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의 약속. 이세하 -외전1화
리프리센트 2016-02-05 2
외전을 적게 되었습니다.
제이와 유정의 리타이어를 위해 슬프지 않은 방법으로 진행해 가고 있습니다.
큰집이라 명절 제사준비, 친척을 맞을 준비를 하느라 바쁠 것 같아서...‘너와의 약속’은 설이 끝나는 대로 계속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설날인데 즐겁고 보람차게 명절을 보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눈 갱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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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와 더스트에게서 유정 누나를 지켜 낸지 넉 달이 흘렀다.
제이 아저씨는 전투의 후유증으로 위상력이 전혀 없는 평범한 사람이 되어 버렸고, 몸을 추스른 후 병원서 퇴원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저씨가 그렇게 원했던 평범한 삶을 살게 된 것. 그리고 위상력 대신 유정 누나라는 예쁘고 훌륭한 신부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하야. 준비 됐어?"
지금, 난 신부 들러리를 서는 유리와 함께 결혼식장 앞에 서 있다.
"내가 준비가 된 게 아니라 유리 니가 준비가 되었는 지가 더 중요하지."
신부는 물론 유정 누나. 신랑은 제이 아저씨다.
"유리 니가 들러리를 선다는 게 이상한데?"
물론 유리도 결혼 적령기라고 불릴 나이 대에 속하기는 하지만, 그런 건 좀 더 캐롤리엘 누나라던가. 그런 사람이 서야 되는 거 아닐까?
"뭐가? 뭐가 이상한데?"
"그게 너보다 캐롤리엘 누나가 어울릴 것 같아서..."
"당연히 캐롤 언니도 같이 서는 거야. 나 혼자 서는 줄 알았어?"
"그래?"
"그래. 세하 너 설마. 캐롤 언니가 드레스 입은 걸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뭔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다.
드레스라고 한다면...확실히 별 생각은 없었지만 유리의 말에 드레스 차림의 캐롤리엘 누나는 보고 싶어졌다.
"그런 거 아냐."
"아! 얼굴 붉어 졌어. 세하. 너!"
이런 때만 예리해지는 유리의 말에 어서 화제를 돌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보다 결혼식은 11시라면서 준비해야 된다고 그랬으니까 빨리 들어가야지."
유리의 등을 떠밀며 결혼식장 건물로 들어선다.
"세하야. 말 돌리지 말고 어서 진실을 말해!"
대답할 것 같으냐. 라는 심정으로 유리의 말을 무시하면서 누나와 아저씨의 결혼식이 이루어질 층으로 억지로 올라갔다.
"자. 유리 너는 신부 대기실로 가서 유정 누나 도와주고...난 이대로 아저씨한테 가 볼게."
내 말에 유리가 뚱한 표정을 풀지 않고 나를 노려본다.
"이야기 안한다 이거지?"
솔직히 매우 두렵다. 그러면서도 볼에 빵빵하게 바람을 넣은 유리가 귀엽다는 무서운 생각을 했다. 화난 게 귀엽다고 계속 유리를 화나게 하면 난 아마 유리의 칼날에 죽지 않을까.
시답잖은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아저씨에게 도망을 실행하려는 나를 유리가 붙든다.
"케롤 언니한테 말해버려야지."
캐롤리엘 누나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겨주지 않을까?
'오우. 드레스 차림이 보고 싶었다니...부끄럽네요. 그래도 세하 군의 나이를 생각하면 문제 될 건 없지 않을까요?'
같은 소리를 하면서...
"슬비슬비한테 말 할 거야."
전력을 다해 발걸음을 멈췄다. 이슬비에게 유리가 무슨 소리를 할지 두렵다. 상상이 쉽게 된다. 나이프와 주변의 물건을 공중에 띄우고...
'그런 파렴치한 상상을 했다 이거지. 캐롤리엘 씨를 대상으로...'
최소한 반쯤 죽게 되지 않을까.
"유리야. 그런 거 아니야."
살고 싶은 마음에 다급하게 말을 꺼낸다.
"그럼 왜 말을 돌리는 건데?"
"그건 캐롤리엘 누나가 드레스를 입는다기에. 캐롤리엘 누나는 언제 결혼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하다 보니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캐롤리엘 누나는 언제 결혼하지? 누구랑?
유리의 표정도 화남에서 걱정으로 넘어가 있다.
"그...그러고 보니..."
꽤나 심각해 보이는 표정이다.
"그렇지? 캐롤리엘 누나는 누구랑..."
"이 결혼식. 아수라장이 될 수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캐롤 언니. 비슷한 나이 대의 남자 중에서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제이 아저씨뿐이었잖아. 설마 캐롤 언니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캐롤리엘 누나가 제이 아저씨랑 깊은 관계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회사 동료 중에서 믿을만한 친구 정도의 대화였으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캐롤리엘 누나가 유정 누나 결혼식을 망칠일은 없을 거야. 캐롤리엘 누나가 제이 아저씨보다 유정 누나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유정 누나한테 가봐. 시간 없다면서..."
"설마 제이 아저씨가 유정이 언니를 캐롤 언니한테 빼앗기는 건."
"이상한 소리 말고 빨리 가!"
망상이 폭주하려는 유리를 현실로 다급히 돌린다. 유리는 화를 내던 것도 잊었는지 신부 대기실로 가다가 날 돌아보면서 손을 흔든다.
"조금 있다가 보자. 세하야."
나도 마주 손을 흔들어 주고 신랑 대기실로 고개를 돌린다.
방금 그 이상한 대화로 너무 피곤해졌다.
"아... 게임하고 싶어."
제이 아저씨는 하얀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채로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아저씨. 멋지네요."
"세하 동생. 왔어?"
언제나 여유가 넘쳐서 껄렁해 보이는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긴장했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미스틸은 일이 바빠져서 못 오게 되서 미안하다고 영상을 보내왔어요. 나중에 아저씨 폰으로 전송해 드리죠. 유정 누나한테도 같이요.”
“테인이는 못 오는 거로군. 볼 수 없다니 좀 아쉽긴 하군.”
직접 전하면 될 것을 미스틸은 제이 아저씨와 유정 누나가 결혼식 준비로 바쁠까봐 나에게 대신 부탁 한다고 전했었다.
"그건 그렇고 두 달 전만해도 유정 누나 아버지랑 어머니 설득한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뭐…….그렇지? 질려서 포기 하신다고 할 때까지 끈덕지게 매달렸지. 유정 씨하고 같이...너도 몸이 이렇게 망가진 사윗감은 싫을 거 아냐?"
"몸이 멀쩡해도 싫기는 하네요."
내 말에 아저씨가 상처받은 표정을 짓는다.
"내가 다른 하자가 많다는 표현으로 들리는데? 나 상처 받는다구. 동생."
"유정 누나에 비하면 하자 밖에 없죠? 아마?"
결과를 말하자면 유정 누나가 아저씨에 비해서 많이 아깝기는 하지. 돈, 직업 같은 겉뿐만 아니라 다른 세부적인 측면에서도.
"그래. 그 말에는 동의해. 맞는 말이야. 동생."
신부에 대한 칭찬으로 들었는지 만족한 표정이다.
"팔불출로 보여요."
당황해하는 아저씨를 향해서 미소를 짓는다.
"축하해요. 아저씨."
아저씨 역시 행복한 웃음으로 돌려준다.
"나도 이제 장가가게 되었으니 다음은 동생이군. 동생은 누구야? 대장? 유리? 아니면 정미인가? 오세린이도 세하 동생을 좋아하던 것 같던..."
"아저씨!"
몇 번의 대화가 오가고 아저씨의 준비 상태를 체크했다.
아저씨가 잘 준비하고 있는 건 확인했으니 유정 누나에게 가야겠다.
신부 대기실은 신랑 대기실에 비하면 굉장히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다.
"유정 누나!"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유정 누나는 굉장히 아름다웠다. 한눈에 봐도 결혼식의 주인공 그 자체다. 아무리 봐도 제이 아저씨한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아. 세하. 왔구나?"
"예. 기분이 어때요? 누나?"
"기분?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구나. 내 정신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세하 니가 보기엔 어떠니? 나 이상한 곳 없니?"
불안해하는 것도 같고…….들떠있는 것도 같은 누나의 모습이 보기 좋다. 원래도 감정이 다양했던 사람이었으니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아저씨가 유정 누나를 울린 다면 검은 양 애들의 조력을 얻어서 공격 할 거라고 마음먹은 다음 솔직한 감정을 표현했다.
"이상한 곳 없어요. 아저씨가 보시고 너무 좋아서 기절하지 않을까 걱정 될 정도예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누나가 약한 미소를 짓는다.
"그...그래? 고맙구나. 세하야."
"오우. 세하 군. 와있었군요."
고개를 돌린 곳에는 캐롤리엘 누나의 색 드레스...방금 전의 유리와 대화가 생각나서 차마 볼 수가 없다.
캐롤리엘 누나의 드레스 차림. 확실히 이국적인 느낌의 화려한 꽃 같다. 드레스는 유정 누나와 구분이 가능하게 수수한 디자인이었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은 수수하지 않아서 독특한 매력을 주고 있다.
"예. 방금 왔어요."
"이세하. 늦었잖아. 제이 씨는 어땠어?"
슬비 역시 캐롤리엘 누나와 같은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다. 같은 드레스였지만 이쪽은 분홍 머리카락과 인형 같은 얼굴과 어울려 고귀해 보인다. 이 녀석. 확실히 얼굴은 예쁘단 말이지.
"아저씨? 긴장한 것 같던데?"
"아...으...세하. 왔구나."
옆쪽으로 세린 선배의...드레스?!
같은 드레스인데 이쪽은 붉은 드레스에도 불구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붉은색이 원래 이런 느낌을 주는 색은 아닐 것 같은데 말이지.
세린 선배와 슬비 역시 들러리인 것 같다.
신부에 이어 들러리들도 모두 일반인을 가뿐히 넘어섰다.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눈 호강 제대로 하고 돌아가겠다. 나도 포함해서...
"안녕하세요. 세린 선배."
"안녕. 그...그렇게 바라보면...부끄러운데..."
나도 모르게 세린 선배를 너무 바라본 것 같다. 드레스 차림이 너무 신선해서 말이지.
"뭘 넋을 놓고 있는 거야? 이세하."
이슬비의 목소리에 몸을 흠칫 떤다.
"뭐야. 캐롤 언니 다음으로 세린 선배야?!"
이 목소리는...가시 돋친 목소리의 주인은 유리다. 유리의 입을 막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그...그런 거 아니..."
할 말을 잃었다. 유리가 원래 예쁜 건 알았지만...표현 할 단어를 못 찾겠다. 그저...
"예...예쁘..."
다급하게 입을 막는다.
늦었다. 멍청한 입 같으니...
유리의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나도 저렇겠지.
"이세하...유리 옷차림에 파렴치한 생각을 품었단 말이지."
"세...세하야."
"그런 생각 한적 없어. 이슬비! 비트 날리지 마! 세린 선배. 이거 놔 주세요! 다쳐요! 다친다구요!"
왜인지 내 옷을 잡은 채로 도주를 차단한 세린 선배와 광분한 이슬비로 인해서 죽음의 위기를 한차례 겪게 되었다.
식은 김가면 씨의 주례로 이루어졌다. 벌쳐스의 부사장임이 드러났지만 김가면 씨는 여전히 가면을 쓰고 이름을 속인 채 주례를 섰다. 기괴한 결혼식이다.
신부 측은 유정 누나의 부모님이 앉아계시고 신랑 측은 나와 엄마가 앉아있다.
"날 그렇게 따르던 꼬마였는데 벌써 이렇게 컸네."
엄마가 여기 올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제이 아저씨 보호자 측이라니... 그것 때문에 나도 여기에 앉아 있게 되서 게임도 못하고...
"아저씨가 오지 말리고 그랬잖아요?"
"오지 말라기는? 분명히 오기 힘들 것 같으면 안와도 된다고 그랬지만 내가 예전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 안 할 수 없잖니?"
아저씨와 통화했을 때, 아저씨가 오지 말라는 걸 대단히 완곡히 표현한 것 같던데...
"신부가 굉장히 아름답구나."
엄마가 탄성을 지를 만큼 유정 누나는 예뻤다.
"그렇죠?"
"그래. 우리 꼬마에게는 아까울 만큼..."
아까 내가 했던 말 그대로다.
"그렇...죠?"
"꼬마는 행복해져야만해. 지금부터라도..."
엄마의 자조적인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채 결혼식에 집중했다. 엄마의 쓸쓸한 목소리가 듣고 싶지 않아져서였다.
김가면 씨의 호쾌한 주례와 아름다운 신부. 멋진 신랑. 아름다운 들러리들. 완벽한 식장. 그야말로 완벽한 결혼식이다.
결혼식의 끝을 달려간다.
"두 분의 결혼을 반대 할 사람이 없는 것 같군요. 예. 그럼 제이 형님. 유정 형수님. 두 분의 영원한 행복을 약속할...맹세의 키스를..."
제이 아저씨와 유정 누나가 이어지는 맹약을 바라보면서...지금 두 사람이 짓고 있는 행복한 표정과 기분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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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생각처럼 글이 안 풀려서 몇 번이고 지웠다가 썼지만,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주시길 바라면서 설날이 끝난 뒤에 6화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때부터 세하와 유리에게 시련을 본격적으로 내려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