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그리고 타락천사 -1-

이슬비내리는이른아침에 2015-01-19 0



프롤로그 편 :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3&n4articlesn=655




25분 뒤, 의정부 폐허 외곽지역, 숙영지 텐트.

"...진짜 죽다살았네"

텐트안으로 병사들이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들어온다.

"그 신병 이름이 김철수던가... 그 녀석 안됐어. 전입오자마자 죽다니."

"쟈칼놈들, 그렇게 머리가 좋은 놈들이었나? 그런식으로 우릴 엿먹일 줄이야..."

"여태까지 그냥 단순 돌격만 할줄알았던 무식한 놈들이 갑자기 영악해졌어."

그들이 저마다 의견을 내며 방금전의 전투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중.

"이유야 어찌됐든 상관없어."

분대장 박인수 병장이 들어오며 말했다.

"분명한건 앞으로는 전투가 더 힘들어 질거라는거지."

"꼬일대로 꼬인 군생활..."

인수의 말에 분대원들은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보니 그 용병 여자애, 암만봐도 보통이 아니던데..."

"솔직히 말해서 그 녀석 아니었으면 우린 다 죽은 목숨아닙니까?"

"꽤 귀엽게 생겼던데..."

갑자기 분대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얀악마'라고 하셨죠?"

"그 애, 얼굴한번 보면 안되겠습니까?"

"...쓸데없는 소리하지말고 다음 명령이 하달될때까지 쉬기나해."

인수는 그렇게 텐트 밖으로 나가버린다.

"쳇, 아깝다."

"분대장님 목석같은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밖으로 나온 인수는 병원건물쪽을 바라보았다.

"지휘본부를 병원장실로 옮겼다고 했지..."

12사단 3중대가 주둔중인 폐허도시 외곽에있는 병원은 차원전쟁 이전에는 민간병원으로 활용되었지만 지금은 임시 군병원이자 3중대의 지휘본부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병원에 들어가는건 처음인데, 한번 물어봐야...응?"

무언가 익숙한게 눈에 띄었다.

"쿨...쿨...감자침 맛있어...음냐..."

'하얀악마', 송은이였다.

"복귀한지 얼마나됐다고 퍼질러자는거냐..."

하얀색의 반팔 티셔츠에 베이지색 핫팬츠를 입고 흰 양말과 함께 갈색 워커화를 신은 그녀는 소총을 머리맡에 세워두고 야시경과 전투조끼, 보호대를 착용한채 병원 밖의 벤치위에서 그대로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같은소속의 병사였다면 진짜..."

굳이 짓지않아도 되는 '하얀악마'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이유를 물어봤을때 "예전에 남들이 그렇게 불렀으니까. 그게 그냥 멋있어보여서 그렇게 지었다."라는 답변을 들었을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군인, 그것도 분대장으로써 뭐든지 원칙을 지켜 분대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인 그는 상식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볼수 없는... 흡사 어린애마냥 늘 제멋대로였던 은이를 인수는 좋게 볼 수가 없었다. 물론, 그녀는 고용된 용병으로써 반(班)민간인 신분이었지만 적어도 고생하는 병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지만...

"...그래, 이 녀석도 죽을고비를 넘긴건 마찬가지니까."

인수는 은이에 대한 불만을 누그러뜨렸다. 혼자서 적진 깊숙한 곳에 들어가 폭탄을 심고, 남은 적들이 자신을 공격하게 만드는 등의 위험을 자처하면서까지 분대원들을 구해준 그녀를 나쁘게 볼 이유는 없었다.

"흐아아암~"

은이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다. 아무래도 인수가 은이를 깨운 것 같았다.

"잠은 다 잤나?"

"아니, 아직 부족해..."

은이는 연신 졸린눈을 비볐다.

"기가막혀, 그렇게자고 또 잔다고?"

"몰라...잘래..."

다시 벤치위에 다시 누운 은이가 갑자기 뭔가 떠오른듯 물었다.

"근데...무슨일이야? 나한테 볼일있어?"

"너한테 낭비할 시간이 어디있...아차!"

그제야 인수는 정신을 차렸다.

"중대장님에게 보고하러 가야 하는데 너 때문에...!"

"난 잘못없다~"

"큭...!"

인수는 여유만만한 표정과 목소리로 결백을 주장하는 은이를 뒤로하고 자리를 떴다.




"...이제야 조용해졌네."

은이는 벤치에 누워서 하늘을 보았다.

"햇살이 따뜻하니 좋을씨고~ 헤헷~"

초봄이라 그런지 맑고 포근했다. 낮잠자기에는 딱좋은 날씨였다.

"역시 나한테는 용병생활이 딱 어울려~ 지긋지긋하게 업무에 시달리지도 않아도 되고, 그 답답한 특경대복을 입지않아도 되고. 바람따라 구름따라~"

특경대에 있을 당시에는 수준급의 전투능력 덕분에 몇달만에 경정이라는 직책까지 올라 신서울에서도 안전지대에 속했던 강남에 배치되었었지만 잇다른 사건으로인해 하루도 쉴틈이 없이 작전에 투입되어야만 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특경대로써의 생활이 그녀에게 나쁜 기억만 준 것은 아니었다.

"...그 애들. 지금쯤 잘 해내고 있겠지?"

은이는 그리운 얼굴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세하...슬비...유리...

"그 애들은 난민들을 어떻게해서든 구해주려 했는데 나는..."

차원종에 의해 집을 잃은 난민이나 노숙자, 부랑자 등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무허가 입주자들이 정부의 처우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반기를 들게되고 이는 곧 위험지역에 한해 반란군들이 각지에서 결성해 결국 대한민국은 차원전쟁 이후로 전례없던 내전에 휘말리고 말았다. 은이가 국군에 고용되어 배치된 12사단 3중대가 현재 작전중인, 신서울에서 북쪽으로 불과 몇 km도 채 안되는 한때 의정부라고 불렸던 곳에서 사실상 교전중인 쟈칼이라는 이름의 단체도 그런 반란군들중 하나였다.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보장교 언니?"

은이가 몸을 일으켜 바라본 곳에는 3중대 정보장교, 최서희 중위가 걸어오고 있였다.

"정찰 임무는 어땠어? 힘들지 않았어?"

"힘들긴~ 이 정도는 껌이지! 헤헤!"

안부를 묻는 서희의 말에 은이는 해맑게 웃었다.

"근데 아까 그건 무슨말이야? 그 사람들이 난민이 아니란 소리야?"

은이의 질문에 서희는 안경을 고쳐쓰면서 대답했다.

"그동안 들어온 반란군들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충성하라는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십중팔구는 노예로 삼는다는 내용이 빠지지 않아. 심하게는 학살까지..."

"그...그럴수가!"

그나마 남아있던 잠까지 싹 달아난 은이는 분노를 느꼈다.

"보통 반란군들은 정부를 전복시킨다는 목적하에 결성되기 때문에 그 수뇌부들은 권력욕에 눈이 멀어있을 수밖에 없지. 게다가 이 쟈칼이라는 단체는...수상하기까지 하고."

"수상하다니?"

은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기밀이라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움직임이 다른 반란군들과는 많이 달라. 영토확장에 혈안이 되어있는 다른 반란군들과는 달리 어느 특정지역에서만 움직임이 관측되고 그 외에 지역에서는 그다지 활동을 하지않는게 왠지..."

서희는 말하는내내 미심쩍어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흠, 그렇단 말이지..."

은이는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괘...괜히 말했나...;'

은이의 말에 서희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럼 난 회의에 참석해야 하니...으아아! 늦었다! 이를어째!!"

휴대폰 화면의 시계를 확인한 서희는 부랴부랴 달려갔다.

"원래, 군인이 되면 시간에 무감각해지나..."

은이가 다시 벤치에 앉으려 했을때

"...응?"

바닥에 뭔가가 떨어진게 보였다.

"이건...U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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