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비와 세하와 유리의 3각4정 -1화-

코노카 2015-08-05 1

"이세하!"


검은양 팀의 리더, 이슬비의 고함에 이세하라고 불린 검은 머리의 소년은 황급히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그보다 아주 약간 늦게. 차원종인 트롤의 거대한 방망이가 위를 부웅하고 스치고 지나갔다. 이세하는 등골이 차가워지는걸 느끼면서도 손안의 건블레이드를 꽉 잡아. 곧바로 트롤의 가슴팍에 공격을 꽂아넣었다.


"이세하. 전투중에 한 눈 팔지 마. 팀워크에 구멍이 나잖아."


빈틈없이 양손의 단검을 이용해 스캐빈저 여러마리를 확실하게 끝장낸 이슬비가. 특유의 분홍색 머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이세하는 칫, 하고 혀를 차면서도 예이 예이, 라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좀 더 의욕 있게 할 수는 없어? 네 탓에 위험해진게 한 두번이 아니야."


"..."


"어째서 그렇게 매사에 진지하지 못한거야? 쉬는 시간엔 제대로 쉬어둬. 게임기만 만지작 거리니까 전투시에 제대로 집중을 못하는 거야."


"시끄럽네..."

이슬비의 끈질긴 추궁에 이세하가 질렸다는듯 고개를 흔들며 이 여자와 엮이는건 역시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게임기를 꺼냈다. 주변의 차원종은 거의 정리했으니, 쉬는 시간임엔 틀림 없겠지.


"또 게임기를..."


"오, 세하랑 슬비잖아! 뭐야 뭐야? 둘이서 뭔 얘기 하고 있었어?"


이슬비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멀리서 검은양팀의 또다른 일원. 서유리가 만면에 웃음을 띄고 달려왔다. 이세하에겐 이슬비보다 훨씬 말이 통하는 소녀였지만 가끔 도를 지나친 스킨쉽에 상당히 곤란해하고 있다.


"별 얘기 아니었어. 이세하가 얼마나 불효율적이게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 가르쳐줬을 뿐이야."


"게임 말이지~? 뭐~ 나도 게임은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세하정도로 잔뜩 하지는 않는다구. 확실히 세하는 게임을 좀 줄이고 작전에 집중하면 훠얼씬 세질텐데 말이야."


"본인에게 의욕이 없으니 무슨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는거겠지. 듣고 있어. 이세하?"


"칫, 정말 시끄럽네..."


평소라면 무시하고 게임기를 두드렸을 이세하였지만. 오늘은 왠지 짜증이 밀려들어왔다. 자기가 좀 흥분상태에 있는게 원인일지도 모르겠다고 머리속으로는 생각을 하면서. 게임기를 집어넣고 일어서며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나에게 너희와 같은 의욕을 강요하지 말라고. 어차피 난 위상력인가 뭔가하는 것때문에 반강제적으로 들어온거고. 너희는 거의 자기의지로 들어온거 아니야? 난 이런 짓은 딱 질색이야."


이세하가 정색을 하고 얘기하자. 서유리는 뺨을 긁으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슬비는 오히려 세하의 말에 스위치가 켜졌는지. 눈썹을 치켜떴다.


"그런 어정쩡한 각오로 작전에 임했던거야? 정신차려. 이세하! 지금 서울뿐만 아니라 세계엔 차원종이 득실거리고 있어. 시민들을 지키는건 그들과 싸울 수 있는 우리 클로저밖에 없어! 좀 더 자각을 하고 임무를 수행해!"


"그래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싫어하는 싸움을 계속하라는 소리야? 난 너같은 모범생이 아니라서, 그런거 잘 모르겠거든? 네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잘 들어 이세하. 힘이란건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거야. 너처럼 적당인 사람이라도. 위상력을 가진 이상 그에 걸맞는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작전을 수행해야 해!"


"그러니까. 네 기준을 내게 강요하지 말라고 몇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자. 자. 둘다 그만! 왜 우리끼리 싸우고 그래? 싸워야 할 적은 저기에 잔~뜩 있는데!"


둘사이의 말싸움이 과열되어가자 서유리가 두사람을 껴안으면서 활기차게 말을 걸었다. 이슬비와 이세하는 잠시 당황했지만 평소에 잔뜩 당했던 덕분인지 진정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네. 내가 조금 말이 심했던 것 같아. 그렇게까지 말할건 아니었는데."


"아. 아니.. 나야말로. 머리에 피가 올라서.."


유리의 품 안에서 서로에게 사과하는 묘한 장면이었지만. 검은양 팀과 특경대에게는 이미 익숙한 장면이라 근처의 특경대원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바리케이트를 쳤다.


"그럼 오랜만에 소영 언니네가서 맛있는것좀 먹자! 어때? 다들 좋지?"


"... 불규칙적인 식생활은 권장하지 않지만. 가끔이라면..."


"뭐. 거기 음식. 맛있으니까..."


서유리의 품안에서. 이세하와 이슬비는 마음속으로 서유리의 언니(누나)같은 부분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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