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유리스페셔어어얼 2015-01-17 4

"하아...하아..."

새하얀 직육면체의 공간에서 거대한 건 블레이드를 든 소년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지친 몸으로 자세를 고쳐잡는 소년,이세하의 근처에는 검은양 요원들이 쓰러져 있었다.

큐브,유니온이 만든 입체영상 룸.그곳에서 이세하는 정식요원이 되기위한 승급시험을 받고 있었다.원래라면 그가 상대했던 차원종들의 모습이 나타나고 그것들을 쓰러트림으로서 승급하게 되는 것.그러나 갑작스런 폭주를 일으킨 큐브는 검은양 요원들의 입체영상을 무한정 찍어내기 시작했고 그로인해 큐브 자체가 폭발할 위기에 처했다.이세하가 그런 큐브에 있는 것은 그 입체영상들을 제거함으로서 큐브의 폭발을 막기 위해서였다.

"아니...그것만은 아니지..."

그랬다.이세하가 큐브에 있는 것은 단순히 폭발을 막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이곳에서,반드시 만나야 하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쓰러진 요원들의 입체영상이 사라지고,'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어.용캐 여기까지 왔네?악을 쓰면서 여기까지 온 걸 보면...마음이 바뀐거야?"

그것은 소년의 모습이었다.그것도 정식 클로저 요원의 복장을 한 소년.어딘가 지루해 보이고,무관심해 보이면서도 충분한 살의를 가진,'이세하'의 입체영상이었다.

"뭐...네가 올 거란 건 알고 있었지.여기가 폭주하면 그걸 막을만한 녀석은 너밖에 없으니까."

"그럼 이건 네가?"

"당연하지.널 부르기 위해 일부러 한 일이야."

어깨를 으쓱이며 이세하의 모습을 한 그것은 말을 이어갔다.

"넌 약해.쓸데없는 거에 매여있으니까.강력한 클로저였던 엄마의 아들이란 이유로 하고싶지 않았던 클로저를 하게됐지.그래서 자연히 학교에서도 겉도는 존재가 됐고,몇몇 사람들한테는 괴물이란 소리까지 들었어.최근에도 들었지,아마?"

"......"

"억지로 하게된 클로저인 데다가 괴물이란 말까지 듣고,무능한 유니온의 요청에 따라야만 하지.사람들은 자신들의 무능력을 이용해서 클로저들에게 도움만 요청하고 도와줘도 돌아오는 건 두려움 뿐이었어.도피행각으로 게임을 해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지."

"...뭘 말하고 싶은 거야.쓸데없는 말만 할거면 당장 없애주겠어."

빙 돌려 말하는 자신의 모습을 한 것에게 짜증이 났는지 세하는 검을 겨누면서 위협했다.

"후후,이미 알고 있잖아?"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즐거운 것인지 그것은 작게 웃으면서 자신을 겨눈 세하에게 다가갔다.

"...오지마.더 다가오면 쏘겠어."

"짜증나지?무능한 채 자기에게 매달리는 어른들이.지금 네가 여기 온 것도 어른들 때문이잖아?"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세하를 보고도 그것은 계속 다가왔다.한걸음,한걸음,느린 걸음으로 걸어온 그것은 겨눠진 건 블레이드의 총구 앞에서 멈춰섰다.

"후후후...이봐,'나'.난 말야,네 맘속에 있는 너야."

"내 마음 속..?"

마음 속.그 말에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이 약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네 마음 속.짜증,분노,외로움,부담감 등 네가 여태까지 느껴왔던 부정적인 감정들의 총체라고 할 수 있지.네가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던 것들.그것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 나다.날 만든 건 결국 너란 소리야."

그것은 왼속을 세하의 검면에 대고 다시 세하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오지..마."

"부정하지 마.난 너야.동시에 네 가능성이지.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금처럼 어른들에게 휘둘릴 수도,나처럼 맘에 안드는 것들을 없애버릴 수도 있어.그래,부담감만 주는 사람들,널 두려워 하는 사람들,너를 괴물이라 부르는 사람들까지 없애버릴 수 있어...그러니까...나를 받아들여,이세하."

바로 앞에 선 자신의 내면의 말을 듣고 세하는 온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그것의 말이 옳은 것 같았고 그것의 말을 부정하고 싶지 않아졌다.

아무리 많은 임무를 수행해도.

아무리 많은 사람들을 구해도.

아무리 많은 선행을 배풀어도.

'돌아오는 건...두려움 뿐이었어.'

학교에서 자신이 클로저가 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가까이 지냈던 친구들은 점차 세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그나마 게임으로 굳은 우정인 석봉과는 여전했지만 그래도 그 일은 세하에겐 상처였다.

우정미를 구했을 때도 그녀는 세하 자신을 괴물이라고 불렀다.그저 도와줬을 뿐인데.

애쉬와 더스트가 자신들의 편이 되라고 했을 때는 거절했다.사람들을 지키는 것.그것이 클로저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러나 우정미의 말을 듣고,차원종이 된 유하나의 모습을 보고 마음 속에는 부정적인 감정만이 쌓여갔다.애쉬와 더스트가 권유했을 때 받아들일 걸이라는 후회를 한 적도 있었다.

"그래...네 말대로 난 휘둘려왔어."

"그래...그럼 어서 날..."

"하지만."

퍽,하는 소리를 내며 세하의 왼 주먹이 그것의 복부에 꽂혔다.위상력을 담은 주먹은 그것의 몸 내부가지 충격을 줬다.

"너...무슨,짓을..!"

"미안하지만 날 부정적으로 본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서."

복부에 꽂힌 주먹에 더욱 힘을 실어서 세하는 그것을 밀어냈다.그리고는 검을 내질러 그것의 몸을 꿰뚫었다.

"크..악...어,째서...날...받아들이지..않는 거야..!"

"아직 그 사람들이 남아있거든...날 긍정해준,모두가."

세하의 머릿속에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스쳐갔다.강남 광장,옛 구로역,신강 고등학교,G타워...그곳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세하의 머릿속에 비춰졌다.

김유정이나 송은이는 언제나 세하의 편이 되주었다.구로역의 석봉은 클로저가 된 자신을 언제나 걱정해줬다.우정미는 자신을 도와줬다.선우란이나 김시환,오세린 같은 사람들도 자신을 긍정했다.

그리고 검은양 팀원들도 있었다.언제나 같은 눈높이에서 싸우는 동료이자 친구들.

이슬비는 고집이 세지만 임무에서의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서유리는 마이페이스지만 밝은 모습으로 팀원에게 힘을 준다.

제이는 이상한 약들을 먹이려 들지만 언제나 최전방에서 팀원들을 지킨다.

미스틸테인은 아직 어리지만 순수한 모습으로 팀을 웃게 만든다.

"언제나 제멋대로인 팀이지만...내가 적이 되면 아마 엄청나게 뭐라 할 걸?특히 슬비 녀석이...지금도 잔소리가 심한데 적이되면 어떻겠어?난 그런 잔소리는 질색이라고.그러니까..."

검에 찔려 고통스러워하는,자신의 내면을 보면서 세하는 고했다.

"절대로...그사람들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

말을 마침과 동시에 세하는 건 블레이드의 방아쇠를 당겼다.푸른 불꽃이 검신을 타고 눈앞의 존재에게 흘러갔다.흘러간 불꽃은 그것을 내부에서부터 불태워 갔다.

"아...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불타는 몸을 보면서,그것은 체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로...괜찮아..?너를 긍정한 사람들이 널 배신할수도 있어.그런데도 괜찮아?"

"그래,괜찮아.왜냐하면 그럴일은 없으니까.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그땐 내가 설득하면 돼.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하듯이 말야."

불타는 그것을 똑바로 바라보며 세하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그거 잘됐네...하하...이러면 내가 나쁜놈 같잖아..."

"넌 나쁘지 않아."

몸이 거의 다 불타고 사라져가는 그것을 보면서 세하는 말했다.

"나쁜 건 널 그렇게 만든 나야.그러니까 넌 나쁘지 않아."

"...그래...그럼 어디 잘 살아봐...이제서야 네가 원하게 된,클로저로서..."

그 말을 끝으로 그것의 모습은 푸른 불꽃과 함께 사라졌다.그러자 큐브의 작동이 멈췄는지 더 이상의 입체영상은 나오지 않았다.

"맡겨줘.앞으로 진짜 클로저로서 살아갈 테니까..."


2024-10-24 22:21:5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