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렛 사랑 2화 변화의 시작(1)
firsteve 2015-06-26 10
(전편: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WriterName&strsearch=firsteve&n4articles
n=3871)
2화 변화의 시작
내 마음을 세하한테 전한 지 1주일이 지났다…
딱히 세하와 내가 연인관계가 되었다던지 그런 상태가 된 건 아니지만….
뭐….예전보다는 조금은 내 마음을 덜 아프게 하니까 좋아졌다고 해야할까….
“세하야~브리핑 받으러 가자~”
“….오케이.”
세하가 게임기를 두드리다가 건성으로 일어나며 말한다.
“오늘은 어디까지 깼어?새로운 스테이지야?”
“음….저번이랑 깬 부분은 동일한데….잘 안 깨지는데, 이 맵….”
세하가 건성이지만 내 말에 꼬박꼬박 답을 한다….
헤헤…그래도 이게 어디야….처음에는 아예 답도 안 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유정언니와 슬비, 테인이와 아저씨가 우리를 반긴다.
“어서와, 유리야, 세하야….근데 세하는 오늘도 게임기를 달고 사는 구나….”
유정언니가 우리를 반기고는 세하의 모습에 대해서 한숨 섞인 평을 말한다…
“빨리 앉아, 이세하.너 때문에 늦었잖아.”
“알았어.”
그러더니 발로 살짝 의자를 빼더니 그대로 착석하는 세하….보면 볼수록 신기한 기술이야….
나도 옆에 앉자 유정언니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슬슬 브리핑 할 건데….게임기 안 끄니, 세하야?”
“요거만 깨고요…지금 집중해야 할 때라서요.”
세하가 건성으로 대답을 한다.
“….이세하, 당장 안 꺼?”
슬비가 날카롭게 말한다….
“이거만 깨고 참가한다니까.먼저 진행하라고.”
“너 정말….”
슬비가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어…슬비 화나면 세하 게임기 뺏어서 부수려고 하는데?!
“세하야?”
“어, 유리야.”
“잠깐만….아주 잠깐만 일시정지 하면 안될까, 응?”
“….집중력 떨어지는데.”
“그래도 이 브리핑만 듣고 하자, 응?세하야~”
내 말에 세하가 게임기를 두드리다가 한숨을 쉬며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다.
“멈췄어요. 브리핑 해주세요 누나.”
“어?어…그…그래….”
유정언니가 당황한 눈치로 브리핑 자료를 나누어준다….
물론….시험삼아 시도했는데 성공해서 시도한 나도 놀랐지만….
“일단은 오늘은 신서울 강남 주변을 수색할거야. 최근 따라 수는 줄어들었지만 의외로 강한 차원종들만 등장하는 듯 싶으니까 2인 1
조로 해야하는데 한 명은 단독 임무야.”
“그럼 제가 하겠네요?단독임무는 언제나 저니까.”
슬비가 무심한 말투로 이야기를 한다….
하긴 우리 중에서 단독임무 맡을 만한 사람이 슬비 밖에 없지….전천후의 위상력 사용자니까.
하지만 유정언니의 말은 그 예상을 깨뜨리는 말이다….
“이번 단독 임무는 알파 퀸님이 특.별.히. 세하한테 맡기라고 당부를 하셨어. 독립심을 길러야 한다고 꼭 단독임무로 해달라고 하더
라.”
“….외부차원에서 차원종 1000마리라도 잡으라는 임무인가요?”
세하의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유정언니가 말한다.
“그런 괴상한 미션이 있을리가 없잖니, 세하야….그리고 오늘 우리의 담당은 신서울 강남 주변이고.”
“그러면 무슨 임무에요?”
“그냥 혼자 가서 수색하고 오란 임무야.별 건 아니고.”
“….우리 엄마가 그렇게 쉽게 날 놔 줄 리가 없는데….”
세하가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아…하긴….아주머니라면 충분히….가능성이 있네.
차원종 수가 겁나게 많다던지 아니면 겁나게 강한 차원종만 모인 곳이라던지 그런 곳으로 보낼 거 같은데….
“일단은 너의 장소는 구로 일대야. 가서 한 번 쭉 수색하고 오렴.”
“네네…알겠습니다.”
세하가 귀찮다는 듯이 머리를 북북 긁으며 말한다.
“….그거만 마치면 끝인가요?”
“그래. 임무를 마치고 보고하면 된단다.”
유정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세하….
“자…..그럼 이제 슬슬 임무를 시작해줘, 검은양 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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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핫!”
전탄발사로 차원종들을 띄우자 슬비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레일건을 쏘아낸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는 소리와 함께 분홍빛의 빛줄기들이 차원종들의 몸을 뚫자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는 차원종들.
“휴우…나이스 슬비야!”
“수고했어, 유리야.”
슬비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한다….
“휴우…오늘은 좀 많았다 그치?”
“그러게….좀 많네. 다른 쪽은 괜찮으려나…”
슬비가 이어폰에 손을 대고 무전을 시도한다.
“여기는 강남일대. 수색 결과 차원종이 다수 포착되어 제거하였습니다. 수색을 종료합니다.”
슬비의 낭랑한 목소리가 무전기에 흐르고 곧바로 유정언니의 오케이 싸인이 떨어진다.
“자…그러면 슬슬 돌아가자, 유리야.”
슬비가 자신의 무기들을 닦아내며 나에게 말한다.
근데….뭔가 할 말이 있어보이는데, 슬비….
“슬비야.”
“왜?”
“….너 나한테 무슨 할 말 있어?”
내 말에 슬비가 맑은 눈동자로 나를 보며 말한다.
“….요즘 많이 친해진 거 같더라?세하랑….”
“아….응. 전보다는 친해졌어. 히히….”
내 말에 슬비의 표정에 살짝 어둠이 드리워진다.
“응?슬비야, 왜 그래?”
“아니야….아무것도….”
슬비가 애써 웃음을 지으며 주변을 정리한다….
“뭐야….슬비야…갑자기 친해졌냐고 물어보기나 하고….”
“그냥….평소랑 좀 분위기가 달라진 거 같아서…혹시…진짜 사귀는 거야?”
“사….사귀는 거 아니야!아직은….”
“….아직은….이라면….”
“시간을 달라고 했어, 세하가…아직은 좀 그렇다고 하더라고….”
“…….”
슬비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진다….
아….설마….자기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건가?
“스…슬비야….그….세하가 시간을 달라고 한 이유는….”
“…..나 때문이잖아.”
“꼬….꼭 그런 것만은 아닐거야….내가 대뜸 고백해서 당혹스러워서 그런 거겠지…원래 세하 좀 신중한 면이 있잖아?”
“신중한….면이라고?”
“응. 싸울 때도 의외로 상황을 냉정하게 보고 아저씨처럼 근접으로 파고 들어서 싸우잖아. 차원종이랑 싸울때도 그러는데 고백을 대
뜸 받으면 더 그렇지 않겠어?”
“…….”
내 말에도 슬비의 표정이 나아지지 않는다….왜….?
“……너는….그게 보이니?”
“어?”
“세하의…..좋은 점이라는 게….많이 보이니?”
슬비가 조용한 목소리로 묻는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답은 예스야.”
“……”
“물론 단점도 많이 보이지만….어쩌겠어. 천천히 맞춰가는 거지.”
“…..그게….다른 점인 걸까….”
“응?지금 뭐라고 했어?”
“아…아무것도 아니야….돌아가자….”
슬비가 칼들을 칼집에 꽂고는 사이킥 무브로 점프해서 날아간다…..
….왜 저러지 슬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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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들어오자 진한 파스냄새가 진동을 한다….
윽….아저씨 돌아오셨구나.
“아! 누나들 수고하셨어요!”
“테인이도 수고했어~”
우리가 사무실로 들어오자 테인이가 우리를 반겨준다.
“여, 대장이랑 유리, 수고했어. 건강차 좀 마실래?”
“됬어요. 수상한 거 안 먹어요.”
“이거 미용에 좋은 거만 갈아넣은 건데?대장이랑 유리를 위해서 특별히 블렌딩 한 거라고?”
….미용이라는 말에 솔깃해지는 나의 귀….
아…정말….세하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한 이후로는 계속 그런 쪽에만 신경이 쓰이잖아!!!
그때….
귀에 꽂아놨던 무전용 이어폰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여기는 구로일대….임무….완료….”
“세하야?목소리가 왜 그래?”
“후우…조금….무리해서 말이야….쳇….우리 엄마가 이런 곳으로 단독 임무 보낼때부터 알아봤어…”
세하의 투덜거리는 말투가 들려온다….
“일단은 보고는 완료했으니까 돌아와.”
“그래…복귀할게.”
무전이 종료되고 슬비가 한숨을 쉬며 수색일지를 기록한다.
“아…그러고보니까 몇 마리나 잡았냐고 못 물어봤네.”
슬비가 펜을 놓으며 중얼거린다.
“나중에 세하가 돌아오면 물어보면 되지 않나, 대장?”
“그렇긴 하죠….근데 한 번에 처리를 못 하는 게 싫어서 이러는 거죠.”
…하여간에 우리 슬비는 너무 꼼꼼하고 바른 아이라서 탈이야….
완벽주의자 같아서 가끔은 무섭단 말이야….
그 때…
끼익 하고 문이 열리며 세하가 들어온다….
근데…..
“세하야?!너…너…?!”
“호들갑 떨지 말고…..구급상자 좀 가져다 줘….”
황급히 구급상자를 챙겨들고 세하한테 가니 피투성인 얼굴을 수건으로 닦고 있다….
“어…어쩌다가 이렇게 다친 거야, 세하야?!”
“뭐긴 뭐야….아까 말했잖아…..무리했다고….말렉이랑 키텐이랑 같이 나왔다고….”
“그….그러면 설마….그것들을….다…없앴다고?”
“구속구 없는 말렉과 키텐을 상대하고 이 정도 상처면 나은 편이지…윽…”
“우….움직이지 말고 잠깐만 있어!약 발라줄게!”
후다닥 구급상자를 열어서 약들을 꺼내서 바르려고 하는데….마음이 급하니까 잘 안 열린다…
“아 정말….왜 이렇게 안 열려…..”
내가 끙끙대고 있자 옆에 있던 테인이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서 약을 집어들며 말한다.
“누나, 이거 열어드리면 되요?”
“응?어….열어주면 되는데…”
퐁 하는 소리와 함께 약병이 열린다….
아….맞다….테인이가 힘은 나보다 훨씬 세지?
어찌됬든 잡생각은 뒤로 미루고 약을 바르자 보글보글 거리면서 거품이 피어오른다…
“쓰읍…..아….이거 진짜 적응 안되네….”
세하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한다….
“바보야….그러면 지원을 불러야지, 왜 혼자 싸웠어?”
내가 걱정스럽게 묻자 세하가 뻘쭘한 표정으로 말한다.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할까나….나도 당신처럼 잘 할 수 있다고 말이야….”
이제야 세하가 왜 그렇게 무리를 해 가면서 싸웠는 지 이해가 간다…..
차원전쟁의 영웅이자, 차원종 학살자, 알파 퀸인 세하네 아주머니….그 칭호의 무게는 늘 세하를 누르고 있었지….
늘 아주머니랑 비교 당하고 늘 노력을 무시당하는 걸 느끼던 세하니까….이번 기회에 아주머니한테 보여주고 싶었겠지….
세하에게 아주머니는….넘어서고 싶은 [질투]의 대상이니까.
“그래도….이렇게 다쳐서 오지 말란 말이야…”
“이 정도 다친 걸 가지고 뭘….”
“걱정된단 말이야!”
나도 모르게 큰소리가 나온다….
“바보야!다친 거 보고 얼마나 걱정했는데….”
내 눈 앞이 뿌옇게 변한다….
아…안돼….울면 안돼….세하 앞에서 울면…못생겨보이는데….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는 지 차가운 느낌이 든다…..
정말이지….나 왜 이렇게 세하만 관련되면 잘 울게 되는 걸까….?
그 때….
내 볼에 따뜻한 온기가 닿는다….세하가….내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많이 걱정했냐…?”
“그럼 걱정 안 하겠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쳤는데 안 놀라겠어?!”
나도 모르게 화내는 말투로 세하에게 말해버렸다…
이…이게 아닌데…
“…..미안.”
어?지금….세하가….미안하다고 했어?!
“걱정끼쳐서 미안해,유리야.”
“아…..응….”
“그러니까 그 표정 좀 어떻게 좀 해봐….미안해서 못 보겠다….”
세하가 내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말한다.
“걱정해주는 건 고마운데 그런 표정 좀 짓지 마….죄인이 되는 기분이니까.”
“크흥….알았으면 됬어….다시는 이러지마….”
내가 눈물을 닦으며 말하자 빙그레 웃어주며 고개를 끄덕이는 세하….
그 때….
“흠흠….두 사람의 달콤한 분위기를 방해해서 미안한데 보고서를 작성해야하니까 몇 마리 제거했는지 알려줄래, 이세하?”
슬비가 보고서 용지를 가져오며 말한다…
그러고보니 몇 마리나 잡았으려나???
“한 100마리 정도 잡았나…?”
“배…백마리?!”
슬비가 경악을 하며 말한다….솔직히….나도 놀랐다.
말이 쉽지 백 마리면….두 사람이서 처리해도 힘든데 그걸….혼자서 해냈다고?!
“배…백마리 씩이나 있으면 지원을 불렀어야 할 거아니야?! 왜 혼자서 처리하려고 했는데?!”
슬비가 따지듯 묻자 세하가 한숨을 쉬며 답한다.
“아까도 말했잖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고작 그런 자랑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고?!미쳤어?!”
“야…이슬비….너 말이 심하다?”
“뭐가 말이 심한데?!아무리 인정을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났어도 그렇지, 그런 짓을 해?!미쳤냐고?!”
슬비가 평소랑 다르게 진심으로 화를 낸다….많이….걱정했구나…슬비야….
“그렇게 하면 인정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 거야?!말해봐, 이세하!”
“…..이거 말고는 인정 받을 수가 없잖아…..”
“뭐?”
“이거 말고 내가 [이세하]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게 몇 개나 되는데?!”
세하가 화난 목소리로 말하자 슬비도 더욱 화를 내며 말한다.
“그건 네가 노력 하지 않으니까 인정을 못 받는 거 잖아!노력을 하라는 거지, 혹사를 하라고 했냐고?!”
“노력하지 않는다고?내가 노력을 안 한다고?”
세하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하!그래….결국 너도 내가 [알파퀸의 아들]로만 보이는 거지?그렇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당연하잖아!네가 [알파퀸의 아들]이 아니면 뭔데?”
슬비의 말에 세하가 입술을 꽉 깨물고는 벌컥 문을 열고 나간다….
아…
망했다….
“야!이세하!어디가?!빨리 안 돌아와?!”
슬비가 길길이 날뛰려고 하자 옆에 있던 아저씨와 테인이가 말린다…
“진정해요, 누나….”
“그래, 대장. 화부터 가라앉히라고….”
두 사람이 슬비를 달래자 슬빅가 콧김을 뿜어내며 말한다.
“후우….진짜 왜 저래, 이세하?”
슬비가 짜증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걱정되는데…세하….
“슬비야.”
“응?왜 유리야?”
“내가 일단 세하 달래서 데리고 올 테니까 다시 한번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볼래?”
“말은 무슨….됬어.내가 걔랑 할 말이 뭐 더 있다고….”
슬비가 퉁명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그래도 너도 이렇게 화 내고 나서 화해 안 하면 뻘쭘하지 않아?”
“……”
“내가 잘 달래서 데리고 올 테니까 조금만 화 풀어, 응?”
내가 배시시 웃으며 말하자 슬비가 한참을 날 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알았어….그 좀생이 잘 좀 달래서 데리고 와줘.”
“알았어.”
슬비를 달래고 세하가 갈 만한 장소로 향한다….
옥상으로 올라가니 복잡한 표정으로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세하가 보인다.
“세하야.”
내가 자기를 부르자 휙 하고 뒤돌아보는 세하….
“….왜 따라왔어, 유리야.”
내가 뒤따라온 거에 대해서 황당한 표정을 짓는 세하….
“바보야…걱정되니까 찾아온 거 잖아”
“설마 내가 저번처럼 그런 이상한 짓 할까봐?”
“…그건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젠 그런 짓 안 해, 유리야. 걱정하지마.”
“그래도….걱정됬단 말이야….아까 전에…기분 많이 안 좋은 표정으로 나가버려서….”
내 말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답한다.
“뭐야...내가 기분 나빴을까봐 걱정되서 찾아온 거야?”
“당연하잖아….내가 걱정 안 할 리가 없잖아.”
내 말에 세하가 빙그레 미소 지으며 답한다.
“이야….이거 기분 싹 풀리는데?방금까지는 기분 좀 그랬는데 말이지….”
그러더니 내게 다가와서 머리를 쓰다듬는다….
“고마워, 유리야. 덕분에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
“다행이다….”
내가 휴우 하고 한숨을 쉬자 세하가 미소를 짓는다.
“에고고…슬슬 내려가봐야하나….안 그러면 이슬비 짜증게이지만 올라갈 테니까.”
세하가 들고 있던 음료수를 쓰레기통으로 던지며 말한다.
“아 맞다. 슬비가 뭐라고 하더냐?”
“응?뭐가?”
“아니…올라오는데 귀가 간지럽길래…뒷담화라도 했나 싶어서.”
“뒷담화 안 했어,세하야.”
“그러면 상관없지만….”
세하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팔을 붕붕 돌린다…
그러나….얼굴은 좀 우울해보인다.
“세하야.”
“응?”
세하가 내 말에 눈을 마주치며 반응한다.
“넌….너네 어머니가….싫은 거야?”
내 말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옥상 벤치에 앉는다.
“뭐야….너 아까 그게 되게 신경 쓰였나보네? 이 상황에 다시 묻는 걸 보니까.”
“신경쓰이지….내가 본 얼굴 중에 가장 많이 복잡한 얼굴이었는걸?”
내 말에 세하가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나참….나 그렇게 감정이 얼굴에 티가 나는 타입이었나…?”
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세하가 말한다.
“싫다기보단….일종의 [질투]라고 할까나…?”
“[질투]?”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세하….
대체 뭘 질투한다는 걸까?실력도 위상력도 아주머니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데….
물론 아직까지 세하는 어리니까 아직까지 아주머니처럼 완벽하게는 못해도….잘 하는데…
“글쎄….이걸 [질투]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뭐….나한테 엄마는 이상향이자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존재니까.”
그러더니 하늘을 보며 말을 잇는다.
“차원전쟁의 영웅이라는 칭호를 받은 엄마의 아들인 나에게 주어지는 무게감도 좀 싫기도 하고.”
“…..노력해도….인정 못 받는다는 그거 말이지?”
“뭐…그렇긴 하지.난 뭘 해도 [알파퀸의 아들]이라는 거에 묶여 있으니까.”
“….그래서 아까 화 낸거지?슬비가….널….[알파퀸의 아들]로만 본다는 말에 화가 나서 그런 거지?”
재차 확인을 하자 세하가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날 본다…
“그렇지….그나마….적어도 너라도 날 [이세하]로 봐줘서 다행이랄까나…”
바보….난 언제든 널 [이세하]로 봐줄수 있는데…
언제든 네 편이 되어서 너의 힘이 되어줄 수 있는데….
나와 함께하겠다는 그 한 마디만 하면 내 모든 걸 다 줄 수 있는데….
그 한 마디가….아직 어렵니?
속으로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걸 들킨 것일까….세하가 날 보며 말한다.
“아직은 좀 어려워 유리야.”
“어?”
“방금 너에게 위로 받을 때….순간적이었지만….슬비의 생각을 무심결에 해버렸어…”
“…..”
“조금만….더 기다려 줄 수 있겠어?”
“……”
“내가….이런 말 할 자격이 없단 건 내가 더 잘 알지만….그래도….니가 준 마음은….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조금만….더 기다
려줄 수 있어?”
바보야….언제까지나 기다린다고 했잖아.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했잖아.
너랑 마주하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좋아서…아직 머리 속에 나 말고 슬비의 생각이 들어있다는 것이 분하긴 하지만….너랑 있는 이
시간마저 너무 좋아서….네 눈을 보며 이렇게 가까이에서 이야기하는 게 좋아서….얼마든지 이렇게 있을 수 만 있다면….
“기다려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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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이야기를 마치고 내려가니 안절부절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슬비가 보인다.
“슬비야. 우리 왔어.”
“아….유리야…왔구나…”
슬비가 나를 보고 인사를 건내고는 뒤에 있는 세하를 흘낏흘낏 쳐다본다…
“뭐야, 이슬비…할 말 있어?”
평소처럼 슬비를 대하는 세하….아니….조금은…다르려나…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니까…
“….아까전에….화 낸 거 미안해…”
엥?왠일로 슬비가 한 번에 사과를 하지?
최소 소리 한 번 꽥 지르고 우리 정미정미 처럼 츤데레적인 발언으로 사과를 해야 정상인 슬비가 왠일로 일반적인 방법으로 사과를
하는 거지?
“무…물론 노력을 안 하는 것 같다는 건 내 주관적인 평가이니까…그건 취소 안 할거야….”
그럼 그렇지….우리 슬비가 그렇게 깔끔하게 인정 할 리가 없다고 알고 있었어…
에휴…저러니까 솔직하지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 건데…뭐…라이벌이 저렇게 하는 거에 대해서는 나는 오히려 안 말리는 편이 나은건
가?
“쩝…가장 열 받았던 건 인정 안 하네….뭐….사과를 받은 것만으로도 만족해야지.”
세하가 조금은 씁쓸한 표정으로 답하며 자기 짐을 챙긴다….
또 저런 표정이야…세하….
슬프면서….외로워보이는 저 표정….
정말 저 표정만큼은 보고 싶지 않았는데….
그 때…
“유리야, 짐 챙겨라. 집 데려다 줄 테니까.”
세하가 내 이름을 부른다.
“어어?”
“뭐가 어어 야…빨리 짐 챙겨. 집 데려다 줄 테니까.”
세하가 나 보며 말한다….
“어?어…자…잠깐만….”
허둥지둥 짐을 챙겨들고 가자고 이야기를 하자 책상에서 무언가를 집어서 내민다…
내 손수건이다…
“으이그…또 빼먹는다 덜렁아.”
세하가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살짝 튕기며 말한다.
우씨…아프진 않은데 애 취급 당하는 거 같아서 그렇게 썩 좋은 기분은 아니네…
“둘이서 같이 돌아가려고?”
슬비가 세하를 보며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세하…
“어짜피 지금부터 우리 임무 없는 걸로 아는데?그럼 집에 가도 되는 거 아닌가?”
“그렇긴 한데….”
슬비가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닫는다…
“뭐야….할 말 있으면 똑바로 해. 이슬비.”
세하의 말에 슬비가 입술을 달짝거리다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집에 가도 돼. 유리야. 세하야. 내일 보자.”
“응, 내일 보자 슬비야. 아저씨랑 테인이도 내일 봐요.”
“그래 잘 가라.”
“안녕히 가세요 누나.”
그렇게 세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자 세하가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결국엔 노력에 대한 재평가는 물 건너 간 듯 싶네.”
“괜찮아….잘 했잖아. 세하야. 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걸?”
내가 일부러 배시시 웃으며 말하자 세하도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뭐야…오늘따라 왜 이렇게 이쁜 말만 골라서 하냐 너?”
“난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것 뿐이야. 딱히 이쁜 말만 골라서 하는 건 아닌걸?”
내 말에 큭큭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 세하.
“뭐야…내가 애야?왜 자꾸 머리를 쓰다듬어?”
내가 살짝 여우짓 삼아서 튕기듯 이야기를 하자 세하가 키득 거리며 웃는다
“야, 서유리. 넌 그거 되게 안 어울리거든?”
“뭐…뭐가?”
“도도한 척 그러는 거 전~혀 안 어울리거든?”
“그…그러면?”
“지금처럼 순진하고 할 말 다 하고 사는 그런 게 잘 어울린다고. 넌 여우짓 절대 못해.”
….시도하고 나서 나도 여우짓은 안되겠구나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절대로라는 말은 너무 하잖아?!
“여우짓 절대 못한다는 뜻은 매력적으로는 절대 안 보인다는 소리야?”
내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세하…
“뭔 소리야….여우짓 절대 못한다는 거는 너는 다른 애들처럼 그렇게 튕기면서 도도하게 있을 만한 성격이 아니라는 거지.”
“나 도도하거든?”
“나한테는 도도 하지 않잖아?”
“그야 내가 널…..조….좋아하니까 도도하게 안 하는 거지, 도도하게 있으려고 한다면 할 수 있다고?”
내 말에 푸하하 하고 웃음이 터진 세하….
뭐…뭐야…?!진짜로 내가 그렇게 여우짓 못하게 생긴거야?!
“큭큭 유리야.”
“왜.”
내가 퉁명스럽게 이야기하자 세하가 키득거리며 웃는다.
“내가 왜 너 보고 여우짓 못한다는 지 알고 반응하는 거냐?”
“…..이유가 뭔데?”
“얼굴에 티가 너무 난다고 너는.”
…얼굴에 티가 난다고?!
“어….얼굴에 티가 난다고?!정말?!”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세하….
“어…얼마나?!얼마나 티 나는데?!”
“그냥 니 감정 다 보이는 데?”
....여우짓을 못한다는 이유가 그거였나?!
내가 한숨을 쉬자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뭘 그렇게 실망하고 있냐, 유리야.”
“….여우짓 못하면 남자친구한테 사랑 못 받는다고 책에 써 있었단 말이야….”
내 말에 세하가 웃다가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한다.
“바보냐?책에 나온 대로 연애하려고?”
“그…그치만....남자들은 대체로….”
“너 대체 무슨 책을 읽은 거냐….”
세하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넌 그냥 니 모습 그대로 있는 편이 훨씬 나아.”
“응?”
“내가 너한테 의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그 솔직함인데 그걸 버려버리면 어쩌자는 거냐….”
그러더니 내 볼을 다시 꼬집으며 말한다.
“서유리 바보~”
“아오 아이야!(바보 아니야!)”
“바보바보바보바보.”
“아오아이아이아!(바보 아니라니까!)”
그렇게 세하가 나에게 장난을 치고 있는데….
“……너희들 뭐하냐…”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정미구나. 안녕?”
세하가 정미를 보며 말하자 정미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와 세하를 보며 말한다.
“초등학생들도 아니고 뭐냐 너희들….”
“큭큭 미안미안 유리가 웃긴 말을 해대서 좀 놀리고 있었거든.”
“또 어디서 바보 같은 정보를 가져와서 말하기라도 했어?”
정미의 말에 아주 심플하게 답하는 세하…
“어디서 이상한 책 보고 와서 남자한테 여우짓을 하면 사랑 받는다는 소리를 했거든.”
세하의 말에 한참을 날 쳐다보던 정미가 툭 하고 한 마디를 내뱉는다.
“너는 굳이 여우짓 안하고 노출도만 올려도 사랑 받을걸?”
정미의 말에 푸웁 하고 뿜는 나와 세하….
“켁켁….우정미….넌 또 무슨 연애서적을 읽고 온 거냐…?”
“여…연애 서적이라니?!나…나는 그런 거에 관심 같은 건…..”
정미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소리친다.
“그….그….남자라는 짐승들은….노출도가 높으면…자주 보게 된다고….저번에 책에서 읽었어…”
“……그 좋아한다라는 거랑 니가 생각하는 좋아한다는 다른 거 같은데 말이지…”
세하의 말에 얼굴이 터질 듯 빨개지는 정미….
“모…몰라!나 갈 거야!”
그러더니 씩씩 거리며 사라지는 정미….아하하하하….
결국 우리 정미정미 부끄러워서 도망가는구나….
정미가 사라지자 세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날 보며 말한다.
“하여간 우정미….지가 말해놓고는 지가 부끄러워한다니까….”
저기요….그게 너라서 그런 건데 말이지….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참는다….
괜히 말했다가 우리 세하 머리만 더 복잡해질 테니 말이다…
“에휴….그나저나 너 뭐할거야?”
“응?”
“임무도 다 끝났는데 어디 갈 거냐고.”
“음….검도 연습이나 할까 생각했는데 말이지….”
“또 연습하러 가냐…”
“일종의 습관이니까 안 가면 오히려 이상해서 말이야.”
내가 배시시 웃으며 이야기를 하자 세하가 흠 하더니 의외의 말을 내놓는다.
“그럼 나도 따라가도 되냐?”
….따라온다고?!세하가?!
“왜….왜?!갑자기 왜?!너 맨날 나 있으면 안 오잖아?!”
내 말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야 너 방해될까 싶어서 안 간 거지, 사실은 궁금했거든. 검도를 배운 사람의 연습법은 어떨지 하고.”
“별로 특이한 건 아니야….게다가 지금은 검도에다가 검술이 섞인 거라서 오히려 보는 게 안 좋을 수도 있는데…?”
내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세하.
“그러면 더 다행이고. 어짜피 나도 일단 검을 쓰는 애니까 한 번 쯤은 연습하는 거 보고 싶었어.
너랑 나랑은 다루는 검 종류가 달라서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하긴….나는 주로 도검류이고 세하는 건블레이드…그것도 좀 거대한 검이니까. 휘두르는 방법이나 사용하는 검술이 좀 차이가 있다
보니 왠만하면 도움이 안될테지만….
그래도….나도….보고 싶다.
세하가 연습하는 그 모습을….
슬비만 봤다던 세하의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그럼 가자. 훈련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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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갈아입고 훈련하는 곳으로 나오자 세하도 간단한 체육복을 입고 나와있다….
그나저나…들고 있는 저거….목검 맞지?
왜 저래 커?!아무리 들고 다니는 게 대검 급의 건블레이드이라지만 좀 과하게 큰데?!
“나왔어?”
“어…응….”
내가 말을 더듬자 세하가 갸우뚱한 표정으로 날 본다.
“왜 그래?”
“아니….그냥 네가 들고 있는 목검….되게 커서….”
“아….이거?”
그러더니 자기 목검을 보면서 씩 웃는다.
“나름대로 애착 있는 연습용 검이지. 처음으로 내 손으로 만든 연습용 검이니까.”
그러더니 자기 검을 툭툭 건들며 말한다.
“뭐…이건 우리 엄마도 못 다룰 만큼 무거워서 내 전용이야. 이거만큼은 엄마한테 이기는 거라고 할까나….”
그러더니 목검을 턱 바닥에 놓으며 말한다.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너부터 할래?아니면 나부터?”
“뭐….원래 목적은 니가 하는 걸 보는 거지만 내가 먼저해도 상관은 없겠지.”
그러더니 옆에 있는 목검을 들고 훈련 에리어에 널려있는 훈련용 인형들을 작동시키며 말한다.
“시작.”
그 순간 세하의 몸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변하더니 훈련용 인형들의 근처로 파고들며 연습하기 시작한다.
빠름을 추구하는 내 검과 다르게 세하의 검은 확실하게 적을 분쇄한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직선적이지만 강렬하다….
“후웁!”
잠시 숨을 고르던 세하가 인형들 사이에서 나오더니 한번에 광범위한 인형들을 제압한다….
삐이익 하는 훈련종료음과 함께 세하가 땀에 젖은 얼굴을 수건으로 닦으며 나에게 다가온다.
“후우...힘들다….”
“수고했어, 세하야.자, 여기 물.”
“고마워, 유리야.”
세하가 내 물을 받더니 꿀꺽꿀꺽 마시고는 나에게 돌려준다.
“그거 너 마시라고 준 거야. 내 꺼는 여기 있어.”
“그래?그러면 잘 마실게”
그러더니 훈련실 벤치에 앉으며 나한테 말한다.
“그럼 이제 니가 연습하는 걸 보는 건가?궁금한데 큭큭.”
세하가 웃으며 말한다….흠….근데 진짜 도움이 되긴 할까….
내 경우에는 세하의 저 검술을 보고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지만….나처럼 빠른 검을 세하가 하기에는 좀 스타일이 많이 다른데….
그 때, 잡생각이 든 내 모습을 눈치챘는지 세하가 다가온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주름 생기겠다.”
“아….그냥….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이 잠깐 들어서….”
“도움 될 지 안 될지는 보고 나서야 이야기가 나오지. 왜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어…”
“그래도….나는 네가 하는 걸 보고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는 걸 찾았단 말이야….근데 너는 못 얻는 거 아닌가 싶어서….”
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세하가 헤딩을 한다.
아파!
“아야야야….갑자기 왠 헤딩이야?”
“또 쓸데없는 걱정하길래 벌로 한 방 해준거야.”
“쓸데없는….걱정?”
“그래. 난 니가 연습하는 걸 보는 거야.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후의 이야기이고.”
“…….”
“그러니까 너는 나 신경쓰지말고 연습해. 구경은 내가 잘 할 테니까.”
“알았어.”
내 말에 세하가 여유롭게 벤치에 앉아서 보기 내 연습을 보기 시작한다…
후우….그럼 나도 해보실까나…
꾸욱 하고 버튼을 누르자 나오는 인형들….자….그럼….
“시작!”
가볍게 발을 내딛으며 목검을 휘두르고 적절한 간격을 유지한다…
내 칼이 닿는 거리의 두 배의 길이를 설정하고 그 원 밖으로 적을 보냈다가 단번에 접근해서 제거 후 빠르게 이탈….
이게 내가 쓰는 쾌검이긴 한데….과연 도움은 되려나….?
이윽고 삐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훈련 종료음이 들리고 벤치로 걸어오자 세하가 웃으며 나를 반긴다.
“수고했어, 유리야.”
“아아….더워….역시 훈련 한 번 하면 찝찝할 정도로 땀이 난단 말이야?”
내 말에 미소를 지으며 땀을 닦아주는 세하….
“그러고보니 너는 더운 건 딱 질색이었지?”
“어…그래서 나는 더워지면 진짜 아무 생각이 없다니까?”
“큭큭 그렇게 보여. 수고했어. 빨리 물 마셔.”
세하의 말에 물을 마시니 시원한 느낌이 몸을 감싼다….
“캬아….좋다….”
“수고했어…역시 빠르더라 너?”
“고마워. 근데….도움이 됬어?”
“뭐….어느 정도 찾아는 냈어.그러니까 걱정은 하지 말라고.”
세하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한다….
헤헤…세하가 이렇게 머리 쓰다듬어주니까…괜히 기분 좋다…
내가 헤헤 거리면서 좋아하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뭐야…고양이냐?왜 이렇게 좋아해?”
“히히~”
내가 헤죽헤죽 웃자 못말린다듯이 고개를 젓고는 세하가 말한다.
“슬슬 갈까?시간도 늦었는데.”
“응!조금만 기다려?금방 씻고 나올게~”
샤워실로 들어가서 샤워기를 트니 시원한 물줄기가 나에게 쏟아진다.
흐음…..좋아좋아~
그나저나 아까 전에 세하….겁나게 섹시했지….흐흐….그 검은 머리 흩날리면서 보이는 팔근육이랑….
흠흠….나 왜 이러니….
어찌됬든 땀냄새가 나면 안되니까 열심히 씻고 나가니 머리가 차분하게 가라앉은 세하가 보인다.
“세하야~”
“나왔어?자 마셔.”
세하가 나한테 무언가를 휙 하고 던진다….이건….바나나맛우유?
“너 이거 겁나 좋아하잖아. 하도 안 나오길래 나가서 사왔어. 가자.”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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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오니 운동해서 그런지 좀 쌀쌀한 느낌이 든다…
팔을 부비면서 내가 걸어가자 세하가 날 보더니 자기 위 코트를 벗더니 나에게 건낸다.
“야 서유리. 이거 입어.”
“어?”
“추워보이니까 빨리 입기나 해.”
“아니….너도 추위 잘 타잖아…그냥 니가 입어...”
“됬어. 너보다는 추위 덜 타.”
그러니 덥썩 내 어깨에 코트를 걸치더니 세심하게 코트를 여며준다….
“고…고마워….”
내가 수줍게 이야기를 하자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됬어. 신경쓰지마.”
세하가 배시시 웃다가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듯 말한다.
“맞다…유리야.너 오늘 저녁에 약속 있어?”
어?!지….지….지금 이 상황….데….데….데이트 신청?!
데이트 신청 맞는거지?!그치?!
세하가 지금 나한테 데이트 신청하는 거 맞지?!
“어?!어….없는데?!왜….왜?!무….무슨 일 있어?!”
나도 모르게 하이톤으로 말하자 세하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나에게 말한다.
“너 우리 집에서 저녁 먹고 갈래?”
“저녁 먹고 가라고….?”
저녁 먹고 가라고….?저녁….저녁?!
“어….어디서?!”
“어디긴 어디야 우리 집에서 먹고 갈래?”
지….지금 얘….얘가 뭐라는 거야?!
지….지금 이거….그….그…유명한….라….라면 먹고 갈래 남자 버전 인거야?!
그런거야?!
“세….세하야!아….아무리 내….내가 너를 조…좋아한다고 해도오…..그….그건 좀….이….이른 거 같아아…”
“응?”
“우….우리….아직….사….사귀는 사이도…아니구우…..미….미성년자인데에…..그….그러면 안된잖아아…..”
….나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멈춰!!!멈춰 내 입아!!!!
내 말에 세하가 한참을 가만히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바…바보야!!내….내가 그….그런 짓 하려고…니….니를 부르는 거라고 생각하냐!!!”
“그….그…그럼?”
“진짜 저녁밥 먹고 갈래 라는 뜻이었다고 서유리!”
뭐…뭐야?!나….나 그럼 지금….혼자서 김치국 마신거야?!그것도 완전 사발로?!
으아아아아아!!!쪽팔려쪽팔려쪽팔려!!!!!
내가 얼굴을 붉히며 주저앉자 위에서 세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야….서유리….우….우냐?”
“으으으으으으…..”
“야….서유리….고개 좀 들어봐….”
세하가 계속 내 어깨를 흔들며 말을 건다….
세하야….나 지금 네 얼굴 못 봐…
쪽팔려 죽을 거 같아….날 어떻게 생각할까? 되게 이상한 ** 보는 것 아닐까?날 싫어하는 거 아니야?!머리 속에 이상한 생각만 가
득하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아아악!!!어찌됬든 쪽팔려!!!!
내가 고개를 홱 들자 세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야….너…얼굴 빨개….”
“이이익….”
내가 일어서자 세하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내 눈치를 살핀다….
“….야….서유리.”
“…..왜….”
“….쪽팔려서 그러냐.”
“다…당연하지!!!쪽 안 팔릴 리가 있겠어?!”
내 말에 세하가 멍한 표정으로 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웃지마!!!웃지말라구!!!”
내 말에 세하가 눈가를 쓱 닦으며 말한다.
“푸흐흡….귀여워서 그래 유리야.”
“뭐….뭐?!”
“혼자 오해하고 그래서 당황해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그래 큭큭…”
세하가 배시시 웃으며 말한다…
“그….그래?”
“응. 그래서 말인데….다시 한 번 물어볼게. 오늘 우리 집에서 저녁 먹을래?”
“콜”
심플한 내 답에 세하가 쿡쿡 거리며 웃더니 내 손을 살며시 잡고 날 이끈다.
“가자 유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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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좋아…일단 재료는 거의 다 산 거 같네…”
세하가 핸드폰을 꺼내서 재료를 하나하나 집어가며 말한다.
“그럼 이제 고기만 되는 거야?”
“어. 고기 많이 먹을 거지?”
“당연하지!고기는 나의 영혼이라구!”
내 말에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카트를 미는 세하….
그 때….
“이…세하?”
“어?정미잖아?왜 여기에…”
“자…장 보러 왔거든?!너…너야말로 왜 유리랑….”
“아 유리랑 저녁 같이 먹기로 해서 장 보는 중인데?”
세하의 말에 정미가 자기가 들고 있는 장바구니와 세하의 카트의 내용물을 쓱 보더니 말한다.
“….너도 전골하게?”
“너도 전골하려고?”
“부….불만있어?!내가 전골하려는 부…불만있냐고!”
“아니….그냥…너도 요리를 꽤 좋아하는 구나 싶어서…”
세하의 말에 정미의 얼굴이 급격하게 빨개진다…
“흐흥…..너랑 상관없잖아…?”
정미가 새침하게 말하다가 세하를 힐끗 보더니 말한다.
“저…저녁 먹을거면…가…같이 먹어줄수도 있는데….”
“어?”
“…..어…어짜피…둘 다 전골이니까…가….같이 먹는 게…낫잖아?”
“뭐….하긴 그게 합리적이지….”
“자…잠깐만 세하야?나…나랑 저녁먹는다고 했잖아?”
“세 명이서 먹으면 안 되려나? 어짜피 정미도 전골이니까 셋이서 같이 먹으면 양도 늘잖아?”
….바보바보바보바보!!!!
세하랑 단 둘이서 먹기를 기대했는데!!!
물론 우리 정미랑 같이 먹는 것에 대해서 불만은 없….다고는 못하겠다….
원래라면 불만없이 같이 먹어도 된다고 이야기를 하겠지만…..
처음으로 세하가 날 집으로 초대한 건데….조금은….불만이 생긴다.
“그러자 세하야. 사람이 많을수록 좋지~”
내 말에 세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고기를 사러 앞으로 걸어간다.
세하의 뒤를 따라가는데 정미가 조용히 내게 말을 건다.
“….유리야.”
“응?왜 정미정미야?”
내 대답에 정미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나에게 묻는다.
“내가….데이트 방해한거야?”
“아…아니야!하하하하….우리 둘이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하하하하….데이트라니….하하하하….”
내가 어색하게 웃자 정미가 조용히 날 보다가 한숨을 쉰다.
“….바보야. 내가 널 모를거라고 생각해?”
“어?”
“너 지금 방해받아서 기분 안 좋은 티 팍팍 나거든?”
….아….티 났나….
내가 어색하게 웃자 정미가 입술을 꼭 깨물며 말한다.
“…..미안해 유리야.”
“어?”
“….이런 나라서….”
“정미…야?”
“이런 못된 나라서….미안해….유리야.”
정미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날 본다….
그래….정미 너도….너도…세하를….좋아하는구나….
어느정도….호감은 있을거라고….네 행동을 보면서….그럴거라고…생각은 했지만…..왠지….조금 기분이 묘하네….
제일 친한 넌데….나랑 오랫동안 같이 있던 넌데….고작….좋아하는 사람이 같다는 이유로….이런 감정이 들다니…
나도 참….못된 애인가봐….정미야….
서로를 말 없이 쳐다보다가 내가 살며시 웃으며 말한다.
“괜찮아…정미야….나도…미안해….”
네가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해서….
간신히 되찾은 희망을 다시 뺏으려고 해서….
그리고…..친구인 너를 라이벌로 인식해서….
미안해 정미야….
“어이 두 사람 거기서 멍 때리지 말고 와. 재료 다 샀어.”
세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니 세하가 재료를 다 샀는지 우리를 부르고 있다.
“응~갈게.”
내가 세하에게 웃어보이고 정미에게 말을 걸자 정미도 복잡한 표정으로 날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세하한테 걸어간다….
“둘이서 똑같이 멍하게 있기나 하고 둘이 친구맞네. 키득…”
“헤헤헤~나랑 정미는 여러가지가 비슷하지~헤헷~”
내가 일부러 밝게 이야기를 하자 내 감정을 눈치 채지 못했는지 세하가 살며시 웃어보이며 말한다.
“자자 빨리 계산하고 집에 갑시다. 저녁시간 다 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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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을 마치고 세하의 집으로 가는 길….평소랑 다름없이 평온하기만 하다….
“으으…날씨 좋다~”
세하가 하늘을 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뭐가 날씨가 좋아?춥기만 한데.”
정미가 톡 쏘듯 말하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춥기야 하지만 이런 분위기 나름 괜찮지 않아?”
“뭐….생각해보니까…나….나쁘지는 않네…”
세하의 말에 정미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정미의 대답에 세하가 피식 웃다가 정미의 손에 들린 장바구니를 보고는 말한다.
“정미야. 그거 안 무거워?”
“무겁지. 이것저것 많이 샀으니까…”
정미의 말에 세하가 손을 뻗어서 정미의 장바구니를 덥썩 든다.
“뭐…뭐하는거야?!”
“아니…무겁다며?들어주려고….”
“누….누가 들어달래?!이리 내놔!”
“에이….여자는 무거운 거 드는 거 아니야…내가 가지고 갈게.”
세하의 말에 정미가 읏 하며 뒤로 물러난다….
….부럽다…정미….
나도 저런 소리 듣고 싶은데……
여자는 무거운 거 들면 안된다는 소리 듣고 싶은데…
내 마음이 들린 것일까? 세하가 날 보며 묻는다.
“아, 유리야. 너도 그 검 케이스 줘. 그거 무겁잖아.”
“어?!어….괘…괜찮은데….”
“씁….여자애가 무거운 거 드는 거 아니야. 줘.”
그러더니 휙 하고 내 케이스를 들어서 자기 어깨에 턱 하고 매는 세하…
…..나보고도….해줬어….
[여자애]가 무거운 거 드는 거 아니라는 소리….해줬어….헤헤….
다른 사람도 아니고….내가 좋아하는 세하가….나보고….헤헤…
“헤헤헤….”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웃음이 새어나갔는지 세하가 갸우뚱한 표정으로 날 본다.
“유리야 왜 그래?”
“어어?”
“왜 갑자기 웃어?”
“아…아니…갑자기 그냥 웃긴 생각이 들어서…”
내가 얼버무리자 세하가 싱겁다는 표정으로 날 보더니 다시 앞으로 걸어간다….
얼마쯤 걸었을까….세하의 집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느껴지는 향긋한 향….아주머니가 돌아오셨나?
“아~들~”
역시나 계시네….아주머니…
“우왓…엄마!이런 식으로 안기지 말라니까!넘어진다고!”
“헤헤헷~우리 아들~”
아주머니가 배시시 웃으시며 세하를 꼭 껴안다가 우리를 발견하고 방긋 웃으신다.
“어머나~?왠일로 우리 아들이 꽃 같은 아가씨 두 분을 모셔왔다니?후훗~아들?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무…무슨 소리야?!두 사람은 그런 관계가…!”
“후훗~그건 지금부터 알아보면 되는 거지~안녕 얘들아?”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내가 씩씩하게 이야기를 하자 아주머니도 배시시 웃으며 답하신다.
“응 유리야~어서오렴~우리 아들이 신세를 많이 졌네…”
“괜찮아요!히힛….”
“고맙다, 유리야….자…그럼…이쪽에 있는 아가씨는?”
“에….처….처음뵙겠습니다….세하 친구…..우정미라고 합니다….”
“아~정미양이구나~케롤라인 씨 조수라고 했던가?”
“아….네….알고…계시네요?”
“흐흐…우리 아들 있는 지역에 여자애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단다~.누가 우리 며느리가 될 지 몰라서 말이야 호호호호~”
여….역시 마이페이스 아주머니…..단번에 대화의 주체를 틀어잡으셨어!
“며…며느리요?!”
“응~우리 아들 빨리 장가보내서 손주보고 싶거든 호호호호~”
“하아….엄마…..”
세하가 이마에 손을 얹은 채로 한숨을 쉰다….
“애들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거야….애들 부담되게.”
“어머어머~얘 좀 봐~벌써부터 작업하는 거니~?”
“아…아니 그게 아니라….”
“흐흠….마음에 안 들어….아빠랑 똑같이 생겨가지고 이곳저곳에다가 팬을 만들어놓기나 하고!”
“으갸갸갹!어…엄마!!”
아주머니가 세하의 볼을 쭉 잡아당기며 말한다.
“하여간에 이 씨 집안 남자 아니랄까봐 플래그 꽂고 다니는 거 봐라....”
“프…플래그라니?!난 그런 거 안 꽂았거든?!나 좋아하는 사람이 근처에 몇 명이나 된다고….”
…..지금 네 앞에 두 명이나 있어 세하야.
“흐음~마음에 안 들어….그런 면도 너희 아빠랑 똑같고.”
그러더니 세하의 볼을 놔주고는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아주머니….
들어가니 깔끔하게 정리된 집안...이 아니라 쇼파에 널부러진 이불과….
“엄마….출장 갔다왔으면 세탁기에 넣어달라니까요!”
“쏘리쏘리~엄마가 까먹었어~지금 넣을께.”
“그리고 쇼파에서 주무시지 말라고요!멀쩡히 침대 두고 왜 쇼파에서 주무시냐고요?”
“헤헷~우리 아들 올 때까지 티비보면서 기다린다고 졸았어~”
“진짜….내가 딸을 하나 키우지….”
세하가 한숨을 쉬며 주방으로 들어간다…
“아들~엄마는 뭐할까?”
“자리 좀 펴고 기다려주세요.”
“흐응~심심한데….”
“티비를 보시던지 아니면 애들이랑 이야기라도 하세요. 묻고 싶은 이야기 많으시잖아요?”
“많~지!헤헤~알았어~”
“아 그리고 부탁이니까 이상한 말 해서 애들 당황시키지마세요, 알았죠?!”
“알았어~알았어~”
아주머니가 배시시 웃으시며 식탁을 가져와서 턱턱 배치를 하더니 우리랑 마주보는 위치에 턱 앉으시더니 말을 건다…
“음~뭐부터 물어볼까나~”
아주머니가 턱을 괴며 고민을 하자 정미가 조용히 묻는다.
“저기….아주머니….”
“응?정미야, 왜 그러니?”
“….아주머니….대체….몇 살이세요?”
“응?왜?”
“….저희 엄마도 엄청난 동안이라고 생각했는데….아주머니도….그렇게 보여서요….”
“아~그래?호호호~젊게 봐줘서 고맙네~.아줌마는 49살인데?”
“4….49살이요?!”
정미가 놀란듯 하이톤으로 되묻자 아주머니가 배시시 웃으며 말한다.
“응~아줌마 49살이야. 몇 살로 보였길래 그런 반응이니?”
“아….아니….외….외모로는 절대…곧 50살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요…”
“호호호~고맙다 정미야~”
아주머니가 배시시 웃다가 정미를 보며 묻는다.
“그나저나 정미야.”
“네, 아주머니.”
“너는 세하의 어느 면이 좋니?”
“푸웁!!”
정미가 당황해서 앞으로 휘청한다….
지…직구다….엄청난 초스트레이트야!
“저….저…저기….아…아…아주머니…전….”
“아 미안해 정미야. 정미는 우리 세하한테 관심이 없구나?미안해~”
“아…아니….꼭 그런 것만은 아닌데….”
정미가 서서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흐흥~그러면 아예 관심이 없는 건 아니라는 거려나~?”
“…….”
“호호호~더 이상은 묻지 않을게, 정미야~”
아주머니가 배시시 웃다가 이번엔 날 보며 묻는다.
“유리는?유리는 세하의 어느 점이 좋아?”
“에….저....저는….”
뭐라고 말을 해야 좋을까….세하의 모든 면이 다 마음에 든다고 말해야 좋을까….
아니면 어느 부분을 콕 집어서 말해야하는걸까….
아우….어떻게 말해야할까….
“그….그냥 세하가 좋아요….”
….잠깐만!!!이 사고뭉치 입아!!!또 사고를 치는 구나!!!!!
“어머나~그냥 세하가 좋니?후훗~풋풋하구나~.”
….수습불가야….완전 수습 불가라고!!!
세하는 들었을까?! 방금 내가 한 말 들은 걸까?! 방금까지 우리가 하던 말 들었을까?!
걱정하며 주방을 보니 열심히 전골을 만든다고 집중중인 세하가 보인다….
다행이다…내 이 손발을 오글거리는 말을 안 들어서 다행이야….
“흐음~아 정말로 이럴 때 보면 우리 아들이 참 나쁜 아들이란 생각이 든단 말이야….?”
“네?”
“이렇게 예쁜 두 사람한테 사랑받으면서 눈치도 못 채는 걸 보면 말이야….”
….저기…아주머니…전 이미 좋아한다고 고백했습니다만?
“에휴…마음 같으면 내가 때려서라도 저 녀석의 눈치를 길러주고 싶지만 아무리 때려도 그런 눈치는 안 늘어나더라고?”
“아하하하하…..”
나랑 정미가 어색하게 웃자 아주머니가 키득 거리며 웃는다.
“뭐 그게 우리 아들인걸 어쩌겠냐만은….”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간다…
“잘 부탁해, 아가씨들?”
“예?”
“후훗….알다시피 나도 아직은 현역인지라 출장을 자주 가는 편이거든….그래서 우리 아들을 혼자 두고 가는 경우가 허다해서 말이
지….”
아주머니가 슬픈 표정으로 말한다.
“세하가 저렇게 보여도 되게 여리거든….혼자서 생활하다보니 성격이 저렇게 된 거야….내 [이름] 때문인 것도 있지만…..”
아주머니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아니야….내 탓이 크지….늘 바쁘다는 말로 적당히 말 들어주기만 하고 진지하게 들을려고는 하지 않았으니까….”
아주머니가 한숨을 쉰다….
“그러니까….부탁할게….우리 아들….잘 좀 부탁해….얘들아….”
아주머니의 말에 살짝 웃으며 말하는 우리.
“걱정마세요 아주머니….저희가 세하 잘 보살필게요.”
“뭐….바** 하면 뭐라고 잔소리도 하겠지만요….”
우리들의 말에 아주머니도 미소를 띄우며 말한다.
“그래….잘 부탁한단다 얘들아….”
“뭘 잘 부탁한다는 거야, 엄마?”
참 타이밍이 멋지구나 세하야. 적절한 타이밍에 왔어
“후훗~우리 아들 잘 부탁한다고 했어~우리 아들이 워낙에 게임바보라서 말이지~”
“게…게임바보 아니거든?그냥 게임을 많이 하는 것 뿐이거든?”
“그게 게임바보야. 바보야.”
“그게 게임바보거든?!”
나랑 정미가 동시에 이야기를 하자 세하가 윽 소리를 내며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세하의 표정을 본 아주머니는 아주 재밌다는 표정을 짓는다.
“쿡쿡 우리 아들 잡혀사는 구나~”
“…왜 이렇게 내 주변에는 기 센 여자들이 많은 지 원….”
그러더니 가스레인지를 턱 갖다놓고는 주방에서 거대한 전골 냄비를 들고 온다…..
“우와…..맛있겠다….”
아주머니가 눈을 반짝이자 세하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좀 기다려주세요….끓어야먹죠….”
그러더니 능숙하게 불을 붙이고는 주방에서 그릇들과 반찬들을 가져와서 나눠주고는 어머니 옆에 앉는다.
보글보글 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세하가 주방장갑을 끼고 뚜껑을 연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잘 정돈되어 끓고 있는 전골이다….
“…..너 솔직히 말해….집에 전골집에서 사 온 거 있었지?”
정미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세하를 본다….
하긴….나도 못 믿겠는데….이렇게 요리를 잘 할 줄이야?!
“없었거든. 나 요리 잘 해. 하도 엄마가 요리를 못해서 내가 배웠지….”
“요리…못하세요?”
“응…헤헤…요리는 우리 남편이나 세하가 잘하지.”
아주머니가 머쓱한듯 긴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말한다…
“자자…엄마 이미지 더 깨지기 전에 먹기나 합시다.”
세하가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며 말한다.
“자 먹자고요.”
세하의 말에 우리 모두 동시에 전골을 퍼서 먹는다….
“오!역시 우리 아들!맛있어!”
“하하….엄마 많이 먹어요. 또 햄버거로 때우고 오셨을테니까요.”
“응 아들!”
아주머니에게 상냥하게 말하던 세하가 이번에는 정미에게 묻는다.
“어때 정미야?맛있어?”
“크흠…너….너답지않게….이건 되게 잘 하는 구나?마…맛있네…”
“하여간에 너한테는 곱게는 칭찬은 못 받는구나….”
“부…불만있어?!”
“아니. 없어. 많이 먹어. 삐쩍 말라가지고….너 그러다가 쓰러진다?”
“크흠….거…걱정해주는거야?”
“당연하지…그러니까 좀 잘 먹고 다녀라.”
세하의 말에 정미가 얼굴을 붉히더니 고개를 떨군 채 계속 전골을 먹는다…
“유리야, 니 평가는 어떻냐?간 맞아?”
“응!정말정말 맛있어!”
내가 배시시 웃으면서 답하자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래. 맛있으면 너도 많이 먹어. 요즘 고기고기 노래를 불렀으니까.”
“응~!”
전골을 떠서 그릇으로 계속 붓자 세하가 피식 웃다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안 뺏어먹어. 천천히 먹어.”
헤헤….세하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왠지 모르겠지만….되게 기분이 좋아….
나 전생에 고양이였나…?왜 이렇게 세하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좋은 걸까….?
세하라서 그런 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정미가 세하를 부른다.
“세하야.나도 잘 먹는데.”
“응?”
세하가 정미를 멀뚱히 보고만 있자 정미가 이이익 소리를 내며 덥썩 세하의 손을 잡고 자기 머리에 얹더니 쓱쓱 움직인다…
“……”
“정미야?”
“……나…나도….”
“응?”
“나….나도 해달라고!머리 쓰다듬는거!”
정미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꽥 소리를 지르자 세하가 움찔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뭐야….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그러더니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자 정미가 기분이 좋은지 볼을 빨갛게 물들이며 중얼거린다.
“흐응….”
…..잠깐만….왜 나 질투나니?
쿨하기로 했잖아?세하는 저런 플래그 꽂는 행동을 인지 못하고 하니까 쿨하게 생각하기로 했잖아?
그런데….그런데….
정미한테 하는 저 행동….질투나아아아!!!!!!!!
이윽고 좋았다가 질투났다가를 반복하는 저녁식사가 끝나고 이제는 나와 정미는 돌아가야 하는 시간….
“아주머니 저희는 이제 갈게요….”
“어?벌써 가려고?좀 있다가 가지….”
“아니에요. 늦었는데 폐 끼치는 걸요….”
나와 정미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하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배웅해주시는 아주머니.
“그럼….갈게 세하야.”
“잘 있어…다…다음엔 내가 해 줄게…할 줄 아니까…”
“그래….잘 가 둘 다.”
“잘 가렴~다음에 또 놀러오렴~”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계세요.”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원래라면….둘이서 활발하게 이야기를 하며 다니는 길이지만….오늘따라….우리 둘 다 영 대화가 잘 되질 않는다….
한참을 걸었을까….이제 정미 집과 우리 집을 나누는 갈림길이 있는 공원에 도착했다….
“…..유리야.”
“응?왜 정미야?”
“……..”
“….정미야?”
“……미안해…..유리야….”
“뭐…뭐가?”
“…..나도…..나도…..세하를 좋아하고 있어….”
“……알아….정미야…네가….세하를 좋아하는 걸….”
“미안해….슬비랑 사귄다고 했을 때….완전하게 미련을 버렸다고….생각했는데….아닌가봐….”
“…….”
“슬비랑 헤어졌다는 소리 듣자마자 내가 했던 첫 생각이 뭔지 알아?”
“……..”
“[나한테도 기회가 생겼다]였어….”
“정미야….”
“네가 세하를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포기가 안돼….얼마나….얼마나 네가 세하를 좋아하는 지….누구보다 잘 알면서….포기가
안돼….”
“…”
“나도….너만큼….세하를 좋아해…..”
“…….”
“이런 나쁜 애라서….미안해….유리야….”
“정미….야….”
“흐윽….나….나 먼저 갈게….미안해 유리야….”
정미가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멀어진다…..
미안할 필요는 없는데…내가 좋아하듯이 너도 좋아할 권리가 있는데….
미안 해야 하는 건 오히려 나인데…..
너를 다시 울려야 하니까….
내 사랑을 이루려면….널 다시…..상처 입혀야 하니까….
그러니까….미리 말할게 정미야….
미안해 정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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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눕는데….문득 세하가 생각이 난다.
[뭐해?]
짧게 보낸 문자의 1은 금방 지워진다….
[자려고 누웠는데.]
응? 왠일이지? 왠일로 이 시각에 세하가 게임을 안 하네?
[게임은 안해?]
내 문자에 잠깐의 틈을 두고 답장이 날아온다.
[그냥 오늘은 일찍 자려고. 게임 할 생각이 없어.]
[왠일이야?게임 생각이 없다니?]
내 문자에 세하가 한참동안 답을 하지 않는다…..설마 자나?
그러나 잠시후 대답이 돌아왔다.
[그냥 좀….그렇네.]
[뭐야….왜 이렇게 힘이 없어?무슨 일 있는 거야?]
내가 걱정스러움을 담아서 문자를 보내자 세하도 곧바로 답장을 보낸다…
[아니 그냥 좀 몸 상태가 애매해서 그래.신경 안 써도 돼.]
걱정 안 할리가 없잖아 바보야….
[혹시 어디 아퍼?약 필요해?]
내 문자에 세하는 곧장 답을 한다.
[바보야.내가 아플리가 있겠냐. 아까 요리도 멀쩡하게 잘 했는데.]
[그래도 조심해….요즘 많이 추우니까…]
보낸 지 조금 후 띠링 소리와 함께 답장이 왔다.
[너나 조심하세요.그리고 다음에 시간 빌 때 말해. 그 때는 정말 둘이서 밥 먹자.]
…바보….신경써주고 있었잖아….
뭐야….나 바보인가?
딸랑 문자 하나에….세하가 날 신경쓰고 있어줬다는 그 사실에 이렇게 기분이 풀려도 되는 거야?
아니…이게 맞는거겠지….왜냐면 난….세하를 사랑하니까.이러는 게 정상이겠지…좋아하는 사람이 신경써준다는 그러한 사실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있겠어….
업 된 기분으로 자판을 꾹꾹 눌러서 답장을 한다.
[응!시간이 비면 꼭 둘이서만 같이 먹자 세하야!]
문자가 발송되고 몇 분 후 세하에게서 짧은 답장이 온다.
[그래….난 일단 잘게….내일 사무실에서 보자…잘 자.]
[너도 잘 자 세하야 내일 봐~]
문자를 보낸 뒤 문자에 쓰지 못한 말을 조용히 중얼거린다….
“사랑해 세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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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간신히 이번주도 한편!....원래는 두 편쓰려다가 자를 부분이 애매해서 많이 쓰고 업로드 합니다!!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댓글은 언제나 확인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까지 firsteve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