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단장 이세하] 운증용변 STD 【 18 】 용들의 전쟁(4)

가람휘 2016-01-2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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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단장 이세하] 운증용변 STD(雲蒸龍變 Seha The Dragon)









【 】 용들의 전쟁(4)



5


 “어, 어찌 네놈이! 영지가 어찌하여 네놈 같은 배신자를!”


 헤카톤케일 타입이 된 보아를 올려다보며 브리트라가 소리치자, 보아가 대답했다.


 “배신자? 아니지. 네가 모시는 자는 참모장이 만들어낸 거짓된 존재. 그리고 나는 영지가 인정한 진정한 용. 그렇다면 과연 배신자는 어느 쪽인가. 영지에게 선택받은 나인가, 영지에게 인정받지 않은 자를 따르는 너인가.”


 하늘 저 높은 곳에 있을 보아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거대한 몸체에 어울릴 만큼 거대한 목소리.

 신서울에 나타났던 헤카톤케일의 경우 영혼 없이 육체만이 움직이는 터라 대화를 하지는 못하였지만, 그 포효만은 분명 살갗이 떨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이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되어 잔잔히 전해지자, 그 울림은 대기를 뒤흔들다 못해 균형을 잡고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

 유리와 미스틸은 이미 넘어져버렸고, 세하와 슬비도 자세를 낮춘 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웃, 기지 마라아아아아──!”


 보아의 말에 잔뜩 흥분한 브리트라가 자신의 검을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마치 한지에 붓으로 선을 그은 것처럼 불꽃이 허공을 덮으며 폭발했다.

 그 폭발은 명백히 보아를 향한 것이었으나─


 “하찮구나. 정말로 하찮아.”


 보아에게는 정말 미세한 영향조차 끼치지 못하였다.


 “분명 나와 같은 존재였으며, 그 힘은 틀림없이 나의 호적수라 부르기 부족함이 없었건만. 지금은 이정도로 차이가 나는 건가. 정말… 부질없구나.”


 계속되는 브리트라의 공격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렇게 중얼거리는 보아.


 “크아아악! 뭣 하는 거냐, 인간들! 어서 공격해라! 동맹을 깰 셈이냐!”


 그런 보아의 태도에 브리트라가 광적으로 소리지르며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러댔다.

 동맹을 지킨다면 분명 보아를 공격하는 것이 맞겠지만, 두 S급 차원종 중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양쪽 모두 차원종인 이상, 어느 쪽이 승리하든 인간에게는 희망이 없으니까.


 그리고 굳이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지나친 위압감에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저 기절하지 않고 의식을 붙잡고 있는 것이 한계.


 “흠….”


 그런 브리트라의 외침에 검은양을 힐끗 바라 본 보아는, 당장 그들이 공격할 태세는 보이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뒤 브리트라를 걷어 차버리고는 용의 궁전을 바라봤다.


 “우오오오오오오오…!”


 그러자 앞쪽으로 튀어나온 그의 두 뿔 사이로 위상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분명 투명하고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할 위상력이 한 점에 지나치게 응축된 나머지 황금빛의 색을 띄기까지 하였다.


 “하아아아아아아앗!”


 그렇게 모여든 위상력의 구체는, 보아의 기합과 함께 한 줄기 빛의 창이 되어 궁전을 향해 쏘아졌다.

 보아가 시선을 하단에서 상단으로 옮김에 따라 보아가 쏜 레이저 또한 하단에서 상단으로 움직여, 마치 광선검을 휘두른 것처럼 용의 궁전을 통째로 횡단하였다.


 자욱이 피어오르는 흙먼지. 허나 흙먼지는 퍼지지도 못하고 바깥으로 밀려났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움직여 흙먼지를 밀어내듯이.

 그리고 그 너머에서 다리를 꼬고 왕좌에 앉아있는 펜드래건의 모습이 나타났다.


 “흠…. 결국 영지는 네놈을 택한 것인가. 브리트라가 선태받기를 기대했건만, 꽤나 실망스럽군.”


 눈에 위상력을 집중시켜도 그의 모습을 간신히 볼 수 있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는 뚜렷하게 들려왔다.


 “왕의 기대에 어긋난 이 불충! 목숨으로─!”


 펜드래건의 말을 들은 브리트라가, 그대로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쿠웅!’하고 큰 소리가 날 만큼 세게 머리를 박고 큰절을 한 뒤 일어나 자신의 검을 역으로 쥐어 배를 꿰뚫으려 하였다.


 “됐다. 영지가 놈을 택한 것이니 별 수 없지. 여기서 죽으면 성가시다. 물러나도록.”


 그런 브리트라를 펜드래건이 건성으로 말리며 손을 휘젓자 브리트라가 다시 한 번 바닥에 머리를 박더니 그대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펜드래건은 그제야 보아를 바라봤다.


 “감히 이 몸을 내려다보다니, 방자하기 짝이 없구나.”


 펜드래건이 보아를 올려다보며 오른손을 뻗고는 펼쳐진 그 손을 다시금 쥐자, 보아의 주변에 무수히 많은 진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각각의 진에서 무수한 폭발이 쏘아졌다. 그것은 이미 폭발이라기보다는 레이저나 다름없을 만큼 막대한 위상력의 집약체였다.


 그 한발 한발이 전부, 지난 신서울 사태 때 아스타로트에게 조종당하던 헤카톤케일이 해방되며 마지막으로 데미플레인에 타격을 주기 위해 쐈던 레이저와 대등한, 어쩌면 그보다 더 강할지 모를 정도의 위력을 가졌다.

 그것이 두 눈으로 도저히 셀 수 없을 만큼 무수히 쏟아진다.


 보아를 기준으로 봤을 때, 저 엄청난 크기의 레이저들은 물줄기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았기에 마치 빛의 비가 내리는 것 같기도 하였다.

 그리고 보아가 그렇게 무수히 많은 폭발에 휘말리던 도중


 투, 콰아아아아앙!


 자신 또한 레이저를 쏘았다.

 보아의 레이저는 펜드래건이 앉아있는 왕좌에 직격했고, 잠시 후 양측 모두 공격이 일순 멈추었다.


 “호오. 영지의 백업을 받으면 한낱 미물이라도 이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는 것인가.”


 펜드래건이 감탄하며 말했지만, 그 말투와는 대조적으로 그에게는 생체기 하나 나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보아 역시 마찬가지.

 필시 서로 전력을 내보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 이것은 어떠냐.”


 펜드래건이 하늘로 손을 뻗자, 하늘 저 높은 곳, 보아의 머리보다 더 높은 곳에 거대한 진이 수없이 겹쳐졌다.

 그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무수히 겹쳐진 진은 일제히 거대한 빛을 내뿜으며 레이저를 쏘아냈는데, 그 레이저들은 레이저 하나를 중심으로 회전하며 겹쳐져, 거대한 나선형의 쐐기가 되어 보아를 향해 떨어졌다.


 “흠…!”


 그것을 본 보아가, 아래를 힐끗 바라 본 뒤 자신을 향해 낙하하는 빛의 쐐기를 노려봤다.

 낙하하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 천천히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피할 수 있을 만큼 느리다.

 다만 저것을 회피하면 이 주변 일대가 완전히 초토화되어 버린다. 저 쐐기에는 그 정도의 위력이 담겨 있었다.


 이곳에서 펜드래건의 수하들과 싸우는 자신의 동포들도, 비록 적이라곤 하지만 같은 일족인 펜드래건의 수하들도, 그리고 용의 영지 자체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큰 피해를 입고 만다.


 ─내게는 그 정도의 피해를 감수하고, 복구할 만 한 능력이 있다. 너는 어떠하냐.


 펜드래건은 저 빛의 쐐기를 통해 보아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쯧.”


 보아가 혀를 찼다.

 확실히 그 정도는 자신도 감수할 수 있고, 용이 된 지금 그 피해를 복구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허나 자신의 동포들을, 얼마든지 더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해서 소모품 취급을 할 생각은 없었다.

 하물며─


 “유리야! 너무 가까이 가지 마!”


 자신을 걱정하는 얼굴로 다가오고 있는 저 인간의 전사, 자신을 살려준 생명의 은인까지 휘말리게 된다면 더 생각할 여지도 없다.

 죽일 수 있음에도 살려 준 은혜는 확실히 갚는다.


 “쿠으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기합인지 포효인지 알 수 없는 것과 함께 보아의 두 뿔 사이에 빛이 모여들어 구체가 된다.

 그 구체는 점점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폭풍과 같은 기세가 되어, 하늘에서 낙하하는 빛의 쐐기를 향해 쏘아졌다.


 위, 아래에서 각각 쏘아진 나선형의 레이저가 서로 맞부딪힌다.

 이 주변을 몽땅 날려버릴 충격을 각오하며 검은양이 몸을 웅크리고, 용이 그 결과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두 힘이 서로 상쇄되어 아무런 충격도 없이 소멸했다.


 “하하하하하하! 그저 힘에 힘으로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힘을 상쇄시킨다! 제법이구나!”


 그것을 본 용이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힘으로 힘을 상쇄. 털실로 만든 옷의 한 끝을 잘 잡고 당기면 서서히 옷이 풀어지는 것처럼, 위상력으로 만들어진 빛의 쐐기를 다시 풀어헤쳐 위상력으로 되돌려 흩어지게 만든 것.


 당연히 인간중에는 그 누구도 해낼 수 없는 기교.

 마치, 용이라 하여 무식하게 힘만 내뿜을 줄 아는 게 아니란 걸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펜드래건의 공격조차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은 곧, 검은양의 공격쯤은 온전히 발동도 되기 전에 소멸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


 용의 위광, 즉 제 3위상력의 유무를 떠나서 자신들의 공격이 용에게는 닿을 수조차 없다.

 그 사실을 검은양은 뼈에 사무치게 깨달았다.


 “예상한 바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지만, 네놈이라면 제법 재밌는 상대가 될 것 같구나. 그래, 어찌 할 테냐. 보아하니 아직 힘을 온전히 쓰지 못하는 것 같은데, 이대로 계속 싸울 것이냐? 아니면─“


 “…돌아가겠다 하면 돌아가게 놔두겠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안 그래도 인간─ 이 몸의 오리지널이 성장할 때 까지 기다리는 것도 지겹던 참이었다. 네놈이라면 이몸의 무료함을 조금쯤은 달랠 수 있을 것 같으니, 제대로 준비를 하고 다시 짐을 알현하도록 허락하마.”


 막 용이 된 참이기에 아직 자신의 힘을 온전히 다루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의 최대 출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며, 온전한 힘의 조절도 불가능하다.

 그 사실을 스스로도 깨닫고 있었던 보아이기에, 펜드래건의 제안은 제법 달콤한 것이었다.


 “…….”


 용의 제안에 잠시 고민을 하듯, 용을 노려보던 보아가 몸을 돌렸다.


 “돌아간다!”


 그리고 그가 포효하자 멀찍이서 들려오던 전투의 소리, 차원종끼리 싸우던 소리가 멈췄다.


 “제대로 용의 이름에 적합해진 뒤 돌아오도록 하거라. 단, 다음 전장은 지상이다. 이 몸의 영토를 이 이상 파괴할 수는 없으니 말이지.”


 다음 전장은 지상. 그 말이 뜻하는 것은, 두 용이 지상에서 날뛰겠다는 바이다.

 그랬다간 틀림없이 지상이 폐허가 되어 버린다.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펜드래건에게 항의를 할 수 있는 이는 적어도 이 자리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


 보아는 펜드래건의 말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그 거구를 움직이더니 거대한 차원문을 만들고는 그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펜드래건은 반 토막이 난 자신의 궁전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서 지상으로 돌아가 이 사실을 알리고 사람들을 대피시켜야만 한다.

 검은양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그 생각만이 남아 있었다.










이번주는 조금 시간이 남은 덕에 짬짬이 써서 금방 다음 편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축분으로 남겨두고 천천히 올릴까 생각도 해 봤지만, 그런 건 제 스타일이 아니라 그냥 다 쓰자 마자 바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용과 용의 전투는 잠깐의 텀을 두고 미루어 졌습니다.

다음 전장은 지상! 신서울 전역이 용들의 전장이 됩니다.

빠른 전개를 위해, 개인적으로 싫어해서 잘 쓰지 않는 '몇일 후' 패턴을 조금 남발 할 예정이지만, 부디 너그러이 용서 해 주시기를!


그럼 다음 편도 시간이 남는 대로 최대한 빨리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디오스!
2024-10-24 22:43:4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