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문학 4편(完)) 유리 일섬

세가은 2015-06-14 3



p.s. 본편에 앞서 해당 문학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을 드리고자
주석을 남깁니다. 해당 문학은 검은양 요원들의 정식 결전기스킬에 집중한, 
정규 스토리에는 없는 해당스킬의 습득과정 및 커버스토리를 만들어보고자 작성되었습니다.
표현에 비약이나 원작과 다른부분이 있을수도 있지만 너그러히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아스타로트의 신서울 침공이후 벌써 몇달이 지나갔다.
그 사이 연이은 복구로 신서울은 겨우 겨우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었고,
차원종의 침략도 빈도수가 점차 줄어들어 이제야 정말로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 되어가고 있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평화로운 주말이었다.
그것이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다


" 검은양..! 검은양!! 전원 안에 있니??"

황급하게 검은양 사무실의 문을 열고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진정시키며 적막을 깬 것은 유정이었다.
허나 유정의 눈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컵라면을 먹고 있는 유리 외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 나.. 나머지 멤버들은..?"

" 아...! 슬비랑 세하랑 미스틸은 오늘 비번이고, 제이 아저씨는 또 어디서 이상한 병에 걸렸는지
 피를 토하다가 병원가셨어요!"

" 하아........."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푹 쉬는 유정을 보며

" 무슨일 있어요...?"

천진난만하게 묻는 유리에게 유정은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그곳엔 두번다시 망막에 새기고 싶지 않았던것이 조금씩 형체를 드러내며 붉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 데... 데미...플레인...? 어째서...?"

" 상급 요원들은 모두 플레인게이트에 포진되어 있어서 당장 출동할수 있는 멤버는 너 하나인듯 해...
무리하진 말고 일단 정황을 살ㅍ... 꺅!!"

유정이 말도 채 마치기전에 데미플레인에서 불덩이 같은것이 뿜어져 나오더니 신서울 한복판에 떨어져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어냈다.

" 다.. 다녀올게요!!"

먹던 컵라면을 집어던지고 황급히 무기를 챙겨 출동한 서유리는 그 진원지에서 놀라운것을 목격했다.







" 안드라스...? 분명 그때 처치 했었는데?"


데미플레인의 왕이 죽으면 그 왕을 시해한 새로운 후계자에게 왕의 지위와 용의힘을 양도 받는다는것은 알고 있었을것이다.
허나 검은양멤버들은 왕위 계승을 거절했고, 갈곳 없이 떠돌던 그 힘은 아스타로트의 오른팔이던 안드라스에게 계승되어
이렇게 또다른 재앙을 몰고 온 것이다.

안드라스 정도라면 한번 처치 해 본 경험도 있고, 수월하게 토벌 될거라 예상 한 것과는 달리
전투가 개시한지 1시간이 넘어갔지만 쉽사리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되려 스테미너가 줄어들면서 서유리 쪽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호출을 받고 달려온 다른 검은양 요원들은 유니온의 모니터 실에서
숨을 죽이며 출동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 상황에서 가장 당황한 것은 서유리 본인이었다.

분명 자신이 안드라스를 쓰러뜨리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전투력도, 장비도, 보유한 기술들도 첫 안드라스 토벌떄보다 월등히 뛰어났고,
자신의 경험치 또한 그때와는 비교가 안되기 때문이다.

허나 자신은 고전하고 있다.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는 중압감 때문인가? 아니면 아직도 장비가 부족한가? 내가 너무 무력한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가까스로 버티고 있던 서유리는 정신이 팔린사이 안드라스에게 걷어 차여 저 멀리 날아갔고,

몸을 추켜 세운 후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안드라스를 보며 정답을 알아챘다.


- 공포


안드라스와의 첫 대면때도 충분히 공포스러웠지만 그때는 혼자가 아니기에 어찌어찌 버텨낼수 있었다.

허나 이번에는 혼자다.
전력적인 측면으로는 그때의 5명에게 지금의 서유리가 밀리지는 않지만 이것과 그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다시 신서울을 침공해 온 안드라스의 눈에는 의지가 불타고 있었고,
그 기운에 압도 당해 얼어붙은 다리는 아직도 삐걱이고 있었다.

검도, 총도, 서유리를 서포트 해주는 온갖 장비들도 근본적인 공포심에 대한 버팀목이 되어주진 못했다.

스테미너가 온전 할때야 스펙 차이로 대등 이상의 싸움을 할수 있었지만 체력이 떨어져갈수록 공포심은 서서히
자신의 목을 옭아매어가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안드라스의 육중한 공격은 서유리의 신체 각 부위를 파괴해 나갔고, 공격이 다리에, 옆구리에 적중할 때마다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죽음의 공포가 엄습해 왔다.


".... 끝났구나... 못이기겠어...!"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체념한듯 무기를 내려놓고 씁쓸히 웃는 서유리에게 유정의 무전이 빗발쳤고, 시끄럽다는듯
귀에 끼고 있던 인터폰 마저 내 던져버린 서유리는 다가오는 안드라스를 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 이 나이에 4급 공무원까지 달아보고... 이만큼 했으면 됐잖아... 헤헷..!"

혼잣말을 하며 방긋 웃는 서유리의 얼굴엔 눈물과 왜곡된 미소가 교차했고 안드라스는 괴성을 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허나 피할 생각은 커녕 유리는 검을 무릎에 올린채 좌선 하고 있었다.

유니온 본사에선 다른 검은양 멤버들이 앞다퉈 뛰쳐나갔고, 제이는 명령 불복종으로 후에 징계가 내려질수 있다고
능글거리는 데이비드 리의 얼굴을 후려 친후 멱살잡이를 하고 있었다.


모든것을 체념하고 본 신서울의 풍경은 참으로 가관 이었다.
어제 까지만해도 복구작업의 결과로 밤거리를 수놓던 네온사인과 웅성이던 사람소리는 불바다가 되었고
비명과 울음소리만이 떠돌고 있었다.

몇달 전 신서울을 지키기 위해 출동했던 지옥과도 같았던 데미플레인이 자신의 눈 앞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이 암흑천지가 된 신서울을 비추는 유일한 빛이라곤 신 데미플레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 뿐이었다.




미웠다


마음이 좋아 남을 잘 미워하지 않는 성격의 유리였지만
저 대지가, 붉은 빛이, 자신의 눈앞의 안드라스가 너무도 미워서 견딜수가 없었다.
번번히 자신의 소중한 장소를 짓밟는 저 대지 자체를 용납할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유리는 무언가가 떠오른듯 엷은 미소를 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깊게 숨을 고르더니 무전기에 대고 말 하기 시작했다.

" 유정언니! 시험해보고 싶은게 있는데요... 만약 잘못되서 내가 죽게되면 화장은 하지 말아주세요
여기 있다보니 불은 이제 지긋지긋 하네요!"

김유정이 인터폰에 대고 소리를 지르며 유리를 호출했지만 듣지도 않고 인터폰을 밟아 부순 서유리는
오로지 검에 남은 위상력과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시간이 멈춘듯 고요해지고 아무런 기척도 없는 이른바 무아의 상태가 펼쳐졌다.


' 더 깊이... 더 고요하게.... 더 날카롭게..... 더 첨예하게...!'


서유리의 몸에 붉은 아우라가 뿜어져 나올때 쯤 모니터에선 놀라운 광경이 비춰지고 있었다.
유리의 몸을 중심으로 양옆에 한명씩, 또 한명씩 총 4개의 그림자가 분신처럼 발도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유리의 의지에 화답이라도 하듯 아우라는 점점 더 웅장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안드라스가 전신에서 화염을 뿜어내며 방어 하려고 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의 앞에 있던 서유리가 사라진 것을 알아챘다


- 또각.. 또각.. 또각....


자신의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당황한 안드라스는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서유리는 자신을 남겨둔채 뒤돌아 걸어나가고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이해 할수 없는 일이 일어나자 자제력을 잃은 안드라스가 서유리를 향해 공격을 날리려고 한 그 순간


- 키이잉......


기이한 노이즈 소리와 함께 자신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이어






- 탁!











 







납도 소리와 동시에 분신들이 벚꽃처럼 흩어지며 뿜어내는 붉은 검기가 안드라스의 몸을 덮쳤다.


그 빛 때문에 일시적으로 마비 되었다가 회복된 유니온의 모니터에는

두동강이 난 채로 신서울을 피바다로 만들고 있는 안드라스가 비추어 졌고,

몇발자국 떼지도 못하고 쓰러져 있는 서유리에게 막 도착해 부축하고 있는 다른 멤버들이 들어왔다.






그 일 이후 겨우겨우 사건이 마무리 되어 가고, 제이의 멱살잡이 덕에 전원 징계없이 일이 수월하게 해결될 무렵

 

병원신세를 지게 되어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 유리에게 유정이 엄마 처럼 붙어서 말동무를 해주었고,

상처가 다 여물어갈때쯤 나지막히 물어보았다.


" 안드라스를 두 동강낸 그 기술... 언제 배운거야..?"


" 아~ 그거요? 딱히 배우거나 한건 아니었고...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때는 단지 데미플레인에서 뿜어내는

붉은색 빛 그 자체가 미워서 견딜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확 베어버리고 싶다란 느낌이 들어서 온 힘을 모아 일격을 날려본거 였는데 잘 되서 다행이죠 뭐 헤헷~!"


이 말을 들은 유정은 유리 답다며 한바탕 웃었고, 유정의 아이디어로 후에 그 붉은 섬광은 이렇게 불리게 되었다.





유리 일섬( 一閃)

 

2024-10-24 22:28:4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