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멘션 브레이커 Part.3 날지 못하는 새와 날기 싫은 새(1)

안gel리na 2016-01-28 0

비가 후두둑 내리는 구 구로역의 지하철 일대.

이 지하철 일대에서 수많은 차원종들이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활활 타오르는 불타는 시체로 전략해있었다.

그리고 그 불타는 시체들의 중심에는 불타는 듯한 긴 머리키락에 붉은색과 검은색의 조화를 이루는 투톤 와이셔츠와 정장 바지를 입은 날카로운 눈빛의 사내가 담배를 피우며 서 있었다.

- 오빠 한 번 믿어봐아아~! 오빠 한 번 믿어봐아아~!

딸칵!

"어이, 김시환이가? 무슨 일이고?"

옛날 트로트 벨소리와 함께 핸드폰을 받은 사내의 말투는 영락없는 경상도 사투리였다.

- 나 참, 이제서야 받는 거에요? 당신 동생들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구요.

"음? 동생? ... 아, 그 차원종 잡아먹는 김바보랑 검둥이 검바보 말이냐?"

목소리에서 앳된 젊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붉은 머리 사내는 귀찮다는 듯이 콧구멍을 손가락을 파면서 말했다.

"아무튼, 그 웬수탱이들이 뭐하고 있디?"

- 그게... 강남에 나타난 아페서샥을 없앴다는 정보가...

"아페서샥? 앞에서 샥이 아니고?"

- 아, 아니... 아페서샥... 에휴, 당신이랑 말싸움 해봤자 의미 없는 거 같아요.

피닉스와의 대화가 도저히 안 풀리자, 김시환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지쳐보이는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농담이고, 아페서샥이라고? 내가 차원전쟁 때 형인 디에서콱을 구워서 김바보한테 던져줬는 데? 그 동생놈이 복수하러 왔다가 털린 모양이구먼..."

- 예, 예에... 아무튼, 이 일은 유니온 뿐만 아니라 저희 벌처스 쪽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어요. 다시... 당신들 디멘션 브레이커가 부활한다고 말이죠.

"... "

김시환의 진지한 목소리에 피닉스도 똑같이 진지한 분위기를 내뱉으며 그저 담배만 피우고 있을 뿐이였다.

얼마 전, 강남 CGV 일대에서 나타난 A급 차원종 아페서샥은 등장한 지 단 5분만에 한 클로저에 의해 피떡이 되도록 맞아 죽어버리고 말았다.

이 사건은 유니온과 벌처스 뿐만 아니라 차원종과 싸우고 있는 세계 각국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었는 데, 세계 각국에서도 알만한 사람들은 안다는 그 차원종학살자인 디멘션 브레이커가 다시 부활했다는 소문으로 번지게 되었다.

더군다나, 아페서샥 발밑에 허무하게 쓰러진, 자칭, A급 요원이라고 떠드는 자에 의하면 놈이 바로 디멘션 브레이커들의 전유물이였다는 위상력 증폭을 썼다는 증언까지 하고 말았으니, 그 디멘션 브레이커가 다시 부활했다는 정보는 거의, 백프로에 가까운 정보였을 것이다.

"김시환이... 디멘션 브레이커라니, 무슨 중2병이가? 그런 놈들은 이제..."

- 그녀를 구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피닉스 씨.

"... 그건 그거고, 디멘션 브레이커는 이제 없는 놈들이라고."

- ... 하아, 알겠습니다. 일단 구로역에서 뵙도록 하죠.

"... 그려, 이따 보자고."

삑---

"... 후우... 그럼, 홍쌤한테 가볼까나~"

김시환과의 통화가 끝나고 피닉스는 한숨과 함께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담배 꽁초를 땅에 던질 뿐이였다.



"어머, 어서 와요, 피닉스."

"홍쌤, 저 왔심더~"

비가 세차게 내리는 구 구로역에서 피닉스는 단정한 회색 단발머리에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벌처스의 늑대개팀 감시관인 홍시영과 만나게 됬다.

보면 볼수록 똑 부러지는, 말 그대로 커리어우먼의 표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홍시영은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벌처스의 실력있는 감시관이였다.

"그래, 차원종들을 잘 처리하고 왔나요?"

"하모, 하모~ 차원종하면 이 총잡이 피닉스 아니겄습니까?"

"후후, 그래요, 그래... 정말이지 왠만한 클로저들보다 당신의 사격술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되니까요."

피닉스의 능청스러움과 여유에 홍시영은 키득키득 웃으면서 피닉스를 칭찬하기 바빴다.

피닉스는 얼마 전에 홍시영의 추천으로 늑대개팀에 투입된 총잡이로 비록, 위상력은 쓰지 않지만 그의 사격술은 왠만한 클로저들보다 더 쓸모가 있다고 홍시영에게 인정받을 정도였기에 쉽게 그녀의 추천을 통해 늑대개팀에 들어올 수 있었다.

늑대개팀의 교관인 트레이너의 반발도 있었지만, 같은 늑대개팀의 나타와의 전투에 승리를 차지하기도 한 피닉스의 실력은 양 손에 리볼버를 쥐고 쉘세없이 차원종들을 난사하는 스타일리쉬한 전투를 보여줬다.

탁!

"다녀왔습니다, 감시관... 님. ...당신 아직도 있었나요?"

"어이구야~ 우리 늑대개팀의 얼굴 마담이신 하피 씨 아니신가? 임무 수고하셨수다."

피닉스는 옆에서 나타난, 긴 금발을 늘어뜨리며 가슴골을 훤히 드러낸 섹시한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레깅스를 입은 늑대개팀의 맴버이자 홍시영의 그림자이기도 한 하피에게 능청스럽게 인사해보였다.

"아, 어서 와요, 하피... 나의 그림자, 수고했어요."

"... 네, 감시관님."

홍시영이 활짝 웃으면서 하피를 맞이하자 하피는 고개만 끄덕이면서 자신의 주인에게 짤막하게 대답했다.

"피닉스 씨. 내가 분명히 말하지 않았나요? 당신 같은 천박한 사람은 이 곳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하피는 피닉스를 날카롭게 노려보면서 그에게 따끔하게 충고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에는 홍시영을 홍쌤이라 부르는 것도, 홍시영 앞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등, 천박하기 짝이 없는 피닉스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그건 내가 결정하는 거 아니겠수, 하피 씨?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홍쌤과 하피 양을 두고 내가 어딜 간단 말이오?"

하지만, 피닉스는 피식 웃어제끼면서 홍시영과 하피를 번갈아 보면서 되물었다.

확실히,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오피스 레이디의 표본인 홍시영과 긴 금발을 흐뜨리며 섹시한 몸매와 아름다운 외모를 뿜어내는 하피의 조합은 지나 가던 뭇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 잡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러니, 안 그래도 여자를 밝히는 피닉스가 늑대개팀을 두고 어딜 가겠냐만은...

"... 피닉스 씨... 정말이지, 당신이란 사람에겐 질려버리겠네요...!"

"그만해요, 하피. 피닉스는 우리 벌처스에 꼭 필요한 인재에요. 가능한 잘 지내도록 하세요."

하피가 신경질을 부리며 화를 내려고 하자, 홍시영이 그녀를 제지하며 다시 한 번 하피에게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피닉스... 하피는 내 그림자니까 내 꺼랍니다, 알겠죠? 하피를 나로부터 뺏어갈 생각을 일랑말랑 하지 않길 바랄 뿐이에요."

이어서, 홍시영은 활짝 웃는 미소를 거두지 않으며 피닉스에겐 경고 아닌 경고를 주기도 했다.

하피에 대한 소유욕이 남다른 홍시영이였기에, 하피는 언제나 그녀의 곁에 있었으며, 홍시영은 항상 하피가 자기 곁에 있기를 원했던 것이다.

"여부가 있겠심니꺼, 홍쌤~ 홍쌤의 옆에는 하피 씨가 없으면 안 된다는 거 쯤은 저도 잘 알고 있다구요."

홍시영의 경고 아닌 경고에도 피닉스는 어깨를 들썩이며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좋아요, 좋아... 난 가능한 말이죠, 하피... 당신이 피닉스와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는 당신을 옆에서 지켜줄... 그래요, 기사라고나 할까요?"

"... 감시관님, 아무리 그러셔도 제가 이 천박한 남자에게 의지받을 정도로 보이셨던 건가요?"

홍시영의 말에 하피는 살짝 신경질적인 말투로 피닉스를 노려보면서 되물었다.

하피는 공중에서 쉘세없이 특유의 발차기로 차원종들을 몰아세우는 공중전문 클로저로 그녀의 실력 또한 무시하지 못하는 엄청난 전투력을 보여주었다.

자기 실력에 남다른 자부심이 있었고, 천박하기 짝이 없는 피닉스에게 보호나 받아야 한다는 게 하피로써는 아무리 주인의 말이라고 해도 인정할 수 없던 모양이다.

"아, 오해하지 말아요, 하피. 당신의 실력은 내가 보증하니까요. 뭐... 정 그렇다면 다음 지시까지 시간이 좀 있으니 둘이서 대련이라도 해보는 건 어떤가요?"

하피를 아끼고 아끼는 우리의 홍시영 감시관은 하피를 살살 달래더니, 곧바로 피닉스와 하피의 대련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네에?! 가, 감시관님...!"

"뭐, 이런 늘씬한 미녀와의 싸움은 제가 바라던 바지만요."

홍시영의 제안에 하피는 경악스러움을 감추지 못했고, 피닉스는 옳다구나 하면서 좋아라 했다.

"어떤가요, 하피 씨? 나랑 대련을 해서 이긴다면 당신 뜻대로 늑대개팀이든 어디든 나가드리겠수다. 하지만... 내가 이긴다면... 당신은 나와 데이트를 해주셔야겠소. 어때요?"

"뭐, 뭐에요! 머, 멋대로 그런 말 하지 말라구욧!!"

이어서, 담배를 입에 물고서 라이터로 불을 뭍이는 피닉스의 거침없는 제안에 하피는 또 다시, 경악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버럭 소리를 지를 뿐이였다.

같이 대련이나 하고 있는 것도 짜증나 죽겠는 데 진다면 그와 칙칙한 구로역에서의 데이트라고?

하피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은 없을 것이다.

"후후, 역시, 피닉스는... 그래요, 상남자네요? 아주 멋져요. 나의 하피랑 멋대로 데이트를 하려는 게 좀 걸리지만... 뭐, 그 정도는 넘어가줄게요."

"크하하~! 제가 또 상남자 아니겠심꺼, 홍쌤~!"

"상남자는 무슨, 상바보겠죠, 이 멍청한 불닭 같으니!!"

홍시영과 피닉스의 밝은 대화 속에 하피는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피닉스에게 화를 낼 뿐이였다.

"그래서... 쫄린다, 이거신가? 쫄리면 **셔야지~"

파박!!

화를 내는 하피에게 턱을 치켜올리며 도발을 한 피닉스에겐 살기가 가득찬 하피의 검은 발이 얼굴에 닿기 직전까지 순식간에 내려찍히는 어마어마한 속도를 보여주었다.

"와, 와우...!"

하피의 살기가 가득찬 검은 발에 피닉스는 살짝 식은땀을 흘리면서 그녀의 놀라운 실력에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쫄린다고요? 흥, 과연 당신이 날 이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보죠?"

하피는 이젠 이까지 부드득 갈면서 피닉스에게 살기를 잔뜩 내뿜기 시작했다.

여기서 그녀가 이성을 잃는다면 위상력까지 써서 피닉스를 죽이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그럼 얼른 덤벼보시라구, 하피 씨... 애초에, 대련은 홍쌤이 먼저 제안한 거니까 홍쌤 뜻대로 나랑 대련하는 게 좋을 거요."

피닉스는 하피의 발차기에도 꿀리지 않고 오히려, 음흉스런 웃음을 자아내면서 태평하게 말했다.

"... 흥... 좋아요, 당신 말대로 내가 지면 당신과 데이트를 하든 뭘 하든 해주겠어요. 당신이 날 어떻게 하든 난 감시관님의 그림자니까 내가 뭘 해줄 거란 생각은 집어치우는 게 좋을 거에요. 단, 내가 이긴다면... 당신은 두 말 하지 않고 늑대개팀에서 나가는 거에요, 영원히... 이러면, 불만 없죠?"

하피는 피닉스에게 겨눈 다리를 거두고는 바닥에 발을 탁탁 치면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

하피에게 있어서 피닉스는 성가시기 짝이 없는 존재지만, 홍시영도 극찬을 하는 거보니 이참에 대못을 박아 천박한 입을 막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시원시원해서 좋구먼. 그럼, 시작해볼까?"

피닉스는 하피의 제안이 마음에 쏙 들었는 지 피우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는 씨익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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