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는 방과 후의 학교에 남아
펌킨햇 2015-07-21 3
"또 허탕이라니 이게 몇번째야"
손에 쥔 쿠크리를 바닥에 던지며 나타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학생들로 북적거렸어야할 학교가 차원종들로 가득차 비명과 짐승의 괴성같은 소음들로 가득차 밤의 학교를 한층 더 을씨년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숨어든 B급차원종의 수색으로 며칠이나 계속된 차원종 사냥에 실증을 느끼며
나타는 속된 말로 뺑뺑이나 돌게된 자신이 말로만 개가 아니라 정말로 개취급을 당하는 것만같은 생각이 들었다.
차가운 바닥의 감촉이 등뒤로 전해져와 나타의 열기를 식혀가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자
그러던 중에 돌잔해물 위에 눕혀있던 나무모형이 보였다.
바닥을 어지럽히던 콘크리트나 먼지잔해들과는 확연히 구분됨을 나타는 인식할 수 있었다.
"뭐야 이쓰레기는"
"새 모형이군."
어느새 뒤로 돌아온 검은 드론은 사람의 영상을 보여주며 익숙한 음성을 내었다.
"그런 건 알고있어 꼰대. 그냥 거치적거려서 본 것뿐이야. 왜 이런곳에 이런 조각이 있는 거지?"
자세히 보니 이름으로 보이는 종이가 하나의 조각에 붙어있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모를법도 하군. 나도 한 때 학교 미술시간에 완성된 조각품을 같은 친우들과 진열하곤 했지.
그 중 하나가 차원종들의 출현에 의해 휩쓸려 왔을 법도 하지"
"꼰대가 학교에?"
나타는 의외로 생각했던 질책보다 상사의 과거를 얘기하는 모습에 놀라워하며 이 늙은 개또한 평범한 학생이었을 시절을 상상해보며 조소를 지었다.
"...사담이 길어졌군. 임무에 집중해라" 는 말과 함께 영상이 꺼지며 드론은 그 뒤로 말이 없었다.
"그게 뭐죠?"
시영은 나타가 서둘러 뒤로 감춘 손을 보며 말했다.
"알거 없어 "
"에잇"
시영은 장난이라도 거는 듯한 미성과 함께 손안에 쥔 작은 리모컨의 스위치를 올렸다.
"크아아아악 윽 이게 무슨 짓이야"
갑작스레 목을 조여들어오는 초커에서 발생한 차원압에 저절로 목언저리로 손을 가져가 결코 뗄 수 없음을 알고있음에도 초커를 손으로 긁어내었다.
"어머 그게 당신의 상관에게 취할 행동인가요? 어서 손에 든 것을 이리 주세요"
나타는 떨리는 손으로 급하게 홍시영의 가슴팍에 조각을 던졌다.
그래요 그렇게 개처럼 있으면 되는 거에요 라며 아무런 시영은 죄책의 기색없이 스위치를 내리고는 받아든 조각을 살펴보았다.
"이건 무슨 쓰레기죠?"
"그냥 바닥에서 거치적거리길래 주워온것뿐이야"
이제 됐지 하고 아직 통증이 가시지않은 목을 한손으로 매만지며 넘겨받으려던 나타의 나머지 손을 시영은 위로 옮기며 피했다.
"?"
"뭐, 학교에서는 이처럼 자신의 처지도 망각하고 부끄러운줄도 모르는 쓰레기를 남들에게 자랑하게 만들곤 하죠.
당신처럼 개는 개답게 쓰레기들은 쓰레기처럼 조용히 구석진 곳에 있으면 될텐데 마치 모두가 평등한마냥 경쟁하고 친한듯이 굴고 말이에요 정말 역겨워요."
시영은 조각품의 표면을 부드럽게 쓰다듬다 조각품에 붙어있는 이름표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그래요 이런 역겨운 것은 차라리 없는게 낫겠죠"
팍하고 단단한 것이 충돌하는 소리가 들리며 나타는 시영이 팔을 크게 휘둘러 조각품을 내리치는것을 볼 수 밖에 없었다.
"뭐하는 거야!"
"그래요. 그얼굴이에요. 당신네 개들은 그런얼굴로 있으면 되는거에요.
고마워요 나타. 덕분에 마음이 한결 시원해지네요. "
한결 상쾌한 얼굴을 한 시영은 그럼 다음업무 종료 후를 기대하겠다는 말과 함께 멀어져갔다.
"이 빌어먹을 여자가"
자신도 모르게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히며 나타는 조각을 주워들었다.
손에 잡힌 조각은 처음에 보았던 이곳저곳의 긁힌 흔적보다도 새로생긴 큰 금이 지금이라도 한 날개를 반으로 부러질 듯이 가로질렀다.
"..."
나타는 조각에 생긴 금위로 손을 포개며 잠시동안 아무런말도없이 조각만을 보았다.
그리고는 마음먹은듯 등에 맨 쿠크리를 들어올려 조각에 가까이 대었다.
"그래 왜 이딴 것에 마음을 두고 있었던거지? 짜증나짜증나 짜증난다고 이게 다 이런 쓰레기를 주워서 생긴일 아니야
진작 이렇게 했으면 됐을텐데."
검은 드론이 나타의 곁으로 날아왔다.
"통신시작. 아직 출발하지 않았나. 곧 약속하기로한 임무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다."
"뭐야 꼰대 안그래도 지금 가려고 하고 있었어."
나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바닥에 떨어진 나무잔해들을 잠시 눈길을 주고는 학교 으로 들어갔다.
"이햐하하하 좀더 가까이 와보라고! 싸워서 내 힘을 느껴보란 말이야!"
그리고는 모두 죽어서 내가 가장 강하단걸 증명해달란 말이야 너희같은 조무래기가 아니라 더 강하고 말도안되는
차원종이라도 없애보일 테니까 더 강해져서 누구가 덤벼도 무시하지못하도록 무서워하도록
만들테니까 다가오지말고, 저리가 내 곁에 와 봤자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없이 불행해지더라도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이 마음만 남아 칼을 든 손을 내리치게 했다.
넓은 보폭의 발은 근섬유가 찢어지는 고통에도 허리를 돌려 시야의 사각을 없애려했다. 혼자의 싸움은 외롭고 위험했다. 그만큼 더 노력해서 빈틈이 보이지 않는것이 가장 어려워 큰 동작으로 위협을 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높이 던진 쿠크리가 큰원을 돌며 손으로 닿지않는 먼 적에게 꽂아넣는다 하더라도 차원종은 갑작스레 옆으로 나타나 변형된 칼날의 팔은 쉽게 피부를 갈랐다.
갈라진 피부를 티고 전해진 통증을 느낄 새도 없이 다음적에게 칼을 꽂아넣으며 나타는 서둘러 자리를 이동했다.
땀이 턱을타고 흘러 간지러웠다.
팔로 턱을 훔치며 뜨끈하게 느껴지는 미끄러운 감촉에 상처의 통증보다도 이로인해 제한될 동작범위에 짜증이 앞섰다.
'대충 차원종을 정리한것같은데 가장 큰 한놈이 보이지않아.'
나타는 4층이나 되는 학교안에서 차원종하나를 찾을 생각에 혀를 찼다.
"여기는.."
조각을 주웠던 주변이라고 생각되는 곳에서 미술실이라 걸린 팻말을 발견했다.
나타는 문을 열기 전 문바깥면에 귀를 붙이고 안의 소리를 들어보았다.
다행히 이 안에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미닫이 문을 밀어 열었다.
드르륵 거리는 달아진 듯한 나무표면의 마찰음과 함께 미술실 안으로 발을 옮겼다.
코를 찌르는 물감과 시너의 화학냄새가 이곳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머리가 깨진 누군지 모를 반신상이 나타를 반겼다.
"여기 있었군"
넓게 책상을 이어붙인듯한 책상위에는 자신이 찾았던 조각모형들이 모여있었다.
'이세하', '우정미','서유리'같은 익숙한 듯하게도 보이는 이름들이 보이며 하나의 조각에는 하나의 이름이 붙어있어 조각들은 자신의 주인들을 알렸다.
"하나같이 조잡하기 짝이없네 정말"
큭큭하고 아무도없는 교실안에서 웃으면서 나타는 자신의 바지주머니를 뒤적여 무언가를 꺼내
진열장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쿠크리를 손에 쥐고 달려갔다.
정 가운데에 놓인 새 모형은 다른 나무조각들과 어울려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거친글씨로 어딘가의 학생이 적혀진 새 모형은 처음보다 다소 작아진 채 완성형이었을 것보다 좀더 매끄럽게 다듬어져 활짝 피기 전의 날개는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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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손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