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우정미, 클로저가 되다? ~우정미, 서유리와 또 한 명의 친구 이야기~
SoulKnix 2015-07-31 1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하..."
정미는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끊었다. 벌써 일주일 째다.
"그래..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유리는 앞으로 전화하면 항상 받겠다는 약속을 뒤로 한 채 또다시 연락두절이다. 학교는 3층 일부분과 4층을 제외하면 수리를 거의 마쳤고, 4층에는 교과 교실들밖에 없기에 당분간, 적어도 수리가 다 될 때 까지 학생들은 그냥 이동 수업 없이 교실에서 모든 교과 수업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유리는 다시 임무 때문에 바빠졌는지 계속 결석이었고, 세하와 슬비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다들 유니온의 정식 요원이 되었기에, 유리가 임무 때문에 바쁜 건 정미도 이해하로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문자 정도는 받기로 했으면서..
"뭐해?"
"임무 잘돼가?"
"왜 답장이 없어.. 많이 바빠..?"
"정말 너무한 거 아냐?! 답은 해주기로 했으면서!!"
전화도 받지 않고 학교도 오지 않아 물어볼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정미는 요즘 학교에서 다시 혼자가 되었다. 왕따는 아니었지만, 그저 쉬는 시간에 같이 얘기할, 같이 매점에 갈, 그냥 그런 단짝 친구가 사라졌다.
오늘도 그냥 그런 날이었다. 그저 평범하고, 조용하고, 혼자였던. 그런 학교생활. 종례가 끝나자 정미는 가방을 집어들고 곧장 교실을 빠져나왔다. 오늘은 학원이 없는 날이지만.. 집까지 같이 걸어갈 사람은 어차피 없으니까.
학교 건물을 나와 후문을 빠져나가 길을 걸었다. 이제 저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조금만 더 걸으면 집이다. 그런데.. 정미 눈에 들어온 다정하게 걷고 있는 두 남녀..
"엥? 정미잖아? 너네반 종례 지금 끝났어?"
"헐! 정미정미야! 완전 오랜만이다 얘!!"
그 둘은 다름아닌 유리와 우룬이였다.
"와 타이밍 대박인데? 그럼 정미도 같이갈까?
정미야 오늘 너 학원 안가지?"
우룬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건넸다. 이우룬. 정미와 유리랑은 중학교 1학년때부터 아는 사이였고 셋은 지금까지 정말 친했다. 키는 유리랑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비율이 좋아 멀리서 보면 실제보다 커보였다. 머리스타일은 평범한 비대칭에 얼굴은 그냥 반반한 얼굴이었다.
"가긴 어딜 가? 지금 어디가는 중인데?"
"유리가 오늘 갑자기 휴가라 영화보자길래 나 학원 째고 왔지ㅋㅋ 정미 너 오늘 학원 안가면 같이가자!"
"그래 정미정미야~ 오랜만에 셋이 놀면 완전 재밌겠다ㅎㅎ 영화보고 우리 뭐할까?"
둘은 마냥 즐거워했다. 하지만 정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니 잠깐만 있어봐. 서유리, 너 휴가가 생겼으면 나한테 먼저 연락을 했어야 하는거 아니야? 왜 나한테는 문자 한 통 없고, 왜 우룬이만 만나는데?"
"...어? 내가 그랬나? 딱히 생각 안해봤는데.. 어.. 그게..... 미안..ㅎ"
"그냥 미안하면 다구나? 생각조차 안해봤다고? 너 정말 평상시에도 연락 없더니 이제 하다하다.."
"아니 그게.. 진짜 미안해.."
"정미야 왜그래.. 유리가 미안하다잖아.."
"됐어! 다 필요없어! 너네 둘 다 연락하지마!!"
"야! 정미야! 잠시만!
유리야 나 정미 따라가볼게.. 영화는 다음에 보자.."
".....어.. 그래.. 그러자 그럼.."
유리는 우룬이도 가버렸으니 그냥 집에서 쉬기로 하고 힘없이 터벅터벅 집으로 향했다.
혼자 골목길을 걷다 문득 위상능력자가 처음 된 날이 떠오른다. 분명 우승하는 경기였는데.. 마지막 공격에 위상력이 실려있었다니.. 하필 그 중요한 순간에 위상력이 각성해버린건 어째서일까? 그 때만 해도 정말 슬펐지만.. 아빠가 그토록 원하시던 공무원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에 기쁘게 받아들였던 클로저라는 직업. 물론 얻는 것만큼 잃는 것도 많으리라는 생각은 했지만.. 어렸을 때 가장 친했던 친구조차 이렇게 잃게 되는 걸까..? 그러고 보니 정미도 내가 클로저가 되는 것을 엄청 반대했었지. 그토록 반대했던 진짜 이유는 임무를 수행하다가 우연히 캐롤언니로부터 알게 된 거지만.. 혹시 정미는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되리라는 것도 알고 반대한 걸까..?
'우룬이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우룬이는 5살 때 차원종들에게 붙잡혀 차원문을 통해 들어갔다가 6시간쯤 뒤에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차원으로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우룬이의 눈 색깔은 오른쪽은 주황색, 왼쪽은 남색이었다. 누가 봐도 위상력이 각성한 듯 보였지만, 유니온 요원들이 우룬이를 데려가려고 할 때마다 스스로 허공을 찢고 차원문을 만들어 들어가서는 전혀 다른 위치에서 돌아오곤 했다. 그 엄청난 능력으로 우룬이는 매번 유니온 요원들에게서 도망쳤고, 유니온도 몇 년 전부터 우룬이를 클로저로 영입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때 우룬이가 그토록 클로저가 되기를 거부했던 건.. 정미랑 나 때문이었을까? 그런데도 난 위상력이 각성되자마자 후딱 클로저가 돼버렸고.. 정미랑 우룬이는 뭐라고 생각했을까? 그러고보니 이런 생각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네.."
골목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 버린 비닐봉지만이 바람에 실려 날아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계속 집을 걸어가다가 문득 주차된 자동차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눈동자는 파란색이었다.
"내 눈동자.. 이 눈동자가 파란색이 된 다음부터 정미가 날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었지.."
유리는 정미와 같은 눈을 가진 자신을 상상해보았다. 물론 예전에는 같은 색이었지만.. 지금은 연한 검은색 눈을 가진 자신의 모습이 생각나지도 않는다.
"에휴 ...어떻게 화해하지.."
갑자기 유리의 전화기가 울렸다. 우룬이였다.
"어 우룬아. 정미 따라가 봤어? 좀 얘기해 봤어? 어때? 좀 괜찮아졌어?"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여기 72동 뒤 주차장이니까 사이킥 무브인가? 그거 써서 당장 여기로 와!"
"어? 왜? 무슨일인데 그래?!"
"정미가 나한테서 도망치다가 차원종이랑 마주쳤어! 지금 정미를 덮치려 한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넌 지금 뭐 하고 있는데!?"
"자동차 뒤에 숨어있어.."
"너라도 싸우고 있어! 너도 위상능력자잖아!!"
"난 클로저가 아니라 위상장비가 없어! 잔말 말고 그냥 빨리 와!"
"에잇.. 일단 끊어!"
유리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사이킥 무브로 날아갔다. 도착해보니 익숙한 식물형 차원종들이 진짜로 정미를 둘러싸고 있었다.
'맨드란들..'
"유리야! 여기야 여기!"
우룬이가 자동차 뒤에 숨어서 유리를 조용히 불렀다.
"아 정미 데리고 차원문 열어서 도망가기라도 하지그랬어!! 대체 뭐한 거야?!"
"그게 말이 쉽지.. 생각보다 위험하다고 그거..
나한테 뭐라 할 시간에 빨리 무기 챙겨서 싸우러 나가시지?"
"무기.. 없어.."
"뭐? 무기가 없다고?? 왜 무기가 없어?!"
"오늘 나 휴가여서 영화보자고한거잖아.. 누가 영화보러가는데 진검이랑 권총을 차고 가..?"
"...그래 알았다.. 그럼 정미는 어떡하라고?!"
"내가 일단 본부에 전화해볼께! 잠깐만 기다려봐!"
"기다리고 뭐고 지금 저 차원종들 정미를 건드리기 시작했잖아!!"
맨드란들 중 하나가 덩쿨로 정미의 팔을 잡았고 나머지 맨드란들도 덩쿨을 정미에게로 뻗기 시작했다. 유리는 초조해하며 자동차 뒤에서 혼자 생각했다.
'맨드란들의 수가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다가 다들 정미를 중심으로 한 곳에 모여있다.. '속전속결' 한 번이면 끝날 거야.. 하지만 그럼 그 중심에 있는 정미는.. 아.. 어쩌면 좋지? 이 거리에서 '자동 사격'이나 '제압 사격'을 해도 정미를 한 발도 맞추지 않을 자신은 없는데.. ...아 참~ 나 무기가 없구나.. 나도 참..'
"...어? 유리야 쟤네들 갑자기 왜 저래?"
우룬이가 멍한 얼굴로 정미로부터 눈을 떼지 않으며 말했다.
"어? 왜?! 정미가 벌써 잡혔어??"
"아니 그 반대야.. 저거 빨리 보라고.."
정미를 보자마자 유리의 얼굴이 우룬이의 얼굴이랑 똑같이 변했다. 겁에 질린 듯 뒷걸음질치기 시작하는 맨드란들의 중심에는 정미가 주저앉아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이 망할 차원종 놈들아.. 저번에 내 아빠도 죽이더니.. 이번엔 나야? 우리 아빠만으론 부족한거야..? 내가 너네한테 뭘 잘못했는데!! 왜 나한테만 이래!! 왜!!!"
정미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커져갈수록 근처의 맨드란들이 자신들의 머리를 싸매고 고통스러워했다.
"떨어져! 만지지 마!! 가까이 오지도 마!! 그냥 다 내 눈앞에서 사라지라구!! 다 **버려!!!"
콰직!!
"..어떻게 이럴 수가.."
유리와 우룬이는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정미가 소리를 지르자마자 모든 맨드란들이 그 자리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터져버렸다. 급히 달려간 유리와 우룬이의 눈에 비춰진 정미의 두 눈동자는 더 이상 원래의 회색 빛이 아니었다.
"정미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방금 그거 누가 그런 거야?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우룬이가 아직도 주저앉아있는 정미의 두 팔을 붙잡고 물었다. 정미는 아무 대답 없이 색이 바뀐 두 눈으로 유리의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
셋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분명 아무 대화도 오가지 않았지만 셋은 어쩐지 정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것 같았다. 정미는 분노한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채로, 그저 자기 무릎 위에 떨어진 맨드란 촉수 조각을 집어서 옆으로 던져버렸다.
*******
"캐롤언니.. 정말 이래도 되는 거에요?"
유리가 유리벽 너머 실험실 안쪽에 앉아있는 정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시뮬레이션이니까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즉시 정지시키면 되긴 하지만.. 정작 잘 모르겠는 건 우정미 양의 마음이에요. 우정미 양이 딱히 자신의 의견을 말해주질 않아서.."
"아무쪼록 시작해봐.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으니."
캐롤리엘 옆에 앉아 있던 데이비드 국장의 명령에 따라 시뮬레이션이 시작되었다. 유니온 본사 건물 안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이곳 실험실은 새롭게 위상력에 각성한 사람들의 위상력 등급과 각종 수치를 측정하기 위한 곳이었다. 불과 몇 달 전 저 안에서 자신의 검도 실력을 뽐냈던 서유리는 한때 자신이 클로저가 되는 것을 가장 반대했던 친구가 그곳에 들어가 위상력 측정을 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없는 기분으로 그저 바라보았다.
"우정미 양! 혹시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면 바로 알려주세요!"
'이미 모든 게 이상해..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우정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뮬레이션 스캐빈져들은 가만히 앉아 있는 우정미를 향해 달려왔다. 시뮬레이터로 만들어진 가짜일 뿐이었지만 그 특유의 울음소리와 발걸음 소리는 진짜와 다름없었다.
'귀찮아.'
그저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우정미의 머릿속에 그 세 글자가 지나가자마자 우정미를 향해 달려오던 스캐빈져 전부가 동시에 끔찍한 소리를 내며 터졌다.
"...정미.. 방금 분명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
"...wow.. 제 눈을 믿을 수가 없네요. 정말로 저게 가능한건가요..?"
"캐롤리엘 요원, 트룹을 소환해보게."
즉시 트룹 배셔 3마리가 실험실 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유의 울부짖는 소리를 내며, 이내 실험실 한가운데 앉아있는 정미를 발견하고는 정미를 향해 그 커다란 망치를 들고 걸어갔다.
'저것들은 약간 크네.. 재수없어.'
그 생각이 정미의 머릿속을 스치자마자 트룹 배셔들의 망치가 전부 동시에 박살났다.
'저것들이 우리 아빠를 죽였겠지..'
그 생각에 갑자기 화가 치민 정미가 트룹들을 확 째려보았다. 그 순간 망치가 사라져 당황해하던 트룹 배셔 모두가 동시에 끔찍한 소리를 내며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터져버렸다.
"이럴 수가.."
유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좋아.. 이제 설명해 주게.. 캐롤리엘 요원. 저 아이는 대체 뭔가?"
데이비드가 정미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위상능력자라기보다는 초능력자에 가까워요. 저 정도의 힘이면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는 있었지만 본인이 그냥 알지 못했던 것일 확률이 높아요. 차원종에 대한 격렬한 분노로 인해 각성한 것 같고요."
"아니, 그러니까, 내가 진짜 묻고 싶은 건.. 저 능력은 대체 뭐란 말인가?"
"차원종을 포함한 모든 이차원에서 온 물체들을 뭉개 버리는 능력이에요. 대상의 질량이나 강도에 따라 아직 공격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인 것 같은데.. 하지만 다른 위상장비 없이 차원종을 이렇게 쉽고 빠르게 처치하는 능력은 말 그대로 전례가 없어요."
"정미야..."
"서유리 요원. 무슨 문제라도 있나?"
데이비드가 물었다.
"저.. 그럼.. 이제 정미도 클로저가 되는 건가요..? 정미 말인데.. 클로저를 정말 싫어했거든요. 가장 친한 친구였던 제가 클로저가 됐을 때도 한동안 사이가 정말 안 좋았었는데.. 게다가 저번에 정미는 저번에 유니온의 연구원이 되겠다고 했거든요.. 근데 이렇게 정미의 미래가 갑자기 정해져 버리면......"
"자네라고 뭐가 달랐는가. 서유리 요원."
"네..?"
"뭐가 어떻게 됐건 간에, 우정미 양은 위상력을 각성했어. 세상 그 어느 위상능력자들도 본인 의지로 위상력을 각성한 적은 없고, 그들 모두가 본인 의지로 클로저가 되었다고 말 할 수도 없어. 자네는 완전히 자네 의지로 클로저가 되었는가? 자네도 원래의 꿈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그건 그래요... 하지만.."
"위상능력자는 의무적으로 클로저가 되어야 하네. 우정미 양이 좋든 싫든 간에. 비록 우정미 양은 싫어하는 것 같지만.. 나라고 우정미 양을 돕고 싶지 않은 게 아냐.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그저 우정미 양이 금방 자기 마음을 추스리길 바랄 뿐이지. 친구로써 잘 다독여주게."
"...일단 최선을 다해볼께요..."
*******
"몰라. 다 모르겠어."
정미가 유리와 우룬이를 쳐다**도 않고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정미야.. 어차피 해야 된다는데 어떡해? 기왕 이렇게 된 거 나랑 같이 열심히 하자아.."
"...내가 어쩌다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거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냥 차원종을 싫어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이젠 진짜로 차원종들과 맞서 싸워야 하잖아."
"그래 정미야! 이렇게 된 거 너네 아빠 복수한다고 생각하고 나랑 다 날려버리자! 응? 어때!"
"...아빠 얘긴 하지 마."
"..미.. 미안.."
"아무튼 오히려 잘 된 거 아냐? 이제 연구원이 아니라 직접 차원종들을 처치할 수 있게 되었잖아? 너 엄청 강력했다며~ 나도 너 정도 힘만 있었으면 벌써 클로저 했겠다."
가만히 옆에 앉아 있던 우룬이가 입을 열었다.
"그럼 너가 하지 그래? 위상력 각성한지 몇 년이나 지났으면서 클로저 되기 싫다고 도망다니던게 누구시더라?"
"너가 하면 나도 하지 뭐."
"어? 진짜? 우룬아 그거 진심이야??"
유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너네 그동안 내가 말 안해줬지? 내가 클로저 안했던 진짜 이유."
"뭐였는데 그래. 그냥 싸우다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하기 싫었다며."
정미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너 외로울까봐 그랬지. 헤헤.. 항상 우리 셋이 다니다가 유리가 갑자기 클로저가 되어버려서 바빠졌는데 나까지 클로저가 되버리면.. 정미는 혼자 남잖아? 지금 학교에서도 내가 찾아갈때까지 나랑 놀지도 않잖아ㅋ~"
"그야 넌 다른 반이니까.."
정미는 눈웃음을 치며 말하는 우룬이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도 못했다. 그저 얼굴만 붉힐 뿐이었다.
"그리고 난 검은양 팀에도 들어가지 못할 꺼래. 내 능력이 차원종 처치 말고는 아무데도 쓸모가 없다면서.. 여러가지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검은양 팀에 들어가면 적응하지도 못하고 잘하지도 못할 거래."
"누가 그래! 누가! 내가 가서 말해볼께!!"
"데이비드 국장님이 그랬어."
"아..."
유리는 할 말을 잃었다.
"그래도 데이비드 국장님 같은 분은 너같은 인재를 놓치고 싶지 않아하실걸? 내가 저번에 몰래 찾아가서 따로 말씀드려놓은 것도 있고.."
"우룬이 너가 유니온 본부에 어떻게 들어가?"
"내 능력으로 어디 몰래 숨어들어가는건 식은 죽 먹기야.. 엄청 놀라하시더라. 하하."
*******
"미성년자 팀을 하나 더 만드시겠다고요?"
김유정이 되물었다.
"유니온이 언제 두말하는거 봤나. 말 그대로야. 우리는 우정미 양 같은 엄청난 인재를 놓칠 수 없어. 하지만 우리 연구원들이 논의한 결과 우정미 양의 능력은 아무리 잘 봐줘도 현재 검은양 팀이 수행하고 있는 임무에는 적합하지 못해. 검은양 팀이 순찰, 구출, 정찰, 침투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때, 오직 차원종의 제거, 섬멸만을 수행할 팀을 하나 더 만들 걸세. 검은양 팀과의 협동작전도 정말 볼만할 거야. 내 안목은 틀리지 않아. 유니온의 정말 엄청난 전력이 추가되는 거라고."
"요약하면 그냥 우정미 양을 위한 팀을 하나 더 만드시겠다는 거네요."
"너무 확대해석하는 거 아닌가? 사실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계획인데. 요즘 다시 임무수행에 들어간 늑대개 팀은 우리 관할도 아닌데다가 뭔가 성에 안 차서 말이지. 날 믿게. 유니온의 화력이 정말 엄청나게 상승할 거야."
"알았어요. 그럼 그 팀의 멤버는 다 어디서 구해오실 건데요? 아직까지 한 명이잖아요. 우정미."
"예전부터 우리가 계속 영입하려다 번번히 실패했던 한 미성년자 위상능력자 기억나나? 우리 쪽 요원들을 번번이 골탕먹이며 도망쳤던.."
"이우룬 군이요? 그 아일 무슨 수로 잡겠다는 거에요? 유니온 자체에서 이미 포기한 거 아니었어요?"
"오늘 오전에 직접 찾아와서 얘기했어. 자신을 우정미 양과 같은 팀에 넣어달라고. 솔직히 처음엔 좀 놀랐네. 그토록 자기 멋대로이던 아이가 갑자기 그렇게 순순히.. 하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네. 유니온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그 능력을 이제 우정미 양의 파괴력과 함께 차원종을 섬멸하는데 쓰일 거라니! 정말 기대된다네! 이번 팀은 따로 관리요원을 뽑지 않고 내가 직접 관리해보고 싶어지기까지 해."
"국장님께서 그럴 여유가 어디 있어요?"
"이건 프로젝트 검은양에서 나름대로 훌륭한 성과를 거둔 나 데이비드가 추진하는 새로운 프로젝트야. 정말 거는 기대가 크다구. 그런 의미에서 오늘 퇴근하면 같이 식사 어때?"
"됐거든요. 그럴 시간 있으면 팀명이랑 나머지 팀 멤버들부터 생각하세요."
"아, 팀명을 잊고 있었군! 어디 보자.. 오직 파괴만을 임무로 삼는 새로운 미성년자 팀.. 그래.. 이게 좋겠어."
데이비드는 메모지에 무엇인가를 써서 자신의 모니터에 붙여놓았다.
"그럼 난 우정미 양과 이우룬 군과의 인터뷰를 하러 가겠네. 지금쯤이면 도착해 있겠지."
데이비드가 방문을 나섰다. 방문이 닫히고 김유정만이 남은 방에는 고요함만이 나돌았다. 김유정은 조용히 데이비드의 모니터에 붙어 있는 메모지를 바라보았다.
"...이름 짓는 센스 하고는. 검은양 이후로 하나도 안 늘었네."
-fin-
*소설에 등장하는 새로운 능력들과 등장 인물의 저작권은 전부 글쓴이에게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