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BGM) 소중한 것들

블루네로 2015-07-01 2

<** src="http://player.bgmstore.net/T8z09" allowscriptaccess="always" allowfullscreen="true" width="422" height="180"></**><br><a href="http://bgmstore.net/view/T8z09" target="_blank">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T8z09</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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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전부 완료 했습니다. 남은 생존자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먼지투성이의 공기, 곳곳에서 들리는 신음소리. 무너져내린 건물 잔해와 쇳덩어리들, 그리고 핏자국들.

도저히 고등학생이 일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참혹한 광경 한 가운데에 작은 체구의 분홍 머리 여학생이 나이프를 들고 서 있었다. 여학생의 이름은 '이슬비'. 유니온 소속 검은양 팀 소속 클로저. 

갑작스럽게 건물 위로 떨어져내린 A급 차원종들의 습격으로 일대는 폐허가 되어 있었고, 그녀의 동료들이 다른 무너진 건물들을 돌며 구조활동을 해나가고 있었다. 이슬비는 얼굴에 묻은 그을음을 슬쩍 닦아냈다.


"그럼, 이제 다른 곳에 한번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어, 그래. 슬비야. 무리는 하지 말고."

"네.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언니."


이슬비는 연락을 끝내고 마치 공중부양을 하듯 아직 무너지지 않은 건물 위로 뛰어올랐다. 갑작스러운 A급 차원종들의 출현,  예전 같았다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겠지만, 현재 플레인 게이트의 실패로 강남 일대 차원압력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이상할 것이 없었다. 누가 알았을까, 갑작스러운 플레인 게이트의 폭발로 강남 일대는 차원압력의 영향이 약해져버렸고, 차원문으로 그 어떤 강력한 차원종이 쳐들어와도 이상할 것이 없을 상황까지 와 버렸다.


"....아직 이 쪽까지는 차원문이 열리지 않은 모양이네..."


이슬비는 건물 위에 올라서서 밑을 내려다보았다. 폐허가 되어 불꽃에 휩싸인 건물, 먼지로 인해 보이지도 않는 건물, 그리고 변함없이 들리는 통곡과 비명. 이슬비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클로저가 된 이래, 이렇게 최악의 상황까지 온 것은 처음이었다. 죄책감일지 모를 무언가가 가슴을 쿡쿡 찔렀다.


플레인 게이트가 실패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되어버리지는 않았을텐데.


"슬비야! 내 말 들리니, 슬비야!?"

"유정언니?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그렇게 다급하게...!"

" 미스틸테인, 제이씨가... 연락이 끊겨버렸어!"

"...뭐라고요...?"


무언가가 거칠게 무너져내리는 소리에 이슬비는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막 무너져내리는 건물들과 떨어져내리는 사람들, 그리고 익숙한 큰 검을 들고 있는 실루엣.


"....세하?"


이슬비는 통신장치를 작동시켰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치이익거리는 잡음. 그리고 주변에서는 다시 비명과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돼."


순간, 뒤편에서 쿵 하는 강한 소리가 들렸다. 이슬비는 뒤를 돌아봤고, 그 자리에는 쓰러져있는 미스틸테인이 보였다.


"...미스틸테인! 무슨 일이야, 정신 차려!"

"슬비...누...나....갑자기...차원종들이..."

"...위상력변곡기 작동 시켰잖아...그런데 나타났다고...?"

"...제이....아저씨....나랑 같은 건물이었는데....못 나왔..."

".....미스틸테인, 정신 차려! 미스틸테인!"


미스틸테인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이슬비는 미스틸테인의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박동을 느꼈다. 다행히 정신을 잃은 것 뿐이었다. 이슬비는 미스틸테인을 안아올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데려다놓았다. 김유정은 울상으로 미스틸테인을 받았고, 이슬비는 미스틸테인이 있었을 건물로 곧장 달려갔다. 위상력을 사용해 건물 잔해 몇개를 들어올리자, 깨진 안경알과 백발의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제이씨!"


염력으로 다시 한번 건물 잔해를 들어올리자, 쓰러져있는 제이가 눈에 띄었다. 이슬비는 제이에게 달려가 제이를 부축하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김유정이 그들을 보고 달려와 제이를 받아들었다. 김유정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전 구조하러 가 보겠습니다."

"...슬비야...조심해."

"걱정 마세요."


이슬비는 곧장 다시 건물로 들어갔다. 잔해들이 앞길을 시시각각 막아섰다.


"이슬비ㅡ!"

"이세하!"

어느새 이세하도 맡은 구역 구조를 끝내고 합류했고, 서유리도 곧 합류했다. 건물 크기가 크기인 만큼 구조가 쉬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나 먼저 들어간다."

이세하는 곧바로 안으로 뛰어들어가 사라졌다. 이슬비도 서유리와 함께 이세하와 나란히 달려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가며 생존자를 찾던 중, 위 층에서 우르르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남아있던 건물의 형체가 순식간에 붕괴했다. 이슬비와 이세하, 서유리는 그대로 건물 잔해 안에 갇히고 말았다. 이슬비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건물들이 무너지며 생긴 잔해 속에 남아있던 공간 안에 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악!"


그녀는 두 팔이 잔해에 깔려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어디있어....모두 어디있어... 밀려오는 공포심에 이슬비의 비명은 흐느낌으로 바뀌어갔다.


"아아아악.....으흑....으흐흐흑..."


갑자기, 그녀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앳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목소리.


애쉬와 더스트


"이슬비, 선물은 맘에 들어?"

"애쉬도 참, 네 그런 모습도 싫진 않다고 좋아하더라...뭐, 내가 그런 모습 보고 싶은 건 세하뿐이지만..."

"...너희...야? 이 모든 일이...?"


이슬비는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돌아오는 것은 비웃음. 그리고 조롱, 유린.


"나는 네가 그런 표정 짓는 것을 보고 싶었어. 이제야...."

"유리는...세하는...."

"걱정 마, 죽지는 않았을거야. 하지만...지금 거의 죽기 직전일텐데..."

".....안돼."




"엄마...아빠...일어나봐..."

"꼬마야, 어서!"

"....괴물..."

"어서 이리 와! 위험하다고..!"

".................................................."

"꼬마야! 큭...**...!"

"죽으면 안돼...나만 두고 가지 말아요..."

"이리 오라니까! 꼬마야!!"


부모님을 죽인 그 녀석을, 나는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부모님이 죽은 이후에야 힘을 얻어 그 녀석을 죽이고 다른 사람들을 지킬 수 있었다.


이미 소중한 것들은 전부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않을거야."

"....뭐?"


다시는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으리라고


"....다시는...."


다시 생긴 소중한 것들을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거야."


이제 나에게는 힘이 있으니까


이 힘으로 모두를 지키겠다고 그렇게 맹세했어.


"엄마....아빠...."


콰드득-


요란한 소리와 함께 건물의 잔해들이 분홍색 빛에 싸여 주변으로 흩어져갔다. 그러면서 밑에 묻혀버렸던 사람들과, 요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조용히 서 있는 이슬비가 보였다. 이슬비의 눈에서는 푸른 안광이 비춰지고 있었다.


'더는 아무도 잃지 않을거에요.'


"슬비야!"

김유정이 저편에서 천천히 쓰러져가는 이슬비를 향해 달려갔다. 이슬비는 그대로 김유정의 품 안으로 쓰러졌다. 김유정은 이슬비를 안아 가슴에 귀를 가져다댔다. 미약하지만 확실히 들려오는 심장박동소리, 김유정은 다리에 힘이 풀려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이슬비는 정신을 차린 듯 피투성이 손을 올려 김유정의 등을 토닥였다.


"...구조, 완료했...나요?"

"...그래...그래...."


수고했어. 그 말을 하기도 전에, 이슬비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그 이후, 그 근방 차원종은 마치 누군가가 불러들인 듯 사라져버렸다. 차원종이 사라진 도시에서는 복구작업이 시행되기 시작했고, 검은양팀 요원들은 각자 회복기를 가졌다.


그렇게, 그 일은 조용히 사라져갔다.


플레인게이트의 실패로 인한 부작용이었다는 것은, 민간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end

2024-10-24 22:29:2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