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멘션 브레이커 Part.2 검은 해결사 카이넌스(2)
안gel리na 2016-01-26 1
여기는 검은양팀 본부... 라고 하기엔 좀 거창한 조그마한 회의실 정도의 방.
그곳에서 슬비는 카이넌스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슬비야, 누구야?"
긴 검은머리카락에 오른쪽 팔에 위상력을 제어하기 위한 기어를 장착한 서유리가 슬비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음... 이분은... 강남에서 조그마한 해결사 일을 하고 계시는 검은 해결사, 카이넌스 씨라고 해. 이번에 우릴 도와주기 위해서 오셨어. 카이넌스 씨, 여기는 저희 검은양팀 맴버들이에요."
"안녕하세요, 카이넌스라고 합니다."
슬비의 소개가 끝나자, 카이넌스는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환하게 웃어보인 채,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
이에, 검은양팀 맴버들의 반응은...
"..."
여전히, 게임기를 붙잡고 정신없이 손가락을 움직이며 자신이 낼 수 있는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이세하.
"헤에~ 반가워요. 전 서유리라고 해요!"
활기차게 웃으며 카이넌스에게 악수를 청하는 서유리.
"안녕하세요, 전 독일에서 온 미스틸테인이라고 해요. 테인이라고 불러주세요."
서유리와 똑같이 환하게 웃으면서 나타난 미스틸테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 흠냐아아... 어, 카, 카이넌스?!"
백발의 균형잡힌 몸매, 그리고 선글라스가 어울리는 사나이, 제이가 카이넌스를 보자마자 졸던 모습을 던져버리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랍쇼? 제형! 제형, 검은양팀이셨어요?"
카이넌스도 깜짝 놀라며 제이에게 되묻기 시작했다.
"어? 제이 아저씨랑 아는 사이셨어요?"
"그야, 어제도 같이 형제의 술잔을 기울인 사이니까요! 형님, 집에는 잘 들어가셨어요?"
슬비가 의아하면서도 기쁜 얼굴로 물어보자 카이넌스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대답하고는, 다시 제이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형제의 술잔을 기울인 정도면, 제이와 카이넌스는 어지간히도 친한 모양이다.
"으으... 내가 진짜 너랑 마시면 한도 끝도 없다, 야..."
"햇님, 내가 그니까 자뭉이술 먹자니까, 무슨 첨이술 빨간 걸 드시자고 그러셨어요?"
"니가 먹자고 했잖냐...!"
능청스럽기 짝이 없는 카이넌스의 말에 제이는 일그러진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카이넌스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제이와 카이넌스는 같은 차원전쟁 참전자로써 어찌 보면, 전우라고 할 정도로 제법 안면을 튼 사이이기도 하다.
제이는 카이넌스가 디멘션 브레이커라는 걸 알고 있었으며, 카이넌스는 제이의 전** 시절을 잘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차원전쟁 종전 후에는 이렇게 가끔씩 얼굴도 보면서 형제의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는 정도니, 서로에 관해선 제법 잘 알법도 했다.
"으으... 하아... 졌다..."
"뭐야, 세하, 너 아직도 게임하고 있었어?"
지쳐보이는 목소리로 세하가 입을 열자 옆에 있던 유리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어...? 누구야, 저 사람?"
"이제 알아보는 거니, 이세하...!"
입을 멍하니 벌리며 그제서야, 카이넌스를 알아보는 세하는 슬비의 화를 돋우는 데 탁월했다.
"세하 씨, 맞으시죠? 그 던전, 쭉 가서 왼쪽으로 가면 버그 있는 데?"
"에엑?"
카이넌스가 피식 웃으면서 세하가 든 게임기를 가리키며 말하자, 세하는 살짝 놀란 얼굴로 다시 게임기를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게임에 관한 거면 세 끼 밥보다 더 좋아하는 검은양팀의 맴버, 이세하!
차원전쟁의 영웅인 어머니의 억지로 검은양팀에 들어온 클로저라지만, 게임에 대한 열정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봐요, 카이넌스 씨... 세하, 쟤 게임... 광이라구요. 게임광. 게임 밖에 몰라서 게임 얘기해주면..."
"게임광이요? 걍 폐인이 아니구요?"
세하를 그나마, 좋게 얘기해주려는 슬비의 마음도 이해해주지 못한 카이넌스는 시쿤등한 표정으로 대답할 뿐이였다.
"윽...!"
"어, 진짜 버그있네? 고마워요, 카이넌스 씨."
카이넌스의 지적으로 슬비가 뜨끔한 것도 모르고, 세하는 버그를 찾아준 카이넌스에게 오늘 하루 중, 가장 활기찬 톤으로 말했다.
"이세하, 이 바보 멍청이야아아!!"
"으아아악!!"
결국, 참다 못한 슬비가 세하의 비명과 함께 양볼을 쫙 잡아당기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아하하하!! 결국, 이럴 줄 알았다니까~"
"으휴..."
"세하 형..."
자주 보는 광경인 듯이, 유리와 제이, 테인이 각자의 반응을 띄며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어찌보면, 참 세하와 슬비는 제법(?) 어울려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흐음... 아무튼, 슬비 씨? 제가 어떤 걸 도와드리면 될까요?"
"이익...! ... 네? 어머, 내 정신 좀 봐! 죄송해요, 카이넌스 씨..."
세하의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는 지, 카이넌스가 한마디해주자, 슬비는 세하를 내팽겨처버리고 카이넌스에게 사과하기 바빴다.
"아뇨, 뭐... 해결사 나부랭이인 제게 남은 건 시간 뿐이니까요..."
"풋, 해결사 나부랭이라... 네가?"
무덤덤하게 얘기하는 카이넌스에게 제이는 피식 웃으면서 비아냥거리는 듯해보였다.
"에이~ 형님도 참, 저는 걍 해결사 나부랭이라니까요... 오늘 슬비 씨랑 만나지도 않았으면 걍 사무소서 세하 씨처럼 노가다하고 있을 판국이였구먼... 애초에, 햇님이 저한테 그렇게 말할 처지는 아니잖수?"
제이의 비아냥에 카이넌스도 똑같이 비아냥거리며 어깨를 들썩일 뿐이였다.
"임마, 너 내 꼬라지가 어떤 지는 아냐?'
"햇님이야 말로, 내가 집세 때문에 즐기라는 게임으로 일하듯이 기계마냥 몹들 잡는 건 알고 계슈?"
"차라리, 집세 때문이면 양반이지, 요 녀석아!"
"내 인생 좌우명 뭔 지는 아쇼!! 게임은 무조건 즐기라, 이거요! 근데 내가 왜 즐기라고 있는 게임을 기계마냥 재미있든, 없든 기계마냥 계속해야 하냐고!!"
"임마, 어제했던 얘기 또 재탕, 삼탕하냐..."
"아오오!! 내가 형님이랑 어제 술만 안 마셨어도 한 달치 집세가 고스란히 있었을 겁니다!"
"어이, 김짠돌...! 니가 어제 낸 술값 2만원도 안 나왔거든?"
"... 저기, 카이넌스 씨, 제이 아저씨??"
아저씨(?)들의 다툼에 질려버린 슬비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두 사람을 말리기 위한 타이밍을 제고 있었다.
냉정침착하게 임무를 수행하기로 김유정도 인정한 그녀였지만, 아저씨(?)들의 사정에 냉정침착함이 사그라지리가도 했나 보다.
친할수록 자주 싸운다고, 제이와 카이넌스의 사이가 얼마나 돈독한 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고 말이다.
"... 이제 보니, 카이넌스 씨도 아저씨였네."
"그러고 보니, 카이넌스 씨... 제이 아저씨랑 형님형님 하는 거 보면..."
"그러게요..."
이를 지켜보던 나머지 맴버들도 한마디씩하며 아저씨(?)들의 사정에 그리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드르륵~!
"어머, 다들 여기 모여있었네? 음, 당신은??"
이 때, 갈색 긴 머리카락에 얇은 청색 코트를 입은 검은양팀의 관리요원인 김유정 요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 유정언니... 이 분은 카이넌스 씨라고, 강남에서 해결사 일을 하시는 분이신 데요... 이번에 저희를 도와주겠다고 하셔서요."
"... 카이넌스 씨... 라고요?"
슬비가 카이넌스에 대해서 소개하자, 유정은 살짝 날카로운 눈빛을 띄며 카이넌스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검은 해결사의 카이넌스라고 합니다. 도와드릴 일이 있다면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유정의 날카로운 눈빛에도 카이넌스는 다시 특유의 익살스러움을 나타내며 유정에게 먼저 인사를 하였다.
"... 알겠습니다. 슬비야, 어떤 일을 도와달라고 할려는 거니?"
"아... 그게요..."
"그니까 말이야, 이 A급 요원 김기태님의 보좌를 꼴랑 너같은 해결사 나부랭이가 해준다, 이거냐? 나 참, 검은양 녀석들은 왜 이 A급 요원인 김기태님의 보좌를 미인이 아닌 이런 칙칙하기 짝이 없는 해결사 나부랭이로 보낸 거야? 앙? 차라리 그 전에 봤던 좀도둑 여자가 낫겠는 걸?"
"..."
강남 CGV의 한 사거리.
특경대 사람들과 이런 저런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는 이곳에서 카이넌스는 자칭, A급 요원이라 떠드는 김기태 요원을 보좌하는 부탁을 슬비로부터 받게 되었다.
- 강남 CGV 근처의 쇼핑몰 일대는 지금 차원종들이 우글대는 곳이에요. 그런데 그 일대에 처음 나타난, A급 차원종이 발견됬다는 정보가 들어왔어요. 카이넌스 씨가 슬비 부탁으로 오늘 이렇게 오셨으니까, 강남에 있는 김기태 요원과 함께 차원종들을 처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슬비가 직접 당신에게 부탁한 거라면, 당신의 실력을 믿어도 되겠죠?
- 아, 알겠습니다! 유정 씨.
"... 허어... 유정 씨 말씀대로 거기까진 좋았는 데...
- 오오~ A급 요원이라구요? 유니온의 A급 요원이라면 보좌할 맛 나죠.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해야겠는 데요? 더군다나, A급 요원과 함께 A급 차원종 레이드라면 제가 뭘 더 드려야할 정도라구요?
- 네, 네에... 부탁드릴게요, 카이넌스 씨. 에... A급 요원이시니까 카이넌스 씨한테 많은 도움이 될 거에요.
"... 내가 슬비 씨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은 게 문제겄지... 어휴..."
카이넌스는 유정과 슬비의 말을 떠올리며 땅이 **라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자칭, A급 요원인 김기태가 있다고는 하지만 여태까지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차원종, 그것도 A급으로 추정되는 놈이 강남 쇼핑몰 일대에 나타났다는 정보는 검은양팀의 리더인 슬비로써 난감하기 짝이 없는 문제였다.
김유정도 이를 곤란하게 생각하고 있던 터라, 검은양팀 맴버 전원을 데리고 그 A급 차원종을 상대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하지만, 오늘 슬비가 만난 카이넌스는 무려, 차원전쟁에서 차원종들을 학살하고, 또 학살한 그 디멘션 브레이커의 리더였던 위상능력자가 아닌가?
슬비에게 있어서 카이넌스란 전력은 앞으로 검은양팀의 전력에 두고두고 큰 도움이 될테니 이번 기회에 그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는 지도 확인해볼 겸, 좀 미안하지만 김기태를 보좌하는 선에서 그 A급 차원종을 처리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아앙? 너 지금 혼자 뭐라고 했냐, 앙?"
"신경쓰지 마십쇼, 혼잣말이니까..."
김기태의 짜증스런 태도에 벌써부터 짜증이 가득찬 카이넌스는 귀찮듯이 대충 대꾸해버렸다.
알만한 사람은 안다는 김기태의 오만방자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지만, 귀차니스트인 카이넌스와의 조합은 그야 말로,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슬비에게 듣기로는 유니온의 A급 요원이라는 데, 카이넌스는 아무리 봐도 허세만 가득찬 찌그레기 클로저로 밖에 보이지 않으니 원래 부정적인 카이넌스의 시선이 더 부정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봐, 너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 지는 알아, 앙?"
일개 해결사 나부랭이(?) 카이넌스에게 무시를 받은 김기태는 카이넌스의 멱살을 콱 잡고 턱을 높게 세우며 위협을 주기 시작했다.
"A급 요원 김기태 씨 아닙니까? 근데 왜 난데없이 멱살을 잡습니까?"
김기태의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고 카이넌스는 여전히 귀찮음이 가득한 얼굴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너 이자식, 그걸 아는 놈이 태도가 그 따위냐? 앙?"
"내가 검은양팀 분들한테 부탁받아서 이러는 거지, 원래대로라면 우리 A급 요원님과 볼 일도 없었을 겁니다?"
"하, 나... 일개 해결사 나부랭이 주제에 검은양놈들에게 부탁 좀 받았다고 가오가 아주 살으셨네? 그치?"
"그러는 우리 A급 요원 김기태 씨는 유니온에서 좀 인정이라도 받으신 건 지, 아닌 지는 몰라도 가오가 많이 살으신 거 같으세요? 원래는 폐급 요원 잉여기태 씨 아닙니까?"
"야, 너 진짜 죽고 싶냐?"
"아 진짜 그지 같네... 당신, 차원종 몇 마리 잡는다고 그 따위로 할 거면 당장 유니온이고 클로저고 다 때려쳐. 알겠어?"
"거기까지 하십시오! 지금 뭐하는 거십니까!"
점점 더 험악해지는 김기태와 카이넌스의 싸움에 보다 못한 특경대 전투복을 입은 짧은 머리카락의 우직함이 감도는 채민우 경정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나타났다.
"차원종들과 싸워야 할 판에, 같은 인간끼리 이렇게 감정싸움을 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아, 정말 명언이시네요. 전 그래서 좋게 하려는 데 여기 이 폐급잉여가 돼지 멱따는 소리만 지껄이지 않습니까?"
채민우 경정의 우직한 톤의 목소리에 카이넌스는 얼싸 좋다면서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뭐? 돼지 멱따는 소리? 진짜 죽고 싶나아아아!!"
퍽!!
"크아아악!!"
쿵!
결국, 폭발해버린 김기태의 주먹과 함께 카이넌스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김기태 요원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거 놔, 이 빌어먹을 자식!! 죽여버리겠다아!!"
채민우 경정은 김기태의 양 어깨를 뒤에서 팔로 감싸면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를 말리기 바빴다.
"으으윽...! 퉷! 역시 폐급잉여답구만... 감정조절장애신가? 아앙?"
입에서 피를 뱉으며 입가에 묻은 피를 닦은 카이넌스는 피식 웃어제끼면서 김기태를 더 자극하기 시작했다.
"카이넌스, 당신도 좀...!"
쿠우웅!!
채민우 경정의 말을 끊고, 서쪽에서 갑자기 커다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흐음... 그 A급인 지 폐급인 지 하는 차원종인가?"
김기태의 놀란 얼굴과 달리, 카이넌스는 여전히 특유의 귀차니즘이 가득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거릴 뿐이였다.
하긴, 차원전쟁에서 수많은 차원종들을 학살하고 다녔다시피 살아온 카이넌스라면 이런 커다란 소리에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는 게 당연할 것이다.
"어이, 어이~ A급 요원 김기태 선생님? A급 요원의 실력을 보여주십시오. 저어기 그 A급 차원종인 지 뭔 지하는 놈이 나타난 모양인 데 말입니다? A급 차원종에는 역시, A급 요원아니겠습니까? 빨리빨리 움직이란 말이다 폐급자식아..."
"이 자식이, 마지막에 왜 폐급자식이라는 거야아!!"
"지금 그렇게 한가롭게 떠들 땝니까아!!"
A급 차원종이 나타났을 지도 모른 마당에 한가롭게 떠드는 두사람이 채민우 경정의 화를 돋을 뿐이였다.
쿠우웅!!
무려 5m에 다다르는 엄청난 키에 새까만 거인의 형태를 띄고, 얼굴은 무슨 금방이라도 녹은 거 같이 괴상하기 짝이 없는 괴물(차원종?)이 강남 CGV 사거리에 나타났다.
쇼핑몰 일대에 나타났다는 이 거대한 괴물이 어째서 갑자기 이 강남 CGV까지 순식간에 나타났단 말인가!
"꺄아아악!!"
포망마차 여우네의 소영 씨가 커다란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와우... 요즘 차원종놈들은 이런 놈도 만들어내는구나? 3년 전이랑 다르게 기술력도 좋아졌는 걸? 내 PSP도 좀 고쳐주지..."
"지금 그런 한가한 소리할 때냐, 이 해결사 나부랭이 자식아아!!"
"A급 요원이면 A급 답게, A급 차원종이나 죽이고 오란 말이다아!!"
"임마, 넌 그런게 A급에 목숨을 거는 거냐아!!"
"댁이 A급 요원이라고 말끝마다 붙이고 다녔잖아!!"
쿠우웅!!
계속되는 김기태와 카이넌스의 만담이 시끄러웠는 지 괴물 차원종은 커다란 발소리를 내며 두 사람의 대화를 끊어버렸다.
"으아아아악!!"
"어, 어이이!! 이 빌어먹을 에이끕 요워어원!!"
김기태가 먼저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가버리는 마당에 카이넌스는 버럭 욕을 내뱉으면서 따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A급 요원이니, 디멘션 브레이커니, 하는 짓하고는 둘 다 거기서 거기인 작자들임엔 틀림없는 순간이였다.
"왜, 왜 따라와아아!! 너 검은양놈들한테 저놈 잡으라고 부탁받았다며어어!!"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아!!"
"이, 이 A급 요원 김기태님이 저런 징그러운 놈을 잡아**단 말이냐아아!"
"이런 빌어처먹을, 당신 그냥 당장 유니온 때려처어!!"
쿵! 쿵! 쿵!
괴물의 거대한 발소리와 함께 김기태와 카이넌스는 도망치는 와중에도 만담을 끊지 못했다.
어지간히도 만담에 최상의 호흡을 발휘하는 두 사람이였다.
"이런 망하알!!"
콱!
"어, 어이!!"
"저 괴물자식 시선이나 끌으란 말이다아아!!"
결국, 슬비의 부탁을 다시 떠올린 카이넌스는 김기태의 뒷덜미를 잡고 그대로 괴물 차원종을 향해 던져버렸다.
"으아아악!!"
"쿠오오오!!"
김기태가 눈앞에서 날아들어오자 괴물 차원종이 거대한 팔을 휘두르며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위상력 증폭!"
파지지직!
카이넌스가 온몸에서 힘을 짜내자 그의 주위로 핏빛의 기가 정전기를 일으키며 감싸돌기 시작했다.
"아, 아니...! 개방이 아니고 증포...!"
탁!
퍼어억!!
"쿠오오오~!!"
김기태가 카이넌스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랄 틈새도 없이, 카이넌스는 순식간에 날아올라 괴물의 면상을 때려 괴물을 넘어쓰러뜨리게 했다.
괴물 차원종은 카이넌스의 주먹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힘에 나가떨어질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쿠우웅!!
털써덕!
"크아악!!"
괴물이 드러누운 발앞에 김기태가 비명을 지르면서 떨어지고 말았다.
이어서, 괴물이 쓰러지면서 팔에 부딪힌 건물들이 무너지면서 강남 사거리에 굉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김기태의 눈에는...
"... 내가 진짜 이 위상력 증폭, 안 쓸라했는 데... 그런 어린 애들까지 네놈들 때문에 손에 피를 묻어가잖냐... 아앙? 이 빌어처먹을 자식들아아!!"
퍼버버벅!!
눈이 검붉어지고 입에서 송곳니가 생기며, 양 팔이 핏빛의 거대한 이형의 팔이 나타난 카이넌스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괴물 차원종의 안면을 무서운 속도로 내려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A급 차원종이라하면은 네임드급에 다다르는 엄청난 차원종이라 클로저 부대가 나서서 처리해야할 정도인 데, 카이넌스는 이런 거대 차원종을 혼자서, 그것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던 것이다!
"저, 저놈... 설마... 그 차원종학살자인 디멘션 브레이커!!"
김기태는 입을 떡하니 벌리며 거대 괴물 차원종을 때려눕히는 카이넌스를 보고 소리칠 수 밖에 없었다.
아에 자칭, A급 요원은 아니였는 지, 김기태 선생도 디멘션 브레이커에 대해서 알고 있던 모양이다.
"쿠어어어..."
퍼버벅!
"어이, 너 A급이라며? A급이면 A급 답게 날 재밌게 해달라고? 아앙? 니 발밑에 있는 폐급잉여처럼 너도 입만 살은 폐급 차원종 찌그레기였냐? 아앙?"
괴물의 비명이 다 내뱉기도 전에 카이넌스는 계속해서 주먹을 내지르며 짜증을 내뱉기 시작했다.
카이넌스 주위로 초록빛의 피가 튀기기 시작했고, 주위에서 공포에 떨던 사람들은 이제 괴물 차원종이 아닌, 카이넌스의 이성을 잃은 무차별 학살에 새로운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눈에는 이제 카이넌스는 인간도, 차원종도 아닌 그저, 진짜 괴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너네들, X신 같은 놈들 때문에 허구헌 날, 꼬꼬마들이 맨날 개같이 개고생하는 거 아니야...! 나도 네놈들 때문에 개같이 고생하는 거고, 아앙!!"
"어이, 김태호. 거기까지만 해. 너 눈 돌아갔어."
이성을 잃은 카이넌스의 뒤에서 갈색 머리카락에 안경을 쓴 검은색 코트를 입은 카이넌스 또래의 남자가 카이넌스의 어깨를 잡았다.
"... 헉...! 헉... 헉...! 카인...!"
카이넌스가 거친 숨을 내쉬며 몸 주위에 파지직거린 핏빛의 기를 거두며 뒤를 돌아봤다.
카인은 카이넌스와 같은 디멘션 브레이커의 맴버로 차원전생의 영웅이자 세하의 어머니인 알파퀸도 인정한 엄청난 검술실력을 가진 클로저로 빙검성으로 불려지며 자신의 검에 얼음의 기를 깃들게 하여 차원종을 얼려베는 검사였다.
카이넌스가 피를 튀기며 무차별적으로 차원종들을 학살했다면, 카인은 피 한방울도 나지 않게 얼려베는 식으로 주위를 순식간에 베어버리는 냉정침착의 스타일이였다.
그로 인해, 성급하기 짝이 없는 카이넌스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등을 맡길 수 있는 친구이자, 죽마고우이기도 했다.
"너, 위상력 증폭... 안 쓰기로 했잖아? 왜 갑자기 쓴 거야?"
"..."
카인의 말에 카이넌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뿐이였다.
보통, 위상능력자들은 위상력 개방이라는 기술을 통해서 자신의 위상력을 개방시켜 일시적으로 더 강한 힘을 구사할 수 있는 데, 카이넌스와 카인이 있던 디멘션 브레이커의 맴버들은 위상력 개방의 상위단계라 알려진 위상력 증폭을 시전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위상력 증폭은 위상력 개방과 비슷한 케이스지만, 몸 주위로 위상력이 정전기가 일렁이듯이 파지직거리며 시전자의 힘을 일시적으로 폭발적으로 올려주는 기술로 시전 후에는 시전자의 몸에 무리가 많이 가는 기술이라고 한다.
디멘션 브레이커 맴버들이 다른 클로저들과 다른 힘을 구사할 수 있던 게 여러가지 있다지만, 바로 이 위상력 증폭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하여간... 그 A급 차원종은 디에서콱이라는 합성차원종이야. 얼굴만 녹아진 것처럼 괴상하기 짝이 없어 보이지? 피닉스 형이 차원전쟁에서 상대했던 같은 합성차원종인 아페서샥의 살아남은 형제라고 하나봐. 우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나타난 모양이야. 즉, 새로운 A급 차원종은 없다는 거지."
"... 야, 어째 뒤에서 콱이랑 앞에서 샥 같지 않냐..."
검은 코트의 사나이, 카인의 말에 카이넌스는 살짝 눈을 가늘게 띄며 그에게 말했다.
디에서콱과 아페서샥은 쌍둥이 형제 합성차원종으로 차원전쟁 때 제법 클로저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리긴 했으나 카이넌스와 카인과 같은 디멘션 브레이커의 맴버인 피닉스와의 전투로 형인 아페서샥이 죽어버렸고 이를 복수하기 위해 차원전쟁 종결 후에 복수의 기회를 노리기 위해 힘을 늘린 동생인 디에서콱이 강남 CGV 사거리에 나타난 것이다.
다만, 힘을 길러 복수를 하러 온 디에서콱이 결국, 카이넌스와 만나 허무하게 죽어버린 게 안타깝지만 말이다.
"헉, 헉...! 카, 카이넌스 씨!"
이 때, 슬비가 제이와 함께 헐레벌떡 뛰어나타났다.
임무 도중에 강남 사거리에서 갑자기 나타난 A급 차원종에 대한 속보를 알게 된 검은양팀은 리더인 슬비와 차원전쟁 참전자인 제이를 얼른 보냈지만, 늦게나마 현장에 도착한 것이다.
"음? 저 애들은? 아는 사이야?"
"... 아, 조금."
카인이 뒤돌아보며 검은양팀을 바라보며 묻자, 카이넌스는 피식 웃으면서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슬비와 제이가 숨에 헐떡거리는 모습을 보고 카이넌스는 그래도 검은양팀이 단순히 위상력을 가진 애들이 모인 그룹이 아닌 걸 알 수가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차원전쟁에 나타난 그 아페서콱과 똑같은..."
"그니까 앞에서 콱 아닙니까, 제형..."
안 그래도 여러가지 잡다한 병을 많이 달고 사는 마당에 뛰어오느라 숨이 턱턱 막히는 제이가 간신히 내뱉는 말에 카이넌스는 그저, 그가 안쓰러워 보일 뿐이였다.
"뭐야, 제이 씨... 잖아? 유니온에 복귀하신 거야?"
"뭐... 그런갑다. 형님도 언제까지 날백수로 하실 순 없잖냐?"
카이넌스와 마찬가지로 나름대로 카인도 제이와 나름대로 안면이 있던 모양이다.
"카인, 너도 있었나..."
"예, 제이 씨. 몸은 괜찮은신가 모르겠네요."
제이가 선글라스 뒤에 가려진 날카로운 눈빛으로 카인은 노려보자, 카인이 그걸 눈치라도 챘는 지 똑같이 날카롭게 눈을 띄며 말했다.
"뭐... 나머지는 우리 유니온 분들께 맡기도록 할까? 이걸로 임무완료구먼. 가자고, 박정인이."
"으휴... 그래, 인간아..."
카이넌스가 다시 귀차니즘이 가득한 얼굴로 머리를 긁으며 말하자 카인은 한숨을 푹 내쉬며 카이넌스에게 말했다.
아페서콱의 시체를 밟으면서 걸아가는 두 사람은 바로, 슬비와 제이와 마주치기 시작한다.
"슬비 씨, 보수는 이 계좌로 보내주십쇼. 한 푼이라도 안 주시면 유니온에 신고하든 뭘 하든 반드시 받아낼테니까 그리 아시구랴."
카이넌스는 자신의 통장계좌번호가 적혀진 메모지를 슬비에게 건내주면서 익살스럽게 말했다.
차원전쟁 때도 유감없이 발휘댄 돈에 관한 집착은 그나마 조금 평화로워진 현재에선 마치, 신용불량자들을 조폭 비스무리한 사람들을 연출시킨다고 한다.
"훗... 걱정마세요, 카이넌스 씨.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슬비는 메모지를 받고는 활짝 웃으면서 카이넌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평소엔 차갑고 딱딱해보이는 그녀였기에 그런 그녀의 활짝 웃는 모습은 평범한 여고생으로 보일 지경이였다.
"어이, 카이넌스... 너 우리 리더의 이런 미소는 평생 보기 힘든 거거든?"
"그렇군요. 난 전** 시절의 형님이 더 보고 싶은 데 말입니다?"
슬비의 환한 미소에 이어서 제이가 살짝 짜증이 섞인 말투로 내뱉자니, 카이넌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능청스럽게 대답할 뿐이였다.
삐이이익!!
"거기 서라, 카인 세라이트!!"
"개 섯거라아아아!!"
이 때, 갑자기 후루라기 소리가 울려퍼지며 채민우 경정이 상사인 송은이 경정과 몇몇의 특경대원과 함께 나타났다.
"이런, 얼른 도망가야겠군."
"마, 니 특경대한테 뭔 짓을 했길래 그래!!"
카인이 혀를 차며 얼른 도망가려고 하자, 카이넌스는 버럭 소리를 내지르면서 자기도 모르게 같이 도망갈 자세를 취했다.
"아아... 나 사실, 유니온의 그 데이비드 리를 암살 시도하려다가 실패해서 쫓기고 있거든."
"에에?"
"뭐, 뭐야아아!!"
"야, 이 멍청아아아아!!"
이런 상황속에서도 냉정침착한 카인이 내뱉은 무시무시한 말에 슬비와 제이, 카이넌스는 저마다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데이비드 리라하면은 김유정의 상관으로 김유정에게 명령을 하달하는 자로써 검은양팀 맴버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던 마성의 남자였다.
하지만, 그런 데이비드를 디멘션 브레이커인 카인이 암살하려고 했다?
"자, 어서 도망가자, 카이넌스!"
"야, 이 웬수야아아아!!! 왜 나까지 도망가야 하는 데에!!"
"친구 좋은 게 뭐가 있냐고 밥 먹듯이 얘기한 거 너잖아! 그럼 검은양팀 여러분, 뒷수습 좀 부탁드릴게요~!"
"스, 슬비 씨이!! 나, 나는 암 것도 안 한 거 알죠!! 내가 이놈이랑 친구라고 돈 안 보내면 가만 안 둘껴! 으아아악!!"
카인이 슬비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먼저 도망가자, 카이넌스는 슬비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찌질한 얼굴로 부탁하고는 제빨리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다.
퍽!
"크아아악!!"
퍼벅!
"우아아악!!"
두 사람이 도망가는 과정에서 멍하니 쓰러진 김기태가 두 사람에게 밟히는 바람에 자칭, A급 요원으로써의 명성에 먹칠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아... 진짜... 저 두 녀석은 어떻게 하는 짓이 3년 전이고. 지금이고 똑같냐..."
"헤에~ 아저씨, 두 분하고 잘 아는 사이신가봐요?"
"... 그냥 아는 정도가 아니니까..."
슬비의 물음에 제이는 한숨을 내쉬면서 특경대로부터 젭싸게 도망다니는 카이넌스와 카인을 씁쓸하게 바라볼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