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액션! 클로저스
BlackBullet 2014-12-25 0
"...흐음..."
무미건조한 공기에 간헐적인 기계음이 섞여 든다. 언제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소음이지만 이제는 그런대로 익숙해졌기 때문에 딱히 입을 열 가치도 느껴지지 않았다. 애당초 말로 해결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을 뼛 속 깊이 깨달았기 때문에 더이상 스스로 피곤해지는 일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런 나태함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슨하게 만드는 것이고, 저 녀석이 작전 지역에서도 집중하지 않게 되는 요인이지 않을 까. 그런 생각이 들고 나니 간신히 무시하고 있던 기계음이 다시 거슬리기 시작했다.
"...너..."
콰앙ㅡ
"나. 왔~ 어!"
"무, 문을 여는거야 부수는 거야?'
"이야~ 아직 프로텍터가 적응이 안되서 말이야~ 헤헷"
그다지 타인과의 교류에 관심이 없는 나와 게임 중독자 녀석과는 다르게 한 마리의 야생마 같은 이 여자는 너무나도 타인에게 관심이 많다. 아니, 무엇보다도 시끄럽다. 미묘한 소음 정도가 아니라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것 같아서...
"어이, 소년. 게임을 하지 말고 나와 검으로 승부를 하는 게..."
"거기 psp 있으니까 대전 접속 하시던지..."
"내 말은 게임이 아니라 진짜 검을 맞대고...."
단지 사람 한 명이 들어왔을 뿐인데 시끌 시끌 해졌다. 이게 바로 서유리 효과라는 건가. 과연. 어째서 E반까지 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지 알 것 같다. C반과는 교실 한개를 건너야 하는데 바로 옆 교실인 D반은 대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아..."
정숙을 요구하고 싶었지만 두명다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였기에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리고 게임 중독자인 세하녀석이 저렇게나마 다른 사람과 말을 한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니까. 리더로써 이 정도 고통은 감내해야겠지.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커텐을 향해 손가락을 휘둘렀다. 가끔 둘리 같다는...그런 비유를 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능력이라는 것은 이미지를 실체화시키는 것과 같다. 이미지 메이킹이 잘되는 만큼 능력의 발현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를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손짓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으으 괜히 부끄럽네...'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작전 현장에서 유리가 호이, 호이를 외치며 둘리 같다고 말했을 때 이후론 능력에 가끔씩 회의감이 든다. 차라리 유리나 세하처럼 단순한 능력이였으면...
"눈부셔"
"게임 중독자도 광합성은 해야지?"
"흥..."
비꼬아서 말하는 나의 말에 퉁명스럽게 답한 세하는 햇빛이 비치지 않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서 게임을 계속했다. 유리는 어느새 내가 앉아 있는 탁자 앞자리에 의자를 가져와 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눈치 빠르네?"
"슬비가 타주는 홍차가 제일 좋아~"
"따, 딱히 너가 좋아해서 타는건 아니거든?"
"헤헤~"
포트에 유리가 오는 시간을 계산해 올려 놓은 주전자를 염동력으로 가볍게 들어 올려 뜨거운 물을 살며시 붓는다. 일단 포트를 뜨거운 물로 살짝 데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절대로 빼먹을 수 없는 단계. 그 다음엔 포트의 물을 버리고 천으로 깨끗이 닦고.
"휴우..."
"...근데 직접 가서 하는게 편하지 않아?"
"직접 리모컨을 가져 오면 되는데 발가락으로 집으려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야"
"그렇구나아"
베시시 웃는 유리의 미소를 무시하고 다시 홍차 끓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포트에 3스푼의 찻 잎을 넣고 주전자를 조금 높은 위치에서 기울여 뜨거운 물을 붓는다. 물이 공기와 접촉을 많이 해야 찻잎이 점핑하기 때문에 높을 수록 좋다....라고 어디선가 들었다. 뚜겅을 닫고 그 위에 작은 수건을 얹어 보온까지 완벽하게.
"흐응...넌 현실 자체가 게임 같겠네. 그래서 게임을 그렇게 싫어하는 건가?"
"하아? 지금 비꼬는거야? 애시당초 내가 싫어하는건 게임이 아니라 게임 중독자거든?"
"말시키지마. 지금 랭킹 진입 중이니까"
"니가 말시켰잖아?!"
"워워, 진정해 슬비야"
재미있다는 듯이 키득 거리는 유리와 작전 수행 할 때는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집중하는 표정의 세하. 저럴 때 보면 상당히 괜찮은....
"후우...흥분하니까 별 생각이 다드네"
"너희들은 닮아서 그런가? 같은 반인 나보다 친한 것 같다니까~ 큭큭"
"아니거든~?"
세하는 대답할 가치조차 못 느낀 것인지 대꾸도 없이 게임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괜히 반박한 나만 이상한 것 같잖아.
"3분 지났어~"
"어, 응? 내가 맨날 3분 우려낸건 어떻게 안거야?"
"그야 언제나 숫자를 셋으니까?"
"애도 아니고...."
언제나와 같이 유리는 나의 말에 웃음으로 답했다. 스트레이너를 찻잔에 얹고 조심스럽게 홍차를 따라 낸다. 정확히 2잔 분량을 맞추는 나도 어지간히 숙달 됬다는 생각을 하며 찻잔이 흔들리지 않게 가져왔다.
"슬비 능력은 언제 봐도 신기해~"
"난 내 능력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너희들보다 약하고ㅡ 주위 물건의 힘을 빌려야 하니까.
"난 슬비 능력이 정~말 좋은데? 뒤에서 받쳐주는게 엄청 든든한거 있지?"
"....그러면 다행이고"
누구나 어울리는 자리가 있는 법이니까. 나는 이 능력에 걸맞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겠지.
[아아, 슬비양, 들려? 요원들은 모두 지금 즉시 강남 cgv로....]
혼자든 아니든 할 수 있는 걸 하면 되니까.
해보이겠어.
부모님을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