식이었다. 이런 세하의 사정을 잘 모르는 유리가 세하를 향해 다이빙을 선보였다. 다행히 세하가 한손으로 유리를 안전하게 잡아서 유리에게 가해진 충격은 별로 없었다.


 "꺄! 이세하! 또 게임하는거야?"

 "좀 비켜봐. 이번 판은 정말 중요하다고."

 "...근데 정말 없어지는구나, 또 하나의 세하가."


 묘하게 도플갱어를 향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유리의 말이 세하는 신경이 쓰였다.


 "뭐야, 그 녀석 다시 만나고 싶은거야?"


 평소와 달리 약간 뾰족한 세하의 말투에 유리는 장난기가 발동되었다.


 "뭐~그 세하는 이렇게 스킨십을 해도 피하지 않더만...?"

 "가, 가까이 좀 붙지 마!"


 장난삼아 일부러 세하에게 붙는 유리를 세하는 오른손으로 살짝 밀었다. 그리고 곧장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리가 가까이 붙으면 평소보다 1.5배 빨라지는 심장 소리를 들킬 거 같았다. 세하가 자신을 밀어낸 거에 유리도 묘하게 기분이 상한 듯 했다.


 "봐봐, 이렇게 밀어내잖아!"

 "네, 네가 그렇게 옆으로 가까이 붙으면 게임 하는데 집중을 못해서 그런거야!"

 "헤에~그러면 등 뒤에서 붙으면 괜찮다는거지?"

 "뭐, 뭐?! 자, 잠깐! 서유리!"


 세하의 등 뒤로 기습을 한 유리와 유리의 몸이 갑자기 붙자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세하. 그런 세하와 유리가 토닥거리는 걸 저 멀리서 보고 있던 제이는 '한창 좋을 나이군~' 이라는 말을 혼자 중얼거렸다.



* * *



 데미플레인에서 무사히 귀환한 직후, 신서울 지역을 복구하기까지 잠깐 쉬라는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제이는 개인용 믹서기로 알 수 없는 건강음료를 만들고, 미스틸테인은 유정에게 맡겨두었던 스케치북을 꺼내 그림을 그리는 중이었다. 슬비는 밀린 드라마 감상을 하는 중이었고 세하는 당연히 충전이 완료된 게임기를 꺼내 게임을 하려고 했는데...


 "세.하.야!"

 "뭐, 뭐야?! 갑자기 나타나지 좀 말라고, 서유리!"

 "에에, 나보다 게임이 더 중요한거야? 아, 그렇겠구나."


 아니라고 말하려는 세하의 말을 가로막는 바로 인정해버리는 유리의 말에 세하는 은근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그렇게 게임에 온 영혼을 다 팔아버린 녀석으로 보이나?

 ...사실이긴 하지만...


 "세하야, 할거 없으면 우리 큐브 가보자!"

 "큐브...? 그거 폐기된다고 한거?"

 "응!"

 "나 참, 왜 갑자기 가자는건데. 모든 전류가 끊겨서 작동도 하지 않을."


 방금 전 유리가 한 말에 대해 감정이 상한 세하의 말이 자동적으로 날카롭게 나갔다. 세하의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할법도 한데 유리는 아랑곳않고 세하를 다시 한번 설득했다.


 "폐기 되기 전에 한번 가보고 싶어."

 "왜, 그 녀석 만나고 싶기라도 한거야?"


 세하가 말한 '그 녀석' 은 그때 큐브에서 튀어나온 자신의 도플갱어를 말하는 거였다. 은근 유리가 그 세하에게 묘하게 관심을 보이던거 같기에 세하 입장에서는 약간의 마음이 상하기도 하였다.

 세하의 부루둥한 대꾸에 오히려 유리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뭐야? 이세하, 너 그런거에 질투도 하는거야?"

 "지, 질투라니!"

 "아무리 그래도 그쪽 세하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세하보다 더 좋겠어? 진짜 세하는 바로 너잖아."


 유리의 명쾌한 대답에 세하는 자신이 할말을 한동안 찾지 못했다.

 그랬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남들이 아는 이세하는 바로 자신이었다.

 왜 그런 편협한 질투를 하고 있었던거지...곧바로 생각을 바꾼 세하가 자리에 일어나더니 유리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큐브 어디있는데?"



* * *



 유리의 안내(?)를 받고 온 곳은 G타워에서 한참 내려가는, 한적한 곳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유령(존재하지 않겠지만)이 튀어나올 거 같은 으스스한 유니온 전용 쓰레기장이었다.

 큐브는 수많은 고난을 받은 듯 많이 찌그러지고 녹슨 모습이었지만 대체로 자신이 알던 커다란 네모 상자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큐브가 여기 있는건 어떻게 알았어?"

 "우연히 지나가다보니."


 ...넌 이런 곳으로도 잘 지나다니니...?


 "그런데 왜 폐기되기 전에 와보고 싶다고 한거야?"

 "...그냥...세하 너는 이 큐브 안에서 우리와 다르게 차원종이 된 너 자신과 싸웠다며."

 "으...그걸 어떻게 알았어?"

 "정도연 씨가 알려주셨어."


 유리가 큐브에서 나온 자신의 도플갱어와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유리가 겁을 먹을까봐 일부러 말을 안 한건데...너무 걱정이 되어서 정도연 씨한테 사실을 전한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 그 분...그렇게 입 가볍게 안 보였는데 말이지...


 "...겨우 그 이유 때문이야?"

 "겨우 그거라니! 세하 너만 저 큐브 안에서 힘들었다는거잖아?!"


 그렇게 말하는 유리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저 큐브 안에서 큐브가 다운이 되어 반나절 정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갇혀있던 건 세하뿐이었다. 그 부분도 힘들었다는 거에 속하기는 했다.


 "...세하만 혼자 힘들었다는 거에 무감각했던거 같아서..."

 "...너 그렇다면 지금 저 큐브 안에서 갇혀버리고 싶다는 소리와 같은거야."

 "아, 그렇게 되네."


 으이구, 하면서 유리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는 시늉을 한 세하는 돌아가자며 유리의 손을 살짝 잡고 가려고 했다.

 그 이상한 소리만 아니면.


 -...왔구나.

 "응? 서유리, 네가 방금 뭐라고 했냐?"

 "응? 난 아닌데? 세하 네가 한거 아니야?"

 "뭐?"


 이 근처에 있는 사람은 세하 자신과 옆에 있는 유리 밖에 없었다. 이 둘이 똑똑히 들었을 정도면 이 근처에 누군가가 있다는 소리였다. 바람 소리를 잘못 들었겠지, 애써 잘못 들은걸로 생각하려고 했던 세하의 귀에 또 그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왔구나.

 "...세하...야?"


 유리도 깜짝 놀란 목소리로 세하를 불러보았다. 내려다본 유리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은 상태였다. 역시 환청이 아니었다. 아주 제대로 들었다. 게다가 그 목소리는...

 세하 자신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기도 했다.

 저 비꼬는 듯한, 차가운 분위기가 나는 목소리는 그 때 그 녀석의 목소리였다.

 큐브 속의 이세하. 차원종이 된 이세하라고 했던. 유리에게 다음에 또 보자는 소름끼치는 무언의 약속을 했던 그...

 세하와 유리는 천천히 뒤로 돌아다보았다.

 목소리의 진원지는 폐기 직전의 큐브였다.



* * *



 "세하야, 이렇게 무턱대고 들어가도 돼?"

 "유리 넌 거기 가만히 있어. 나 혼자 들어갈테니."


 폐기 직전이라고 하지만 큐브로 들어가는 문은 잘 열렸다. 자신이 큐브에서 갇혔을 당시처럼 깜깜하기는 했지만 억지로 연 입구에서 들어오는 빛 덕에 내부는 그럭저럭 보였다.


 "세하야, 나도 들어가..."

 "넌 들어오지 마. 나만으로도 충분해."


 유리를 다시는 그 녀석과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주 뻔뻔한 녀석이라고 해야할까. 유리가 고백한 큐브세하의 만행(?)을 듣고 세하는 당장이라도 그 녀석에게 폭령검을 꽂고 싶었다. 그러는 차에 이 큐브 안에서 들리는 정**를 목소리의 주인이 그 도플갱어라고 추정되어지는 지금, 유리가 또 그 녀석과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의 앞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대재앙(?)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

 "...?"


 큐브의 중앙으로 다다랐을 때즘, 누군가 콧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 음침한 분위기에 맞지 않은 밝은 옥타브의 콧노래였다. 그리고 이 콧노래를 부르는 이는 기분이 아주 좋은 모양이었다. 그와 반대로 세하의 기분은 아주 좋지 않았지만.

 혹시 몰라 건블레이드를 가지고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에서나 이룰 수 있을거 같은 폭령검을 꽂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걸 허투루 보내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그만 숨어있고 나와!"

 "숨어있다고?"


 상대방을 비웃는 목적이 분명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보였다. 처음 보았을 때처럼 정식요원복을 입은 빨간 눈을 한 자신이 나타날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백발의 머리, 차갑다고 느껴질 정도의 보라색 눈동자, 그리고 무거운 갑옷을 입은 듯한 검은색의 옷. 그가 들고 있는 건블레이드는 용의 형상을 한거 같이 기묘한 모양이었다.

 세하, 정확히는 큐브 세하는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세하를 보았다.


 "뭐야, 또 너냐?"

 "나여서 실망했나?"

 "모처럼 유리가 있는거 같았는데..."


 아쉽군. 큐브 세하는 혀를 살짝 내밀어 입술을 가볍게 훑었다. 유리보고 같이 들어오지 말라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녀석은 위험하다. 얼마전에 쓰러뜨린 아스타로트와 비슷한 위상력이 느껴지는 건 제발 착각이기를 바랬다.


 "이 멋있어진 모습을 유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넌 누구야?"

 "음? 예전에 말했잖아. 난 차원종이 된 이세하, 바로 너 자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큐브 세하의 말투는 묘하게 짜증이 가미되어있었다. 세하는 믿을 수 없었다.


 "거짓말! 전에 보았을 때의 너는 그 모습이 아니었어."

 "그래그래, 안다고. 그 때는 막연하게 '차원종이 된 이세하' 의 모습이었지만 지금은...'용의 위광을 얻게 된 이세하' 라고 해야할까."


 세하는 알게 되었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세하는 아스타로트의 힘을 받고 데미플레인의 새로운 영주가 되었을 때의 모습이었다. 인간으로 남아있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스타로트의 위광을 체험한 건 얼마전의 일인데, 그새 업데이트가 되었나보군."

 "이세하, 넌 내가 아직도 이 고철덩어리의 시물레이션 정도라고 생각되나?"

 "그게 아니라면 뭔데?"


 세하가 차원종이 된 자신을 만나게 된건 큐브에 들어가서 승급 심사를 받은 이후부터였다. 유정은 차원종이 된 자신을 차원종으로 인식하여 낸 큐브의 오작동이라는 설명을 해주었다. 그렇기에 시물레이션이라고 생각되어지지만...

 큐브 밖에서도 자신의 의지대로 돌아다니며 유리에게 접근을 하고, 폐기 직전인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을 큐브에서도 똑같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입체영상은 아니었다.


 "...넌 정말 누구야?"

 "말했잖아. 차원종이 된 이세하, 용이 된 이세하라고. 기억력 안 좋아? 벌써 3번이나 말하게."

 "그래, 지금 네가 누군지는 상관없어. 상관말고 **. 나나 유리 앞에 다시는 보이지 않으란 말이야!"

 "...너 지금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갑자기 저쪽 세하가 세하에게 달려들더니 잽싸게 목덜미를 낚아채 위로 단숨에 끌어올렸다. 엄청난 파워와 스피드였다. 목이 서서히 졸리면서 내려다본 용이 된 자신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네 눈엔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것처럼 보이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란 말이지."

 "무, 무슨..."

 "난 항상 여기 있었어. 너희가 자각을 못했지만."


 자각을 못했지만 항상 여기에 있었다고? 그 말도 일리가 있기는 했다. 차원종이 된 자신을 세하가 무의식에서 계속 생각했다면 항상 있다는 말은 사실이 된다.


 "...내가...너 같이 되고 싶은 줄 알아...?!"

 "흥, 그렇다면 내가 왜 이렇게 실체화가 되어 지금 네 목을 조르고 있는거지?"


 부정하지 말라고. 아마도 끝말을 그렇게 맺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든건지 목을 잡고 있던 왼손의 힘을 갑자기 푼다. 중력으로 인해 세하는 그대로 떨어졌다. 세하는 아직도 숨이 쉬기 힘든지 목을 잡으며 켁켁거렸다. 그러든 말든 '세하' 는 입을 열었다.


 "난 솔직히 말해 네 녀석이 부러워."

 "..."

 "실제할 수 있다는 거의 기쁨을 네 녀석은 모를거야. 실제하는 거의 따뜻한 체온, 실제하는 것의 심장 소리...네 녀석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거라 모르겠지!"


 세하는 저 '세하' 가 자신을 향해 건블레이드를 내려칠 줄 알았지만 '세하' 는 반대쪽을 향해 이미 몸이 돌아가있었다. 이 한마디를 끝으로 그 '세하' 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앞으로도 여기 있을거야. 조심하라고? 언제 내가 유리 채갈지도 모른다고?"



* * *


 "세하야, 괜찮아? 너 옷이..."

 "...빨리 가기나 하자."


 한참 뒤 큐브에서 나온 세하가 만신창이 된 모습으로 나오자 유리는 깜짝 놀라했다. 평소 세하라면 유리에게 안심이 될만한 말을 꺼냈겠지만 지금 세하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난 항상 여기 있었어. 너희가 자각을 못했지만.

 -앞으로도 여기 있을거야. 조심하라고? 언제 내가 유리 채갈지도 모른다고?


 다시 생각해보아도 짜증이 나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또 나타나서 유리를 채갈지도 모르겠다니...정말 화가 났다.


 "서유리."

 "어어, 왜...?"


 아직도 큐브 '세하' 에게 화난 감정이 남아있는지 여과되지 않은 감정이 그대로 유리에게도 전달되었다. 유리는 자신이 세하를 여기로 데리고 온 거에 대해서 화를 낼거라고 생각하는지 주눅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세하가 자신에게 하는 말은 매우 뜻밖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면서.


 "나 몰래 사라지지 마라."

 "...응?"


 큐브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유리에게는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는 않았다.

2024-10-24 22:58:5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