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지 않기를 -1-
Dr제이 2015-01-16 1
시간의 광장앞에 검은양팀 요원들이 모두 모여있다. 열심히 이번 작전에 대해서 다시 설명하고 있는 슬비의 모습과 대비 되게도, 세하는 포터블게임기를 만지작 거리고 있고, 유리는 추가 수당이 안나온다는 사실에 의욕이 없어보인다. 제이는 언제나 처럼 효과모를 약물을 섭취하고 있었고, 미스틸 테인은 졸린지 꾸벅 꾸벅 졸면서도, 슬비의 말을 경청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귀엽기도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다들 제 얘기 듣고 있는 거에요?! 특히 이세하 게임기 당장 안집어 넣어?!"
"알았다구. 5분, 5분이면 되니까!"
슬비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게임만하는 세하의 태도에 슬비는 어딘지 어두운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무기를 꺼내 든다.
"이~세~하!"
"으아악!"
슬비가 위협적인 어조로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자 세하는 그만 게임기를 떨어트려버린다. 세하는 다급하게 게임기를 줍지만 볼에 서늘한 감촉과 함께 도로 게임기를 떨어트려버린다.
"네, 머리와 게임기 둘중 어느쪽을 화장실 변기에다가 집어넣고 내려버릴까?"
슬비는 여전히 상큼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말하는것은 전혀 상큼하지 않았다. 아니,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가 시너지를 일으켜 엄청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하는 도와달라는 듯이 다른 사람들을 쳐다**만, 유리와 제이는 딴청을 피우고 미스틸 테인은 몰려오는 잠과 싸우느라 도와달라는 신호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자, 잠깐! 넌 이해 못하겠지만, 남자는 게임을 꼭해야만 하는 때가...."
"정말이지 너란 아이는! 차라리 만렙찍고 히든 스토리까지 다보고 한 사흘쯤 있다가 나타나지 그랬어?! 어!"
슬비의 잔소리에 세하는 무릎꿇고 앉아 고개를 푹숙인다. 마치 방학때 놀기만 하는 아들에게 훈계하는 엄마를 연상시키는 모습에, 세하도 불쌍하지만, 슬비도 다른 의미로 불쌍하게 여겨진다.
"자아, 자아 진정해 슬비야. 스마일 스마일."
그때, 유리가 불쌍해서 도무지 못봐주겠다고 판단했는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중재한다.
"세하 너도 좀심했어. 내가봐도 넌 게임중독이야!"
"자, 자중하겠습니다."
'슬비가 엄마이고, 세하가 아들이면, 유리는 누나인가? 미스틸이 막내라고 하면, 난 할아버지쯤 되겠군.'
아이들의 투닥거리는 모습을 구경하던 제이는 각자에게 가족 구성원 역할을 매겨 본다. 아빠는 없지만, 그냥 돈벌러 일나갔다는 설정이면 대충 되겠거니, 하고 넘어간다. 유리의 중재가 효과가 있었는지 슬비는 진정하고 다시 작전에 대해서 설명한다.
"이번 작전은 각자 할당 훈련시간을 채운다는 명목하에, 3년전에 시간의 광장에 차원종이 갑자기 출현한 것에대한 조사입니다. 혹시 질문이나 작전에 대한 의견 있나요?"
"정말로 추가수당은 없는거야?"
"없는 것 같으니 작전지역으로 출동하겠습니다."
유리가 추가수당에대한 이야기를 다시한번 꺼내지만, 이미 결정사항인 만큼 슬비는 못들은척 그냥 넘겨 버린다. 제이라는 노련한 클로저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슬비가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보아, 제이의 지휘 권한은 일부 유사시에만 한정되는 것 같다.
"캡틴 조를 2개로 나누어서 조사할 것을 제안하고 싶은데?"
제이가 작전에 제대로된 의견을 내놓자 잠과 싸우고 있는 미스틸을 제외하고 다들 놀란 표정을 짓는다. 제이는 작전중에 제안을 내놓긴 커녕 언제나 몰래 낮잠잘 궁리나 하는 게 일상 다반사인 만큼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시간의 광장은 넓어. 마침 난 일부 조건에서 캡틴과 동등한 권한을 가지니까 나와 캡틴조로 나누어서 조사와 훈련을 진행하는 거지. 이게 시간도 절약할수 있을거야."
"하지만 저희는 5명이잖아요. 조를 2개로 나누면, 한쪽으로 전력이 집중되지 않을까요?"
"마침 낮잠시간과 작전시간이 겹쳐서 미스틸이 잠과 싸우고 있어. 내가 미스틸을 업고 데려다니는 조건으로 세하를 데려가면 어떨까?"
유리의 지적에 제이는 미스틸이 졸음을 못이기고 쓰러지기 직전임을 고려해 팀을 나눌 것을 제안한다. 남자조와 여자조로 나뉘었지만, 썩 나쁜 조합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무슨일이 있으면, 무전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면 되니, 조를 나누는 것이 지금은 좋겠다고 슬비는 판단한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 저희가 아래쪽을 조사할테니, 제이요원은 두 사람을 데리고 위쪽을 조사해 주세요."
"명령대로하지."
슬비는 유리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하고 앞장서서, 백화점안으로 들어간다. 반면 세하는 제이가 미스틸을 업고 들어오길 기다리는 것인지 문을 열어 놓고 자리에서 기다린다.
"미스틸 정신 차리라는 말은 안 할 테니까 제대로 업혀줘."
"네헤~"
제이가 미스틸을 업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어째서인지 유리가 슬비를 안따라가고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아저씨 일부러 방금 막 싸운 슬비하고 세하가 어색할까봐 두 도로 나눈거죠?"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다. 그리고 조를 나눈건, 캡틴 눈을피해서, 미스틸이랑 같이 낮잠이나 자려고 그런거야."
제이는 삐뚫어지다 못해 더럽고 치사한 어른의 태도를보이고 세하쪽으로 걸어간다. 반면 유리는 살짝 무안해 졌는지 볼을 긁적이고는 슬비가 간 방향으로 달려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제이쪽을 쳐다보고는 소리친다.
"또, 무리해서, 지난 번 작전때 처럼 각혈하면 안 돼요!"
제이는 듣는 시늉도 안하고 세하와 함께 백화점안으로 들어간다. 그것을 확인한 유리는 다시 슬비가 간 방향으로 달려간다.
"아, 귀찮아 빨리 끝내고 게임방이나 가고싶은데."
백화점 2층 세하는 불만을 토해내면서도 스케빈저 무리와 싸우면서 전혀 밀리고 있지않다. 1:다수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긴급회피로 공격을 이리저리 잘 피하면서, 스케빈저를 한쪽으로 모아 때려잡는 모습이. 약간 게임 플레이 같아 보인다. 또한 슬비나 유리와 달리 어렸을적부터 위상력을 가지고 있었던 영향인지 위상력을 다루는 것도 보기보다 능숙하다.
'역시 그녀의 아들이라고 해야하나? 몇번 싸워본적이 있는 만큼 스케빈저를 상대로 매우 잘 싸우고 있어. 그런데, 왜 긴급회피를 계속 뒤쪽으로만 쓰는 거지?'
'질주!'
세하가 마지막 남은 스케빈저를 향해 달려들어 마무리 짓는다. 세하는 지쳤는지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건 블레이드를 내리 꽂고 자리에 앉는다. 혼자서 10마리도 더 잡은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 제이가 미스틸을 핑계로 놀고 있는 것 같아 살짝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세하야. 미스틸 좀 업고 있어라."
"네?! 갑자기 무슨...."
세하의 물음이 들리긴 하는 건지 제이는 미스틸을 세하에게 맞기고, '게르마늄'이라고 적혀 있는 약병을 들이마시며, 앞으로 나선다. 제이가 앞으로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처음보는 차원 종이 제이의 앞을 막아선다.
'뭐, 뭐지 이 오징어 같이 생긴 것 들은?'
"뭔가 숨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보이드 였나?"
보이드중 가장 앞쪽에 있는 녀석이 입에 보라색 덩어리를 물자 제이는 긴급회피스킬로 보이드의 뒤로 돌아가 녀석의 머리를 잡아 챈다.
'황토 잡기'
"세하야. 긴급회피 스킬은 말이 회피 스킬이지, 그 실상은 다른 게임의 이스케이프나 다름 없어. 뒤로 빠지는 것뿐만아니라, 이렇게 적의 뒤를 붙잡는것도 가능하지."
제이는 그렇게 이동하면서, 보이드를 2놈 더 붙잡아 다른 보이드 사이로 집어던진다.
"그래도 녀석들을 한 곳에 모아다가 처리하는건 높이 평가해 주마. 아다다다다다"
이어서, 보이드 녀석들이 정신을 차리기전에 빠르게 주먹을 마구 뻗어 녀석들을 난타한다. 그리고 마지막 돌려차기가 작렬하자, 보이드 무리는 전멸해 버린다.
'저, 저 아저씨 진짜 위상력 상실한거 맞아?!'
"쿨럭!"
"아, 아저씨?!"
고작 스킬 2번 사용한 것 뿐인데 피를 토하는 제이의 모습에 세하는 혹시나, 보이드를 때릴때 위상호흡을 제대로 유지 못해서, 역으로 데미지를 입은건 아닌가 걱정한다.
"속았구나. 이거 케찹이야. 그리고,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다."
제이는 자신만만하게 미소지으며, 페스트 푸드 점에서, 감자튀김과 함께 줄것 같은 비쥬얼의 케찹을 꺼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