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Retreat

작은구름 2014-12-28 1

Part 1

 

 

 

2004년 12월 24일

 노을로 물든 서울 시내의 길거리는 화려하게 빛나는 전구들로 치장되어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사람들은 모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며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어디에든 모두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취해있을 뿐이였다.
난 혼자 그런 길거리를 거리며 궁시렁 거리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휴식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날의 저녁만찬의 심부름은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노을의 붉은빛이 가득찬 하늘 아래는 전구장식들의 빛으로 채워져 있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아도 전구장식은 너무나도 화려했다. 낭비가 아닌가 하고 심심했던 참에 머리속은 각종 잡생각에 휩싸였다.

생각의 꼬리들을 정리할 쯤엔 이까 지나왔던 거리를 한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다시 지나가고 있었다. 장바구니 속에 담겨있는 계란들을 보며 웃음이 피식 나왔다.

올해 크리스마스 만찬은 나이차가 좀 나는 중학생인 여동생의 의견이였다. 여동생은 가족들에게 오므라이스를 만들어주겠다고 큰소리 치면서 정작 중요한 계란을 준비하지 않은것이였다.
당황한 여동생의 모습에 웃음이 터지자 그 벌로 계란 심부름을 하게 된것이였다.
여동생이 토라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조금 달리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길거리를 구경하며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서둘러 집으로 향하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한사람만의 것의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비명소리들이였다. 소리에 뒤돌아보니 비명을 지르며 사람들이 달려오는게 보였다. 달려오는 사람들 사이로 그들을 쫒아오던 끔찍한 생물들이 보였다.
그 괴물들은... 사람처럼 두발로 달렸지만 머리가 몸통만했고 키도 사람의 절반수준이였다. 그들은 칼을 들고 야만적인 이빨을 드러내며 씨익 웃더니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모든 사람들이 달려 도망치고 있었다. 도망가지 않는다면 적어도 끔찍한 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들의 칼엔 자비가 없었고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큰도로로 나왔지만 차량은 전부 불타고 있었고, 하나 둘 지친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불행히 나또한 체력이 좋은편은 아니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뒤에 쫒아오는 괴물들은 달리기가 빠르지 않은지 따라잡지를 못하였다. 이대로 가면 살 수 있다. 가족들에게 돌아 갈 수 있을것이다.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만찬을 즐기며 즐겁게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달리고 있던 사람들이 앞에서 부터 멈춰섰다.


"말도안돼..."
옆에 있던 사람이 내뱉은 말이였다.
달리던 속도를 줄이고 앞을 살폈다. 앞에 달리던 선두그룹은 더이상 사람이라고 부르기에는 끔찍한 형태였다. 사냥당했다. 말그대로 사람들이 사냥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앞에서 들리던 울부짖는 소리는 이제 뒤에서 까지 들리고 있었다. 완전히 포위당한 것이다. 끝까지 몸으로 저항을 하는 사람,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람, 이젠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들을 향해 울부짖는 사람. 아**트 도로가 피로 물들고 있었다.

도망쳐야 한다.
어디든간에 저 야만적인 괴물들이 없는곳으로 도망쳐야 한다.

정신이 없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각자 흩어지기 시작했고 운좋게 골목길을 통해 조용한 2층짜리 건물 내부로 들어왔다. 건물안에는 나를 포함해 총 13명, 아까의 참사로부터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 괴물들은 이 건물을 눈치채지 못한듯 했고 우리는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쭈그리고 앉아 공포에 떨며 침묵하고 있었다.


 "나가야 해요."
 침묵속에서 나지막하게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쳤어요? 나가면 살아 돌아갈 수 있는 보장이 있습니까?"
 "그렇다고 이안에 계속 있어도 살수있는건 아니잖아요!"
 여자의 말에 한 중년 남성이 반박을 했다. 하지만 이내 바로 여자도 말을 이었다.

 "계속 여기에 있는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없어요. 전 아이들에게 돌아가야해요"
말을 잇던 여자는 일어나더니 밝은곳으로 나왔다. 그녀를 쳐다보니 30대 초반정도의 여성으로 보였다.
아이를 둔 어머니인것 같다. 문득 오른팔에 매여있던 장바구니를 봤다. 엉망진창이 되어 전부 깨져있는 계란들...


 "전 혼자서라도 갈꺼에요."
 결심을 한듯한 여자는 문쪽으로 갔다.

 "잠시만요 저도 같이 가죠."
 일어나서 그 여자쪽으로 걸어갔다. 가족들에게 돌아가야 했다. 계란은 전부 깨져버렸지만 가족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곳에 있어봤자 모든 상황이 호전되는 것도 아니였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집에 가는게 우선이였다.


 "저...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있던 한 여학생이 일어났다.

 "있어봤자 좋을껀 없잖아요."
 여학생은 약간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문앞에 있던 여자와 내쪽으로 걸어왔다.
여학생이 일어나자 하나 둘씩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저도 같이.."
 어느새 이제 우린 12명이였다. 맨처음 여자의 말을 반박했던 남자만 일어서지 않았다.

 "여기 있어봤자 죽기밖에 더합니까? 아저씨도 같이 가는게 어때요?"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이는 남성에게 물어보았다.

 "갈꺼면 당신네들끼리 가"
 "후회나 하지 마세요."
 확실한 거절의사에 난 등을 돌리고 문앞으로 걸어갔다.

 "출발하죠"
 그 중년 남성을 뺀 우리 12명은 문을 열고 나갔다. 노을은 사라지고 이젠 밤이 되어있었다.
12명이 전부 문밖으로 나오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우리의 목적지는 구로역이였다. 대피소로 자주 이용되는 지하철 역이기도 하고 선로를 통해 이동도 가능했다. 그리고 구로역의 옆에 집이 있는것도 이유중 하나였다.
구로역은 대충 가늠으로 여기서 걸어서 20분정도면 도착할 듯 했다.

우리들은 소리없이 계속 걸었다. 소리를 냈다가 괴물들에게 걸리면 큰일이라 생각했다. 고요한 밤의 길거리엔 발소리만 가득했다. 길거리느 곳곳이 폐허였다. 가끔은 시체도 있었다.
구로역에 가까워질수록 괴물들의 흔적은 끔찍했다. 독특하게 구멍이 뚫린 차량도 있었다.
우린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우리중 한명이 침묵을 깼다.

"악!"
아까의 그 여학생이였다.

"죄송해요.. 차에 부딫혀서.."
구멍이 난 독특한 차량잔해의 백미러에 어깨를 부딫힌듯 했다.

"어두우니까 조심해"
말을 하지 말고 침묵을 지키자고 약속을 한적은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갔다.
여학생을 유난히 걱정하던 한 남자가 상태를 보기 위해 가까이 갔다.

"파편이 박혔잖아."
부셔진 차량 잔해라 백미러의 거울 파편이 어깨에 박혔나 보다.

"다행히 깊이 박힌건 아니네"
여학생의 상태를 보던 남자는 간단한 응급처치면 나을 정도의 상처라는 등 이야기를 하면서 안심시켰다.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운좋게도 근처에 약국이 있음을 확인하고 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약국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어 들어갈 수 있을듯 하다. 남자는 가볍게 뛰어 약국으로 향했다.
그러던중 구로역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약간 비행기의 엔진소리와 비슷해서 공군이 온건가 싶은 희망이 들었다. 우리는 살 수 있을것 같은 희망에 갑자기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집이 먼데 우연히 구로로 놀러왔다가 이런일이 일어났다는 등 집에 가면 잠부터 잘꺼라는 등 다들 미소를 띄고 아**트 도로에 편하게 앉기 시작했다.

 "저도 집에 가면 가족들이랑..."
나도 사연을 하소연 하려다가 갑자기 보라색 광선이 지나갔다.
보라색 광선은 공상영화에 나오는 레이저에 가까웠다.
그 광선이 지나간 방향은 약국으로 가던 남자의 방향이였다.
우린 모두 당황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약국을 가던 남자 쪽을 바라봤다.

남자는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무언가가 그를 관통해 지나간듯 했다.
우리는 남자가 있던 자리로 갔고 몇몇 이들은 그의 흔적을 보고 헛구역질을 했다.

"일단 구로역으로 빨리 가야되요."
우리를 이끌었던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이 고개를 떨구고 속삭였다.
우리는 다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묵묵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공포감이 질려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광선이 나타났다.
광선이 지나간곳은 주변의 건물이였다.
지나간 자리엔 마치 송곳으로 뚫은것처럼 원통형의 구멍이 뚫렸다 .

우리는 그런 흔적들을 보곤 점점 더 빨리 움직였다.
광선은 계속 우리를 향해 날라왔고 우리는 그저 광선이 맞지 않기를 피해가기를 빌 뿐이였다.


눈을 질끈 감고 걷고 걷고 또 걸었다.
맨앞에 우리를 이끌던 여자는 멈춰섰고, 그앞에는 물고기같이 생긴 머리뼈에 구멍이 뻥 뚫린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우리에게 달려온것과는 또 다르게 생긴 괴물이 있었다.
그들은 사람보다는 키가 크고 마치 뼈로 된 몸에 보라색의 천을 두른듯한 모습으로 공중에 떠있었다.



그리고 우린 아까부터 우리를 향하던 보라색 광선의 정체를 깨달았다.
맨 앞에 있던 여자가 사라졌다.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우리를 따라왔다.
이들에게선 도망칠수가 없었다. 점점 하나 둘 곁에서 뛰고있던 사람들이 사라져갔다.


이 괴물들보다 빨리 달려 도망쳐도 그들은 입에서 보라색 광선을 쏘며 우리들을 노렸다.
그들은 입에서 보라색 광선을 쏘며 우리들을 노리고 있었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우리들은 숨을 몰아쉬며 달리는 속도도 느려졌고
어느새 6명밖에 남지 않았다.

도망칠 방법이 더이상 없었다. 아무리 빨리 달린다고 한들 저들은 멀리서 쏘면 그만이였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 다른 방향으로 도망친다고 해도 그들이 쫒아오지 않는것은 아니였다. 우리들과 일정 거리를 두면서 오는ㄷ...


차량 잔해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그대로 머리까지 바닥에 박았고 다리엔 차량 파편에 베여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머리를 바닥에 박아 어지러웠다. 설마 일어난다 해도 다리의 상처때문에 빠른 속도로 달릴수도 없다.
정말 이대로 끝인걸까. 운이 좋아서 저 괴물들에게 걸리지 않는다면... 마치 이 모든 상황이 거짓말 같았다.
불과 몇시간 전만 해도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고 있었다.
가족들의 생각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절대 이대로 일순 없다. 이렇게 비참하게 생을 마감할순 없다.
지금까지 지내온 삶의 노력이 허무하게 끝날리가 없다.

모든게 꿈이기를 바라며 몸을 돌려 상체만 간신히 일으켰다.
​해골 모양새의 괴물이 보였다.
공포감이 몰려왔다.


다리에서는 파편에 베인 상처에 피가 나고 있었고 눈에선 눈물가 이마에서 나는 피가 섞여 줄줄 흘러 옷을 적시고 있었다.


"제발..."
​나지막하게 애원의 말을 던졌다.

어느새 보라색의 광원이 보였고 이젠 정말 끝인듯 했다.
눈을 질끈 감았다.


'1...2...3....4...?'
속으로 시간을 세봤다.
4초가 넘게 지났지만, 아직 살아있었다.


'모든게 꿈이야'라는 확신이 들었다.
공포에 감았던 눈을 떠보았다.


하지만 꿈은 아니였다.
다만 그 끔찍한 괴물은 두동강나 쓰러져 있었고 내 앞에는 한 소년이 서있었다.



"상점가에서 민간인의 신병을 확보했습니다. 클로저 팀, 구로지역에서 후퇴하겠습니다."

 



 





Part 2





"아직 클로저 요원에 대한 정보는 극비다. 나서서 행동하지 말도록"

검은 제복을 입은 남자가 앞에 서있는 6명의 사람들에게 지시했다.


 

 2002년, 갑자기 차원종의 침입으로 차원전쟁이 발발했다.

인류는 차원종에 온힘을 다해 대항했지만 인류의 통상무기는 통하지 않았고. 인류는 패배를 거듭했다.

하지만 모든 도시가 파괴된 것은 아니였고 제 기능을 하는 도시도 있을 뿐더러, 아예 대대적인 차원종의 침공을 받지 않은 국가도 있었다.

대한민국이 그런 국가중 하나였다.

 

2004년까지도 대한민국은 차원종에 대해 아예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소규모의 차원종이 서울시내에 출몰했다. 차원이동의 근원지는 구로역 부근으로 보인다. 침입한 차원종들을 모두 수색하고 섬멸하라."


 말을 마친 검은 제복의 남자는 대 여섯의 사람 무리앞에서 빙글 돌고는 이내 자로 잰듯 서있는 여섯명을 정면으로 쳐다봤다.


"그럼 작전을 시작한다."

남자의 한마디의 남자의 앞에 있던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하지만 아직 그의 앞에 한 소년이 주춤이며 서있었다.


"왜 출발을 안하는거지?"

"민간인을 발견하면 어찌해야 합니까?"

남자를 골똘히 쳐다보고 있는 소년을 보고 남자는 손으로 머리를 잡는 시늉을 하더니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일단 대략적인 위치를 무전으로 알려주고 이동할 수 있거나 사정이 다급한 사람들만 여기로 데려와. 하지만 가능한 전투에 집중하고 전투가 끝난 후에 말이야."

 남자의 말이 떨어지자 소년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그제서야 자리를 떠났다.


 소년은 작은 골목들을 지나 큰 도로로 나왔다. 차원종들이 지나간 흔적은 그 어떤 참사의 흔적보다도 끔찍했다.


 비열하고 역겨운 차원종들. 소년은 그리 생각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아**트 도로의 피자국들을 쫒아 걸어갔다.


"크르르르"

 어디선가 짐승같은 소리가 들렸다. 소년은 소리가 나는곳으로 천천히 발을 옮겼다. 소리의 원인은 생각보다 가까운데에 있었고. 삼각형 머리의 못생긴 스캐빈저 무리였다. 소년은 등에 매달아둔 창을 꺼내들어 양손으로 꼭 쥐었다.


"…다섯…여섯"

스캐빈저의 머릿수를 셋다. 차원종들은 마치 물리법칙을 무시하는듯 인류의 통상적인 무기가 통하지 않았지만, 위상력을 이용하면 그들에게 대항하기는 쉬웠다.창의 창날은 마치 검날처럼 날카롭게 서있었다.


소년은 스캐빈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캐빈저가 눈치채기 전에 높게 뛰어올랐다. 위상력을 이용하면 5m가 넘는 높이정도는 아주 간단한 일이였다.

도움닫기를 한 소년의 점프는 엄청난 거리를 도약했다.


창날이 스캐빈저를 갈랐다. 다른 스캐빈저들이 소년에게 달려들었다. 소년은 스캐빈저들의 야만적인 칼날들을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


"키야야약!"

 기괴한 소리를 지르며 스캐빈저가 돌진해왔다.

소년은 스캐빈저의 돌진을 살짝 옆으로 피한뒤 그대로 뒤통수를 후려쳤다.


이제 남은건 네마리였다. 스캐빈저들은 짐승처럼 계속 소년에게 달려들었다.


"너무 오랫동안 시간을 끌면 안되니깐"

소년은 위상력을 창날에 집중했다. 창의 끝에는 위상력으로 반투명한 날로 길이가 연장되었다. 소년은 창을 가로로 힘껏 휘둘러 베었다. 달려오던 스캐빈저 세마리가 한꺼번에 두동강이 나버렸다. 남아있는 마지막 한마리의 스캐빈저는 주춤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소년은 도망가는 스캐빈저를 보고 다급하게 창을 던졌다.

창이 스캐빈저의 머리를 꿰뚫었다.



"현재 위치에서 스캐빈저 6마리 확인, 사살했습니다."

소년은 짧막한 보고 후 무전기의 마이크를 껐다.



"아 힘들어"

소년이 근처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느새 해가 완전히 저물어 밤이 되어 있었다.

소년은 숨을 돌리고 옷에 뭍은 먼지들을 툭툭 털어내더니 자리에서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소년은 느린 걸음으로 차원종의 수색을 재개했다.


소년은 한 10분쯤 돌아다녀 보았지만 차원종은 보이지 않았다.


"아 배고파"

소년이 중얼거렸다.  그러던 소년이 옆에 있던 편의점에 눈길이 갔다. 소년은 편의점의 깨진 유리문을 조심스레 피해 내부로 들어갔다.


'설마 신경쓰진 않겠지'

 차원종의 습격이 있었던 곳인데 물건이 좀 사라졌다 해서 의심받지는 않을것이라 소년은 여겼다. 소년은 배고픔에 과자를 뒤적이던 도중 엎어져 쓰러져 있는 한 남자의 시체를 발견했다. 그의 손에는 각종 먹을거리들이 있었다. 아마 먹을것을 구하러 폐허가 된 가게에 온 듯 하다.


안타깝게도 그는 운이 없었다. 차원종의 습격을 받은듯 하다.

그의 손에 먹을만한게 없나 한번 살며시 시체의 손을 살폈다. 팔을 살짝 치우는데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다. 그렇다면 주변에 차원종도 있을 것이고, 아직 피하지 못한 민간인이 있을꺼란 생각에 급히 편의점 밖으로 빠져나왔다.


생각보다 큰 수확을 얻은소년은 검은제복의 남자에게 민간인의 구조에 대한 허가를 받았음을 기억해냈다. 아마 주변을 수색하다 보면 차원종이든 사람이든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소년은 재빨리 주변을 살펴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 안가 도로 위에 서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불행히도 그건 차원종이였다. 마치 해골에 보라색 천을 두른듯한 모습의 보이드였다. 상당히 먼 거리에서 발견했기에 소년은 조심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거리가 되자 소년은 보이드에게 달려들었다. 위상력으로 빠르게 달려온 소년의 창이 보이드의 몸통을 찔렀다. 보이드가 비명을 지르며 소년을 뿌리치려 했다. 앙상한 뼈로 된 손이 소년의 얼굴을 휘갈겼다. 소년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지만 소년은 보이드의 몸통에 박힌 창을 놓지 않고 힘을 주어 옆으로 갈라 몸통에서 빼냈다. 공중에 살짝 부양해 다니는 보이드의 몸이 아**트 바닥에 곤두박질 쳤다. 소년은 다시 무전의 마이크를 켰다.


"보이드 발견, 사살했습니다."

말을 마친 소년은 그제서야 얼굴에 난 상처가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큰 상처가 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소년은 조심스레 손을 얼굴에 가져다 대었다.


"아악..."

소년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큰 상처는 아니지만 따끔거리는 상처가 신경쓰였다. 소년은 주변에 상처를 치료할만한것이 없나 찾아보았다. 근처에 약국을 찾은 소년은 얼굴을 한 손으로 닿을듯 말듯 쥐어싸고 걸어갔다. 소년이 약국의 꺠져있는 유리창을 조심스레 피해 들어갈수 있었다. 간단히 상처를 응급처치 할만한 약품들을 들고 나온 소년은 아**트 바닥에 주저 않아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데일밴드를 얼굴에 붙이려는 도중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소년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먼 거리에서 보이드가 소년을 쳐다보고 있었다.

소년은 당황해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변에 눕혀둔 창을 집어들었다.

보이드의 입에서 보라색 섬광이 보였다.


"으윽"
 

보이드의 입에서 나온 광선이 소년을 강타했다. 위상력으로 간신히 공격을 막아낸 소년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창을 쥐고 보이드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리는 상당히 멀었다. 보이드가 두번째 광선을 발사하려던 도중 총알이 푸른 궤적을 남기며 보이드의 머리를 관통했다. 픽 하고 보이드가 쓰러졌다.


"뭐야 다쳤어?"

검은 장발의 여자가 소년에게 다가왔다. 소년이 속한 클로저팀의 리더였다.


"아 선배..."

"무전 못들었어? 처음에 관측된 차원종이 전부가 아니였어. 대규모 차원종 부대가 침입했다고. 빨리 후퇴해야돼"

장발의 여자가 소년의 무전기를 쳐다보며 말했다.


"뭐야 언제 못들었던거야? 내가 발견했으니 다행이지, 빨리 철수하자고"

소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여자를 따라갔다.


"...제발"

소년의 귓가에 작은 속삭임이 들렸다.


"선배 잠시만요."

소년은 빠르게 한마디를 하고 뒤돌아서 달려갔다.

얼마 안가 보이드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소년은 위상력을 이용해 뛸수있는만큼 빨리 뛰어 도약했다.

창날을 세우고 착지와 동시에 보이드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반으로 잘려버린 보이드의 앞에는 한 남자가 주저앉은채로 있었다. 깨진 계란조각들이 담긴 장바구니가 그의 어꺠에 매달려있었다.

소년은 주변을 둘러봤다. 어딘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상점가인듯 했다.


"상점가에서 민간인의 신병을 확보했습니다. 구로지역에서 후퇴하겠습니다."

소년은 검은 제복의 남자가 알려준대로 보고를 했다. 소년은 주변을 살피니 소년이 구한 남자의 주변에는 생존자가 세명 더있었다.



"빨리 생존자를 데리고 후퇴해 이미 대규모의 차원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대한 빨리 거기서 벗어나야해"

"...알겠습니다."

소년은 빨리 후퇴하지 않으면 모두가 죽을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후퇴라니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거죠?"

힘겨운 목소리로 남자가 소년에게 물었다.


"구로역일대가 대규모의 차원종들에게 점령당한 것 같습니다."

뒤에서 장발의 여성이 나타나 끼어들었다.

어꺠에 장바구니를 메단 남자는 한동안 말이 없이 멍하게 있었다.


"더이상 지체 할수 없습니다. 지금 빨리 저희랑 대피하셔야 합니다."

장발의 여자가 주변에 주저앉아있던 사람들에게 말을 했다.

하나 둘 사람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들은 말없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폐허가 된 도시 속에서 미래를 위해 수많은 죽음을 뒤로한채로.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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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기다려온 클로저스를 클베, PRE-OBT도 꼬박꼬박 해놓고 정식 오픈베타가 되니 정작 못하고 있네요 ㅠㅠ


한번 클로저스의 배경의 이전인 차원전쟁 부분에 대해 적고싶었습니다.

근데 막상 쓰려니 스케일이 너무 커질것 같고... 그냥 외전격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약간 다른? 주제로 써봤는데요



정체도 모르는 괴생물체에게 침공받고 있는 꿈도 희망도 없는 배경인데 게임상은 너무 명량한 분위기라서 원래 배경을 약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처음 써보는 소설이라 부족함이 많습니다. 다소 이상하게 보일지라도 좋게 봐주셨으면 하네요 ㅠㅠ




+

소설의 배경은 2004년입니다. 차원종이 침공한 2002년(추측)에 바로 위상력을 가진 이능력자들이 나타나 조직화된다는건 어렵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제목인 retreat는 후퇴하다 란 뜻의 동사(...)입니다.

2024-10-24 22:21:2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