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ration High Noon : 인간☆실격 (2) 』
류은가람 2015-01-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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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서울 지부 건물의 외벽을 이루는 푸른 유리들은 만월의 푸르고도 은은한 월광을
받아 백은의 서리가 내려앉은 듯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외벽 전체가 푸른 유리로 이루
어진 이 마천루의 광채는 마치 등대를 연상시켰다. 차원종이라는 망망대해에 너무나 깊
게 들어가 길을 잃은 대한민국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그런 등대.
등대의 가장 안 쪽 서재에는 두 남자가 앉아 있었다. 둘은 차원전쟁 때의 업무로 인연을
트게 된 친구였다. 한 사람은 유니온 서울 지부의 지부장. 또 한 사람은 대한민국 태생의
경찰청 치안감 서시혁. 50대에 접어든 나이 지긋한 두 사람의 표정은 불안하고 긴장했다.
" 정말인가? "
긴장감에 가득찬 목소리로 지부장은 의문을 표했다.
"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 이해하네. "
그 말을 끝으로, 서시혁 치안감은 테이블 위에 놓인 빔프로젝터 스위치를 올렸다. 잠시
불빛이 깜박거리더니 이내 지하철의 풍경이 하얀 스크린 위에 그려졌다.
" 상황 설명이 좀 필요한가? "
" 부탁하지. "
치안감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어나갔다. 스크린에 그려진 풍경은 위아래로 요동
치며 철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정오의 시간대인지, 아침이였다면 분주했을 철도는
한적했다.
" 팀 명 하이 눈. 차원전쟁 때 부터 활동한 정예 요원 네 명과 이후에 합류한 요원 한 명
으로 구성된 클로저 팀이지. 몇 달 전에 민간인 오사를 저지른 이후 근신겸으로 일선에
서 물러나 근처 역의 경비 업무를 맡기고 있었어. 법정에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지만,
언론과 민간의 시선으로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일세. "
" 좋은 징조지. 내가 누누히 말하잖나. 전쟁 등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지면 일차적으로
" 좋은 징조지. 내가 누누히 말하잖나. 전쟁 등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지면 일차적으로
언론과 문화산업이 기능하지 않고, 이차적으로 그런 징조에 겁은 먹은 국민들이 흔들
리게 되며, 삼차적으로 그런 국민들에게 지탱받던 정부가 위태롭게 된다는 것 말일세.
그런 만큼 지금 언론과 민간의 시선이 강하다는건 아직 이 나라가 평화롭다는 것 아니
겠나. "
치안감은 침묵했다. 그에게 있어서 침묵이란 동의의 의미였다. 차원 전쟁 시절의 영
웅, 검은 마녀, 서지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네 명의 정예요원을 이런 식으로
비효율적으로 내버려 두는건 그에게 있어서도 그다지 맘에 드는 일은 아니였지만, 그
런 말도 있잖은가. 군대는 안 써먹는게 제일 좋은 것이라고.
그리고 결국 그들이 비효율적이게 써먹히지 않아서 얻은 결과는 또 어떤가.
" 이번 구로역 사건은 사태가 심각함과 동시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
었어. 그렇기 때문에 만약의 희생이 없도록 근처에 있던 클로저 팀이 아닌 조금 멀리
있어도 일을 확실히 처리할 수 있는 하이 눈 팀을 부르게 된 거지. "
어느새 스크린은 열차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왠만해서는 서로가 격식없이 지내는 게
보통인 클로저 팀이였을 텐대도, 다섯명의 클로저들은 이상하리만치 서로와 대화를 나
누지 않았다. 네 명의 나이 지긋한 중년들이 한 명의 청년을 따돌림 하는 것이라면 세대
차이 등으로 이해할 수 있어도, 다섯명 전부가 대화를 나누지 않는 모습은 어딘가 미심
쩍어 보였다.
" 왜들 저러는건가? "
" 설명이 길어지니 자세히 말해 줄 수는 없겠구만. 민간인 오사와 관련해서 내분이 있
다고만 말해두겠네. "
" 그런가, 이해했네. "
열차는 어느새 차창 너머로 어둠속에서 수면위로 반짝이는 한강의 물줄기를 보이며 내
달리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열차의 그들의 침묵은 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표정에 나타나는 불편한 기색으로 봐서는 다들 심심한 모양새였지만, 그 누구도
신문이나 전자기기를 꺼내드는 일이 없었다.
잠에 든 것인지, 조금씩 흔들리던 스크린이 완전히 미동하지 않게된 이후로도 지루한 장
면들이 이어지자 서시혁은 말 없이 노트북을 조작해 스크린을 빠르게 재생했다. 자신들이
봐야 할 것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였다. 빠르게 재생된 스크린은 짧은 순간 섬광이 일더니,
곧 열차 잔해와 하늘을 금이 간 화면으로 그리고 있었다. 난데없는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스크린이 재빠르게 돌아가는 와중에 금 간 카메라 화면 너머로 보이는 것은 운송중이였
을 기계 부품들과 숱하게 많은 차원종들이었다. 정황상 그들이 폭발의 여파로 혼절했을
요원들을 옮기고 있는게 분명했다. 스크린은 잠시 실내를 비추는 듯 하더니, 곧 다시 하
늘을 비췄다. 노을이 진 하늘은 섬뜩하리만치 붉어져 있었다. 서시혁은 그 쯤에서 재생을
정상속도로 돌렸다.
카메라의 주인은 그 쯤에서야 일어났다. 급박하게 요동치는 카메라는 카메라의 주인이
적잖이 놀랐다는 것을, 어쩌면 공포에 질려 있다는걸 알려주고 있었다. 다른 팀원들은
여전히 쓰러진채 요지부동이였다.
상의 주머니에 끼워져 있는 카메라의 탓인지, 스크린은 카메라의 주인이 분주하게 다른
사람을 깨우고 있을 동안에도 줄곧 바닥을 비추고 있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다른
팀원들도 의식을 차린 듯 일어나는 모습이 드문드문 비춰지기 시작했다. 다섯명은 반파된
고층 건물의 옥상, 정확히는 반파되어 강제로 옥상이 된 중간층에 모여있었다.
다섯명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어리둥절해 있었다. 서로에 대한 무언의 추궁이
두어번 오간 뒤 이내 모두의 입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카메라의
한계인지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정확한 것은 그들이 매우 화가 나 있단 것이였다. 그
런 분위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급속히 냉각되어 버렸다. 갑작스런 정적 속에서 오직 다른
네 명의 반대편에 서 있던 카메라의 주인의 카메라만이 위아래로 들썩였을 뿐이었다. 분
위기를 알아차린 카메라의 주인이 몸을 돌리기도 전에, 서재를 가득 메우는 강렬한 섬광
과 함께 화면은 정지화면으로 넘어가버렸다.
" 말도 안 되네. "
지부장의 허공을 향한 물음에도 치안감은 말 없이 프로젝터의 스위치를 내린 채 노트북
을 정리하고 있었다.
" 말이 안 된다고. "
두어번의 물음 이후에야 치안감은 지부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두려움에 질렸음
이 명확한 표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지부장이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 두려움을 말이다.
" 말해주게. 대체 살아남은 그 두 명은 뭐가 되는건가? "
분명 서시혁, 그를 보고 말하는 것임에도 그 목소리는 한 없이 먼 곳에 외치는 메아리 처
럼 들렸다. 넋이 나간채 같은 말을 반복하는 지부장을 그대로 둔 채 치안감은 건물을 빠져
나와 주차해둔 검은 세단의 뒷자리에 앉았다. 운전기사는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는 치안감
을 어디로 데려가야 할 지 고민을 하다가, 이윽고 시동을 걸었다.
차창 밖으로는 무수히 많은 흰색의 마킹ㅡ 도로 표시선들이 그의 눈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는 어쩌면 이 차선들의 이동이 일종의 모스부호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는 잠시 그 모스부
호들을 읽으려 했지만, 읽을 수 없었다.
읽을 수 없었다.
+
2화와 1화는 클로저스의 던전이기도 한 ' 비 오는 전철역'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습
니다.
파벌싸움도 고사하고 일단 사건이 중대하니 정예 요원을 보냈지만, 천장 하나 무너졌다
고 다섯명 혼절(..) 끌려가서 애쉬 & 헤스터에게 순☆살 ♪
그렇게 우리 다섯명의 정예 요원은 죽겠지만.. 이 소설에선 두 명이 어찌저찌 생존 !
클로저스 공식 웹툰처럼 평행 세계 스토리라 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