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The Promise Of Reunion

독점욕 2014-12-29 3


The Promise Of Reunion

W. 화넬




최근 이 일대 거리가 잠잠해졌다. 그것은 굳이 조사하지 않아도 눈에 띄게 큰 변화로 나타났으며 그에 맞춰 일부 병력은 철수를 끝마친 상태였다. 간간히 차원종이 보이긴 했으나 단지 그 뿐으로, 대부분 E급 차원종에서 그쳤다. 자주 마주했던 차원종은 B에서 C급 사이. 그에 비교하면 꽤나 양반이었다. 그리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약한 편도 아니었기에 그 정도 차원종은 단검을 두어 번 휘두르는 것으로 쉽게 처치할 수 있었다. 평화가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으면 좋았지, 이에 대해 불만을 토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그에 모처럼 휴가를 받아 여유롭게 거리를 나돌던 참이었다.


멀쩡히 거리에 배치되어 있는 자판기 하나에 동전을 데구루루 굴려 넣고는 발갛게 불이 들어온 버튼을 꾹 하고 눌렀다. 꽤나 경쾌한 소리가 자판기 내부에서 울리더니 이온 음료 하나가 굴러 나왔다. 이렇게까지 평화로운 환경은 오랜만이었다. 그래서인지 좀처럼 나른해지는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별 생각을 다 한다는 마냥 음료수 캔을 집어 들며 허리를 다시금 핀다. 찌뿌드드한 몸이 비명을 내지른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은 오늘도 여전히 푸르기만 하다.



“잠시만.”


“아, 미안해.”


“괜찮아.”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라며 그 자리를 비킨다. 누가 뒤에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멍하니 있었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볼을 긁적이며 사과하자 덤덤한 목소리만이 들려 올 뿐이었다. 옆에서 음료를 천천히 마시며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붉은 색 후드를 푹 뒤집어써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아이의 체형이었다. 아무 말 없이 아이가 버튼 하나를 누르자 음료 하나가 또 한 번 굴러 나왔다.


그 모습을 잠자코 바라보고 있으려니 갑작스럽게 제 옆으로 다가온 아이에 머릿속으로 물음표 하나를 띄웠다. 캔을 쉽게 따서 한 모금 마시더니만 후드 끝자락을 잡아 다시 눌렀다. 가끔 고개를 돌렸다 말았다 하는 모습으로 보아 제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이유가 있을 테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모습으로 이온 음료를 들이켰다. 어쩐지 자리를 벗어날 마음이 들지 않아 한동안 묵묵히 있었다. 그 정적을 깬 것은 다름 아닌 그 아이였다.



“요즘 평화롭지 않아?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상당히 시끄러웠는데.”


“그야, 최근엔 차원종들이 거의 안보이니까…….”


“그렇긴 하지.”



아이가 다 마시지 않은 음료수 캔을 근처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단순히 보기에도 얼마 마시지 않은 새 거였다. 게다가 그 음료수 자체도 비싼 축에 속했다. 아깝다고 한순간 생각했다가 이내 곱게 접어둔다. 어차피 제 돈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대화가 끊기니 또 다시 정적이 감돌았다. 슬슬 다른 곳이라도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다잡을 때 어쩐지 아이의 웃음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배를 부여잡고는 당장이라도 넘어 갈 정도로 웃는 모습이 여간 불쾌한 게 아니었다. 뭔가 우스운 일이라도 있는지 주위를 돌아봐도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물어봐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무렵 아이가 드디어 웃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정말로 눈치 못 챌 줄은 몰랐어, 이슬비. 아무리 제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까지 둔할 줄은 몰랐는데.”


“뭐? 너, 대체 누구야?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야?”


“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모를 것 같네. 이 목소리, 익숙하지 않아?”



그 때가 돼서야 아이가 후드를 벗었다. 그 얼굴을 보고서 놀라지 않았다고 한다면 분명 거짓말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 캔이 땅으로 추락한다. 그를 눈치 챘음에도 불구하고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발걸음을 뗄 수 있다. 허나 그런 몸 상태에 맞지 않게 정신 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머리가 울린다. 어째서 눈치 채지 못했냐고 자신을 타박 해봐도 소용없었다. 당장에라도 전투태세를 갖추는 편이 옳았다.


그 사실을 눈치 채고 뒤늦게 제 단검이 있어야 할 자리를 뒤졌으나 잡히는 물체는 없었다. 휴가 때에 제 무기를 휴대하고 다니는 클로저가 얼마나 될까. 이세하도, 서유리도,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사람도 그런 행동은 하지 않는다. 결국 맨 몸이었다. 눈앞에서 상대방의 은회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하늘하늘 춤추듯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놀리기라도 하듯이 그 어둡게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곱게 휘어졌다. 그 입에서 안녕? 이라는 인사가 나오기 전 까지도 나는 여전히 딱딱하게 굳은 채였다. 눈살을 찌푸리며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애쉬…!!”


“그래, 나야. 저번에 말했었지? 다음에는 둘이서 오붓하게 데이트라도 하자고.”


“그게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멀쩡히 여기 있는 이유부터 설명해!”


“까칠하기도 해라. 최근 누구 덕에 이 일대가 잠잠해졌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말을 듣자마자 가까스로 깨달을 수 있었다. 최근 이 일대에 차원종이 드물어진 이유. 눈앞의 상대가 그 차원종들이 이곳에 오는 것을 막았다고 생각하면 모든 게 들어맞았다. 굉장히 강한 위상력을 지니고 있는데다 척 보기에도 웬만한 차원종들과는 다르다. 그에 대한 사항은 이미 예전부터 파악해 왔었기에 더더욱 주의하지 않을 수 없다. 천천히 뒤로 물러난다. 그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한 채 천천히, 걸음을 뒤로 뺀다. 그는 눈치 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웃는 낯 그대로였다. 얕봐지고 있다고 생각해도 별 수 없다. 실제로 자신의 능력은 그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든 피해야만 한다. 차원종들을 막아준 건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지만 그것도 상대 나름이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흐른다. 지금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할 수도 없다. 주먹을 꽉 쥔 채로 그를 노려본다. 여전히 생글생글 웃는 얼굴 그대로였다. 그는 그렇게 한동안 자신의 태도를 살피더니만 얌전히 턱을 매만지며 웃어보였다. 뭐가 그리 즐거운 지, 자신으로서는 하나도 알 수 없었다. 대체 무엇을 목적으로 여기까지 온 것인지에 대하여 묻고 싶었다. 얌전히 대답해줄 리가 없지만 말이다. 주변의 물체를 들어 올려 공격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봐야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얌전히 물러나려 하는 것이었다. 그가, 애쉬가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은 널 만나러 온 거니까 해를 끼칠 생각은 없어. 그래서 일부러 더스트까지 떼어놓고 온 거라고? 더욱이, 일을 저지를 생각으로 왔다면 이미 화려하게 차려입고 있지 않았겠어?”


“그건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너를 믿지?”


“하아… 이래서 너무 눈부신 것들은 얼룩을 묻히고 싶어진다니까. 이렇게까지 쟁쟁하게 미움 받을 줄은 몰랐는데. 사실 상관없는 사실이긴 하지만 말이야.”


“너희들이 지금까지 해 온 짓을 생각해 본다면 답은 금방 나올 거야. 이야기 할 마음 따위 없으니까 얼른 돌아가.”


“그건 유감이야. 미안하지만 난 여기서 순순히 물러날 마음 따위 없어. 이대로 돌아가면 그대로 다시 출격 명령을 내릴 참이었거든.”


“무슨!? 그럼, 대체 무엇을 위해서 여기에…!!”


“말했잖아? 널 만나러 왔어, 이슬비.”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외친다 한들 그에게 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제 얼굴이 급격하게 구겨졌다. 무력으로 쫓을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으나 그가 이대로 물러갈 경우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에 펼쳐질 광경이 눈에 선했다. 어쩐지 저려오기 시작하는 오른 팔을 꽉 붙잡으며 천천히 자세를 푼다. 이 상태에서 전투는 불가능, 게다가 상대방도 보기에 싸울 의사가 없어 보였기 때문에 먼저 경계를 푸는 쪽을 택했다.


적이 눈앞에 있는데 정작 대응하지 못하고 이렇게 먼저 꼬리를 내리다니,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하니 그 끝이 없었다. 싸움을 원치 않는다면 이렇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리 생각한 자신을 세게 치고 싶었다. 되도록 정신 차릴 수 있도록 있는 힘껏. 눈앞의 상대는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뾰로통하니 아이 같은 얼굴이었다. 그 실체를 알게 된다면 그 누구도 함부로 생각할 수 없으리라.



“다시 한 번 물을게. 왜 그런… 평범한 사람의 복장을 한 채로 온 거야?”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은 적겠지. 하지만 복장 자체가 눈에 띄니까 어쩔 수 없었어. 내가 너를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복장으로 이 자리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둘이서 이야기 할 방도는 없었을 테지.”


“정말 날 보러 온 거라면, 이제 돌아가. 더 이상 할 이야기도 없고, 그에 따른 행동도 없으니까.”


“싫다고 난 분명하게 내 의사를 표현했어. 인간들은 못 알아듣나?”


“그게 아니잖아…!!”


“야! 이슬비!!”



어린애답지 않게 눈을 무섭게 치켜뜨곤 고개를 인형처럼 까딱이는 그의 말을 부정하며 세게 소리치려 하니 근처에서 들려오는 다른 목소리가 있었다. 왠지 반갑게만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눈을 크게 뜨고서는 그 상대방을 보기위해 고개를 돌렸다. 밤색 머리카락이 유난히 눈에 크게 들어왔다. 반가움에 그 이름을 부르려다가 헛기침을 잠시 한다. 아무리 혼란스럽더라도 그렇게까지 크게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바로 앞에서 혀 차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분명 착각이 아니었다. 이세하, 그가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를 한 번 바라보다가도 이내 다시 눈앞의 상대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몰라보게 불쾌함에 침식 된 얼굴에 잠시 움츠러들었지만 겉으로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 노력한다. 짜증나기 짝이 없는 장난감이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물론 제 눈앞에 있는 차원종은 손가락 하나 까딱해서 순식간에 자신과 자신의 친구를 없앨 수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이상했다.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서 어쩐지 자신감이 생겼지만 그 마음속에 품고 있던 것이 강력해지면 오만함이 된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꿋꿋하게 입을 다문 그대로였다. 그가 순간 자신의 눈치를 살핀 것 같기도 했다. 아니, 그럴 리 없다. 분명 잘못 본 것이었다. 그가 제 후드를 다시 뒤집어쓰더니만 이내 후드 티의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이번에는 저 시끄러운 것과 마주하고 싶지 않으니까 돌아갈게. 다음에는 정말 데이트 하자고.”


“야! 으아… 죽겠네. 누구랑 대화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낯빛이 안 좋냐.”


“신경 쓰지 마. 그 전에, 무슨 일로 온 거야?”


“차원종이 다시 나타났대서, 곧장 부르더라. 모처럼 게임하고 있었는데 듣는 척도 안하니까 컴퓨터 선까지 다 뽑아버렸다고!”


“자업자득이야. …잠깐, 컴퓨터? 너 혹시, 업무용 컴퓨터에 게임을 설치한 거야!?”


“어? 그게 그렇게 되… 나? 그, 검은색에……미안!”


“거기 안 서!? 거기에 얼마나 많은 자료가 들어있는데!!”


“그러니까 그 컴퓨터에 게임 하나 설치한다고 세상이 망하진 않… 컥! 잠깐, 타임! 타임!!”



손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애써 제 죄를 부인하는 모습이 평소와 다를 바가 없어 남몰래 안심한다. 분명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인데도 이렇게나 동요하다니, 역시 좀 더 수련하지 않으면. 제 눈앞에 있는 친구는 잠재력이 굉장하다. 조금만 더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그렇기 때문에 그가 제대로 마음을 다잡기 전에 먼저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자신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정말 이기적이었다. 제 동료를 리더로서 북돋아주지는 못 할망정, 오히려 그 힘에 질투를 느끼고 있다니.


하지만 차이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차이를 메우려면 지금 같은 힘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분명 좋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지만 그를 막론하고 느껴지는 질투와 부러움은 제 스스로가 제어하기엔 아무래도 힘이 들었다. 미안하다고 말한들 그는 듣지 못하겠지. 대놓고 미안하다고 할 수가 없다. 그리 말한다 해도 그는 웃어넘길 것이다. 이 얼마나 나약한지. 하지만 그의 곁에, 그리고 다른 요원들의 곁에서 나란히 걷고 싶다. 리더의 책임이 막중하다지만 그것에 관계없이 서로 의지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다. 마음을 다잡을 무렵에 그는 연신 숨을 내쉬다가 이내 제 팔을 톡톡 두드려 보이며 말을 이었다.



“거기 뭐 있는데, 그거 뭐냐?”


“뭐? 아무것도 없는데? 대체 뭘 보고 말하는 거야?”


“그 부분 자세히 봐봐. 뭔가 있다니까? 어, 그래! 그거! 네가 문신을 하다니, 참….”


“아냐! 내가 그런 걸 할 리가 없잖아. …! 설마 아까 애쉬가….”


“어? 애쉬? 갑자기 그 놈 이야기는 왜 꺼내? 아까 대화하던 게 혹시….”


“트, 틀려. 그냥 잘못 들은 거겠지. 빨리 돌아가자.”


“네- 네-. 분부대로 하지요-.”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또박또박 하는 말대답이 썩 달갑지 않았다. 그라면 지금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거짓임을 충분히 간파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추궁하지 않는다는 것은 제 나름의 배려겠지. 그리 생각하자 그런 행동조차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다. 그래, 상황이 어떻건 간에 너와 나는 클로저다. 차원종을 처치하는 클로저. 만약 다음에 그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된다 하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다.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행위 따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 또한 영광이리라


 차원종인 그가 어떤 의미를 담고 말을 꺼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말에 어떤 의미가 담겼건 간에 다음은 없다. 자신이 죽거나, 그 두 사람이 죽거나. 아직은 턱도 없이 부족한 실력이기에 그 날이 오기 전까지 좀 더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난히 제 옆에서 투덜대는 그의 말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쿵, 쿵, 하고 울리는 심장 박동이 기분 좋기만 하여 슬쩍 미소 지었다. 웬 바람이 불어 그러냐는 물음은 그대로 무시한 채.





*





“애쉬? 예정했던 것 보다 일찍 돌아왔네? 일이 안 풀렸나봐?”


“중간에 방해받았어.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후후, 그 누가 알았겠어? 내 동생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마음을 주다니.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인간에게 말이야!”


“마음에 든 건 맞아.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야.”


“어머나, 그래?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아아, 그래도 그 이세하라는 아이는 꽤 마음에 들었는데… 역시 나도 따라갈 걸 그랬나?”


“누나가 오면 얌전히 있지는 못할걸.”


“그건 부정할 수 없네. 상관없지만.”



그녀가 즐겁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웃어젖히는 목소리가 썩 달가운 것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한 차례 으쓱이는 애쉬의 모습에 더스트가 가볍게 양 손바닥을 마주하여 손뼉을 쳤다. 또 다시 새로운 것이 생각난 모양이었다. 몸을 살짝 돌리며 더스트는 정말로 순수한 아이마냥 웃어보였다. 그 속내는 분명 검은색이었다. 겉보기엔 청순한 소녀였지만 실제 속마음은 완전히 칠흑 같은 검은색.


그 것을 아는 이는 많지는 않아도 적지도 않을 사실이었다. 금세 방금 전 이야기에 흥미를 잃은 것인지 그녀가 제 입술을 가볍게 매만지다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애쉬를 바라보니, 그것의 의미는 누구보다도 그가 잘 알고 있었다. 서로 닮아있어서 오히려 더 귀찮다니까. 그리 중얼거리다가도 이내 그녀의 부름에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다음에 그들과 다시 마주하게 될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았음을 체감하고는 한다. 아직 그리 강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약한 이들이지만 그 영혼의 색을 누구보다도 더 뚜렷하게 보았기 때문에 단정 지을 수 있다. 그의 얼굴에 어둠이 내려앉아 미소를 띄워냈다.



“근데 난 네가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문장을 새겼어. 머지않아 다시 만나게 될 거야.”


“후후, 역시 그렇지? 빨리 이세하랑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때가 되면 얼마나 성장해 있을지, 기대되는데. 그러면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이나 하러 가자.”










아아,



재회의 약속은 역시 농담이라고 해둘 걸 그랬나.











반갑습니다! 화넬입니다 :)


창의성은 제가 최고네요, 애쉬랑 더스트를 넣어놨어. 그것도 이벤트 소설에. 얘네 둘이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친절하게 스토리 진행을 하면 나온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러저러 만나서 이렇게 하자! 같은 게 목표였는데 어쩌다보니 기승전병이 되버렸네요. 이게 무슨 소설이야 어디서 약을 팔아.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 기획한 게 아니었습니다만 시간도 없고 내고는 싶고 해서 그냥 무작정 투고. 댓글은 안볼겁니다. 으아악 무슨 욕이 쓰여있을 줄 알고 댓글을 봐요.


네, 아무튼 종종 보일 예정이니 잘부탁드립니다.


2024-10-24 22:21:2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