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이세하다. - 21

도혼 2015-06-25 6

* 전편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작성자 : 도혼' 을 검색하시면 됩니다.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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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의 어둠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심연의 마계라고 해야할까...? 주위는 그저 온통 암흑 천지인 곳이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공기조차도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공 상태의 공간은 또 아닌 것 같다. 그랬다면 이미 예전에 온 몸이 짜부러져 죽어버렸을 테니까.

 

'크으윽...'

 

정신을 잃은 자, 세하가 눈을 서서히 뜬다. 그는 온통 암흑뿐인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내 자신이 가려던 곳이 아님을 깨닫는다.

 

'여긴... 도대체 어디지?'

 

세하는 낮선 장소라 해서 당황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나 부동심을 유지해야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상력은... 없고, 공기도 없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로군. 그렇지만 숨을 쉬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공간이라니, 정말 특이하군. 게다가, 위상력은 아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이 주위를 그저 떠돌고 있고 말이야.'

 

위상력이 약간 변형된, 어느 하나의 특성의 기운이라면 세하가 금방 알아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운은 뭔진 모르겠지만 위상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하지만, 이 기운이 자신을 구속하지도 않는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세하는 얼른 이 공간을 빠져나가려 했다.

 

'음? 왜 차원문이 열리질 않지?'

 

하지만 차원문은 열리지 않았다. 세하는 힘을 강하게 쓰면서 계속 반복했지만, 열리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세하는 혹시...? 하는 생각에 다른 기술을 써 보았다.

 


[ 발포(Fire) ]

 


세하의 전방에 소리없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나 폭발은 찰나의 순간도 버튀지 못하고 소멸되었다. 세하는 곧 이 공간에 대해 정의내릴 수 있었다.

 

'무엇이든 소멸당하는 공간...이라는 것인가? 확실히.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폭발도 마찬가지. '현상 자체'는 일어날 수 있으나, 곧 소멸되어버리는 공간...이라는 것이로군. 마치... 무(無)로 되돌아가는 듯 말이야. 그런데... 왜 나는 소멸당하지 않은 것이지? 그 무엇도 소멸시킬 수 있는 공간일 텐데 말이야.'

 

세하는 곧 머리에 떠오르는 의문에 골치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것은 자네가 소멸당하지 않을 정도의 자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네.

 

세하 정도 되면 기척을 못느끼더라도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육감으로 존재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존재조차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세하는 그 사실에 잔뜩 경계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전혀 표를 내지 않고 물었다.

 

"귀신놀음은 그만 두시고 어서 모습을 드러내시지요."

 

세하는 무의식적으로 말을 했지만 자신의 말은 또 들린다는 것에 속으로 놀랐다. 하지만 이내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겐 모습이란 의미가 없지. 하지만, 자네가 원하는 듯 하니 모습을 만들어낼 수밖에.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세하의 앞에, 공간에 흩뿌려진 기운이 누군가를 형상화했다. 수염을 아주 길게 길은 노인이었다.

 

"노인장은... 누구십니까? 마치... 모습은 있으나 존재감이 없는 듯 하군요. 고개를 돌리면 정말로 누가 있다고는 생각조차 못할 만큼 말입니다."

 

-내가 누구냐에 대한 질문에는.... 그냥 '도를 수련하는 자' 라고만 알아두게. 어차피 자네도 내가 누군지에 대한게 중요한게 아닌 것은 잘 알지 않나? 게다가, 나는 이렇게 존재하네. 자네가 그렇게 느낄 뿐이지.

 

정말로 도를 수련하는 자일까? 말 한마디 한마디에 현기가 서려있다. 동시에 말 자체에서 힘이 느껴진다. 노인이 '나는 이렇게 존재한네.' 라고 말한 순간 정말로 약간 존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찰나의 순간일 뿐, 다시 존재감이 무로 돌아간 노인이다.

 

-이곳은 자네가 생각하는 대로 그 무엇이든 무로 되돌아가는 공간이지. 소멸력을 이겨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닌 이상 말이야. 하지만 그러한 존재라 할지라도 이곳을 아는 자는 드물지. 그렇다면 묻겠네. 자네는 어떻게 해서 이곳에 오게 되었나?

 

"저는 이곳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애당초 이곳이 아닌, 제가 속한 차원계로 되돌아가기 위해 차원문을 연 것이고요. 하지만 이곳에선 차원문이 열리지 않더군요. 혹시 가능하시다면 도와줄 수 있겠습니까?"

 

-흐음... 도와줄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불가능하다고 해두겠네. 왜냐하면 이곳에서 열린 차원문은 그 차원문을 연 존재만이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일세. 그렇다면 자네, 혹시 누군가가 지배하는 땅에서 차원문을 열었나?

 

세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생각했다.

 

'확실히... 놈의 대지에서 차원문을 연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 그저, 구조물을 이용한 차원이동이나, 놈들의 방법으로 차원문을 열었을 뿐. 내가 직접 차원문을 연 적은 없었어.'

 

-'차원문을 연다.' 라는 행위는 결국 내 의지를 건너편의 차원에 직접 간섭하여 길을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보면 되네. 하지만 자네가 차원문을 열려고 한 장소는 누군가가 지배한 땅이지. 결국 그 누군가의 의지와 자네의 의지가 차원의 틈새에서 충돌하여 이런 혼돈의 공간에 오게 된 것일세. 그런데 자네의 차원계에서 그 쪽으로 갈때는 그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자네의 차원은 누군가가 지배하는 땅은 아니라군? 내가 알기로 그러한 땅은 단 두개밖에 존재하지 않지. 지구, 그리고 지구와 연결된 차원인 다르혼이지. 자넨 지구 출신이겠구먼?

 

"저희는 외부 차원이라고 명명하긴 했지만... 그 차원 이름은 따로 있었군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다르혼에도 누군가가 지배하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혼돈의 공간...이라고 하셨습니까? 이곳은 어떤 곳입니까?"

 

-이 곳이 혼돈의 공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태초의 혼돈 이외에는 그 무엇도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일세. 이 곳에 있는 기운도 혼돈력을 제외한 나머지는 흡수되어 소멸된다네. 그저, 이곳에서 버틸 수 있는 존재의 모든 것만이 존재할 수 있을 뿐이지. 이곳은 진정한 의미가 된 자들, 즉 신의 경지에 오른 자들이 가끔씩 수련하러 오는 공간이라네.

 

'진정한 의미가 된 자?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진정한 의미라... 혹시..?'

 

"노인장, 혹시 이 말에 대해 뭐 아는것 있습니까?"

 

세하는 얼마전에 꾼 꿈에서 확실히 자신의 머리에 각인된 문구를 노인에게 들려줬다. 노인은 굉장히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자넨 운이 아주 좋은 경우로군. 하지만, 그 답은 자네가 직접 얻어야 하네. 하지만 답에 근접할 수 있도록 조언 한가지는 해 주도록 하지. 자네가 여태까지 성장을 해온 과정에서 그 해답을 찾게나.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 점점 사라졌다. 세하는 사라지는 노인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한참 차원문을 닫고 있던 검은양 요원들에게 비보가 당도한 것은 그날 저녁이었다. 막 2차 각성 차원종을 상대로 승리한 슬비에게서 전화가 왔다. 발신인이 '유정 언니'라고 되어있다.

 

"네, 유정 언니?"

 

-큰일이야! 지금 즉시 작전을 멈추고 귀환해줘. 지부장님이 총 본부장님께 승인을 얻었으니 상관없을거야. 그만큼 굉장히 급한 일이니 서둘러 와줘, 알았지?

 

슬비는 이내 진지하게 임한다. 김유정이 최근 이렇게 다급한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번에 차원종들이 떼로 침공을 해왔을 때도 당황한 적이 없었던 김유정이다.

 

"알겠습니다. 속히 귀환하도록 하죠."

 

-알았어, 귀환은 데릭 씨가 도와줄 거야. 그럼 끊어!

 

"딸깍"

 

슬비는 헤밀턴에게 양해를 구했다. 비록 위에서 명령이 떨어진 것이지만, 엄연히 작전을 도와주는 입장에서 중간에 먼저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헤밀턴 씨. 저희는 지부장님의 명령으로 귀환해야 할 것 같네요."

 

"흐음... 어쩔 수 없지. 지금부턴 우리가 알아서 하겠네. 그리고, 도와줘서 고맙네. 자네들 덕분에 꽤나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어."

 

"별말씀을. 그럼."

 

마침 그곳에 데릭이 스파크 소리와 함께 도착했다. 사실 데릭의 이 기술도 슬비가 전투를 할때 공간이동으로 적의 기술을 피하는 장면을 모니터링하면서 떠올린 기술이었다. 물론 특성이 특성인지라, 데릭의 공간이동은 데릭 한명만 이동시킬 뿐이다.

 

"데릭씨, 부탁해요."

 

슬비에게 엄청난 위상력이 공급되었다. 공급된 위상력으로 슬비는 장거리 공간이동을 시도했다.


 

[ 공간 이동(Warp Navigation) ]

 


슬비는 곧바로 신서울지부 정문으로 공간이동을 한 후, 재빨리 김유정에게 복귀를 신고했다.

 

"이슬비 외 2명, 보조 데릭씨까지 복귀 완료하였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아주 대형 사건이 터졌다는구나..."

 

"유정씨 진정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길레 그렇게 호들갑이야?"

 

J도 김유정이 이렇게까지 호들갑떠는 모습을 본 적은 예전의 강남 사건을 제외하고도 단 2번뿐이라서 매우 궁금한 참이다.

 

"유럽쪽 유니온 지부들이 모두... 테러조직의 손에 넘어갔다는...군요."

 

비보대로, 유럽 전체가 난리가 났다. 유럽 쪽에도 차원종들이 침공하여 클로저들은 차원종들과 싸우고 있었다. 이것 뿐이라면 문제는 되지 않았을 터다. 문제는 이번의 침공이 차원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규모로 침공을 해왔기 때문에 각국 정상들을 지키고 있던 클로저들 조차 모두 차출된 것이다. 이 틈을 타서 테러조직은 유럽 전역의 정상들을 모조리 인질로 삼아 유럽의 유니온 해체를 요구해왔고, 그들은 그것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유니온도 전 세계에서 지원하여 생긴 조직이기에, 인질작전으로 내세워 나온 테러조직을 자극할 순 없었다. 김유정의 말을 들은 검은양 요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럼, 각국 정상들을 구출해야 하지 않을까요?"

 

슬비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말을 꺼냈으나 김유정은 그저 우물쭈물할 뿐이다.

 

"그게 말이야..."

 

"유정씨, 침착하게 말해. 그 어떤 소식이라도 들을 준비는 되어 있으니까."

 

김유정은 J의 말에 심호흡을 한 후 말했다.

 

"유럽에 클로저가 단 한명이라도 도착하는 순간... 한명당 도시 하나를 날려버리겠다는군요.... 그들이 15년동안 유니온만 견제해온 것은 아닌가봐요."

 

"망했군. 그들이 그런식으로 나온다면... 이후에 놈들의 요구에도 우린 끌려다닐 수 밖에 없어."

 

J가 체념한 얼굴로 절망했다. 비록 테러조직을 몰아내기 위함이라 하나, 애초에 유니온 창궐 목적이 차원종으로부터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위상능력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각 나라에서도 그러한 취지를 잘 알기 때문에 예산을 쪼개서 지원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단체가 오히려 민간인의 목숨을 무시했다간 유니온과 클로저들은 모두 전 세계의 비난을 받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잘 알기에 침묵한다.

 

"아 그렇지! 데릭 아저씨! 혹시, 아저씨라면 저 녀석들 몰래 들어갈 수 있지 않아요?"

 

갚자기 유리가 반색하며 물었다. 슬비와 J, 김유정도 확실히 그럴 수 있겠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건 안돼네."

 

데릭 본인이 거절했다.

 

"어째서 안됀다는 거죠? 혹시, 이제와서 차원종 측에 붙겠다는 것인가요?"

 

김유정이 화를 내며 물었다. 확실히 데릭의 능력이라면 각 국의 정상들을 구하고도, 오히려 테러조직을 격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닐세. 그 유럽이라는 곳에서...느껴졌다네. 나와 비슷한 힘이 말이야."

 

 

 

 

 

유럽의 유니온 프랑스지부. 그곳에는 테러조직의 총본부가 이사를 해왔다. 물론 본인들의 원래 거점을 버린 것은 아니나, 그들의 총 전력은 모두 프랑스 지부를 중심으로 각 국에 퍼져있었다. 세하에게 그렇게 당했는데도 아직도 이 정도의 전력을 가지고 있으니, 역시 15년동안 유니온을 괴롭혀온 테러조직이다.

 

슬비와 유리, J가 유니온으로 공간이동하기 30분전, 프랑스지부의 최상층에는 테러조직 총 본부장이 보고자에게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가 사라졌다고?"

 

"그렇습니다. 솔직히 그가 없었기에 이렇게 쉽게 유럽을 정복할 수 있긴 했습니다. 그가 뒤늦게라도 훼방을 놓았다면 이렇게 쉽게 유럽을 차지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렇군. 그가 뜬금없이 사라졌다라... 지금은 우리에게 복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이 후에 화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겠지. 그의 위치를 찾는 즉시 보고하도록."

 

"예!"

 

"다른 보고는 없나?"

 

"없습니다. 특이사항도 제로입니다."

 

"확실하겠지?"

 

"제 목을 걸 수 있습니다."

 

"나가보도록."

 

보고자는 고개를 숙인 후,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홀로 남아있는 총 본부장은 씩 웃었다.

 

"지금까지는 작전의 완벽을 위해 내가 움직일 순 없었지. 허나, 지금부터는 다를 것이다. 번개의 능력자, 데릭. 어디 한번 와 보거라. 나, 대지의 능력자 클론이 직접 상대해 주겠다."

 

그는 데릭을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데릭의 존재만 알고 있는 것일까? 총 본부장, 클론이 그 누구도 파악할 수 없는, 하지만 3차 각성자라면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기파를 전 세계에다 퍼뜨렸다. 그야말로 적의 발을 묶어버리는 신의 한수였다.

 

 

 

 

 

혼돈의 공간속. 그곳에는 세하가 양반다리를 한 채 명상을 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서 초조함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자신의 힘으로는 나갈 수 없고, 조급해해봤자 집중도 안될 뿐더러, 수련에도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기량을 좀 더 키운다. 어차피 이 곳도 결국 차원이지. 지구와 연결되지 않은 차원에서는 시간이 단 1초도 지나지 않으니, 상관은 없어. 게다가 지금 그와 마주친다고 해 봤자, 내 필패다. 이곳에서 성장을 하고 나간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노인이 사라지고 난 후 1시간 뒤에, 갚자기 엄청난 허무함, 고독감, 무기력증이 세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혼돈의 공간은 혼돈 이외에는 그 무엇도 없는 곳. 가족도, 친구도, 공기도, 위상력도, 그 무엇도 없는 곳이다. 철저하게 자신 혼자만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하는 다르게 생각했다.

 

'이 허무함과 고독감을 아무렇지도 않게 느낄 때, 나는 성장한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던가?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세하도 결국 인간이다. 그렇기에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극복하는 것이 쉬웠다면 모든 사람들이 홀로 살아가도 아무렇지도 않은 세계가 되었을 것이다. 허무란 무엇이며, 고독이란 무엇일까?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뜬구름잡는 소리를 세하는 머릿속으로 끝없이 되새겼다. 그렇게 세월이 하염없이 흘렀다.

 


과연 오랜 세월이 흘러도 세하의 시간은 정지해버린 것일까? 세하는 전혀 늙지 않았다. 오히려, 세하는 과거처럼 1년 이상 이곳에 있으면 극한의 차원압력에 폭탄이 되어 터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 물론 혼돈의 공간에서는 그것이 예외로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여하튼 세하는 허무감과 고독감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 물론 완전히 정복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의식하면 아무렇지 않을 수준까지는 온 것이다. 그에 따라 세하의 정신세계도 과거의 10배 이상은 성장했다. 하지만 세하는 어느날, 생각했다.

 

'나는 결국... 인간이 아니게 되는 건가...?'

 

인간은 고독감을 느끼기에 다른 인간과 관계를 형성하고, 허무함을 느끼기에 무언가를 쟁취한다. 하지만 그러한 고독감과 허무함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인간을 과연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세하는 생각해본다.

 

'망설임은...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지만서도...'

 

누군가와 관계를 형성하는 인간이기에, 무언가를 성취하려는 인간이기에 세하는 결국 망설인다. 아직은 괜찮지만, 그 이상의 선을 넘어버리면 정말로 자신이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버릴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이들이 그러한 사실에 씁쓸해할 수도 있다.

 

-크으으 내가 현신하는 순간 다른 놈은 몰라도, 네놈만큼은 반드시 처참하게 죽여버리겠다!!!

 

그때 떠오른 것은 우상신의 한마디였다. 세하의 도발에 못이겨 결국 모든 것을 파멸시킨다는 발언을 한 우상신의 한마디. 그것은 결국 세하로 하여금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어쩔 수 없다. 주위 사람들이 날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이건 내가 선택한 결과. 그놈을 적으로 만든 것도 결국 나의 선택이지. 그렇다면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게다가... 망설인다니, 전혀 나답진 않군.'

 

세하는 피식 웃었다. '이렇게 될 것이었다면 도대체 왜 그런 고민을 한 것일까? 그 시간에 수련이나 하는 것이 백배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하는 다시 수련 삼매경에 빠졌다.

 

'더 이상은 망설이지 않는다. 그리고... 후회하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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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위 글에서 필자의 귀차니즘을 심히 느낄 수 있습니다.....ㅈㅅ

 

p.s. 이 전쟁만 끝나면 드디어 이 소설도 끝나겠군요. 그때까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타/이상한점 지적받습니다.

2024-10-24 22:29:0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