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레이션 나인 -제197화- [순백의 시간(純白の時間)]
호시미야라이린 2015-07-12 1
이에 진서윤이 남의 사생활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하더니 바로 기절시킨다.
남의 사생활을 존중해주지 못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그녀. 학생 신상명세서이자 생활기록부라 불러도 되는 그것을 회수하고선 아무도 모르도록 은밀하게 폐기시킨다. 파쇄기에 넣고 갈아버렸다는 말이 맞겠지? 그리고는 조리원들 및 직원들에 잠들어버린 친구를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며 외출허가를 요청한다. 평소 열심히 해온 그녀이기에 다들 수락해주고, 총조리장의 승인을 의미하는 직인까지 받았다. 총조리장이라 불러도 되지만 총주방장이라 불러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둘 다 ‘쉐프(Chef)’ 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레이라의 집이 교실의 바로 옆에 위치한 단칸방 집이란 것을 그녀도 잘 안다.
지하 150m 까지 걸어서 내려가는 것은 알고 본다면 훈련이다. 하지만! ‘초고속승강기(超高速昇降機)’ 가 있다. 일반적인 승강기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초고속승강기! 그것을 이용해 내려가면 길어도 60초 이내에 도착할 수가 있다. 그 덕분에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 머리가 매우 아파지는 수가 있다. 혹시 벌처스 회사에서 더 빨리 오르거나 내려가는 승강기를 개발한다면 고통이 더더욱 심해질 것이다. 서윤이 그곳으로 가니 집안에는 하진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윤이 잠든 레이라를 하진이에게 넘기며 잘 부탁한다는 말을 당부한다. 하진이가 어쩌다가 레이라가 이렇게 되었는지를 묻자, 서윤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래도 뭔가를 잔뜩 마셔서 취한 것만 같다고 그냥 그렇게 둘러댄다. 고등학생이 술을 마셨다고 한다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하진이는 한숨만 쉴 뿐.
“에휴~”
“하진아. 네가 게임을 잘하니까, 레이라 녀석을 좀 부탁할게.”
“술에 빠지지 않도록 하고,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도록 말이지?”
“그래.”
“서윤이도 야간 알바를 하느라 고생이 많구나.”
“에헤헤헤헤헤~ 부모님도 없이 혼자서 사니까 어쩌겠어?”
레이라도 부모님이 없고, 유하진도 가출하여 사실상 호적이 파이거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고, 진서윤도 부모님이 없이 알바를 하는 호텔의 조리원실에서 산단다. 그러니까 이들을 사실상 집이 없어 갈 곳이 없는 존재들. ‘홈리스(Homeless)’ 라고 부르면 될까? 나머지 반 친구들은 돌아갈 집은 있으나 사실상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자들이니 이들도 언제 가출하여 가출청소년이 되거나, 아니면 쫓겨남과 동시에 호적이 파이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이 반의 학생들은 사실상의 하루살이나 다름없는 존재들. 이들의 부모님들도 속으로는 저들을 쫓아내지 못해서 안달일 것이다. 이들을 집에서 쫓아내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지나 않을까? 이 반의 학생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실상의 시한폭탄? 아니면 원격폭탄? 그 폭탄들이 터지기만을 기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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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나고 어느 날, 신강 고등학교의 분위기가 매우 들뜬 분위기다.
신강 고등학교의 전교생들이 한 여학생을 바라보며 좋다는 반응을 보인다. 얼굴빛 피부부터 ‘순백(純白)’ 과도 같이 새하얀 것은 물론이고, 머리카락까지도 완전히 새하얗다. 그것만 해도 너무한데 키도 너무한 수준이다. 학생 생활기록부에 나온 신체 사이즈에 의하면 무려 190cm 란다. 이건 2학년의 그 녀석과도 같은 키! 진한 붉은 눈까지 하고 있으니 남자들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이상형 그 자체의 여자고, 여자들의 입장에선 화장도 안하고 성형수술도 하지 않은 순수한 외모라 극악의 질투의 대상이다. 검은양 멤버들이 저 여학생을 보자마자 아주 강력한 뭔가를 느낀다. 슬비가 유리에게 귓속말로 혹시 위상력을 느꼈냐고 묻자 유리도 귓속말로 그렇단다. 저 여학생의 이름은 진서윤이다.
그러다가 서윤이 그들을 개인적으로 마주칠 기회가 생겼다. 진서윤이 슬비와 유리 등의 검은양 멤버들을 보더니만 다짜고짜 언제까지고 클로저로서의 삶이 좋다는 착각을 하지 마라는 식으로 도발적 발언을 하더니 속이 다 시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간다. 세하가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묻자, 서윤은 자기는 그냥 클로저가 싫을대로 싫은 것이니 그냥 알아서 듣고 판단하라는 것. 유리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카타나를 뽑아들려고 하는데, 서윤이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광속으로 그녀의 등 뒤로 이동하더니 검을 뽑아들고서 유리의 목에 갖다 댄다. 빛의 속도와도 같다는 느낌을 주는 진서윤의 이동능력. 혹시 이것도 사이킥 무브란 능력일까? 세하와 슬비가 당황하고서 대항하려고 하지만 그거마저 저지당하는 것은 당연지사. 위상력의 정도를 보면 보통 클로저들과는 도저히 비교해선 안 된다. 과거 A급 요원이었던 김기태도 울고 가고도 한참을 남을 수준이다.
전 세계에서 A급 요원들을 전부 다 데려와도 진서윤의 위상력을 결코 따라갈 수가 없다. 검은양 멤버들이 정식요원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봐야 진서윤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냥 애들의 재롱으로만 보일 뿐. 그렇다면! 늑대개나 붉은별 클로저들을 상대로도 그럴까? 안타깝지만 그게 정답이다. 늑대개 멤버들도, 그리고 붉은별 멤버들도 결코 진서윤을 능가할 위상력이 되지 못한다. 검은양, 늑대개, 붉은별까지 모두 동맹을 맺고 덤벼도 진서윤을 이기기엔 너무나 실력이 부족하다. 진서윤은 비록 클로저는 아니지만 그것이 되기 위한 적합성은 이미 최강이나 다름없다. 그 녀석은 서윤을 제2의 그 사람이라 표현하기까지 했다. 진서윤은 클로저가 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어차피 클로저 수준의 전투능력을 가졌고, 암살훈련까지 받고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그녀다.
“명색이 검은양이란 것들이 자기 목숨도 지키지 못하잖아?”
“......”
“진서윤!”
“네가 이세하냐? 완전 실망인데? 이렇게 약한 녀석이 그 사람의 아들이라니.”
“그 사람? 우리 엄마를 알아?!”
“그거야 당연하지! 네 엄마를 모르는 인간은 간첩 그 자체라고?”
“진서윤. 하나만 묻자. 넌 어째서 그렇게 위상력이 강한 거야.”
“나? 위상력이 강한 비결? Top Secret~! 극비사항이지~”
“극비사항?”
“하나 더 물어봐도 되겠지? 넌 클로저 적합성이 몇 등급이지?”
“클로저 적합성이라~? 이건 공개해도 되겠지? SSS 등급이다.”
진서윤의 클로저 적합성이 SSS 등급이란 것에 검은양 멤버들이 심히 동요한다.
SSS 등급이란 것은 정말로 유례를 찾을 수가 없는 최고의 등급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S 등급 이상의 적합성 판정을 받은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슬비와 유리가 혹시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를 묻자, 서윤이가 유리의 목에 칼을 들이댄 상태에서 그 증명서를 꺼내 보여준다. 정말로 SSS 등급으로 판정받은 것. 벌처스 회사의 위상력 분석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시행한 거란다. 제2의 그 사람이라 했는데, 본인의 스트레칭을 좀 하고 싶다며 다른 검은양 멤버들을 불러오란다. 5명을 상대로 한꺼번에 붙어보고 싶다는 것. 한 수 배우기 위해 5명을 상대로 싸우고 싶단다.
“그러니까~ 다른 멤버들도 다 불러오지 않을래?”
“뭐?!”
“나머지 2명도 데려오면 지금 인질로 잡고 있는 서유리는 풀어줄게.”
“......”
“클로저인 너희들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고 싶거든. 들어줄 수는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