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이세하다. - 외전 : 푹풍이 부는 날
도혼 2015-06-16 2
"퉤"
입 안에 고인것을 뱉으니, 피가 섞여 나왔다. 몸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피였다. 하지만, 그는 고작 중학생 정도의 나이임에도 멈추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멈추게 된다면 그가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엿같은 새-끼들은 대체 어디서 이렇게 몰려오는거야?"
그의 말대로, 그의 앞에는 차원종이라 불리는 괴물들이 천지에 널려있었다. 여태까지 그가 죽여버린 차원종들이 절반, 그리고 살아있는 차원종들이 절반정도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이 숫자의 반의 반도 되지 않았었는데, 어디서 자꾸 몰려오는지 차원종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해서, 이제는 손도 쓸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던 것이다.
"우르르 콰쾅!!!"
장마철이 한창인 지금, 하늘에서는 번개가 내려치고 폭풍이 분다. 게다가 비는 억수같이 내려, 차원종들과 그가 흩뿌린 피들을 씻겨 내려갔다.
"유니온 이 썅-놈들! 내가 절대 가만있나 봐! 그냥 이대로는 절대로 죽지않아!"
그는 양 손에 들고있는, 쿠크리도와 살짝 비슷한 사슬낫으로 차원종들을 물리치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더 화려해지고 날렵하고 강인해진 동작 덕분에 다행히도 차원종들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차원종들을 전부 쓰러뜨린 그는 숨을 헐떡댄다.
"헉...헉... 힘들잖아, 제-길. 설마 여기서 더 나오진 않겠지?"
하지만 하늘은 그의 바램을 들어주지 않으려는 걸까? 전방 100m 앞에 차원문이 홀연히 열리더니 그곳에서 '뇌수'라 불리는 키텐이라는 차원종이 나왔다. 그는 결국 투덜댔다.
"뭐...야, 정보까지 조작한 거야? 유니온 개x끼들... 분명 A급 이상으로는 나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제-길, 오늘 여기서 뒈-지는구만."
게다가 키텐의 능력 특성상, 이런 비가 오는 날에는 전기가 더욱 잘 통한다는 생각을 한 그는 결국 포기해버렸다. 아무리 자신이 중학생 또래 치고는 압도적인 힘을 낸다지만, 아직은 A+급 차원종 키텐을 물리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녀석의 능력이 더욱 잘 발휘되는 환경까지 만들어졌으니, 그는 그냥 생각을 멈춰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때였다. 그의 앞에 홀연히 한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는 푸른빛 머리와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그 사실로 보아 남자도 위상능력자인가 보다.
"호오, 그 어린 나이에 이런짓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건가? 대단하군. 한번 키워볼 정도는 돼겟어."
남자는 영문 모를 말만 해댄다 그런데 남자가 갚짜기 그를 쳐다보고는 말했다.
"혹시 거래할 생각 없나?"
남자의 그 말에 그는 도대체 이 상황에서 무슨 소리냐며 물었다.
"그냥 구경할 거면 멀리서 구경하던지, 빌어먹을. 이 상황에서 거래는 무슨 거래야?"
"게다가 이 늑대같은 심성, 아주 좋아. 거래라는건 말이지, 내가 저 덩치를 죽여 줄테니 넌 내 밑으로 오는게 거래의 조건이다. 물론 평생은 아니고, 당분간 말이지. 어때? 목숨빚 치고는 상당해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는 남자의 말에 생각을 한다. 3분 정도 생각했을까, 그는 남자에게 당돌하게 말했다.
"만약 거절한다면?"
"...그럼 이자리에서 송장 하나 치우는 셈 치도록 하지."
"적어도 해는 없는 거겠지? 당신을 따라 가는것."
"그거야 네가 생각하기 나름이지. 날 따라다니면서 네가 얻는게 있다면 그건 이득을 본 것이고, 얻는게 없다면 해가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겟지."
"뭐야, 당신도 선문답하는 그런 사람이야?"
"뭐 됐고, 결국 날 따라오겠다는 건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지. 나야 살수 있는 거니까. 그런데 얼마동안 날 끌고 다닐거야?"
"1년. 그 이상은 안돼. 이 세상이 나를 거부하거든."
"뭔 소리야 그게?"
"알 필요 없다. 그럼... 약속을 이행하지."
남자는 그대로 키텐을 향해 돌아본다. 그리고 쥐고있는 손에는 건 불레이드 형상을 만들어간다. 그는 그 광경을 보고는 입을 쩍 벌렷다. 이 정도의 실력자인 위상능력자는 듣도보도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몸이 붕 뜨더니, 그에게서 빠르게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휘말리면 안돼니까 말이지, 거기서 구경이나 하도록."
[ 화염 분쇄(Burn Flare Crush) ]
남자가 건블레이드 형상을 그대로 땅에 내려찍자 잠시후 땅에 균열이 가더니, 어마어마한 지진이 일어났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퍼어어어엉!!! 콰콰콰콰콰쾅!!!"
지진이 일어났던 곳에서 극한의 화염이 솟아올랐다. 그가 머무르는 이 멀리에서도 느껴지는 열기의 푸른빛 화염이 말이다. 이미 키텐은 녹아 사라진 지 오래고, 자신이 그간 물리쳐왓던 차원종들이 시체들도 한순간에 증발해버렸다. 그는 남자의 압도적인 힘에 질려버렸다. 잠시 후 화염 분출이 끝나자, 일대는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남자는 엉망이 된 일대를 그냥 지나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남자의 주변에서 수백개의 칼날이 생기더니, 그대로 모든 땅을 갈아버린다. 그 결과, 땅은 아주 작은 알갱이들로 모였다. 넓은 모래 지대가 나타난 것이다.
"이제 그만 가지."
어느 틈에 나타났을까? 그의 근처에 온 남자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는 그였다. 남자는 그의 행동에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 그 광경은 넋놓고 바라보았으면서, 그제야 놀랄 정신이 생긴건가? 훗. 그건 그렇고 1년간은 같이 지낼텐데 이름이라도 알고 싶군."
"어렸을 때 이름은 갖다 버린지 오래야. ...나타 라고 해두지. 그런데 그쪽은 이름 안가르쳐 줄거야?"
남자는 그의 말에 놀라움과 호기심을 느꼈다. 그러고보니 과거의 기억을 들추어내자, 이내 그 늑대기질 녀석의 얼굴과 상당히 흡사하다. 게다가 자신의 앞에서도 당당한 모습을 오래간만에 봐서 그런지 신선함도 느꼈다.
"이세하. 내 이름은 이세하다."
1년 후, 그들은 벌쳐스의 정문 앞에 있었다.
"정말로 이곳으로 들어갈 건가? 벌쳐스 용병부대라는 곳에?"
벌쳐스에는 처리부대 이외에 용병부대도 있었다. 처리부대가 범죄를 저지른 위상능력자들을 수용하는 곳이라면, 용병부대는 유니온에 소속되지 않으려는 위상능력자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용병부대는 없었지만, 5개월 전 위상능력자는 반드시 유니온에 속해야 한다는 세계의 법에 불만을 가진 위상능력자들이 단체로 시위를 한 후, 해결 방안으로 벌쳐스가 용병 부대를 개편한 것이다. 물론 유니온과 용병부대 둘 중 한곳에는 반드시 소속해야 한다는 제정이 새로 만들어졌지만, 그래도 이전처럼 유니온에 소속되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항의 목소리는 줄어든 것이다.
"그래. 유니온에 복수하려면 그래도 어디에 적을 둬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 말이야."
"하긴... 네 녀석 정도의 힘이면 용병부대에서 쫒겨날 일은 없겠군. 그럼 건투를 빌지."
"지금까지 날 키워준 건 고맙게 생각한다. 당신도 꼭 고향에 돌아가길 빈다. 빌어먹을."
그새 정이 들었는지, 헤어지려고 하자 욕을 해대는 나타였다. 세하는 그 광경을 보자 녀석답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저 늑대기질이 1년간 상당히 사라진 것은 꽤 도움이 됄 것이다. 지금도, 앞으로의 발전에도.
"그럼 잘 있어라."
세하는 곧 차원문을 열고 사라진다. 곧 있으면 이 세계가 자신을 밀어내려는 시간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 압력은 단순히 내부 차원의 인간이 외부차원으로 전이가 될 때의 생기는 차원압력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심지어 3차 각성자인 세하조차도 버티지 못할 정도이기 때문에 황급히 떠나야 했다. 다행히 자신이 살던 차원계와 외부 차원이 아닌 곳에서는 자신의 시간이 단 1초도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세하였기에, 이런 식으로 정신력 수련을 해왔던 것이다.
"좋아, 각오해라. 유니온 개x끼들."
...아무래도 세하조차도 모를 정도로 늑대기질을 숨겨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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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렇다면 세하의 나이는?
뻒킹 재료역학....
내일부터 정상적으로 연재 할겁니다...아마도?
오타 지적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