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비와 세하와 유리의 3각4정 -3화-

코노카 2015-08-06 0

작전지역에 멈춰선 트럭에서 내리는 검은양팀의 앞에 펼쳐진건 역 전체를 빼곡하게 뒤덮고 있는 차원종의 무리와 따끔거릴 정도의 강대한 위상력이었다. 이제 막 클로저로서 첫발을 내딛은 검은양팀에게 있어서 그 어마어마한 위상력은 표정을 굳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작전 구역에 돌입.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정도 차원종에 이 엄청난 위상력... 대체 뭐가 있는 거야? 으, 나 좀 무서운데.."


"지금껏 상대했던 놈들과는 차원이 다르잖아. 이슬비. 어떻게 할거야?"


서유리와 이세하가 둘다 이슬비를 바라보자. 이슬비는 애써 냉정을 가장하면서 나이프를 쥐었다. 불안해하는 팀원을 잘 이끄는것도 리더의 일. 그렇게 생각하니 손에 힘이 확 들어갔다.


"여태껏 해왔던것과 다르지 않아. 우선 이세하가 전방에서 공격하고, 나는 이세하의 뒤에서 원거리 서포터에 집중할게, 유리는 따로 차원종을 상대로 단독행동을 하되, 포위당하기 전에 도망치도록 해. 그럼 작전 시작!"


"슬비의 명령을 받으면 왠지모르게 자신감이 생긴다니까! 알겠어!"


"예이예이."

아예 불안이 사라지지는 않았겠지만 조금은 나아진듯한 두사람의 상태를 보며 슬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작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사기가 꺾이면 승산이 없어진다.


'어라?'


그렇게 생각하며 먼저 걸어나가는 이세하와 서유리를 따라 발을 내딛는 순간 묘한 위화감이 몸을 덮쳤다. 몸의 균형이 갑자기 무너지는듯한 느낌. 겨우 균형을 다시 맞춰서 넘어지진 않았지만 동시에 엄습해온. 시야가 흐려지면서 머리가 무거운듯한 느낌은 몸에 달라붙은듯이 사라지지 않았다.


'역시... 몸에 이상이 있어.'


새삼스레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제와서 두사람에게 걱정과 불안을 심어줄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슬비는 입술을 꾹 깨물고 두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의외로 약하잖아? 이녀석들."


"그러게 말이야~ 여태껏 상대해왔던 녀석들이랑 그렇게 다르지 않은것 같은걸? 이게 다 이 유리님 덕분이지!"


"예이 예이. 그럼 앞으로도 혼자서 열심히 힘내."


"뭐야 그 말투는! 너 내가 활약하니까 질투하는 구나! 역시 세하도 어린애라니까~"


"... 어린애는 어느쪽인지 원..."


어마어마한 위상력을 가진 차원종의 출현에 근처의 차원종도 나름의 파워업을 했을 터이지만. 사실상 그동안 상당한 실전의 경험을 쌓아온 유리와 세하, 슬비의 적이 되지는 않았다. 거대한 차원종은 세하의 건블레이드에서 나오는 파괴력이, 작은 차원종의 무리는 슬비의 안정적인 원거리 공격이. 그 외에 기습해오는 차원종은 유리의 빠른 기동력에 속수무책으로 막혀나갔다.


"슬슬 이쯤 아니야? 그 말렉이란 녀석이 나올 곳."


"맞는것 같은데! 근처에 커다란 위상력이 있는게 느껴지니까. 아마 근처일거야! 와아. 신난다!"


"넌 뭐가 그렇게 신나냐? 싸우러 가는데."


"세하는 그래서 어린애라니까! 거대한 차원종을 쓰러뜨리면, 그만큼 크레딧도 잔뜩 나올거라구! 그러면 못샀던 신상 옷이랑 화장품이랑..."

"어휴, 태평한 녀석."

"뭐라고~?"

유리가 세하에게 헤드락을 걸자. 세하는 버둥거리면서도 겨우 탈출한뒤 뒤로 물러났다. 유리도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기색인지. 팔을 두손 다 올리고 으르렁거리는 자세를 취한뒤 틈을 보고 있었다.


"하아. 둘다 그만. 말렉과 조우하기 전에 작전을 세우겠어."

지금까지 말이 없던 슬비가 입을 열자 세하와 유리 둘다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슬비를 바라봤다. 그 빠른 태도 변환에 슬비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입을 열었다.


"특경대 분들의 보고에 따르면, 이 말렉은 힘을 소진하면 차원문 너머로 도망친다는 보고가 있어. 우리는 말렉이 차원문을 넘어 도망치지 않도록 포위작전으로 섬멸할 예정이야."


"어떤 식으로?"

세하가 뒷머리를 긁으며 묻자. 이슬비는 한번 숨을 삼키고 아직도 무거운 머리를 한번 흔들었다.


"일단 이세하가 건블레이드로 말렉을 공격하고, 나는 뒤에서 엄호할게. 그때 말렉이 힘을 소진해서 도망치면, 내 반중력 위상력과 유리의 배후 공격으로 끝내는거야. 알겠어?"


"뭐 대충은."


"신난다! 슬비랑 공동작전이다! 좋았어~ 나도 힘내야지!"


"뭐, 뭐가 그렇게 기쁜거야? 어쨌든 작전을 시작하겠어. 그럼 작전 개시!"


크어어어엉 !!


슬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하의 바로 앞에 쿵, 하고 거대한 차원종이 떨어졌다. 목에 커다란 구속구를 찬 그 차원종은 일찍이 들었던 B급 차원종 말렉이 분명했다.


"이세하!"


"알겠어!"


이슬비의 외침과 함께 이세하가 건블레이드를 들고 말렉의 바로 아래까지 달려들어갔다. 그것을 본 말렉이 손을 휘둘렀으나 이세하는 그 손을 지지대 삼아 뛰어서, 말렉의 가슴팍에 공격을 꽂아넣었다.


"하아아앗!"


그리고 이세하의 공격에 주춤하는 말렉의 머리위로 이슬비의 버스폭격이 떨어졌다. 그대로 짓뭉개버릴 버스의 충격에 말렉은 주춤 주춤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본래라면 이렇게 쉽게 당할 말렉이 아니었지만. 목의 구속구가 양날의 검이 되어 말렉의 힘을 봉인하고 있었다.


크어어어엉 !!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을 담은 말렉의 울음소리가 신논현역에 퍼졌지만 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건 그를 상대하는 3명의 소년 소녀 클로저들 뿐이었다.


"이대로 끝장을 내겠어!"


이세하가 건블레이드에 위상력을 모아 마지막으로 폭령검을 말렉의 가슴팍에 꽂아넣으려는 찰나, 말렉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공중에 높이 뛰었다.


"도망치려는 모양이야. 유리야!"


"옛써! 이 서유리님이 나가신다!"


다른 잔챙이 차원종을 사냥하고 있던 서유리가 말렉이 뛰어오르자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뒤에 섰지만 말렉이 내려찍은 곳은 건물의 위가 아니라 이슬비의 바로 머리 위였다.


'이정도 공격. 내 위상력...'


냉철하게 판단하고 공격을 막아 말렉의 빈틈을 만들어내려던 이슬비였지만. 위상력을 발동시키기 바로 직전. 머리가 급속도로 무거워지면서 몸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다. 게다가 손의 힘까지 빠져나가 들고있는 나이프까지 땅바닥에 텅,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아아, 앞으로 조금. 이었는데...'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는 흐릿한 풍경을 바라보면서 이슬비는 천천히 눈을 감고 자신의 몸관리의 허술함을 마음속 깊숙히 후회했다.


"이슬비!"


"슬비야!!!!"


마지막으로 들리는 동료들의 목소리는 완전히 정신을 잃은 이슬비에게 닿지 않았다.

2024-10-24 22:37:4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