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세.와. 리메이크 25화

최대777글자 2015-11-01 0

reader side 허시혁???

 

...어느샌가 이 어둡기만 하고 고요해서 지루함만 느껴지는 지루한 공간속으로 끌려왔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 차원종 녀석과 신나게 놀아주고 있었는데 말이다.

 

허시혁한테 날뛰고 있는 나를 억지로 끌어내서 여기에 도로 가둘 힘은 없어.”

 

뒤를 돌아보며 그쪽에 있을 누군가에게 말하듯 중얼거렸다.

 

지난번에 방해했던 것도 너냐?”

 

그쪽에는 나와 반대로 파란색의 눈동자를 가진, 그러면서도 허시혁과 똑같이 생긴 녀석이 팔짱을 끼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말할 줄 모르냐? 꿀먹은 벙어리야?”

 

계속해서 녀석이 묵묵부답인 채로 가만히 있자 답답함을 느낀 난 그쪽으로 걸어가 놈의 멱살을 붙잡았다.

 

짜증나게 입 다물고 있지 말...”

마무리할 때 왜 굳이 그렇게 많은 힘을 사용했지?”

 

갑자기 녀석이 내 말을 끊으며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어 말했다.

 

그 정도로 힘을 꺼내지 않아도 충분히 죽일 수 있었어. 네가 그 힘을 일정량 이상 사용하면 허시혁에게도 영향이 간다. 허시혁이 칼바크라는 자와 대치했었을 때도 네가 나가려고 발버둥치는 바람에 허시혁이 그 힘에 당분간 눈을 떴었던 걸 잊었나? 허시혁은 아직 그 힘에 눈을 뜨기엔 너무 이르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거 말투 참 거슬리는 놈이로구만, 오랜만에 놀다보니 힘조절에 실수한 것뿐이야, 그리고 어차피 그놈도 슬슬 알아야 할 때가 됐다고.”

 

무엇을?”

 

몰라서 묻냐?”

 

아니지, 절대로 몰라서 묻고 있는 건 아니지. 이미 알고 있는데 내가 그 발언을 한다는 게 녀석에게 거슬릴 뿐이다.

 

자신이 이미 살인까지 저질렀던 괴물이라는 것 말이야!”

.

.

.

reader side 허시혁

 

익숙한 방 안이다.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에 왔는지, 여기에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 살려줘! 미안해, 잘못했어!”

 

그동안 잊고 있던 악몽을 다시 꾸기 시작한 것이다.

 

으아아! 안 돼!!!!!!!”

 

항상 이쯤에서 누군지 모를 남자의 부탁을 무시하고 그의 몸을 마구 찌르고 베어 토막내버린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항상 왜인지 모를 황홀함이...

 

기분좋다...’

 

나를 지배한다.

 

으아악!!!!!!!!”

 

그리고 그 다음에는 항상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누군가가 머리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두통을 느껴 반사적으로 왼손을 머리에 갖다댄다. 한동안 꾸지 않은 악몽이지만 이미 내게는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여기가 유적의 안이라는 걸 잊고 화장실로 갈 뻔했다.

 

레온과 싸우다가 기절했었나...?”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왼손은 아직 약간 욱신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고 있었다. 두통이 사라짐과 동시에 나는 주변을 둘러봤고,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당분간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주변이 온통 박살나 있었다.

 

내가 이렇게 격렬하게 싸웠었나? 기억이... , 어찌 이긴 것 같으니 상관은 없는데...”

 

어째 조금도 지친 느낌이 안 드네. 위상력이 평소보다...’

 

넘치는 것 같다.

 

뭐 어때!”

 

더 생각해봤자 답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나는 검을 챙기고 유적 안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려 했으나...

 

“...제이 형, 금방 뒤따라온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랬다면 내가 기절해 있었을 때 와서 깨워줬을 텐데.

 

‘...설마.’

 

제이형은 그런 차원종들이 아무리 많아도 못 이길 사람이 아니지만, 실천하지도 못할 약속을 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상황이 심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유적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는 것도 잊고 곧바로 내가 가야하는 방향의 반대, 제이형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아니야, 아니야, 아닐 거야, 제발...!’

.

.

.

허억... 허억...”

 

얼마 되지 않는 거리였지만 전력으로 달려서인지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내 발이 멈춘 곳은 아까 나와 제이형이 떨어졌던 곳, 그러나 정말 아까 거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주변이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고...

 

제이 형!”

 

그 한 가운데에 제이 형이 쓰러져 있었다.

 

제이 형, 제이 형!”

 

그의 어깨를 붙잡고 온 힘을 다해서 양 옆으로 흔들었다. 숨은 쉬는지, 맥박은 뛰는지, 그런 것들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것도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제이 형의 어깨만 계속해서 흔들었다.

 

끄음...”

 

제이 형, 정신 들어요?”

... 아임...”

 

?”

 

기적적으로 눈을 뜬 제이형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이 입을 뻐끔거렸다.

 

유어 빠덜...”

 

“...”

 

커헉!”

 

멀정하잖아, 제기라알!!!!!!!!!!!!!!!!!!!!!!!!!!’

 

그대로 제이형을 바닥에 다시 내팽게쳐버리고 원래 가야하던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래도...’

 

다행이다...”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공포감이었다. 무언가가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답답함,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채우는 불길한 예감, 온 힘을 다해서 달리는 와중에도 한발 한발이 너무나도 느리게 느껴지는 급박함, 그곳에 도착했을 때 이미 너무나도 늦었을 것만 같아서,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런 기분... 절대 사양이야,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아.’

 

난생 처음으로 간절하게,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

.

reader side 제이

 

“...아프구만...”

 

시혁이가 내팽게쳐준 덕에 뒤통수가 얼얼하다. 정신은 확실하게 들었지만 일어날 기운은 없다.

 

일단 평소처럼 농담을 해서 자연스럽게 넘어갔군.’

 

덕분에 몇 가지 의문은 풀렸고, 이상하게 여기던 점들 중 몇에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역시... 아까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든 위상력의 폭풍은 시혁이의 힘이다, 어째서인지 그 때 얼핏 느꼈던 위상력의 느낌과 방금 시혁이한테서 흘러나오던 위상력의 느낌이 같아.’

 

거기다가 그만큼의 힘을 방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흘러나올 정도로 남아 있다니, 시혁이의 위상잠재력이 높은 건 맞지만 그 정도로 강하다는 건 굉장히 이상하다.

 

말렉을 쓰러뜨렸을 때도 그랬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훈련생이 A급 차원종을 제압한다는 게 가능이나 한가? 절대 아니다. 훈련생들은 사실상 B급도 제대로 해치울 수 없다, 더군다나 말렉이라니. 그런데 허시혁은? 세 마리를 상대로 막상막하였고 그 중 두 마리는 재로 만들어버리기 까지.(한 마리는 세하가 죽였다.)

 

거기다가... 그 때도 방금 그 힘과 비슷한 힘을 사용했었어. 시혁이는 자신이 그런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니는 한 건가? 그 힘, 인간의 것이라고 하면 오히려 기절초풍할 정도로 비정상적이야...’

 

“...모르겠는 것들 투성이로군...”

 

시혁이가 원래 있었다는 세계부터, 사용하는 검의 출처와 유전인지 후천적인 건지 모를 어마어마한 위상력 등등 모든 의문점들을 새각하자니 머리가 터질 것 같다.

.

.

.

reader side 이세하

 

허억... 허억...”

 

실망이군.”

 

더 이상 건블레이드를 휘두를 힘도 없는 채로 간신히 서있는 가운데 녀석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 이 밸런스 파괴자야...”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나쁘군.”

 

내 말에 적당하게 태클을 걸고는 다가와서 대검을 위로 들어올린다. 금방이라도 내려쳐질 것만 같은 대검의 그림자가 나를 덮었다.

 

내가 지금까지 죽여온 인간의 수는 1억을 넘는다.”

 

뜬금없이 그건 또 왜 말하는 건지.

 

그중에서 3천만정도가 이곳에 떨어진 자들이었지만...”

 

어쩌라고...’

 

나를 이렇게까지 애먹인 것은 네놈이 처음이다.”

 

“...!”

 

그 말에 정신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인정받은 적이 있던가?

 

[위상잠재력 A+면 그 정도는 당연한 거지 뭐...]

 

아니야, 왜 당연하다는 건지 모르겠어. 난 죽을 고생을 했다고.

 

[알파퀸의 아들인데 이 정도 등급은 나와줘야지.]

 

왜 다들 내 재능만 보는 거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신경조차 써주지 않는 거야?’

 

언제까지고 그 생각만이 나를 괴롭혀왔다. 그 말들은 게임을 하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나를 압박해왔다. 아무리 발버둥쳐봐도 바뀌지 않는 인식 때문에 훈련같은 것에도 진지하게 임할 수 없어서 땡땡이 쳐왔다. 그런데 이 녀석은 내 엄마가 알파퀸이라는 걸 알고 있나? 아니다. 순수하게 내 실력을 인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뭐야, 이 기분... 이러면...’

 

쓸데없이 이기고 싶어지잖아!!”

 

분명 서 있는게 고작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건블레이드를 들어올려 나를 향해 단두대의 칼날처럼 다가오는 대검을 막으려는 동작을 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그리고...

 

뭐냐, 이건... 네놈, 이건 대체?!”

 

왜 나를 향해 내리쳐지던 대검이 무언가에 막혀 멈춘걸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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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지능캐설

2024-10-24 22:40:5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