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zers]-세하 편애/세하 핥핥/나의 세하가 이렇게 여신일 리가 없어-(8)
내앞에무릎꿇어라 2015-06-30 2
“…!!!”
제이는 세하에게서 돌아온 답장을 보고 무릎을 꿇어 풀썩 엎드리고는 바들바들 떨었다.
몇 번이고 쓰고 지우고, 보낼까 말까 고민하다 겨우 무난하다 싶은 걸 보냈는데 돌아온 답장이 상상을 초월했다.
“크으으으…!!”
‘귀여워 죽겠다!!’
굉장히 부끄럽지만 기분 좋고 민망하지만 흐뭇한, 가슴 가득 행복하다는 감정이 차올랐다.
역시 여고생의 문자는 아저씨에겐 자극이 심한 것인가….
‘답장을 보내야 하나? 아니, 벌써 11시가 넘었는데. 세하도 오늘 힘들었을 테고, 이걸 어째야 하나….’
한참 고민하던 제이는 핸드폰을 덮었다.
‘자자! 세하도 벌써 자고 있을 거야.’
“…왜 답장이 안 오지.”
세하는 기다리고 있는데도 답장이 안 오자 한 번 더 문자를 보내볼까 하다가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툭 내려놨다.
벌써 1시간이 넘게 답장이 안 왔다.
분명 자고 있는 거다.
“…아저씨 바보.”
세하는 그리 말하곤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얼마 안 가 세하의 방에는 색색 고른 숨소리만이 울렸다.
“와… 저게 진짜 세하야?”
“그렇다니까. 와 씨, 진짜 ** 이뻐졌다.”
“야, 나 사랑에 빠진 것 같아.”
“**하고 있네. 정신 차려, 임마.”
세하는 노골적으로 들리는 수군거림과 무지하게 신경 쓰이는 시선들에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호기심과 노골적인 호감, 음흉한 시선들이 아팠다. 거기다 더 신경이 쓰이는 건 바로 옆자리에 앉은 우정미의 초롱초롱한 눈빛이었다.
꼭 사람이 바뀐 것 마냥 갑자기 상냥해진 정미는 세하에게 불안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에휴. 남자들이란. 그저 예쁘면 좋아라 해서는…. 야, 이세하. 넌 또 왜 그러고 있어?”
“아, 슬비야…. 그게… 이런 시선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좀 속이 안 좋아. 토할 것 같아….”
세하의 안색은 정말 안 좋았다.
그에 유리가 벌떡 일어나더니 교실 복도 창문에 매달려서 세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수군거리던 사내놈들의 얼굴을 말아쥔 노트로 때렸다.
분명 노트로 때렸는데도 소리는 참 찰졌다.
“커억!”
“유, 유리야?”
당황한 슬비가 유리의 이름을 불렀지만 유리는 당당했다.
“이것들이 어디서 우리 세하를 시간해!”
“푸헉!”
그 단어 선택에 모두가 당황한 듯 격하게 기침했다.
세하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서 새빨개진 얼굴로 책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었다.
“당장 안 **?!”
유리의 엄포에 순식간에 모여들었던 학생들이 흩어졌다.
유리는 흥 하고 성취감에 찬 콧김을 내뿜고는 밝은 얼굴로 세하에게 돌아왔다.
“세하야~ 내가 다 쫓아냈다! 이제 괜찮지?”
“…고, 고마…워….”
“괜찮긴 뭐가 괜찮아?! 너 그…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슬비의 얼굴에 슬며시 홍조가 피어올랐다. 차마 시간이라고는 하지 못 하나 보다.
그에 유리는 뭐가 잘못됐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제이 아저씨가 남자가 여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걸 시간이라고 했는데?”
“…그 ** 아저씨를 정말….”
“나, 남자니까 어쩔 수 없잖아….”
세하가 제이를 실드치려고 한 마디 꺼냈지만 돌아오는 건 슬비의 차가운 시선뿐이었다.
“설마 너도…?”
“아니야! 난 안 그랬어!”
“하지만 꼭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말했잖아! 설마! 불결해! 지금까지 나랑 유리를 그런 눈으로 보고 있었던 거야?!”
슬비가 거리를 벌리며 말하자 세하는 정말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구해달란 눈빛을 유리에게 보냈지만 유리는 여전히 뭐가 문제인지 전혀 알아채지 못 한 눈치였다.
“나, 난… 게임만 했으니까 너희들을 그렇게 생각할 여유 같은 건 없었단 말이야! 헙…!”
세하는 억울함에 숨겨왔던 진실을 토해내고 말았다. 그러자 슬비의 차가운 시선이 몇 배는 더 차가워졌다.
“호오…. 그것 참 흥미로운 얘기네…? 방과 후에 차분하게 한 번 들려주길 바래. 이.세.하.”
슬비는 그 말을 끝으로 순간 이동으로 사라져 버렸다. 세하는 부들부들 떨면서 어떻게 핑계를 댈지 전력으로 고민했다.
세하의 뇌가 이전에 비할 데 없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 사이 수업이 시작되었는데, 이번 수업은 가정 실습이었다. 교실을 이동한 세하는 자연스럽게 유리와 정미랑 조를 짜게 되었다.
실습의 과제는 의외로 꽤 난이도가 있는 것이었다.
파운드케이크와 쿠키를 만드는 것이었다.
“제빵은 어려워 보이지만 실상은 레시피 그대로 따라하면 맛있게 만들 수 있어요. 정확한 계량과 철저히 레시피를 따르는 것. 이것만 명심하면 여러분도 놀랄 정도로 맛있는 케이크와 쿠키가 완성될 거에요. 각 조의 조장은 앞으로 나와서 재료를 가지고 가도록 하세요.”
“내가 가지고 올게!”
선생의 말에 유리가 먼저 나서서 재료를 가지고 왔다. 역시 유리는 여자애치곤 정말 힘이 좋았다.
그 많은 재료를 번쩍 들어서 한 번에 가지고 오니 말이다.
“저, 저기 정미야…. 조금 떨어져 줄래?”
“왜애~? 세하야.”
방실방실 웃으면서 밀착해오는 정미가 무지하게 부담스러운 세하는 유리에게 구해달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유리는 어째서인지 굉장히 무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 유리야?!’
“헤헤~ 세하야. 우리 뭐부터 만들까?”
“그, 그게….”
“그렇지! 세하라면 날 ‘정미정미’라고 불러도 되는데.”
“너 그 별명 싫어하지 않았어…?”
정미가 들러붙으면서 말하자 세하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생긋 웃으며 대꾸해줬다.
어째서 유리가 자신을 그런 눈으로 바라봤는지는 이해가 안 가지만 일단 도움을 줄 생각은 없어 보이니 자신이 잘 처신해야했다.
“세하라면 괜찮아~”
“으윽….”
“한 번 불러볼래? 정미정미야~ 하고.”
“저, 저기 우리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세하가 화제를 돌리려 하자 정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졌다. 그에 세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을 붙였다.
“…정미정미야.”
“응! 세하야~”
그 때 유리의 손이 세하의 어깨에 턱 올려졌다.
그에 고개를 돌리자 유리가 웃으면서 자신에게 계량기를 건넸다.
세하는 그걸 건네받으려는 순간 어깨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악력에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신음을 억지로 안으로 삼킨 세하는 아픔을 참느라 붉어진 얼굴로 유리에게 말을 걸었다.
최대한 아무런 티가 안 나도록 노력하면서.
“유, 유리야…?”
“계량 부탁해, 세하야. 정미정미야~ 나랑 같이 반죽하자!”
“싫어. 내가 왜 그런 힘쓰는 일을 해야 돼? 그런 건 너처럼 쓸데없이 힘이 넘치는 애들이 해야 하는 거야. 세하야~ 전자 계량기 어떻게 쓰는 건지 알아~?”
정미는 세하에게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을 걸며 세하의 팔에 팔짱을 꼈다.
정미의 온도차가 확연히 느껴지는 태도에 유리가 뿌득뿌득 이를 갈면서 세하를 노려봤다.
‘그러니까 왜?!’
‘감히 내 정미정미를-! 세하라도 용서 못 해!’
세하를 노려보던 유리는 곧 해결책을 떠올렸는지 헤헹 하고 웃음을 흘리곤 정미가 껴안은 반대쪽 팔을 껴안았다.
‘넌 또 왜?!’
“유리야. 뭐 하는 거야?”
“헤헤~ 이렇게 하면 셋이서 하나!”
참 단순한 해결책이었다.
세하는 피식 웃었다.
정말 유리답다는 생각과 사이가 틀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가 웃음으로 새어나온 것이었다.
그걸 본 정미의 두 눈동자는 질투로 불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세하는 두 사람이 팔짱을 끼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먼저 시작했다.
일단 반죽부터 하자는 생각으로 계량기를 이용해 정확한 양을 섞어 반죽을 시작한 세하는 생각 이상으로 반죽이 힘이 필요한 작업임을 느꼈다.
‘으으, 너무 힘든데 이거…. 유리한테 맡기면…’
세하는 일을 바꿔달라는 말을 하기 위해 유리를 바라봤다.
그 사이 유리는 버터를 거품기로 저어 크림처럼 만들고 있었다.
분명 사람의 힘으로, 수동으로 젓고 있음에도 그 속도는 전동 거품기 못지않았다.
‘말을 못 꺼내겠네. 그럼 정미는…’
정미는 짤 주머니로 평평한 탁자에 ‘세하♥정미’ 라는 글자를 쓰곤 부끄러운지 꺄하하 웃고 있었다.
‘…안 되겠다.’
세하는 아무에게도 도와달라고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스스로 동정을 보내며 힘든 반죽을 즐겁게 할 방법을 궁리했다.
‘게임처럼 하는 건 어떨까? 미니 게임 중에 비슷한 거 있었던 것 같은데….’
반죽을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하니 조금 편해진 것 같긴 했지만 역시 힘든 건 매한가지였다.
이것저것 방법을 찾아보던 세하는 문득 엄마가 언젠가 스치듯이 한 말이 기억났다.
‘요리는 애정이란다, 세하야. 절대로 실력이 중요한 게 아니야.’
“윽….”
떠올리고 나니 생각 이상으로 좋지 않은 기억이었다.
분명 그 때 자신은 정체불명의 새까만 덩어리를 먹고 이틀 동안 드러누운 적이 있었다.
고개를 붕붕 저어 그 기억을 떨친 세하는 속으로 생각했다.
‘요리는 애정!’
제이에게 자신이 만든 빵과 쿠키를 먹일 생각을 하자 세하는 없던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