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의 약속. 이세하(3인칭)-2화
리프리센트 2016-01-29 3
저번 화 시행한 투표 결과 약속의 아이는 유리가 되겠군요. 정미, 세린, 유리를 비롯한 여성들을 투표해주신 분들, 추천해주신 분들, 격려해주신 분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좋은 나날들이 이어져나갈 수 있길 기원 할게요.
어제 투표를 하는 동안 조금 적어놓은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설명글이 많아져 1인칭을 바꿔서 3인칭으로 바꿔봤는데, 아마 다음 편부터 다시 1인칭으로 세하의 시점으로 적을 것 같습니다.
별 수정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올리는 이유는 오늘이 작은 엄마의 기일이기 때문이죠. 제사시간을 기다리며 작은 집에서 사촌의 컴퓨터를 빌려 올려봅니다.
신 캐릭터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지만, 제 글의 진행을 위해 부득이 하게 만들게 되었습니다. 오늘 글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눈 갱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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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플레인의 강림에서 서울을 지켜냈던 검은 양 팀의 활약은 모든 매체에서 다뤄져 사람들은 그들을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그들은 여전히 영웅이었다. 제이가 얼마 전 은퇴하고 미스틸테인이 독일로 돌아간 지금도 말이다.
“이세하.”
여성의 아름다운 음성이 이세하의 이름을 부른다.
그 목소리를 듣고 있는 이세하의 움직임은 변화가 없었다.
“그 게임기. 이번에도 수명이 다 된 것 같다고 느껴지지 않아?”
벚꽃보다 선명한 분홍 빛깔의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는, 인형같이 차가워 보이는 표정의 아름다운 여성이다.
이슬비의 목소리가 한 음 높게 올라갔다고 느껴진 순간.
“아냐. 내 게임기의 수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다시 산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고!”
책상에 가만히 앉아 게임기를 열심히 누르던 이세하가 경계하면서 양손으로 게임기를 강하게 움켜쥔다.
“지금 지시 사항을 전달하려 하는데... 분명히 게임하지 말라고 저번에 말하고 끝났지?”
“그것도 아니야. 말만 하고 끝난 게 아니라 이슬비 니가 게임기를 고장냈...”
이슬비의 눈이 빛나고 있다. 그 표정 앞에서 이세하는 슬그머니 게임기를 탁자에 내려놓는다.
“헤헷. 세하 또 슬비한테 야단 맞아버렸네.”
미소와 함께 덧니를 매력적으로 빛내며 옆에 있던 서유리가 세하의 목에 매달려 세하의 패배를 선언한다.
야단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부터 세하의 패배인 것이다.
“서유리. 너도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이세하에게 그렇게 몸을 밀착하는 행동은 삼가줬으면 좋겠어. 이세하 너도 3년 동안 당해 왔으면 뭐라고 좀 하라구.”
이슬비가 째려보는 대상은 달라붙은 서유리가 아니라 이세하다.
이세하에 이르러서는 서유리가 움직일 때마다 팔에서 형태를 바꾸고 있는 물체의 느낌에 얼굴만 붉게 달아올라 가벼운 호흡곤란을 겪고 있다.
“유...유리야. 떨...떨어져 주면...”
간신히 내뱉는 이세하의 목소리가 개미 소리처럼 작다.
“세하 키가 커서 이제 매달리면 편한데... 아, 우리 슬비슬비. 질투하는 구나.”
서유리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이세하의 몸을 놓았다.
살았다는 표정 반, 아쉽다는 표정 반의 세하를 놔두고 서유리가 이슬비를 바라본다.
“누...누가 질투를 했다고 그러니.”
붉게 물든 표정으로 말을 더듬는 이슬비의 모습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역시...이 언니가 널 놔두고 세하를 끌어안아서 슬퍼진 거구나. 진작 말하지 그랬어.”
서유리의 말에 이슬비의 표정이 돌아온다.
“누가 언니라는 거야. 그런 거 아니야. 서유리. 그러니까 다가오지 마. 끌어안지 마.”
이슬비의 대답에도 슬금슬금 손을 꼼지락 거리며 다가오는 서유리의 모습을 다른 누군가가 저지시켰다.
“:서유리 선배님. 이슬비 선배님이 싫어하시는 일은 여기까지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연보라색 롱 테일 머리를 한 고등학생 정도의 소녀였다.
독일 사냥터지기 팀으로 돌아간 미스틸테인을 대신하여 선발된 요원.
“잘 했어. 신미영.”
이세하를 비롯한 두 사람이 검은 양 팀에서 활동을 시작했던 열여덟이라는 나이에 정식 요원이 된 신미영은 유난히 이슬비를
존경했다.
“흐앙. 세하야. 미영미영이 나 괴롭혀.”
눈에 눈물 자국을 달고 서유리가 다시 이세하에게 달라붙는다.
“그...그만둬. 유리야. 붙지 말고 말로 하자.”
다급하게 이세하가 손을 흔들지만 붙잡혀서 곰 인형처럼 끌어 안겨졌다.
“흐앙...세하야.”
“이세하.”
“왜...왜! 이슬비! 그 나이프! 맞으면 죽는다구! 내려놔!”
이슬비의 낮게 깔린 목소리. 급격히 내려가는 방 온도. 당황해서 소리치는 이세하의 사이로 누군가가 적절하게 끼어든다.
“저...저기...애들아.”
어딘지 모르게 음침한 남성의 목소리는 사흘 정도 잠을 안 잔 것 같은 피곤함이 깔려있다.
칠흑같이 검은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하고 눈 밑은 다크서클이 짙게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고 있다.
그의 목소리가 너무 조용해서 도살의 현장을 눈앞에 둔 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남성은 두꺼운 자료 책자의 모서리를 이용하여 책상 위를 세게 몇 번 쳤다.
툭! 툭!
“애들아!”
소리를 지른다고 지른 것이겠지만 작은 목소리가 그렇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세하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
해 주변을 열심히 살펴보았다는 것이겠지.
“서...석봉이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아.”
이세하의 말에 주변의 시선이 다행히 한석봉에게 모였다.
한석봉은 1년 전, 유니온에 시험을 쳐서 들어왔다.
그러다가 검은 양의 관리요원이 승진으로 부서를 옮기게 되어 빈자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상부의 지시 사항 설명 중이야. 유리는 자리에 앉아 줄래?”
“으...응.”
“세하 너도 바로 앉아줘.”
이세하가 억울하다는 듯 한 얼굴을 했지만, 한석봉의 부탁하는 눈과 마주치고 나서 조용히 바로 앉는다.
“스...슬비 너도 나이프는 넣어줘.”
추태를 부려 얼굴을 붉힌 이슬비 역시 마찬가지로 나이프를 넣고 자리에 앉는다.
“관리 요원이니까. 한 마디만 할게. 조금만 어른답게 굴어줘. 미영이도 보고 있잖아.”
한석봉의 말에 세 명이 부끄러운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고, 신미영은 그저 존경의 마음을 담아 한석봉을 바라본다.
“역시 한석봉 관리 요원님. 대단하시네요.”
“그...그런거 아니야.”
신미영의 칭찬이 부끄러웠는지 뒷머리를 긁적인다.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한석봉이 본론을 꺼낸다.
“이번에는 김유정 부국장님이 전해준 사항인데, 홍대 입구 부근에서 클로저 인원이 갑자기 사라졌대.”
“거기는 우리 관할 구역이 아니잖아?”
한석봉의 말에 이세하가 먼저 반응했다. 다름 아닌 3년 전 관리 요원이었던 김유정이 이 말을 검은 양 측에 꺼냈다는 것이 마음
에 걸렸다.
“그게...해결하러 나갔던 클로저들도 같이 사라졌다고 해서...부국장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나봐.”
“그 말은 한석봉 관리 요원님은 저희가 그 곳에 가봤으면 하는 것이군요.”
신미영이 한석봉의 말을 이었다.
“응. 그래도 우리 작전 구역도 순찰해야 되니까 팀을 나눠서 움직이려고...”
“그럼. 석봉아. 내가 그 곳에 지원하겠어.”
이슬비가 앞서서 나섰지만, 한석복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슬비는 미영이랑 순찰을 돌아줘.”
“어째서 무슨 위험이 있는지 모르는 곳에 리더로써 팀원들을 함부로 보낼 수 없어.”
이슬비의 단호한 말에도 한석봉은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미영이는 정식 요원이 된지 얼마 안됐어. 그래서 책임감 있는 슬비 너한테 맡기고 싶어. 미영이도 널 가장 따르고...미영이 너도 현장에 들어가고 싶겠지만 다른 시민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야. 둘 다 순찰을 부탁할게.”
여전히 불만이 있는 것 같은 이슬비를 향해 서유리가 한 마디 한다.
“그래. 슬비슬비. 우리가 무슨 일인지 후딱 가서 보고 할 테니까. 걱정 말고 미영미영이 잘 보살펴줘.”
누가 미영미영입니까. 같은 신미영의 항의를 뒤로 하고 유리가 찡긋 윙크한다.
한숨을 한 번 내쉰 슬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동의의 제스처를 보고 한석봉이 상황을 정리한다.
“세하야. 유리야. 그럼 나가자. 나도 보고 할게 있어서 부국장님 찾아 가야돼. 가는 김에 너희도 데려다 줄게. 슬비야. 무슨 일 생기면 곧장 말해줘. 부탁할게.”
“그래. 무사히 다녀와. 우리도 다녀올 테니.”
이슬비와 신미영을 남기고 나오는 한석봉이 한층 진지한 얼굴로 세하와 유리를 불러 세웠다.
“세하야. 유리야. 잠시만...”
“왜 그래? 석봉아.”
의아하다는 이세하의 반응에 한석봉이 방금 전 끝까지 전달하지 못했던 사항을 추가적으로 설명한다.
“홍대 입구 말인데 말 못 했던 게 있어. 미영이 정보 권한으로는 알면 안 되는 사항이라서...”
“뭔데?”
“슬비랑 너희 둘 한테는 제대로 설명해야 되는데, 너희들 세 명한테 미안해. 그래도 미영이가 슬비 아니면 오래 붙어있지 않을 것 같아서...”
이야기하기 껄끄러운지 곧장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한석봉을 향해 서유리가 재촉한다.
“뭔데 그래. 궁금하게 계속 숨기지 말고 어서 이야기하라구.”
“위험하니까. 가지 않으려고 하면 보내지 말라고 유정 누나가 말하긴 했는데...너희는 알면 곧장 뛰쳐나갈 것 같았어. 세 명 중 누가 되었든.”
한 번 더 뜸을 들인 한석봉이 마침내 전하지 못한 김유정의 말을 전한다.
“클로저들이 갑자기 사라진 게 아니야. 그 전에 강대한 위상력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대. 단 한 사람이 살아 남겨져 괴물들이 말을 전하기 위해 보냈다고 했고...”
이세하와 서유리는 몸이 오싹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강렬한 기시감이 들고 한석봉의 뒷말을 짐작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설마...”
“그래. 그 사람이 전하라는 말은 ‘애쉬와 더스트가 검은 양을 부른다.’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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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세하인데, 별 비중없이 처리되었군요. 반성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신 캐릭터 신미영은 노잼 아카데미 출신의 노잼 클로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