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특집]There are fates worse than death.
창염의검성 2015-07-31 1
그 사건이 일어난지 5년 후.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모든 것이 낮설게만 느껴진다.
예전엔 몇천만의 인구들이 어우러진 도시였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황폐한 곳이다.
보고 또 봐도 예전에 받았던 무지막지한 고통의 장소였지만 추억이 시작된 것도 바로 이곳이지.
때론 나쁜고향도 그리운법이다. 자신의 탄생이 시작된 곳이라면 더더욱...
"오랜만에 보는 강남이야. 떠난 지 5년 남짓인가...? 내 소싯적일때의 활기찬 그 모습이 좋았는데 말이지."
인간이나 물건, 장소도 마찬가지일까...?
세월앞에 장사없다는 말...?
하지만 단순히 세월이라는 은유적인 환경이 그런 걸 쉽사리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변화하는 과정이란 것이 있듯이 강남 또한 변화하는 과정이 있기에 지금의 이런 모습이 된거지.
이러저리 둘러보다 CGV건물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는평소 이 안에서 영화를 즐겨보고는했다. 내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여성과 같이 말이다. 그녀와 함께 러브스토리 장르의 영화 몇 편을 보고 청춘을 할애하는 것만이 내가 즐길 수 있는 유일한 행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진짜모습을 여성에게 들키고 이후로 조금식 거리를 두게 되었지. 그 후로 여자는 오지 않았고 - 결국 짬이 날 때 혼자서 영화를 보면서 무료함을 보내기도 했지.
그게 나만의 유일한 추억.
그리고 신이 허락해 준 유일한 자유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추억의 기억이 깃든 그 장소를 선명하게 비추는 나의 양쪽 눈은 추억을 생각하면 할 수록 더욱 맑고 푸르게 밝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귓가에서 자신의 느끼고 있는 추억의 여흥을 깨는 소리가 들려온다.
황폐한곳이니 만큼 넘 조용하리라 생각해서 감상에 잠길 때였는데 그 소리가 당사자의 귀를 사정없이 찌르는 것인지 즐겁던 표정이 시뻘건 불쾌감을 느끼는 듯한 표정으로 일그러졌다.
물론 왠만한 소리라면 한귀로 흘려버리겠지만 그 왠만한 소리와는 거리가 멀다. 흔히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도 바람소리도 아니다.
뚜벅 뚜벅....
발소리다.
발소리가 들려온다. 그렇다는 건 즉 나 자신의 입장에선 지금의 감상을 방해하는 불청객이 있다는 뜻.
그 소리는 내 뒤에서 조그마한 소리를 내더니 몇 초가 지나 이내 좀 더 커졌다.
슬며시 뒤로 돌아본다. 아니. 어차피 예상했던일.
혼자만의 감상도... 아주 잠시동안의 유희도...
결국 내가 어떠한 행위를 하는 것도 신이 허락치 않았던 것일까...?
그렇지. 내 목적은 그런 유희가 아니니까...
뒤를 돌아본 머리는 이내 앞을 향하고 있는 상체와 흉부, 하체에게 차례차례 명령을 내리듯 순서대로 뒤를 돌았다. 마치 기계같으면서도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이 자연스레...
그 발소리의 정체는 인간.
아니. 이젠 인간이란 존재는 세상에 없다. 지금은 인간같은... 간신히 인간의 형상을 유지하는 있어서도 안되는 존재. 괴물이다.
그것도 깊은 심연의 괴물 - 지옥을 두려워하고 싫어하기는 켜녕 제집처럼 생각하고 편히 쉬면서 유희를 즐기는 그런 괴물들 말이다.
"아주 잘 왔군. 마침 네놈들에게 할말이 있었는데 말이지."
난 그 발소리의 주인을 환영한다는 말투로 맞이했다. 하지만 그것은 환영이 아니다. 어떻게든 그들에게 할 말이 있어서 필사적으로 그 말투를 유지했을 뿐.
본론은 지금부터다. 너희들에게 보여주지. 달콤하면서도 치명적이고 피로 물든 본론을 말이다.
"너무 오랫동안 나와 동료들은 매일 전쟁의 참상을 강요당하도록 고통받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언제나 처럼 적들을 처부쉈지. 하지만 전쟁에서 승리해도 보복을 하거나 보상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
그 순간 맑고 푸른 광채를 유지했던 내 눈은 순간 붉게 변했다. 그리고 그 붉은 눈으로 그들을 응시하며 이에 걸맞는 감정을 폭발시켰다.
"그래서 우리의 자비로 너흰 무엇을 얻었나...? 보다 많은 기만과 무의미한 폭력뿐이지 않은가...?"
폭팔적인 감정을 실은 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당사자의 유지를 원동력으로 말을 이어갔다.
"벌처스의 새로운 고위층들은 잘 듣도록. 날 비롯한 멤버들은 더 이상 네놈들의 간계에 농락 당하고만 있진 않을거다. 너희들이 지치는 순간을 노려 가차없이 너희 목을 물어뜯어줄 것이다. 이제부터는 자비는 없을 것이고, 관대 또한 기대하지 마라."
피로 물든 본론이란 즉 선전포고. 당연하겠지만 지금 마주하고 있는 불청객을 상대로 한 선전포고가 아니다.
자비와 관대도 없다.
이 한마디로 모든것을 확실하게 했다.
그들에겐 이 말로도 충분할 것이다.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흐른 후 나는 메고 있는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고 쓰레기를 버리듯이 그것을 땅에 떨어트려놓았다.
"...................."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체 기준으로 있어서 가장 윗부분 같았다.
그 윗부분은 전체적으로 동그란데다 윗면은 새햐안 털뭉치같은게 달려있고...
앞면은 5개의 구멍이 파여 있고 파여있는 부분 2곳은 구슬2개가 조립하듯이 박혀져 있다.
옆면 양쪽에는 대칭되듯한 구멍이 있다.
그리고 아랫부분은... 절단 되어있는 듯한 모습의 가느다란 원기둥이다.
갑자기 한쪽의 구멍이 사람 숨 쉬는 시늉을 하고 있다. 마치 힘들게 쉬는 듯하다 잠시동안 이었지만 그림자로 숨겨진 그것이 모습이 드러났다.
바로 인간의 목.
그것도 목 부분은 단분자컷터로 깔끔하게 잘린 흔적이 어우려져 옆으로 드러누운듯이 쓰러져있다.
인간의 목은 마치 살아숨쉬는 듯 입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했지만 정작 인간의 소리의 근원인 그것이 없어서야 말짱 헛것이다.
그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입은 쉴세없이 움직이고 있다.
입뿐만이 아니다. 윗부분에 박혀 있는 두개의 구슬 - 두 눈동자마저도 쉴세없이 움직인다.
그리고...
마치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듯이 격한 감정을 내뿜는다. 원망과 분노에 가득한 감정말이다.
그것을 누구에게 향하고 있는 건지 대강 알 것 같다. 자신에게 있어서 아주 가까운 존재일테지. 어떤의미로 연이 깊다고나 할까. 아주 나쁜의미로 말이지.
쓰레기를 떨어트린 듯한 느낌으로 손을 닦고 나는 다시 무거워졌던 입을 열었다.
"그녀는 본의가 아니었다지만 이미 죽음을 넘어선 불가사의한 존재가 되어버렸지. 일반적으로 죽이는 건 불가능해."
그녀라는 인간의 목을 아래로 떨구어 응시하며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한 때는 조력자였지만 이제는 원수가 되어버린 그녀. 지금 그녀를 아래로 내려다 보면 통쾌하긴 커녕 오히려 측은해보였다.
어째서일까...?
동료들을.... 실컷 이용해먹고서.... 죽고싶길 바랬는데...
그래도 신은 공평한 것일까...?
지금 그녀는 살아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만큼 비참함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읊어낸 내 대답 또한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때론 죽음보다 더 가혹한 운명도 있는 법이지..."
이 대답을 끝으로 나는 발길을 반대쪽으로 돌리고 석양을 향해 정처없이 걸어갔다.
내 대답을 들은 그들의 감정을 어땠을까...? 분노일까...? 아님 두려움일까...?
아니. 이제와서 그건 아무상관없겠지.
지금부터가 진정한 피와 혼돈의 도래가 올 것이다.
그들에게 가르쳐줘야겠지....?
진정한 괴물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걸 말이야.
--------------------------------------------------------------------------------------------------------------
= 후기 =
처음으로 소설을 써봅니다. 다른 단편들보다 더 짧은 이야기지만 늑대개팀을 인상깊게 해서 써보았어요.
선전포고한 사람은 트레이너고 목만 남은 얼굴은 희대의 악녀 홍시영이죠. 게임 스토리상에선 죽었지만 넘 편히 죽여줬다고 생각해서 목만 남고 영원히 고통받도록 해주었습니다.(쉽게 말해서 죽었는데 알고보니 목만 남은 불로불사의 존재가 되었다. 라고 말이죠.)
나타나 레비아가 흑화되는 과정으로 기획할 의도였지만 오히려 트레이너가 어울릴 것 같아서 변경을 좀 했습니다.
그럼 즐겜 하시길....
"클로저스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