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단장 이세하] 운증용변 STD(雲蒸龍變 Seha The Dragon) 【 14 】
가람휘 2015-09-20 5
팬무비
팬소설
[군단장 이세하] 운증용변 STD(雲蒸龍變 Seha The Dragon)
【 2 】이게 내 불꽃이다(7)
1
“네 놈! 설마 인간의 편을 들 생각입니까!”
“허튼 소리! 나는 어디까지나 왕의 명에 따라 반역분자를 제거하기 위해 찾아 온 것이다!”
두 드라군 블래스터. 은백색의 드라군 블라스터와 적백색의 드라군 블래스터가 서로를 노려보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즉, 이 붉은 드라군 블래스터는 우리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닌 건가?
“거기 인간!”
“나?”
“그래. 너 말이다, 인간. 왕의 명이시다. 임시로 협력하도록 하지.”
“…뭐?”
우리와 싸울 생각은 없다. 거기까지는 눈치를 챘었지만, 설마 협력을 요구해 올 줄이야.
“착각하지 마라. 어디까지나 반역분자를 제거하는 동안 방해받지 않기 위함일 뿐이다. 왕의 전언이니 잘 듣도록 해라. 반역자를 처리할 때 까지 일시적 협력을 제안한다. 받아들인다면 적어도 반역분자를 제거할 때 까지는 우리가 인간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허나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반역분자와 함께 제거될 뿐이다.”
“…….”
솔직히 조금 안심했다. 적어도 약간의 시간을 번 것이니까.
…클로저가 차원종이 협력을 제안했다고 다행이라 여기는 것도 이상하지만.
“받아들이지. 뭘 하면 되지?”
내가 멋대로 내릴 결정은 아니지만, 여기서 거절을 했다가 지금 나타난 용의 군단과 싸우는 것 보다는 이쪽이 나으리라.
지금 상태에서 이들 전부를 적으로 돌리는 것은 분명 어리석은 짓일 테니까.
“간단하다. 아무것도 하지 마라. 그 뿐이다.”
“뭐? 하지만 저 드라군 블래스터를 없애야─”
“착각이 심하구나, 인간. 너희 따위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힘을 빌려줄 필요는 없다. 그저 방해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렇게 말하며 붉은 드라군이 오른팔을 들어 올리자.
콰앙──!
하얀 드라군의 곁에 서 있던 프라시온 우로보로스가 멀리서부터 날아든 레이저에 꿰뚫려 소멸했다.
“뭣!?”
경악한 것은 아 뿐 아니라 백색의 드라군 블래스터도 마찬가지.
레이저 자체는 시야의 아득히 먼 곳에서부터 날아왔다. 이렇게 먼 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것은 차원종도, 클로저도 내가 아는 한은 없다.
─아니.
“이건 설마!?”
한 번. 딱 한 번 이런 초 장거리 공격을 본 적이 있다.
아니, 맞아본 적이 있다.
“너는 이것을 보는 것이 두 번째구나, 인간이여. 이것이 왕이 직접 만드신 개체.”
딱 한 번. 우리가 사이킥 무브로 하늘을 가르고 이동하던 도중, 우릴 요격시켜 전부 뿔뿔이 흩어지게 했던 바로 그 공격이다.
“포격형 아지다하카에게서 사격 능력만을 극대화 시킨, ‘저격형 아지다하카’다.”
저격형 아지다하카. 붉은 드라군은 이 초장거리 공격을 한 차원종을 그렇게 불렀다.
그 이름은 용이 지은 것이겠지.
“그리고 그 다음으로.”
쿠웅. 쿠웅.
용의 군단 사이에 섞여 앉아있던 개체가 일어났다.
그 키는 어림잡아 5미터. 그 거대한 거구가 천천히 걸어오는가 싶더니.
투, 콰과과과과과과광!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포격형 아지다하카에서 돌격 능력만을 극대화시킨, ‘진격형 아지다하카’다.”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거구의 아지다하카는, 그 달려오는 궤도 안에 있는 적 차원종들을 전부 뭉개버렸다.
그 돌진은 진격이라 하기에 한 치의 부족함도 없었다. 말 그대로 진격.
나였다면 저 돌진을 막을 수 있었을까. 아마 무리겠지.
“디마카에리 뿐이 아니었던 건가….”
베가본드의 변이 개체인 디마카에리만으로도 그토록 고생을 했는데, 그런 변이 개체가 아직 둘이나 더 있었던 건가.
“큭, 빌어먹을!”
은백색 드라군 블래스터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느끼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콰앙!
드라군 블래스터의 등 뒤로 아슬아슬하게 스치듯, 저격형 아지다하카의 저격이 날아갔다.
“…….”
“자, 이제 네게 도망칠 길은 없다. 순순히 그 목을 내놓도록 해라, 반란자여!”
완전히 막다른 길로 몰아붙이다 싶이 한 붉은 드라군 블래스터가 하얀 드라군 블래스터에게 검을 겨누며 말하자, 하얀 드라군 블래스터가 소리쳤다.
“웃기지 마시죠! 저는 용이 될 그릇입니다! 고작 이런 곳에서 쓸러질 거라 생각합니까!”
고함과 함께 오른 손을 뻗어 손바닥에서 강한 레이저를 쏘는 하얀 드라군. 허나 그것은 붉은 드라군의 검에 너무도 쉽게 막혔다.
…이 붉은 드라군 블래스터. 크리자리드 블래스터이던 시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해져있다. 그 사실이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만큼 느껴졌다.
이번 용이 직접 만든 개체…인가.
“쓸데없는 발악을 하는구나.
“웃기지 마시죠! 나는, 나느으으으으은!”
주변을 둘러보아도 은백색 드라군 블래스터를 따르던 차원종들은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소리치던 드라군 블래스터의 어깨에, 저격형 아지다하카의 저격이 박혔다.
“우,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완전한 클린 히트는 아니었는지, 어깨의 갑주가 부서지는 정도로 끝난 드라군 블래스터가 갑자기 포효하기 시작했다.
“이세하. 잠깐만.”
“응?”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 슬비가 나를 불렀다.
2
“네놈도 한 때 용의 군단에 몸담았던 자라면 순순히 포기할 줄도 알거라!”
부하도 몇 남지 않았다. 거기다 적들에게는 포위당했으며, 어떻게 빠져나간다 해도 초 장거리에서의 저격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
하얀 드라군 블래스터가 그런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집념적으로 버티자, 붉은 드라군 블래스터가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좀 뜨거울 거야!”
그리고 그 순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세하가 자신의 건블레이드의 검코 부분을 하얀 드라군 블래스터에게 겨누고 불꽃을, 공파탄을 쏘았다.
“큭!?”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날아든 공격에 당황한 하얀 드라군 블래스터가 두 팔을 교차시켜 공파탄의 불꽃을 막아냈다.
제법 위협적이기는 했지만, 두 팔의 갑주를 부수고 막대한 데미지를 줄 만큼의 공격은 아니었다. 갑옷이 조금 그을리긴 했지만, 이 정도면 문제는 없는 정도,
“거기다!”
하지만 그 불꽃 바로 뒤에서 함께 날아든 단검이 하얀 드라군 블래스터의 팔에 꽂혔다. 그리고.
투, 콰아아아앙!
단검이, 화염폭풍이 폭발하며 하얀 드라군 블래스터의 교차된 팔의 갑주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그리고 드러난 갑주 속의 살도 사실상 다 터지다시피 하여 너덜너덜한 상태.
“크윽!?”
갑작스러운 데다 묘한 시간차로 날아든 치명적 일격에 하얀 드라군 블래스터가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붉은 드라군 블래스터가 물었다,
“무슨 짓이지? 인간.”
“착각하지 마, 차원종. 우리는 일시적으로 너희에게 협력하겠다 했을 뿐이지, 너희의 명령에 따르겠다고 한 적은 없어.”
질문에 대한 슬비의 대답.
분명히 협력하겠다고는 했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마라.’라는 차원종의 명령을 따를 이유는 없다.
…애당초 차원종과 협력해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너무도 짜증나고 굴욕적이지만.
“…슬비야.”
“알고 있어.”
차원종의 손에 놀아난다는 것은 매우 기분 나쁘지만, 그렇다고 굳이 적을 늘릴 필요는 없다.
어차피 언젠가 전부 쓰러트려야 할 적들이지만, 이번 용은 함부로 적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도 강대한 자다.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최대한 버는 쪽이 현명하리라.
…그걸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몸을 따르게 하는 것은 별개의 굴욕이지만.
“저리 비켜!”
세하가 질주로 달려들어 단숨에 하얀 드라군 블래스터의 뒤를 잡고, 검을 하얀 드라군 블래스터의 등에 붙였다.
“이게 내 불꽃이다!”
그리고 빠르게 이어지는 폭령검의 연계.
힘껏 검을 휘두르며 폭발을 쏘아 가격하고, 그대로 하얀 드라군 블래스터를 베며 그 자리에서 빠져나온다. 그와 동시에
“시내버스다!”
세하의 뒤에서 날아오른 슬비가 염동력을 최대치까지 폭주시켜, 거대한 버스를 소환하여 그대로 하얀 드라군 블래스터를 짓누른다.
그리고 거기서 끝내지 않고
“레일 캐논!”
공중에서 낙하하기 전에 그대로 빛을 응집시킨 섬광의 줄기를 발사, 그 자체적인 위력 뿐 아니라 버스까지 폭발시켜 데미지를 극대화시킨다.
무수한 폭발의 연쇄.
매우 짧은 시간에 가해진 막대한 위력의 공격은 주변 일대를 자욱한 흙먼지로 가득 매웠다.
암만 드라군 블래스터라 해도 이 공격을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만의 하나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
잠시간의 침묵. 그리고 가라앉기 시작하는 흙먼지.
“세하야.”
“알았어.”
슬비가 세하를 부르자, 세하는 별 다른 이야기를 듣지 않고도 슬비의 의도를 파악하고 검을 땅에 꽂았다.
그와 함께 폭발하는 위상력.
위상력이 폭발하며 발생한 충격파가 흙먼지를 일제히 날려버렸다.
방법이 없다면 모를까, 상대가 흙먼지 안에서 무얼 할지도 모르면서 얌전히 기다려주는 것은 멍청한 짓일 테니.
아마 이미 쓰러졌겠지만, 몇 번이고 되뇌는 만의 하나.
“──!”
그리고 걷어진 흙먼지 사이로 나타난 모습은, 쓰러진 드라군 블래스터의 모습이 아니었다.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죽어 사라져가는 드라군 가디언의 모습.
“후우. 이건 정말로 위험했군요.”
그리고 그렇게 사라져가는 드라군 가디언의 시체를 들고 서 있는 드라군 블래스터.
“설마 네 놈, 자기 동료를 방패로 삼은 거냐!?”
그 모습을 본 세하가 소리쳤다.
동료를 방패로. 드라군 블래스터는 틀림없이 드라군 가디언을 들고 있었다. 아마도 슬비의 공격을 드라군 가디언으로 막아낸 것이겠지.
자신의 동료를 방패로 삼아서.
“동료? 하! 웃기지도 않는 군요. 이건 동료 같은 게 아닙니다. 절 용으로 만들어줄 발판. 짓밟고 올라가야 할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요.”
그렇게 말하며 들고 있던 드라군 가디언의 사라져가는 시체를 던져버린 드라군 블래스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서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하는 수 없군요. 상황이 좋지 않으니….”
그리고 곧바로 드라군 블래스터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드라군 블래스터의 등 뒤로 나타나는 차원문.
“네 놈, 설마! 레플리카를 가지고 있던 것인가!”
“하하. 덕분에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지요. 특히 그 쪽의 인간. 당신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찢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드라군 블래스터는 차원문 너머로 들어가버렸다.
“기다려!”
그것을 쫓아가려 하였지만, 차원문은 드라군 블래스터를 빨아들이자마자 사라져 버렸다.
“큭! 우리도 돌아간다!”
그 직후 붉은 드라군 블래스터도 손가락을 튕기자, 마찬가지로 거대한 차원문이 생겨났다. 그 차원문으로 수많은 차원종의 대군이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붉은 드라군 블래스터가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봐! 기다려! 이건 도대체…!”
묻고 싶은 게 있다. 그렇기에 세하는 붉은 드라군 블래스터를 잡으려 하였지만, 붉은 드라군 블래스터는 세하를 향해 검을 겨눌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차원문 너머로 들어가 버렸다.
“세하야….”
차원종들이 모두 사라지자 아무것도 남지 않은, 폐허가 되어 버린 운동장에서 슬비는 세하를 바라보며 아마 세하도 마찬가지일 한 가지 불안한 가능성을 떠올렸다.
두 드라군 블래스터는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차원문을 열고, 그 차원문을 통해 대군을 이동시키거나, 자신이 이동했다.
칼바크 턱스의 가방은 인간이 의도적으로 차원종을 소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끔찍하고 악마 같은 물건이었으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고 두려운 물건이었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만약. 사용자가 차원종을 불러내는 정도가 아니라, 차원종이 스스로의 의지로 차원문을 열고 드나들 수 있다면?
─그것이 가능하다면 전부 끝장이다. 더 이상 인간에게 승산은 없다. 남은 것은 그저 묵묵히 죽음을 기다리는 것 뿐.
그렇기에 부디. 이 불안한 가능성이 쓸 데 없는 기우이기를 바라며 세하와 슬비는 멍하니 하늘을, 하늘을 가리고 있는 데미플레인을 바라봤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나름 꾸준히 쓴다고 쓰고는 있는데 일이 많아서 빠른 연재가 쉽지는 않네요...
일단 '이게 내 불꽃이다'편은 이걸로 끝입니다.
나름 이런저런 떡밥을 주구장창 던져댄 편이었던지라, 내용도 어설프고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도 못하네요...
애당초 가볍게 쓰기 시작했던 팬픽인 탓에 플롯도 시놉시스도 ** 않고 즉석에서 손 가는 데로 쓴 글인지라 완성도가 높지는 못하지만요...
다음 편은 유리와 미스틸을 중점으로 하여, 붉은 드라군 블래스터와 그의 부하들이 주요 적으로 등장합니다!
이 다음 편은 맨 처음 계획에는 없던 에피소드이지만, 너무 일상 부분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유리와 미스틸의 비중이 너무 적은 것 같아서 조금 끼워넣어 봤습니다.
그래서 다른 편들과는 달리 매우매우 짧게 끝나고 본래 계획대로인 용들의 전쟁 편으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편은 비교적 유리와 미스틸의 비중이 큰, 그리고 가벼운 내용인 '클로저의 일상'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