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세.와. 리메이크 28화 전부 꿈이었나?
최대777글자 2015-11-04 1
reader side 허시혁
“...죽었나.”
짧게 중얼거린 디아블로가 내 몸을 뚫었던 대검을 뽑았다. 그와 동시에 내 가슴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고 내 몸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가슴의 통증이 내 온몸을 마비시키듯이 퍼진다.
‘아아... 졸리다...’
점점 눈이 감겨진다. 디아블로가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나는 요란한 소리도 내 졸음을 깨워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대로 난 눈을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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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졸음이 서서히 사라져 눈을 떠보니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내 방의 천장, 내가 있던 세계에 있는 우리집의 천장과 내 방이다.
“...”
그 모든 게 다 꿈이었던 걸까, 라고 생각하니 온 몸에 기운이 빠진다. 다시 침대위에 털썩 쓰러져서 천장을 바라봤다.
“하아.... 몇 시지?”
몸을 돌리자 보인 건,
7:40am
사형선고 10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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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
덩치 큰 체육선생의 말에 나와 같은 처지의 학생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일렬로 섰다. 내 옆의 친구가 하하... 하고 웃으며 이쪽을 보자 나도 동질감을 느껴 미소지었다.
“앉아.”
그리고 선생의 말과 동시에 한꺼번에 자리에 앉는다.
“일어나, 50번 반복.”
...오늘 로드워크는 글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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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냐?”
“괜찮긴 한데,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쓰러지네?”
“그건 안 괜찮은 거 아냐?”
“바로 그거지.”
“그게 뭐야,”
평소와 다를 게 없다. 수업시간에는 잠시 잤다가 쉬는시간이 되면 친구들과 약간의 농담.
“그러고보니 어제 미팅 어떻게 됐냐?”
“망했지 뭐!”
“아하하!”
그리고 잡담. 주제는 보통 전날 무슨일이 있었는지,
“야, 시혁! 오늘 끝나고 시간 있냐?!”
“어! 왜?”
교실의 앞문을 열고 급하게 나를 부르는 친구의 말에 대답했더니 그 녀석이 하는 말이...
“너 오늘 보충 끝나고 시간 되냐?”
“어, 오늘은 야자 안 하니까.”
“그럼 미팅에 좀 와주라!”
또 미팅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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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야자 없으니 집에 가서 쉬어야지... 이제야 좀 뛸 수 있겠네...”
“어? 시혁아, 너 검도부 가야하지 않냐?”
“엥?”
뜬금없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몸이 멈췄다. 난 위상력이 발현되어 괴물취급을 받고 검도부에서 쫓겨났는데?
‘어?’
그러고보니 애들이 나를 너무 자연스럽게 대해서 깜빡했는데 위상력이 발현되고 내 몸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지면서 애들은 나를 괴물취급하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평소처럼 대하고 있다. 이유가 뭐지? 일단 이 질문에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답하기로 했다.
“야, 나 검도부에서 쫓겨났잖아.”
“뭔 소리야? 이제 곧 검도대회 하는데 너 같은 인재를 짜르겠냐?”
“...뭐?”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을즈음 도복을 입은 누군가가 미닫이문을 열며 교실로 들어왔다.
“허시혁, 왜 안 오냐?”
“어어? 윤동철 선배?”
저 선배는 분명 검도대회 결승전에서 나랑 붙었다가 위상력발현 때문에 멀리 날아갔던 장본인이다. 참고로 전치2주.
“어어? 어어어?”
“왜 얼빠진 표정이냐?”
그야 당연하지, 지금 병원에서 나에게 저주를 마구 퍼붓고 있을 사람이 지금 버젓이 내 앞에 나타났으니까.
“어여 가자, 검도대회도 얼마 안 남았는데 연습 게을리 하면 안 되지.”
“아... 네...”
의문과 아픈 다리를 뒤로하고 나도 모르게 윤동철 선배를 따라 나갔다. 계단을 앞서 올라가는 선배의 뒷모습이, 내가 아는 그 선배가 맞다는 걸 확신시켜주고 있다.
“시혁, 긴장되냐?”
“네?”
갑자기 멈춰선 윤동철 선배가 뜬금없이 질문했다.
“아, 뭐...”
“날 단숨에 날려버리고 전치2주로 입원하게 만든 괴물이 뭐가?”
“...뭐라고요?”
내가 잘못들은 건가하고 재차 질문하자 윤동철 선배가 이쪽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선배의 얼굴은...
“뭐, 뭐야...?”
마치 광대같았다. 입이 귀까지 찢어져있고 눈은 초승달이 길게 늘어진 듯이.
“그래, 괴물...”
“어어?!”
어느새 없던 학생들도 모여들어 나를 괴물이라고 조롱하기 시작했다. 소름끼치는 건 하나같이 광대같은 얼굴을 하고...
“괴물...”
내가 제일 혐오스러워하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그만해!!!!!!!!!!!!!!!!!!!!!!!!!!!!!!!!!!”
.
.
.
“...?”
...또 꿈이었다는 듯이 어디선가 눈을 뜬 나는 정말로 지쳐있었다. 육체적인 피로가 아닌 정신적인 피로로 인해. 온통 새하얀 공간에 와 있었지만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고 싶은 의욕조차 없어져 있었다.
“하아.... 이거... 죽어버린 것 같은데...”
이대로 멍하니 쓰러져 있는 것도 뭐하니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내 시선의 10m쯤 앞에 서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사람? 은... 아닌 것 같은데...’
머리에 염소의 뿔처럼 생긴 무언가가 돋아났고 등 뒤에는 검은색의 깃털로 뒤덮인 커다란 날개가 달려 있는, 키가 큰 남성이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남자가 이쪽을 돌아봤다. 남자의 눈은 보라색 눈동자의 역안이었다.
“누.... 누구?”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