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클로저스의 일상 -프롤로그-
서월하 2014-12-16 0
“오늘은 뭐 먹을까?”
“글쎄, 아무거나 먹자.”
저 사람들도, 이 사람들도. 모두들 그저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차원종이 나타 난지도 벌써 18년. 평화롭게 지낼 정도로 긴 시간이 지난 건 맞지만…….
“이세하, 빨리 안와?”
내가 희생해서 차원 종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야 하는 거야? 왜???
나도 저렇게 평범하게, 게임만 하면서 살고 싶다고!
어차피 클로저들이 한 두 명인 거도 아니고 그냥 빠지면 안 되나…….
“빨리 오라고!”
“윽!”
이슬비 저 녀석….
“내 머리 때리지 말라고! 그러다 게임 정보 날아가면 책임질 거야?”
“머릿속까지 게임인 게 자랑이구나, 별것도 아닌 머리 좀 때리면 어떻다고.”
이슬비…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리더가 뭐 대통령도 아니고, 왜 그렇게 부려먹는 건데?
“너보다는 나은 거 같은데, 폭력 딸기.”
그래, 저 녀석한테 딱 어울린다. 역시 난 내가 생각해도 천….
“죽어.”
그리곤 날아오는 검, 분노로 가득찬 이슬비의 모습을 보자니 어지간히 화난 모양이었다.
“왜 그래, 폭력 딸기?”
“너, 버스 피하기 게임 해볼래?”
“응?”
갑자기 난데없이 버스 피하기 게임…? 설마 그건 아니겠지?
아니, 여기 서울 강남 한복판이잖아? 아냐, 아닐 거야.
“버스 폭격!”
동시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알록달록한 버스들.
날 죽이려고 작정한 모양이다.
“지금이라도 빌면 살려줄래?”
“싫어, 정 살고 싶으면 개처럼 기면서 내 발이라도 핥든지.”
정말 그러라는 건지 이슬비는 하늘에서 떨어지던 버스를 멈춰놓고는 벤치에 앉은 채 발을 내밀었다.
“알았어, 그 대신용서 해주기다?”“그야 당연하지.”
난 이슬비의 발로 얼굴을 갖다 대다가 바로 앞에서 멈췄다.
“호오, 갑자기 버스 피하기 게임이라도 하려고?”
난 이슬비 몰래 서서히 손을 검에 가져가고는…….
“에이, 설마. 난 그냥 pvp나 해보려고. 그럼 간다? 위상 집속검!”
“갑자기 뭐야! 그래, 해보자는 거지? 간다!”
이슬비의 단검과 내 단검이 맞닿는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너희들 뭐하는 거야!”
김유정 요원의 목소리, 뭐야 어떻게 알고 온…….
김유정 요원의 목소리는 전화에서 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전화를 들고 있는 건 서유리였다.
“에이, 언니. 싸움 구경 조금만 하면 안 돼요? 이제 막 재밌어 지려고 한 거 같던데. 어차피 부서질 대로 이미 부서져 있다고요.”
주변을 둘러보니 진짜로 완전히 박살나 있었다. 아마도 이슬비가 순간 나와 싸움 준비를 하기 위해 버스를 그대로 바닥에 떨어트린 모양.
지금 싸움을 관둬도 혼나는 건 마찬가지니…….
“어차피 혼 날거, 싸우다 혼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어때?”
“그래, 어차피 한 번은 싸워야 했던 거니까.”
김유정 요원 때문에 흥이 살짝 깨졌지만 그래도 하다보면 재밌어 지겠지.
“오, 난 구경!”
“유리야, 지금 안 말리면 월급 깎아야겠는데. 괜찮겠어?”
아, 진짜 김유정 요원님은 왜 이렇게 싸우지도 못하게…. 이렇게 된다면 서유리가 끼어들기 전에 이겨야겠군.
“그럼 간다, 발포!”
“전하 집속탄!”
기습이라고 한 건데 아무렇지 않게 피하네…. 역시 실력은 대단하고만.
“기습이라니, 역시 얼굴만큼이나 성격도 더럽네.”
저것이……. 너에게 오늘 패배감이 뭔지 알려주마.
“질주!”
웬만한 공격은 저 녀석이 모두 피할 거 같으니까, 속도로 승부한….
“그만 싸워주면 안될까? 이 이상 싸우면 내 월급이 깎이니까 말이야.”
쉬프트인가?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여기까지 오는데 보이지도 않았다.
“그럼 관두는 걸로 알게, 나중에는 아무도 없는 데서 싸워. 알겠지?”
어림잡아 여기까지의 거리는 30m. 그 거리를 움직임도 보이지 않게 다가왔다. 저게 인간이야?
“쳇, 그럼 나중에 싸우기로 하자.”
“그런 말 해봤자 무섭지도 않네요.”
순식간에 싸움에 대한 흥분보다는 아찔한 긴장감만이 몸을 감돈다.
생각보다도 몸이 먼저 서유리가 상대도 안 될 정도로 강한 상대라는 걸 느끼게 했다.
위상력을 다루는 능력은 내가 더 위라지만 그 외에는…… 그녀를 이길 방법이 없을 거다.
“집에 가서 연습이라도 해볼까?”
갑작스럽게 든 생각이지만 이대로 연습도 안하다가는 이슬비와 서유리, 그 둘을 상대도 못할 것이다.
그저 보충수업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클로저 임무. 어째선지 요새는 조금 달라지는 거 같다, 그저 보충수업이 이젠 조금씩 기대가 된다. 평소에는 게임 생각밖에 안했지만… 이제는, 잠깐 게임?
오늘이 분명 클로저스 오픈일이였는데? 근데 난 클로저 연습을 해야 되는데?
내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게임은 내 유일한 도피처다. 게임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면 더 이상 아무도 내게 기대를 안하니까. 그러니까 즉..
난 일단 게임이나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