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세하의 위상력 -17-
이케아라 2015-07-31 5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명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짐승같고, 그렇다고 포효라고하기엔 너무나도 인간미가 넘치는 애매한 발성.
아마 이 소리를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말은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 일것이다.
인간의 목청이 가진 한계를 가늠하게 해주는 비명소리가 조용하던 연구실을 뒤흔들었다.
"웨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그와 동시에 고위험 차원종의 출현을 알리는 경보가 비명소리와 아울러져 연구원들의 고막을 강타했다.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온힘을 다해 귀를 막은 연구원들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위해 간신히 눈을 뜨며 시선을 위로 향했다.
치지직....
처음 들린 소리는 쇠가 녹는 소리. 그후에 보인 광경은 새빨갛게 달궈진 쇳물이 물방울처럼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었다.제철소에서 흔히 볼수있을 만한 광경을 눈앞에 두고 연구원들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한 인물을 쳐다봤다.
"후우...."
이세하.
위상력을 대부분 흡수당해 무력해졌을 터인 소년이 차가운 눈동자로 십자가 위에 걸터앉아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양손을 포박하던 쇠사슬은 새빨간 쇳물로 변해 그의 손목밑으로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세하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기색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의 손목이 타들어갈때마다 얼굴에 한기(寒氣)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아직 어린 소년이 뿜어대는 살기가 연구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정신을 빼앗아갔을때, 침묵을 고수하고 있던 세하가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크아아아아아악!!"
아무런 전조도 없이 연구원들의 몸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발화위험이 적은 실험복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원들은 제대로 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새까만 시체가 되어 바닥을 나뒹굴었다. 한참동안 고통을 호소하며 무언의 비명을 지르던 그들은 이내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고, 새까맣게 탄 피부 속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주변에 흩어져있는 불들을 진화시켰다.
"히...히익!!"
동료들이 눈 깜짝할 새에 죽어나가는 광경을 보고 한 연구원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땅에 주저앉았다.
콰당 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나본지 세하는 고개를 돌리며 바닥에 주저앉은 연구원을 내려 봤다.
하지만 세하는 그에게 별 관심이 없는 듯 등을 돌려 제임스가 처음에 소개해줬던 실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을 태워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그의 모습은 방금 전 비명을 질렀을 때와는 정반대로 기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그는 새빨갛게 타버린 자신의 손목을 질질 이끌고 이 시설에서 가장 큰 규모를 지닌 실험실 앞으로 걸어갔다.
"멈춰!!"
실험실문에 손을 대기직전에, 주변에서 총기로 무장한 경비병들이 시커먼 총구를 세하에게 향했다.
대(對)차원 종 병기라고 할 수 있는 위상관통총.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선 B급 차원 종 까지 한방에 처리할 수 있는 무기가 경비병들의 손에 들린 채 세하를 노리고 있었다.
"당장 손을 머리위에 올려라! 안 그러면 이걸 머리위에 박아주마!"
위협적으로 말하는 그들을 보고 세하가 가만히 고개를 돌려 경비병들을 바라봤다.
그 얼굴에 담긴 표정에 감정이라곤 조금도 찾아 볼 수 없었으나, 일시적이나마 행동을 멈춘 세하를 보고 경비병들이 조용히 귓속말을 나눴다.
"좋아. 대장이 저놈의 주의를 끄는 동안 마취 탄을 장전해라."
이곳에 있는 경비병들은 자신들이 이렇게 무장을 했다고 해서 세하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아무리 수적, 장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해도 위상능력자와 비 능력자의 힘은 월등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니까.그렇기 때문에 통하지도 않을 언어로 세하의 주의를 끌고, 그 틈을 타서 마취 탄을 먹이기로 한 것이다.
전방에 있는 세하에게 들키지 않도록 경비병들이 조심스럽게 탄창에 마취 탄을 장전했을 때, 제 3자의 개입이 긴장감을 깨 부쉈다.
"야~! 아무리 그래도 무기 없이 싸우는 건 아니지! 네가 벌써 당해버리면 재미없단 말이야!"
사람의 정신을 뒤흔들어놓는 감미로운 미성이 진압을 수행하려던 경비병들의 주의를 끌었다.
세하와 경비병들이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서 무언가를 던지려고 하는 로브를 입은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두 손을 입에 대고 안간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고 있는 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S급 차원 종 라움의 분신이었다.
세하 진압작전을 수행하기위해 온몸의 긴장과 경계심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경비병들도 그녀의 아름다운 외견에 넋을 잃었지만, 남들이 그런 시선으로 쳐다보거나 말거나 라움은 태연하게 자기 할일을 할 뿐이었다.
"이거 받아!"
마치 포탄이 지나가는듯한 환상이 보일정도로 빠르게 날아오는 물체를 보고 경비병들이 기겁해서 자리를 뛰쳐나왔다.경비병들의 심신을 놀라게 한 물체는 실험실 바닥의 벽을 부숴 세하 바로 앞에 착지했다.
"그 실험실 안에 있던 깃털을 압축시킨 거야. 그걸로 싸워~"
마치 엄마가 자식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것 같은 말투로 말하는 그녀를 보고 경비병들 전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세하만은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깊숙이 꽂혀 있는 깃털을 뽑아 손에 쥐었다.
깊이 박힌 깃털이 투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파편을 털어내고 세하의 손에 올려졌다.
크게 호를 그리며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깃털을 보고 총을 들고 있던 경비병들이 다시 한번 정신이 팔렸다.
성인 남성의 신장에 육박하는 거대한 도신과 아무런 장식도 없이 그저 검의 형태만을 가지고 저 무기는 터무니없이 방대한 위상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마 위상력 으로만 따지면 깃털 하나가 A급 차원종과 비슷한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을 테지.게다가 수십 미터에 달하는 부피를 지녔던 무기가 저렇게까지 작게 압축된다면 그 무게와 경도도 대단할 것이다. 하지만 세하는 그런 무기를 마치 나무막대기를 다루는 것처럼 가벼운 손놀림으로 꺼내버렸다.
"뭣들하나! 빨리 놈을 제압해!"
무기를 손에 넣은 세하를 보고 한 경비병이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 그들이 다급하게 총을 들어 방아쇠를 당기려고 한 그 순간, 그보다 먼저 세하의 손이 움직였다.
가로 수평 베기.
기껏해야 2m밖에 되지 않는 리치를 지닌 무기로 허공을 가른 세하의 공격이 그대로 화염방사기처럼 뜨거운 불꽃을 분사했다.검의 궤도에 해당되는 곳이 온통 불바다가 되고, 철저하게 무장한 경비병들이 순식간에 재가 되어 흩날린다.
단조로운 일격만으로 이 자리에 있는 인간들뿐만 아니라 시설들까지 궤멸직전까지 몰아붙인 세하의 모습은 말 그대로 '재앙'이라는 단어를 수식하기에 걸맞았다.
매캐한 연기와 곳곳에서 일어나는 화염을 보고 위에서 관전하고 있던 라움이 쓴웃음을 지으며 세하를 평가했다.
"저 녀석...괴물인가?"
그녀는 세하가 자아내고 있는 기술의 위력 때문에 그를 괴물이라고 부른 게 아니다.
S급 차원종인 그녀가 봤을 때 지금 세하의 힘은 미약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으니까.
그녀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세하를 괴물이라고 칭한 이유는 다름 아닌 그의 겉모습에 있었다.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 검은 양 팀 전용의 요원 복엔 제임스의 화살에 의해 새빨갛게 더럽혀진 핏자국이 있었고, 사슬에 묶여있었던 손목은 쇳물이 닿았던 탓에 피부표피 안쪽 근육이 그대로 드러난 채로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라움은 그런 외적인 부상보다도 세하의 머리카락과 눈동자에 시선을 향한채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내 위상력을 부여받았으면서 머리랑 눈동자가 그대로 유지될 줄은..."
본체에 비하면 초라하다고도 할 수 있는 분신의 몸으로 세하에게 위상력을 부여했지만, 그 힘은 한낱 인간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것이 아니다.실제로 세하는 라움에게 위상력을 부여받자마자 자신의 이성을 잃어버리고 이렇게 파괴행위를 반복하고 있을 정도니까.그런데 세하의 정신에는 간섭할 수 있었던 라움의 힘이 신체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건 아이러니하다고 밖에 할 수가 없다.
"혹시 원래 흑발 흑안이 아니었다가 위상력이 발현되니까 저렇게 바뀐 건가?"
이제는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그의 몸이 신기하게 느껴진 라움이었다.
위상능력자들은 자신이 가진 위상력을 한계까지 사용하거나 부여받을 경우에 머리색이나 눈동자색이 변질되는 현상을 겪는다.실제로 서 유리는 차원종의 위상력에 노출된 탓에 후천적으로 위상력에 각성하여 눈 색깔이 변해버렸고, 수많은 사선을 넘나들었던 제이야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끈질긴 노력으로 자기 개발을 멈추지 않았던 슬비는 어린나이에 눈동자는 물론 머리카락까지 완전히 변질됐을 정도로 위상력을 혹사시켰다.
이런 동료들과 함께 강남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위상력을 과용해온 세하가 자신의 위상력 까지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변질이 일어나지 않았다면라움의 말대로 세하는 원래 흑발 흑안이 아니었거나, 남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막대한 크기의 위상력을 몸에 담아놓을 수 있는 거물이라는 얘기다.
"뭐, 알파 퀸의 아들이라면 특이한 체질을 갖고 태어난 걸 수도 있으니까 그냥 넘어가자."
짧은 시간동안 세하의 능력에 대해 고민한 라움은 귀찮다는 듯이 허공에 손을 저었다.
S급 차원 종들도 인정했던 그 여자의 아들이라면 제 어미보다 약하리라는 법도 없고, 애초에 자신은 그를 관찰하고 조사하기위해 차원을 넘어온 게 아니었으니까.
"웃차~! 이제 슬슬 돌아가서 제임스가 문을 열 때까지 군단을 정비해야겠다. 에휴~ 귀찮아."
질린 표정으로 한숨을 푹 쉰 라움은 마지막으로 등을 돌려 세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아직 어린애티를 벗어나지 못한 미성숙한 외모였지만, 그 미소는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요염하고 매혹적 이었다.
"그럼 다시 만나자? 미래의 용."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희미한 광채를 남기며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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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차원종과 대치하게 된 수백 명의 클로저들이 북아메리카 대륙 동쪽 해안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지휘 경험이 많은 관리요원들과 A급 클로저들이 저마다의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지만, 검은 양 팀은 중요 전력 중 한 사람인 세하와, 리더인 슬비가 전투불능인 상태였기 때문에후방에서 주둔하며 다른 클로저들의 싸움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 녀석들이랑 싸우려면 한명이라도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한 거 아닌가요?"
A급 차원종이라면 검은 양 팀을 제외한 다른 요원들만으로도 쉽게 처리할 수 있을 테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적은 S급 차원종이다.
비록 차원압력에 영향을 줄이기 위해 그 힘을 최대한 제한한 상태로 현계 했다고 해도 일반적인 차원종과는 격이 다른 상대인 것이다.
그런 괴물을 상대로 전력을 아끼는 짓을 했다간 얼마 없는 승산마저 버리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나본지 슬비가 걱정스러운 눈치로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기분을 잘 알고 있는 제이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오히려 싸우는 인원이 많을수록 쉽게 몰살당할 수 있어. 그러니까 전투에 지장이 있는 멤버는 아예 참여하지 않는 게 좋아."
우회적으로 돌려 말하긴 했지만, 우리들은 걸림돌에 불과하다는 의미를 알려준 제이의 말에 슬비를 비롯한 검은 양 팀 멤버들이 침울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검은 양 팀의 관리요원인 김 유정이 애쉬와 더스트 토벌 작전의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얘들아. 제이 씨가 전투에 지장이 있는 멤버는 참여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지만... 유리 말대로 전력이 더 필요한건 사실이야. 우리는 예비 전력으로서 앞에서 신호가 오면전투에 참여하기로 되어있어. 그러니까 지금 당장 몸을 움직일 수있는 유리와 테인이. 그리고 제이씨는 언제라도 출동할 수 있게끔 준비해주세요."
"죄송해요... 저만 도움이 못돼서..."
김 유정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슬비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이 자리에서 전투에 지장이 있는 멤버라면 그녀 이외엔 없었으니까 말이다.그런 슬비를 보고 김 유정이 자**운 표정으로 말했다.
"슬비야. 지금 우리가 저들과 전투라도 벌일 수 있는 건 다 네 덕분이야. 네가 이전에 습격해온 차원 종들을 혼자서 처리해준 덕분에 다른 요원들이 힘을 보충할 수 있었어.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상심하지 말아줘."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을 달래주는 김 유정의 말에 슬비가 멋쩍은 듯 볼을 긁으며 대답했다.
"예..."
*
"전위부대! 돌격!"
A급 클로저 들의 지휘에 맞춰 넙적한 형태의 실드를 든 클로저들이 일제히 전진했다.
유니온 본부의 과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에너지실드는 A급 차원종의 공격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내구성을 자랑했지만, 그보다 아득히 높은 경지에 있는 애더 남매에겐 종이쪼가리를들고 달려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머~ 저런 거 가지고 우리한테 덤비려는 거야? 어떻게 할까? 애쉬."
"노력이 가상하니까 부숴주자. 더스트."
명백한 비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애쉬와 더스트가 손을 들었다. 어깨에서부터 생성된 불길한 먼지바람이 팔을 타고 올라가 손가락 끝에 응축되더니, 채찍처럼 늘어나 전위부대의 실드를 후려쳤다.
쨍강!!
실드가 깨지는 소리가 전위부대의 귓가를 농락했다.상당한 내구를 자랑하던 특제 실드가 유리파편처럼 흩날리는걸 보고 전위부대의 요원들이 망연한 표정으로 입을 쩍 벌렸다.그리고 그 틈을 타 허공을 떠다니던 먼지가 입속으로 침투해, 기계전원이 꺼진 로봇처럼 요원들이 하나둘씩 죽어갔다.
"푸하핫!! 저것 좀 봐! 진짜 꼴사나워!"
그런 요원들의 얼굴이 재밌었나본지 애쉬와 더스트가 배를 잡고 깔깔 웃어댔다.
마치 재밌는 코미디프로를 보고 웃어대는 어린애들처럼 순수한 표정. 하지만 그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고 있는 광경은 처참한 살인의 현장이었다.
인간의 관점에선 너무나도 일탈해있는 그들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전위부대의 죽음을 헛되게 만들 생각이 없었던 클로저들은 빠른 움직임으로 토벌을 시작했다.
"지금이다! 공격!"
웃느라 정신이 팔린 남매를 향해 한 클로저가 명령을 내렸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미리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염력계 위상능력자들이 근처의 바위를 끌어올려 애쉬와 더스트에게 폭격시켰다.거대한 질량을 가진 바위들이 비처럼 쏟아지고, 연한 대지가 폭격의 질량을 이기지 못하고 깊이 파였다.
하지만 그런 공격을 정통으로 받은 차원종남매는 웃음을 싹 지우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심드렁하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뭐야 이놈들... 좀 불쌍해서 몇 대는 가볍게 맞아주려고 했더니만... 쓴다는 게 고작 돌 맹이였어?"
"이건 아무리 나라도 짜증이 나는데 애쉬?"
아무리 위상력을 감싼 바위로 차원종을 타격한다고 해도 이렇다 할 피해는 줄 수 없다.총알에 위상력을 투여해 제작하는 위상관통탄 으로도 C+급 이상의 차원 종에겐 피해를 줄 수 없으며, S급 차원종인 애쉬와 더스트에겐 말할 것도 없는 공격수단이다.무의미하게 바위 같은 것에 위상력을 낭비하고 있는 그들을 보고 애더 남매가 불쾌한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을 때, 발치에서 무언가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뭐지?'
애쉬와 더스트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 봤다.그리고 입 꼬리를 살짝 틀어 올리며 말했다.
"....설마 우리 몸에 상처를 낼 수 있을 줄은......"
약 20cm정도 땅속에서 솟아오른 말뚝이 애쉬와 더스트 남매의 발을 관통하고 있었다.
아무런 공정도 거치지 않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쇳덩어리. 그런 평범한 금속이 인류의 재앙이라고 할 수 있는 차원종의 신체를 뚫어버렸다.
곤혹스러운 어조로 감상을 내뱉은 그들을 보고 클로저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전열을 정비했다.
"저 무기는 어떻게 S급 차원종의 몸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거지?"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제이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 S급 차원종의 위력을 자세히 알고 있는 제이는 지금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 제이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는 김 유정이 침착하게 설명했다.
"자세한 정보는 유니온 본부에 은밀하게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에 알 수 없었지만... 급이 높은 차원종의 잔해를 융합시켜서 만든 대(對) 차원 종 병기라고 들었어요."
"무슨 차원종의 잔해라는 걸 숨긴 걸로 봐선 뒤가 구린 제품이겠군."
범지구적인 규모를 지닌 유니온이 한낱 무기 재료의 정보를 비밀로 보관할 정도라면 남들에게 들켜서 좋을 게 없는 잔해를 이용했을 게 뻔하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애쉬와 더스트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저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찜찜한 속을 진정시키며 제이가 너클을 쥐어 잡았다.
"어쨌든 지금 상황에선 그런 거라도 의존할 수밖에. 그럼 이제 우리도 슬슬 나서볼까...!"
"저렇게 엄청난 사냥감은 강남이후로 오랜만이네요!"
"으... 이 일이 끝나면 유니온에서 위험수당을 왕창 뜯어내고야 말겠어!"
각오를 다진 검은 양 팀의 전투 가능 멤버들이 저마다의 무기를 움켜쥔 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그들의 리더인 슬비는 아직도 살짝 분한 얼굴로 그들을 배웅했다.
"제이씨. 그리고 유리랑 테인이도 너무 무리하지 마. 최대한 조심해야 돼."
팀에서 가장 위상력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슬비는 무리한 위상력 과용 때문에 일시적으로 위상력을 제한당한 상태였다.아마 제대로 전투에 나서려면 최소 1시간 이상은 걸릴 것이다.그런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검은 양 팀 멤버들은 분해하는 슬비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드는 것으로 배웅에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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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페이님! 유니온 본부의 점검이 거의 다 완료됐습니다!"
유니온 본부의 상공에서 투박한 요원 복으로 완전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대장격의 인물에게 보고를 올렸다.
비록 입고 있는 의복은 하나같이 다 험상 굳게 생겼지만, 그걸 입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의 움직임과 태도엔 숙련된 군인과 같은 모습이 서려있었다.
라페이라고 이름이 불린 덩치 큰 사내가 만족스럽다는 듯이(헬멧에 가려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아. 본부에 있던 위상능력자들은 전부 다 잡았겠지?"
"예! 전투요원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쉽게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유니온 본부에 근무하고 있는 전투계열 클로저는 그렇게 많지 않다.
위상력 억제기의 발전을 중시해온 까닭에 본부엔 클로저들을 별로 배치해 두지 않고, 미개척지나 오지 같은 곳에클로저들을 파견시키는 형식으로 임무를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나마 남아있던 클로저들마저 테러조직 소탕이라는 임무 때문에 자리를 비웠으니, 단단히 무장을 한테러조직이라면 이런 식의 제압도 큰일이 아니었다.
"훗... 역시 그 친구가 알려준 대로 되는군. 일단 우리가 포획한 클로저들은 한곳에 모아둬라. 시간이 되면 괴물들을 처형할 거니까."
"Yes! sir!"
라페이가 입에 담은 괴물처형이라는 말에 주변에 있던 테러리스트들이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유니온에 대적하고 있는 그들이 괴물이라고 칭할만한 존재는 차원종과 위상능력자 밖에 없을 것이다.
위상력이라는 개념자체를 극도로 혐오하는 이 과격파 무장집단이 위상능력자라는 존재들의 처형을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을 때, 유니온 본부에서 약간 떨어진도시 교차로 부근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이게 무슨 소리지? 대원 중 한명이 멋대로 무기라도 쓴 건가?"
테러리스트들이 어떤 지역을 점령하면 그곳은 아수라장으로 바뀌기 마련이다.실제로 옛날부터 지금까지 테러와 폭동, 전쟁이 발생한 지역은 약탈과 **등이 자주 일어났으니까.라페이가 자기 부하 중 누군가가 위상능력자가 아닌 같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폭력을 휘둘렀다는 생각에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을 때, 옆에 있던 부관이 부정하듯 대답했다.
"저희들이 아무리 과격해도 일반인에게 총을 향할정도는 아닙니다.
게다가 이 도시의 민간인들은 대부분 피난소로 대피한 상태니 아마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랬으면 좋겠군. 일단 상황을 파악해야하니 누구라도 좋으니까 확인하고 와라."
지금 같이 중요한 상황에서 유니온이 준비한 복병이라도 숨겨져있다면 큰일이다.
라페이가 화근을 자르기 위해 부대원들에게 수색을 명했을때, 폭발이 일어난 장소에서 한 여성이 유유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저 여자는....!"
라페이가 경악에 찬 목소리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그가 시선을 향한곳에 있는 여성은 검은색과 푸른색의 조화가 인상적인 요원복을 입고 있었는데, 틀림없이 유니온의 정식요원들이 입고 다니는 복장이었다.
등 뒤로 돌려 묶은 기다란 머리카락. 동양인처럼 보이는 황색의 피부색과, 윤기 있는 흑발을 지닌 20대 후반의 여성이 쓴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자신들을 올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성격이 삐뚤어진 인간의 심성마저도 편안하게 만들어줄 정도로 뛰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유니온을 극도로 혐오하는 테러리스트들에겐 그저 증오해야할 대상에 불과했다.
"숨은 복병이다! 사격 개시!"
한 지휘관이 손을 들어 테러리스트들의 행동을 지시했다.위협조차 안하고 문답무용으로 발사되는 수백발의 탄환이 용서 없이 여인의 몸을 뚫기위해 날아갔다.하지만 여인은 어깨를 으쓱이며 한숨을 푹 쉰 뒤, 등에 걸려있던 자신의 무기를 땅에 박을 뿐이었다.
"스~읍!"
짧은 쉼 호흡과 함께 땅에 박혀있던 무기에서 푸른색 화염이 분출됐다.
마치 파란 용암이 솟아오르는 듯 거대한 화염파도가 탄알들을 모조리 녹여버려 공격을 무마시켰다.
"저 괴물자식!!"
질린 표정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은 한 대원이 품에 감춰둔 수류탄을 꺼내 핀을 뽑아 용암을 향해 던지려했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먼저 움직인 여인은 빛의 속도로 날아올라 하늘에 붕 뜬뒤, 온 힘을 다해 허공을 갈랐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거의 동시에 대부분의 테러리스트들이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짧은 리치를 지닌 무기로 하늘을 휘저었을 뿐인데 라페이를 제외한 모든 테러리스트들이 몸에 불이 붙은 상태로 땅으로 추락했다.
'뭐야 이 ** 괴물은...!'
이 곳에 있는 그 누구도 위상능력자를 과소평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강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펼쳐서 이렇게 본부를 침공해왔다.
그런데 눈앞에서 전투를 벌인 이 여자는 자신이 그동안 봐온 클로저들 과는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괴물처럼 느껴졌다.
라페이가 공포에 찬 얼굴로 그런 생각에 빠져 있었을 때, 사이킥 무브로 도약한 여성이 주먹을 날려 왔다.
"푸흑!!!"
배 한가운데가 완전히 뚫린 것 같은 감각.프로 복싱선수의 주먹도 이 여자가 내지른 주먹에 비하면 솜방망이 수준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무시무시한 공격이 라페이를 유니온 본부 벽면까지 밀어냈다.
"쿠학!! 커헉!!"
"방금 전에 너희들의 대화를 엿들었는데 말이야... 너희들이 포획한 클로저들은 어디에 모여 있지?"
여인은 고통을 호소하는 라페이를 무시한 채 섬뜩한 목소리로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으득...!"
라페이가 분한 얼굴로 이를 갈며 여인을 노려봤다.하지만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피를 토할 뿐이었다.그녀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면서 갈비뼈를 분쇄시켰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말 안하면 너뿐만 아니라 네 동료들까지 죽여 버릴 거야. 당장 실토해."
"...실험실."
"뭐?"
"유니온 본부 최하층에 위치한 비밀실험실에 보관할 예정이다. 지금쯤이면... 쿠헉! 내 부하들이 그 괴물들을 모두 실험실에 처박아 뒀겠지"
"......좋아. 일단 넌 테러리스트들의 대장인 것 같으니까 인질로 데려가겠어. 얌전히 따라오라고."
"이 괴물자식...!"
가증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향해 독설을 내뱉은 라페이를 보고 여인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지만, 피식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그런 말은 지긋지긋하게 들어왔어."
미리 준비해둔 포승줄로 라페이를 포박한 그녀는 건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유니온 본부 안으로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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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로 기간이 연장된다고 한 주제에 바로 다음날 올릴수있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고장난 컴퓨터를 제가 직접 고쳤거든요. 컴퓨터 수리 은근 어렵더군요.
좀 박진감 넘치는 전투씬을 쓰고 싶었지만, 등장인물들이 워낙 먼치킨들이라 그럴수가 없었네여
다음 편엔 전투씬에 더 힘을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하의 어머니인 서지수는 한번 화나면 매우 무서운 성격이라네요.
아직 제대로된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이분을 추가시키는게 독이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스토리 진행상
이럴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세하 어머니 나오면 이 글은 흑역사가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