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 上

삼월토끼 2015-06-25 4

 

 

1. 소년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아니, 이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소년을 이름으로 부르는 이는 없었다.

   아버지라 추정되는 남자는 소년을 '야' 혹은 '아들'이라 불렀고 소년의 이웃들은 '망나니의 아들'이라 불렀다. 때문에 무지했던 어린 날의 소년은 자신의 이름이 '아들'인 줄 알았었다.

 

 

 

2. 이웃에게 소년의 호칭이 '망나니의 아들'인 것을 보면 짐작 가능하겠지만, 소년의 아버지는 망나니였다.

   단순히 행동 거지가 안 좋아서의 의미가 아니라 실제 직업이 그러했다.

   소년의 아버지는 질이 안 좋은 조직의 사형수, 망나니였다.

 

 

 

3. 조직에서 부를 때를 제외하곤 남자는 집에 있었다.

   때때로  소년과 놀아주기도 하고 사람을 고용해서 밥은 꼭 챙겨주었으니 남자는 소년에게 좋은 아버지는 아니되 나쁜 아버지 역시 아니었다. 다만 달에 한 번씩은 집에서 나가 밤 늦게서야 술냄새를 풍기고 들어와서는 소년의 푸른 머리카락을 하염없이 만지며 조용히 울었다.

 

 

 

4. 남자에 비해 소년은 점심을 먹고 나가 배고프면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소년은 거리를 거닐거나 놀이터에서 혼자 놀았는데 가만히 있다 보면 이것저것 들리는 것이 많았다. 소년은 자신이 들은 것 중 궁금한 것을 남자에게 물어봤고, 남자는 질문에 비교적 친절히 답하였다.

   그리고 그 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어머니란 존재 없이 용케도 잘 컸네요."

   "하긴, 그 망나니가 제 자식이라고 당시 젖이 나오던 여자를 데려가면서까지 키웠으니까요."

   "그게 아니라, 제 말은 어머니란 존재 없이도 아비 닮지 않고 잘 컸단 거에요."

   "물론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망나니의 자식인데."

 

   평소처럼 밖에 있었고, 자신을 보고 수군거리는 여자들의 대화에서 자주 언급되는 '어머니'란 단어를 궁금해 했을 뿐이었다.

 

   "저기, 어머니가 뭐야? 나는 '어머니'가 없어?"

 

   그래서 물어봤을 뿐인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5. 소년에게는 어머니가 없었다.

 

 

 

6. 정확히 말하면 소년의 어머니는 소년을 1년이라는, 평균보다 2개월이나 더 긴 기간동안 뱃속에 품고 있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비위생적인 곳에서 난산을 했던 소년의 어머니는 결국 소년의 탄생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남자도 알고 있었다. 소년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걸. 그리고 소년의 푸른색 머리카락은 자신의 아내와 꼭 닮아있어 그녀를 떠올리게 해 오히려 좋아하였다. 그러니, 아마 다른 날 물어봤더라면. 다른 날이었더라면 힘들더라도 아내에 대해, 소년의 어머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 줬을 텐데.

 

 

 

7. 소년이 어머니에 대해 물어본 '그 날'은 달에 한 번씩 남자가 아내의 묘에 가는 날이었고.

   슬픔에 못내 겨워 술을 마시고 들어와 남자는 이성이라곤 없는, 마치 짐승과도 유사한 상태였다. 때문에 당시 남자의 눈에는 소년이 제 아내를 닮은 소중한 자식이 아닌, 아내를 잡아먹고 나온 ***이라 인식되었고 그런 소년이 아내에 대해 언급하자 그대로 퓨즈가 나가버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8. 폭행. 폭행, 폭행, 폭행,폭행폭행폭행폭행폭행. 끝도 없는 폭행!

 

 

 

9. 지긋지긋한 구타를 당했던 그 날 이후로 남자는 변했다.

   처음이 어려웠을 뿐이지 다음부터는 쉬웠고, 때문에 남자는 매일 밤마다 소년이 눈에 들어오는 대로 무자비한 폭행을 계속했다. 이 사실은 남자가 고용한, 입이 가벼운 가사도우미로 인해 순식간에 마을 전체로 퍼졌다. 이웃들은 그런 소년을 동정하는 한편, 스스럼없이 화풀이 식의 폭행을 하기도 했다.

 

 

 

10. 집에서는 남자에게, 밖에서는 이웃들에게.

   늘어나는 상처에 지친 소년에게는 어딘가 안식처가 필요했다. 어느때처럼 점심을 먹고 남자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집에서 나간 소년은 이웃들이 사용하지 않는 골목길을 통해서 걸어다니다 이내 좋은 장소를 발견했다.

  

   소년의 키만한 쓰레기산이 몇 무더기나 있는, 더러운 냄새에 누구도 다가가지 않는 그런 공터. 옛날의 소년 역시 이 장소를 기피했지만 지금의 소년에게는 이 공터가 무엇보다 아늑한 안식처로 받아들여졌다.

 

   "뭐야, 이 꼬맹이는?"

 

   그리고 그런 소년에게 더러운 몰골의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고. 그 남자와의 만남은 소년에 인생에서의 전환점이 되었다.

 

 

 

 

 

 

 

 

*

 

 

 

 

 

내가 이걸 왜 썼을까.. 아뇨, 그냥 나타 과거가 궁금했어요! 그래서 뻔하디 뻔한 글이지만 써들고 와봄.

일단 끝은 낼꺼에요. 그리 오래가진 않고 20번? 그 내외로 끝날 것 같은데. 끝나면 그냥 합칠려구요. 뭐,, 누가 볼리는 없지만.

팬소설은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까 마음 놓고 써서 올리는 거에요.

고로 제 게임지인들이 이 글을 보고 저한테 말을 걸면 전 쪽팔려서 죽어버릴지도..!

2024-10-24 22:29:0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