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레이션 나인 -제396화- [사이가의 시간 4교시(サイガの時間 4校時)]
호시미야라이린 2015-10-26 1
나의 본 이름이 ‘유리스(Julis)’ 라는 것은 이번에 공개했기에 너희들 모두가 잘 알고 있겠지. 나는 현재는 그냥 사이가야. 그러니까 유리스란 이름은 그냥 가급적 잊어주면 좋겠어. 유리스란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면 나는 물론이고 나와 관계가 있는 모든 이들이 끔찍하게 목숨을 잃게 될 테니까. 나도 그런 이유로 유리스란 본명을 잊어버리고 싶을 때가 많아. 그러나 어째서인지 잊혀 지지가 않더라고. ‘정체성(正體性)’ 이자 ‘아이덴티티(Identity)’ 라고 부르면 될까? 만약 나 자신마저 유리스란 이름의 본명을 잊어버리게 된다면 아예 처음부터 그 유리스란 여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된다는 거겠지? 이미 나의 조국은 죽었고, 나도 본래는 10살에 20mm 벌컨포에 맞아 죽었던 사람이야. 서성신 그 남자와 그가 이끄는 조직의 모든 이들을 모두 없애버려야만 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섭거나 슬픈 때가 무엇인지를 묻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라면 죽음을 맞이할 때가 무섭고 슬프다고 말한다. 근데 그게 사실이야. 왜냐하면 사람이 한번 죽는다는 것은 정한 것이고, 그 이후에는 ‘반드시’ 심판이 있기 때문이지. 과연 그 녀석들은 죽은 이후에 심판대의 앞에 서서 어떻게 될까? 사후세계에서는 돈이고 권력이고 뭐고 그런 것은 전혀 통하지 않는데 말이지. 어쨌든 난 레이라가 누구보다도 가장 효과적으로 복수를 할 수가 있는 병기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단지 그것을 보여주지 않을 뿐이지. 레이라는 엄연히 황녀님이니까. 나보다도 서열이 더 높은 황녀님이자 제1황녀니까. 헬 스나이퍼 정나혜가 자신은 잠시 일이 있어서 그만 돌아가겠다고 하고서 간 직후에 이번에는 리리스가 온다. 리리스 녀석이 나와 레이라를 보더니 언니들~ 오랜만? 이라고 해맑게 웃는데 나와 레이라는 리리스의 미소에서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지.
“헤헤~ 언니들 오랜만?”
“......”
“......리리스. 너의 웃음이 어째 웃음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머. 레이라 언니가 날 그렇게 생각하다니 정말 너무한데?”
“뭐랄까. 네 클래스가 ‘엑서큐셔너(Executioner)’ 라서 그런 걸까나.”
“엑서큐셔너? 사형집행인? 그게 뭐가 잘못된 건데?”
“아니. 이 세상에 정의는 죽었는데, 너 같은 존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뭐야~ 사이가 언니는 그래도 내 편이네.”
“너도 품위를 좀 지켜주면 좋겠는데? 너도 엄연히 황녀잖아.”
그렇다. 레이라가 제1황녀, 나 사이가가 제2황녀, 그리고 리리스가 제3황녀다. 우리들은 모두 황녀로서 있는데 레이라와 나는 이미 알려졌으나 리리스는 이번에 처음으로 알려진 것인데 그래도 짐작하고 있었던 이들은 짐작하고 있었을 거다. 왜냐하면 리리스는 나와 레이라처럼 출생의 방식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레이라의 DNA 유전자를 이용해서 만들어낸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할 뿐이고, 리리스는 모든 것에 대해서 출생의 비밀을 알 수가 없어. 내가 보기에 리리스는 레이라와 가장 가깝다고 느껴지는데 레이라의 머릿결과 똑같고, 색도 똑같고, 심지어는 목 등에서 솟아나오는 촉수도 같은 종류라고 하면 될까? 현재까지 존재하는 촉수병기들 가운데에 성공한 케이스에 해당하는 경우라서 그런 걸까? 촉수는 참으로 좋은 무기체계다.
“리리스. 넌 장래희망이 지금도 변함이 없는 거야?”
“물론이지~ 사이가 언니!”
“......뭐야. ‘법무부장관(法務部長官)’ 이 되고 싶다는 꿈은 그대로구나. 부럽다.”
“레이라 언니. 이 세상의 죽은 정의를 되살리기 위해선 사형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가 있어야만 해.”
“너도 그렇게 생각하구나. 리리스.”
“물론이지! 난 너의 의견에 대해서 좀 더 살을 붙여도 될까?”
“레이라 언니?”
“살기가 싫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 그냥 그렇게 하도록 놔두면 안 돼?”
레이라의 갑작스런 발언에 리리스는 물론이고 나도 심히 당황할 수밖에 없어. 왜냐하면 레이라의 저 발언의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 살기가 싫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냐는 질문이다. 리리스가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뭔지를 묻자 이 세상의 정의는 이미 죽었고, 약한 사람들은 그냥 조용히 사라져주길 바라는 것이 지금 세상의 현실이라 말하며 어쩔 수가 없으니 그냥 이해해달라는 말도 덧붙인다. 지금의 세상은 오로지 강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끔찍한 세상이라 말하며 죽은 정의를 실현하기선 잘라내야만 하는 싹은 자를 수밖에 없고, 살아남는 싹은 계속 키우는 것만이 방법이지. 설령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레이라의 생각은 아니라는 거야. 만약 서성신 그 녀석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면 그렇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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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레이라의 말이 정말로 무섭다는 것을 느낀다. 흉악범들의 목을 도끼로 내리치는 식으로 처형하는 것을 쾌락으로 여기는 리리스보다 레이라가 더 무서운 이유는 뭘까. 레이라는 서성신과 그가 이끄는 반유니온 테러조직을 없애버리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간구하는데 레이라는 그 조직의 공중전함은 유니온의 공중전함보다 특별하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어. 일반적인 공중전함이라면 하늘을 나는 정도이지만, 그 테러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공중전함은 공중전함이 아니라 ‘만능전함(萬能戰艦)’ 이라고 부르고 싶다. 다른 이들과 달리 나는 만능전함이라 부르고 싶은데, 하늘과 땅은 물론이고 수중과 우주까지도 움직이고 다닐 수가 있으니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공중전함이지. 공중전함 전단이라고 했는데 미 해군의 항모전단과 같이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테러조직이라면 그냥 전면전으로 밀어붙여도 되는데 왜 굳이 게릴라전만 벌이는 것인지 의아해하더군. 나는 그 사람들에게 이렇게 반론하고 싶더라고. 뭐냐면 테러조직이 전면전을 하는 것을 봤냐고. 테러조직은 절대로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다고. 테러조직은 게릴라전이라 부르기도 하는 ‘유격전(遊擊戰)’ 방식으로만 싸운다고. 아무리 공중전함 전단이라도 절대로 전면전을 하는 것은 스스로 죽겠다는 행위에 불과하거든. 그 테러조직은 절대로 공중에서 미사일을 쏘는 행위를 하지 않아. 궤도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지. 궤도상에서 발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거든. 지대공미사일로 쏴서 요격을 시도하고 싶어도 사정거리가 최소 600km 이상이 아닌 SAM 미사일은 아무 효과도 없지. 대기권 밖으로 나가지를 않는 사정거리의 미사일이니까.
“그 테러조직의 공중전함은 공중전함이 아니야. ‘만능전함(萬能戰艦)’ 이지.”
“......역시 레이라야?”
“그 녀석들은 절대로 하늘에서 미사일을 쏘지 않아. 궤도상에서 쏘지.”
“대기권 바깥에서 쏜다는 거야? 우주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거야?”
“물론이지. 사이가.”
“언니! ‘전함발사 탄도미사일(Battleship Launched Ballistic Missile)’ 이라고 했지? 그걸 우주에서 무더기로 쏜다는 거야?”
“맞아~ 리리스. 그렇게만 하면 대공미사일로 요격할 수가 없거든. 지구 곳곳을 핵으로 파괴시킬 수가 있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