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아]실험체
마법소녀리리컬나노하 2015-07-31 2
학교 운동장 넓이와 비교될 정도로 넓은 직면체의 방.벽, 바닥, 천장은 약간 푸른 빛을 띄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그 방은 너무나도 조용해서 기계의 약한 진동음과 냉각기 역할을 하는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전부 들렸다.그런 용도를 짐작하기 힘든 방에 두명의 사람이 있었다.인간이라고 하기엔 머리에 달린 뿔이 이질적인 백발의 어린 소녀 그리고 안경을 끼고 흰색 가운을 걸친, 흡사 연구원 같은 모습을 가진 남성.
짧게 친 흑발을 가진 남성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소녀의 목덜미를 향해 뻗었다.야주 부드럽고 상냥한 미소였지만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감정이 전혀 담기지 않은듯한 미소였다.
철컥-
금속제의 무언가가 잠기는 소리가 들리고 남성은 소녀의 목을 휘감았던 팔을 빼내며 눈높이를 맞춘 소녀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실험을 시작할 거란다."
소녀는 조금은 불안한 눈을 하면서도 천천히 그리고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에 있는 쵸커가 인공적으로 차원 압력을 발생시킬거야. '아주 조금' 아플 수도 있단다. 참을 수 있지?"
"으...."
양손을 가슴에 모은 소녀가 작게 소리내며 한 걸음을 뒤로 내딛었다.눈동자는 조금씩 흔들렸고 가녀린 어깨가 약하게 경련했다.자신에게 행해질 실험이 무엇인지 아는 그 소녀는 겁먹은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였다면 심금이 울릴 그 모습을 보면서도 남성은 눈을 얇게 뜨며 미소를 계속 유지한채 소녀의 오른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빠'의 부탁이란다. 괜.찮.겠.지?"
뒷걸음질 치려던 소녀의 발걸음이 멈췄다.정도를 넘어선 긴장감에 숨이 거칠어진 소녀는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더니 이윽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네..... 아버지."
대답을 들은 연구원은 만족했다는듯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녀의 머리를 스다듬었다.소녀는 울상이 된 표정을 하면서도 연구원의 그 행위가 좋은지 작게 미소 지었다.몇 초나 지났을까 남성은 몸을 돌려 단 한군대의 문을 향해 걸어나갔다.그리고 소녀에게서 눈을 땐 그 남성의 표정은 인자한 미소에서 무표정 아니 차가운 표정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리고 홀로 남은, 오른 어깨에 붉은 손자국이 난 소녀는 자신에 목에 걸린 쵸커를 만지작 거리더니 이내 차가운 바닥에 쪼그려앉으며 가슴쪽으로 당긴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두꺼운 철문이 열리고 방금까지 소녀와 함께 있던 남성이 안쪽으로 들어왔다.그러자 이미 기다리고 있던 3명의 사람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그들의 복장도 남성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며 모두 파일이나 종이 몇 장을 손에 들고 있었다.그리고 그들의 옆에 있는 커다란 창으로 소녀가 앉아있는 모습이 모였다.
그렇다.이곳은 모종의 이유로 세워진 연구실 아니 실험실인 것이다.그리고소녀는 아마 이들이 행하는 실험의 모르모트인 듯 했다.
"박사님 여기."
3명 중 한 명.여성 연구원이 손에 들고 있던 종이 파일을 남성에게 건냈다.남성은 무표정을 일관한채 그것을 받아들고 대충 훑듯이 읽었다.잠시후 고개를 끄덕인 남성이 방의 중앙으로 이동해 창 아래로 보이는 소녀를 주시하자 나머지 연구원들도 모두 제자리로 향했다.
"이미 준비는 끝마쳤습니다. 시작할까요?"
의자에 앉아 조작패널과 스크린을 들여다보던 푸른 머리를 가진 연구원이 말하자 흑발의 남성은 고민하듯이 고개를 숙이고 낮게 소리를 내더니 이내 말했다.
"음, 그렇군. 일단 출력 100퍼센트부터 시작해보도록 할까?"
"네?! 100퍼센트라고요?"
푸른 머리의 연구원이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소리치자 흑발의 남성은 태연하게 답했다.
"그래. 100퍼센트라고 했내만, 뭐 문제라도 있나?"
"아, 아니 100퍼센트라고요? 평범한 위상능력자라면 최소 정신을 잃고 폐인이 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수치입니다!"
"자네의 눈에는 저 괴물이 평범한 위상능력자나 인간으로 보이나?"
흑발의 남성이 낮게 내리깐 목소리로 불쾌한 듯이 물어보자 푸른 머리의 연구원은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어리석은 착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래, 그럼 시작하게나."
푸른 머리의 연구원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떨리는 손으로 패널을 조작했다.그리고 플라스틱 보호캡을 열고 붉은 버튼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그리고 그 순간 작은 신음 소리가 창 밖의 독방으로부터 들려왔다.
"호오....?"
흑발의 남성은 흥미롭다는 듯이 안경을 추켜올리며 신음만 흘린채 원래의 자세-쪼그리고 앉은 자세-를 유지하는 소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나머지 연구원은 초초한 눈으로 파일과 소녀를 번갈아 바라봤다.
"200퍼센트."
흑발의 남성이 말했다.하지만 푸른 머리의 남성은 입을 쩍 벌리며 도저히 사람이라 부를 수 없는 자신의 상사를 바라봤다.그에 흑발의 남성은 혀를 한 번 차더니 외쳤다.
"300퍼센트!!!!!"
한층 더 증가된 수치가 나오자 연구원은 다시 망설였지만 곧 눈을 꾹 감은채 다시 출력을 조정했다.하지만 수치가 3배로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없었다.소녀는 작은 신음성만 흘린채 양손으로 자신의 팔을 꾸욱 쥐며 고통을 이겨낼 뿐이였다.
"크하하하!! 이건 생각보다 대단하군!"
갑작스럽게 광소하는 흑발의 남성에게 연구원들이 경멸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남성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지 다시 외쳤다.
"1000퍼센트!!"
"박사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한게!!"
푸른 머리의 연구원도 결국 참지 못했는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외쳤다.흑발의 남성은 조용히 연구원을 돌아보더니 자신이 들어왔던 문을 가리켰다.
"자네, 여기서 나가게. 당장!!!"
"크윽...."
푸른 머리의 남성은 잠시 움찔하더니 패널 위의 자신의 파일을 낚아채고 입으론 온갖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자, 더 나갈 사람 있나?"
흑발의 남성은 남은 두 명의 연구원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그들은 좀 전의 사람과는 다르게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했다.
이 실험과 저 흑발의 남성에게 경멸을 느끼면서도 그들이 이곳에 남겠다고 하는 이유는 쫒겨났을때 자신들이 어떻게 될지 잘 알기 때문이리라.
"자아, 그럼 다시 시작하지."
방금전 이곳을 나간 연구원 대신 그의 자리에 앉은 흑발의 남성은 패널을 조작하며 출력을 1000퍼센트까지 끌어올렸다.그리고 그 순간 변화는 일어났다.아주 끔찍하고 큰 변화가....
"꺄아아아아아악!!!!!!!!!!!!"
비명이 들렸다.방금전까지의 작은 신음소리가 아닌 찟어질듯한 비명이 창 안쪽의 독방에서 들려왔다.
"
더이상 고통을 참지 못하는 소녀는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목에 있는 쵸커를 부여잡으고 바닥에 쓰러져 이리저리 구르며 몸부림쳤다.
"윽...."
남성은 끔찍한 광경에 눈을 돌렸고 여성 연구원은 눈을 꾹 감고 귀를 틀어막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크하하하!! 놀라워, 아주 놀랍다고!!! 아직도 제정신을 유지할 줄이야!!!"
흑발의 남성은 흉한 표정을 지으며 **듯이 패널을 조작하며 외쳤다.
"1200퍼센트 아니 1500 아니 2000퍼센트!!!!"
비명의 강도가 한층 강해지고 충격음과 금속을 긁는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소녀의 머릿속이 세하얗게 될 정도로 고통의 강도는 점점 증가했고 소녀는 점점 희미해가는 정신을 남성이 말했던 '아버지'라는 말 하나로 붙잡으며 견뎠다.
눈물이 차가운 바닥에 쏟아지듯 흐르고 소녀의 입에선 타액이 흘러나왔다.소녀는 자신이 몸이 만신창이가 되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고통의 점점 강해짐에 따라 더 강하게 몸부림쳤다.몸 구석구석의 뼈가 부러지고 손톱으로 인해 뜯어진 상처가 터져나나고 찰과상은 셀 수도 없이 늘어났다.하지만 그러한 상처들의 고통도 목의 쵸커가 발생시키는 차원 압력에 비하면 장난에 불과했다.
"흐...흐흑...."
귀와 눈을 막던 여성 연구진은 귀를 틀어막은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끔찍한 비명에 흐느끼고 머리를 저었다.
"흐윽.... 흑.... 끄우윽... 우.. 우욱...."
하지만 그것도 잠시 구역질이 나오는 입을 틀어막으며 여성 연구원은 밖으로 뛰쳐나갔다.
"흐...흐하하하핫!!!"
그렇것은 이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지 흑발의 남성은 그 모습에 희열이라도 느끼는지 광소하며 인정사정 없이 쵸커의 출력만 늘려갔다.
그렇게 쵸커의 출력이 4000퍼센트를 넘었을무렵 모든 소리가 멎었다.찟어질듯한 소름끼치는 비명 소리도 금속제 벽과 바닥에 몸이 충돌해 뻐가 부러지고 살점이 뜯겨져나가는 소리도....
"서.... 설마 죽은건?"
눈을 돌렸던 남성 연구원이 황급히 창쪽으로 다가가며 안쪽의 상황을 바라봤다.
소녀가 입고 있던 백색의 실험복은 대부분 붉게 물들어있었고 바닥엔 눈물, 피, 타액이 뒤섞인 액체가 흩뿌려져 있었다.그리고 소녀는 조용히 눈을 감은채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욱...."
처참한 몰골에 연구원은 곧바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가렸고 흑발의 남성은 말했다.
"기절했다. 아직 죽지는 않았어."
흑발의 남성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놓인 파일을 챙겨들었다.
"저녀석을 통제하려면 적어도 2000퍼센트 출력의 쵸커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인가?"
자신이 말을 꺼내고도 잠시 고민하던 남성은 연구원을 돌아보며 물었다.
"왜 정신을 잃을 정도의 고통을 받으면서도 위상력을 폭주시키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그.... 그거야....."
잠시 뜸을 들인 연구원은 답했다.
"박사님을 부모님으로 착각하고 있으니까.... 참으라는 말을 들은게 아닐까요?"
"호오? 저런 괴물들에게도 그런 감정이 존재하는 것인가? 나는 단지 강한자 앞에서 보이는 순종인줄로만 알았다만."
"....."
"고맙네, 충고가 됬어. 자, 그럼 나는 이만 상부에 보고를 하러 가봐야하네. 저녀석의 처리는 자네에게 맞기겠네."
흑발의 남성이 걸어가고 자동문의 계폐음이 들린 후 홀로 남은 연구원은 다시 한 번 창 밖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후우.... 차원종에게 동정심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줄이야...."
픽, 고개를 떨군 연구원은 상사의 명령대로 소녀를 다른 방으로 옮기고 수습하기 위해 이동했다.
몇 년 후
점점 차원종 소녀의 힘이 강대해진 것을 느낀 벌쳐스의 경연진들은 그녀의 처분을 명령한다.그리고 그 과정에서....
"크악!!"
흑발의 남성은 짧은 비명을 지르고 뒤로 한차례 물러나며 쓰러졌다.백색의 연구복은 피로 젖었고 심장부근에는 구멍이 뚫려있었다.
"하아, 하아....."
자신이 언젠간 죽을 것을 각오하고 벌쳐스로 이적해왔기에 그는 저항 않고 죽을때를 기다렸다.그리고 옆에서 들려오는 가쁜 숨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
백발의 소녀는 작게 소리내며 자리에 주저않았고 남성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너에게 고통을 주던 존재가 사라지니 좋으냐?"
소녀는 '사라지니'라는 말에서 움찔하더니 흑발의 남성에게 총을 쏜 장본인을 바라봤다.
"쳇, 위상관통탄이 없다는게 아쉽군."
총을 든 남성은 혀를 차며 자리를 벗어났고 그 순간 흑발의 남성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소녀가 내뿜는 기백이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챘다.
"설마..... 폭주인가?"
소녀를 중심으로 거대한 위상력이 뿜어져나온다는 것을 눈치챈 남성은 정신을 잃지 않기위해 노력하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 다음은 한순간이였다.사방으로 뿜어져나간 위상력이 모든 것을 부수고 소멸시켰다..단 한 사람 소녀를 처음부터 지켜보던 연구원인 흑발의 남성을 제외하고...
"허...."
연구원은 숨을 토했다.고통스러워서도 숨이 점점 쉬기 힘들어져서도 아닌 깊은 후회를 담은 한숨이였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나라도....."
남성이 중얼거리고 소녀가 뒤를 돌아 남성의 앞에 앉았다.
"미안하다고 밖엔 할 수 가 없군....."
남성이 나직하게 말하며 눈을 감고 그 자리에 앉아 뚝뚝 눈물을 흘리던 소녀는 더이상 참지 않고 본능에 자신의 몸을 전부 맞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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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아의 쵸커 출력이 통상의 몇 십배라는 것과 고문에 가까운 실험을 받아왔다는 내용에서 착안했습니다
원래 콘테스트작으로 준비하던 나타vs세하가 있었는데 오늘 안에 완성될지가 의문이네요.(귀차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