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ody want this close
라쉘라 2015-11-29 0
벚꽃의 분홍색 꽃잎이 공원길을 가득 물들인다.
나는 그곳을 천천히, 천천히 그곳을 걸어간다.
나의 머리색처럼 서서히, 서서히 물들어 간다.
나의 머릿속은 혼란스럽다.
믿었던 사람들은 언제나, 언젠가, 어디서, 어떻게든….
결국은 세하도 나를 떠나가는 것이 아닐까?
어디서? 이런 분홍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여진 공원길에서.
언제? 이 모든 사태가 끝났을 때.
어떻게? 위상력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을 때.
그렇게 나의 푸른 눈은 하늘색 수채화가 그려진 하늘을 바라본다.
약간의 구름이 나의 눈을 하얗게 물들이고는 유유히 지나간다.
발은 천천히 움직이며, 세상은 조금씩 돌아간다.
이 손에 물들여진… 사람의 피가 조금씩 혐오감으로 다가온다.
테러리스트들이라고…? 그래서 죽여도 된다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법적으로 지, 과연 정신적으로 인지가 될까?
… 집에 가야해. 쓸쓸하고 고요함으로 가득찬….
드라마도 결국에는 그 고요함을 메우기 위한 매체이지 않아?
아냐, 정신차려. 이슬비. 바뀌기로 결심했잖아.
언제까지나 후회만 하면서 살아갈 수 없어.
웃자, 유리처럼. 놀자, 세하처럼. 견디자, 제이 아저씨처럼.
하지만 한 쪽으로 치우쳐지는 나의 생각을 막을 수 없었다.
' 그렇게 방심하면, 너는 자만심으로 모든 것을 잃는 바보가 될 거야. '
점점 자괴감에 빠져갈 때, 문자가 하나 왔다.
' 슬비야, 괜찮아? 표정이 많이 안 좋아 보이던데, 내일 세하랑 같이 놀러 가지 않을래? '
걸어가는 발이 점점 무거워진다.
또 나는 그런 모습이었나?
넓고 넓은 공원처럼, 답답함을 풀어주는 분수처럼, 밤에는 아름다운 달을 비춰주는 강물처럼.
그런 존재가 될 수는 없는 걸까?
" 뭘 그리 생각하냐? "
터프? 아니 그냥 게임으로 인해 무신경하게 바뀐 말투가 나의 귀를 울린다.
멍한 눈으로 앞을 바라본다.
나의 말이 멈춰 선 그곳에, 세하가 서있었다.
" 그냥, 여러 사건 때문에. "
툭 던져진 말에, 세하는 한쪽 눈이 살짝 떨리는 것이 보였다.
아아…, 아카데미의 일이 생각나 버린다.
나의 선심을 복수심으로 바꾸는 선배를, 나의 능력에 시기, 질투하는 친구들을….
결국 나는 내가 좋아하는 세하도 믿지 못 한다는 걸까?
" 비켜줄레? 집에 가고 싶은데. "
벚꽃잎이 이정표처럼 나의 앞으로 살랑거린다.
나의 발은 나에게 저주와도 같은 분홍색을 따라 걷는다.
" 어느 쪽으로 걷는 건대!! "
그가 나를 잡았을 때에 나는 난관에서 뛰어내리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는 나의 눈에 그의 모습이 가득 채워진다.
벅차오르고, 벅차오르지만. 그를 아직도 믿을 수 없는 나의 모습이 점점 더 추해진다.
" … 신경끄면 되잖아. 어처피 죽는 것도 아닌고. "
" 너 말이야. 오늘따라 왜 그러는 건데. 대체 데이비드의 일 때문에? 대체 왜 그러는 건데! "
바람에 흔들리는 인간덕에 생명을 얻은 강물이 살랑거린다.
물 소리는 주위를 차분하게 하지만, 나는 그를 화나게 만들었다.
나는… 역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힘들다.
" …. 이 손을 놔줘. "
" 내가 왜? "
이 상황이 저 아름답게 채색된 공원길 위였으면 어땠을까?
" 세하, 난 너를 믿을 수 없었으니까. "
그러자 세하가 사라졌다.
나의 몸은 버티던 단 하나의 믿음이 사라지고 그대로 붉게 물들어가는 강물에 빠진다.
하늘은 검게, 검게 물들어간다.
" 그렇구나? 그럼 나는 너에게 필요 없는 존재구나? "
세하의 마지막 말에 여태까지 미동도 없었던 나의 마음을 찌른다.
괴롭다. 붉디 못해 거 뭍 해지는 물에 나는 한없이 빨려 들어 간다.
" 실망이야. 너와 드디어 제대로 얘기할 수 있을 줄 알았더니. "
' 미안, 미안해. 이런 나라서. '
숨이 막힌다. 나의 목을 조르는 것처럼.
뭔가가 흘러들어온다. 탁하고 불쾌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 하지만 다행이야. 너에 대한 이 마음은…. 이런 나라도 믿게 해주니까. '
그래. 어떤 것이라도, 너를 믿고 싶다고 생각하게 해주는.
이 마음이.
.
.
.
.
.
" 이슬비!! 이슬비 요원!! "
정도현 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나를 깨운다.
목이 갈라지는 듯이 아프며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 아… 아아. "
쉰 목소리로 살짝 나온 나의 목소리가 전부였다.
정도현 씨는 살짝 안심한 후에 말을 이어갔다.
" 당신에게 심각한 오염수치까지 올라갔어요. 그래서 치료 중이었어요. 여기까지는 알겠죠? "
나는 힘겹게 끄덕거린다.
" 당신은 지금 사물이 어떻게 보이죠? "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나한테 그런 것을 바라보는 걸까?
" 정… 상…. "
그녀는 안도한 듯이 한숨을 쉬고는 설명한다.
" 당신은 다행히도 차원종화가 일어나지 않았군요. "
차원종화? 그런 것도 있었구나.
" 이제 푹 주무세요. 다시 안정적으로 내려갈 테니까요. "
그녀의 말이 끝나자 나의 눈은 다시 감긴다.
비몽사몽한 기억이 나를 뒤흔든다.
데이비드의 배신, 이리나의 돌발 행동, 비밀 조사.
모든 것이 머릿속에 복잡하게 뒤엉킨다.
오염수치는… 어째서?
그렇게 눈이 감긴다.
모든 것을 잊어버린 듯이.
쓸모없는 작가의 말.
이 스토리는 제가 개보링을 5개나 빨고 공항 스토리를 끝내고 쓴 소설입니다.
역시 피로도엔 개보링!!
역시 피로도엔 개보링!!!!
중요하니까 2번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