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y - 채민우
달콤천사 2015-07-18 0
특경대는 시민을 위한 조직이라고 생각했다. 시민의 안전과 인권을 위해 움직이고, 유니온의 클로저들을 보좌
함으로써 적인 차원종을 섬멸함으로써 안전을 유지하는 곳이라 생각했다. 송은이 대장님도, 시민의 안전이 우
선이라고 말하기도 했으며, 또한 부하 녀석들도 그런 목적을 두고 열의에 타올랐었다.
그러나 상부는 그렇지 않았다. 겨우 돈 몇 푼에 비인간적인 행위를 묵과하고, 되려 지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벌처스 처리부대, 소문을 듣자하면 클로저가 되기를 거부하거나 체포된 위상 능력자들. 온갖, 더러운 일을 저
지른 녀석들이라 알고 있다.
……그런 녀석들을 지원하라니, 드디어 상부도 이상해진건가?
“ 반가워요. 채민우 경감님. 벌처스의 ' 홍시영 ' 감독관입니다. 뭐, 들으셨다시피 저희를 도와주셔야겠어요. ”
그녀는 ' 벌처스 ' 소속이라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이런 녀석들을 도와줘야 할 이유는 없다. 특경대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움직여야 하며, 유니온의 클로저들을 서포팅한다면 모를까, 이런 범죄자들을 도와줄 이유는 없다.
“ 어머~? 그러면 저도 어쩔 수 없네요. 듣자하니 채민우 경감님의 ' 여동생 ' 분이 이차원 분진에 감염되셨다
면서요? 그리고 그 이차원 분진의 치료제는 벌처스에게만 쥐어져 있고요. 제가 지금 전화 딱 한 통만 넣으면
……후후. ”
“ 알겠습니다, 알겠다고요! 도와주면 되는거 아닙니까! ……크윽, 홍시영 감독관. 언젠가 이 빚, 갚겠습니다. ”
대원들도 못마땅한 분위기였다. 녀석들은 다들 성을 내고 있었다.
“ 대장님! 저희가 어째서 저런 범죄자 녀석들을 도와줘야 한단 말입니까? ……말도 안 돼요! ”
“ ……미안하다. 다 내 책임이다. ”
녀석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어찌됐건, 벌처스의 지원이 끊어지면 여동생의 목숨이 당장이라도 끊어질 판국이었으니까.
***
여동생은 사건 당시, 고작 14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였다.
누구나에게 상냥하고, 게다가 외모도 수렴해 학생들의 로망이었다. 부모님도 그런 녀석을 자랑스러워했고,
나도 그런 여동생이 자랑스러웠다. " 오빠~ 오빠~ " 할 때 친구 녀석들은 항상 부럽다며 나를 감쌌고, 나도
그런 여동생과 사이가 좋았다.
사건 당일 날, 녀석은 친구들이랑 쇼핑한다고 시간의 광장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게 원인이었다. 6시 즈음
부터 평소엔 일찍 오던 녀석이 왜 이렇게 늦게 오냐, 하고 기다리고 있던 찰나 ' 시간의 광장에 차원종 습격
! ' 라는 제목의 뉴스 속보가 떠올랐다.
……시간의 광장이라면,
친구들과 놀러갔던 곳인데?
중심부에서 차원종이 출현해, 반경 2km를 초토화시켰다. 뒤늦게 도착한 유니온의 처리로 더 이상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설마, 설마, 설마.
부모님도 민아(여동생)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자, 급히 시간의 광장으로 달려나갔다.
그러나 특경대가 보내주지 않았다. 이차원 분진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면서.
그 뒤로 수십 명의 환자들이 병원 차량에 호송되고 있었다.
“ 아니, 그러니까! 내 여동생이 저기에 있다고요! 얼굴이라도 보게 해 달라니깐요! ”
“ 환자분 성함이? ”
“ 채 민아. 채 민아에요. ”
담당 대원은 환자 리스트를 찾고, 명단에 나열된 목록 중에서 민아의 항목을 공개했다. 사망은 아니었다.
다만 이차원 분진에 감염되었을 뿐이지.
녀석의 이차원 분진을 치료하는 기술은 벌처스에게만 국한되어 있다. 고로, 벌처스의 기술력이 없으면 녀
석은 단 몇 초 안에 숨통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 확실히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만, 계속 투여해야 할 약의 비용이 꽤 될 겁니다. ”
“ 으, 으으.... ”
부모님의 수입으론 이 약을 정기적으로 투여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내가 돈을 벌어야 한다. 그래서 찾은 곳
이 바로 이 특경대다.
평소에도 특경대는 염두에 두곤 있었지만, 이젠 방법이 없었다.
대학도 나름 괜찮은 곳이고, 성실과 근무라는 어드밴티지 덕분에 1차 시험을 합격하고 면접으로 넘어갔다.
면접관이 내게 물었다.
특경대에 자진하게 된 이유가 뭐냐고.
“ 한 마디로 압축해서 말하자면, 저는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 왔습니다. 나 자신만을 지키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왔습니다. 한 여동생조차 지키지 못한 나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이곳에 왔습니다. ”
*
월급을 받는 날은, 항상 잡지와 먹을 걸 들고 갔다. 이차원 분진도 2차까지 감염된 것은 아닌 터라, 문병쯤은
올 수 있다고 의사가 말했으니.
“ 오빠, 왔어? 어서와. ”
민아의 흩날리던 긴 생머리는 빛을 잃어가고, 녀석의 낯빛도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웃으며.
“ 오늘은 월급 날이니까 잡지랑 과자를 좀 싸들고 왔어. 먹을래? ”
“ 응. 고마워, 오빠. ”
나는 문병을 올 때마다, 녀석이 지루해할까봐 잡지를 읽고 있는 민아에게 특경대 이야기를 해 줬다. 이번엔
무슨 일이 일어났다거나, 클로저 요원들을 보좌하는 입장으로서 그들의 활약담이나 가끔 대원 녀석들 이야
기라거나.
민아는 그런 이야기를 재미있어했다.
*
민아가 말했다.
“ 특경대는 ……언제나 시민의 안전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맞지? ”
“ 그야 물론. ”
“ ……다행이다. 그런 사람들이라서…… ”
Fin.
*
채민우 불쌍한 녀석이에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