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기억편 -이슬비- 복수(Revenge)
환율비청 2015-06-26 5
"....이 아이는 뭐죠?"
"차원전쟁에서 살아남은 아이야, 거의 죽기 일보직전의 상태에서 구조작업에 나선 요원들의 손에 구해졌다더군."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연구원 복장을 한 채 말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는 아이는 동공에 힘이 풀린 채 허공만을 바라보았고 옷의 차림새도 난민이라고 해도 믿을정도로 너덜너덜해져있었다.
"저기... 근데 괜찮겠어요?"
"음?"
여자 연구원이 아이를 흘낏 보고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왜 우리가 이런 아이를 맡아야 하냐고요, 지금 다른 일로도 바빠죽겠는데.. 그냥 고아원에 맡기면 안되요?"
"....우린 유니온의 연구원이야, 그리고 그와 동시에 차원종들에게 피해를 입은 자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있어. 그러기에 그럴 순 없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함은... 이 아이에게는 위상력이 있거든."
그 말을 들은 여자 연구원이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네?! 저런 어린 여자아이에게 위상력이 발현되었다고요? 마, 말도 안되요! 기껏 해야 발현이 가능한 나이는 최소 9살정도 아니었나요?"
"그렇기에 좀 특이한 케이스야, 이 아이가 처음 발견되고나서 의료 검진을 부탁해봤는데 다른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위상력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높은 수치가 잡혔다는 게 보여졌거든. 적어도 A급 이상의 위상력이라네."
남자 연구원은 안경을 만지며 말했다. 그러자, 여자 연구원은 두 손을 허리에 맞붙이며 어쩔수 없다는 듯,
"알았어요.. 그러면 자, 꼬마야."
그녀가 그 아이에게 손을 내밀자 아이는 그녈 초점없이 바라보다 손을 내밀었다.
"꼬마야, 네 이름은 뭐니?"
"......슬비, 이슬비."-이슬비-
그렇게 이슬비라고 자신을 소개한 소녀는 유니온에서 살게 되었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어 거부했지만 얼마 안가 적응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정신을 차린 슬비는 본격적으로 유니온의 훈련에 가담했다.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어려웠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삐끗하면 쓰러질지도 모르는 훈련을 받았다. 슬비는 너무 아프고 당장에라도 포기하고 싶어 눈물이 흘렀지만 다시 한번 이 악물고 훈련에 도전했다. 그런 슬비를 연구원들이나 요원들이 볼때마다 너무 잔혹한게 아닐까 싶어 그녀에게 다가가 포기나 휴식을 권했지만 그럴때마다 그녀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차원종들에게 복수 할거에요." 정말이지 슬픈 현실이 아닐수 없었다. 저 나이때는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자신 또래의 아이들과 웃으며 놀 나이임에도 그녀는 그저 눈 앞의 복수만을 생각했다. 자신의 부모님이 차원전쟁의 차원종들에게 의해 죽임을 당한 걸 생각하면 그녀는 절대로 놀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년이 흘렀을까.. 슬비가 검은양의 리더로 배정되어 유니온에서 발을 떼는 그 전날, 그녀는 자신이 처음으로 왔던 장소를 찾아갔다.
'변함이 없구나..'-이슬비-
시간은 몇년이나 흘렀음에도 자신이 예전에 발을 들여놓았던 장소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곧.. 그 장소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구나, 슬비야."-이혜연-
그랬다. 그녀는 슬비가 처음에 이곳으로 왔을 때 그녀의 손을 잡아준 연구원이였으며 지금으로써의 슬비를 있게 해준 사람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이슬비 요원, 유니온 연구실 2 지부 이혜연 팀장님을 뵙습니다."-이슬비-
"얘, 하지 마라 그거. 우리 사이에 무슨 경례를 하고 있니?"-이혜연-
"하, 하지만.... 팀장님.."-이슬비-
"그만하라니까. 둘만 있을때는 팀장이라 부르지도 말고 그냥 언니라 해, 알겠어?"-이혜연-
슬비는 얼굴이 붉어진 채 어쩔줄 몰라하다 결국은,
"네.... 어.. 언니.."-이슬비-
그녀를 언니라고 불렀다.
"그래, 이제야 좀 보기 좋네. 그런데.... 슬비 너, 이번에 새로운 프로젝트인 검은 양에 배속되었다면서? 그것도 리더로 말이야."-이혜연-
"그.. 그걸 어떻게?"-이슬비-
그녀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자 그녀는 피식 웃으며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네가 어릴때 널 데려왔던 김지호 부장님이 말씀해주셨어. 마치 지 일인듯 기뻐하시더라 큭큭큭."-이혜연-
"그, 그랬나요?"-이슬비-
"그래, 그랬다니까. 얼마나 좋아하시던지..."-이혜연-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렇게 둘이서 수다를 시작한지 10분.. 슬비가 휴대폰을 꺼내더니 문자를 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가야 되는거지?"-이혜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 지정된 장소에 모여달라고 문자가 왔거든요."-이슬비-
"그래, 가봐라. 가서 열심히 하고, 응?"-이혜연-
"네, 언니. 다음에 또 뵈요."-이슬비-
그렇게 작별인사를 나눈 슬비는 몸을 돌려 달려나갔다. 혜연은 뭔가 할 말이 있어보였지만 그 말을 전하려다 그만두었고 그 대신 그녀에게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이...이건?"-이슬비-
"내가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받아라, 응? 그리고 이젠 진짜 작별이니 가보라고."-이혜연-
그 이후로 정말로 그녀의 말대로 진짜 작별이 되었고 모든 임무가 성공적으로 끝난 뒤에도 볼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
"Zzz.... Zzz... Zzz...."-이세하-
"......얘는 참 잘땐 이리 조용하면서 작전때만 되면 왜 그렇게 떽떽거리는지..."-이슬비-
슬비는 책상에 엎어져 낮잠을 청하는 세하를 가만히 처다보았다. 이럴땐 참 괜찮은 녀석인데...
'게임만 좀 안하면 참 좋은데.... 핫!'-이슬비-
뭘 생각했는지 얼굴이 화악 붉어진 슬비는 고개를 휘휘 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생각이 났는 지 그녀는 품속에 손을 넣어 꽤 낡아보이는 메모지를 꺼내보았다. 슬비는 소중한 듯 다시 고이 접어 품속에 넣어두었다. 그리곤 그녀는 그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에휴, 뭐 내가 아니면 누가 얘를 깨우겠어.. 야, 이세하! 일어나!"
[이젠 좀 웃으면서 살아라, 더 이상 복수가 아니라 다른 얘랑 행복하면서 웃으며 살아라! 언니는 그거빼곤 다 필요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