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는 산다 - 1

HighIQuality 2015-06-13 0

아...

언제쯤이면 집에 들어갈까.

...

눈을 떴다.

벌써 해가 중천에 뜬 듯 하다.

오늘도 아침 운동은 못하는구나.

오늘 5월 26일. 지나지 않을 것만 같던 한 달이 이제 곧 지나갈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봄도 끝나는구나.

언제나 그렇듯 오늘 하루도 내 품의 게임기를 들고,

"좋은 아침이야, 애들아!"

하면서 일어나는데,

음? 아무도 없다.

"애들아?"

방을 둘러보았다. 내가 일어날 때쯤이면 늘 일을 하고 있는 이슬비나, 가끔 자고 있는 나를 덮치면서 다오항스럽게 하는 서유리나, 한가하기만 하면 떡볶이를 사달라는 테인이나, 언제나 나에게 약을...

"세하야! 이젠 슬슬 일어나라!"

아, 역시 이런 곳에는 나만 남겨둘 수가 없지.

"빨리 나와라! 약 식는다!"

"식으라고 해요!"

그러면서 방문을 여니, 제이 아저씨가 책상에 앉아 방금 딸린 듯한 보약을 마시고 있었다.

"아저씨, 좋은 아침이예요!"

"응, 그.. 아저씨 아니라니까!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거야?"

"제이 아저씨, 오늘은 무슨 약이예요?"

"끙, 이제는 내 말도 씹냐?"

아저씨가 아니라고 매번 부정은 하는 제이 아저씨이지만, 우리에게는 언제나 아저씨로 불리고 다닌다.

"아저씨, 그러면 김유정 누나한테 고백하세요. 그럼 아저씨라고 안 부를게요."

"자, 오늘은 녹용이다."

말 돌리는거 봐라.

"두 배로 농축시킨 거니까 군말 말고 먹어라."

"아저씨 약은 안 먹어요."

"어허, 이녀석. 지금까지 내 약이 없었으면 니가 클로저로써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그리고 이거 내 특제 약 아니다."

"네? 그럼 누가..."

"김유정이 너 아침에 자는 거 보고 너한테는 오후에 더 힘든 임무를 주겠다면서 나한테는 이거 너한테 주라고 하던데."

오, 정말요?

"아저씨, 그런데 아침은 없나요?"

"아침? 이미 다 먹고 없지. 너한테 라면을 줄 수는 없고"

"네? 왜 저한테 못 줘요?"

"아 그야 물론 니 건강을 생각해서지."

"아저씨! 컵라면은 게이머의 필수품인데..!"

"어허, 내가 언제 컵라면이 있다고 했냐."

"아저씨 그러면 라면은요?"

"안 준다니까!"

"에이, 라면 주면 아저씨라 안 부르려 했는데."

"그 말이 한두번이면 내가 믿는다."

"알았어요. 그럼 저 혼자만 먹으러 갈게요."

또 내 월급을 써야 한다니, 이게 얼마나 낭비인가.

"아, 형! 그럼 나머지 애들은 어디 갔어요?"

"글쎄다, 일하러 갔을텐데. 작전 구역이 어딘지는 말 안했다만."



나, 이세하는 위상력을 가진 18살 청소년. 검은양 팀 소속의 요원이다. 비록 매우 뛰어난 업적을 남긴 우리 어머니, 알파퀸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고된 일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지금 맡은 일에 큰 불만은 없다. 불만을 굳이 만들어내라면 게임을 하다가 중도에 끊기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 정도?

검은양은 나, 이세하와 서유리, 이슬비, 미스틸테인, 제이 아저씨 그리고 우리에게 임무를 주는 김유정 누나, 이렇게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아직은 구성된지 여섯 달밖에 안 된 팀이지만, 개인적으로든 어머니를 통해서든 모두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사이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이 잘 지낸다.

내가 소영 누나의 포장마차에서 김밥을 먹고 나오는데, 그 교차로에서 김유정 누나, 서유리와 이슬비를 만났다.

"어! 세하다!"

가장 활발한 서유리가 가장 먼저 내 앞에 다가온다. 아니, 달려온다.

한순간에 나의 무게중심은 뒤쪽으로 넘어갔다. 하마타면 위험할 뻔했다.

유리가 이럴 것이라고는 충분히 예상은 했지만.

"야! 안 그래도 더운데!"

"헤헤."

그런데 유리가 나에게 달라붙으니까 맛있는 냄새가 난다?

"유리 너 뭐 먹었지?"

"응?"

"뭐 먹었냐고?"

"아니, 뭐 안 먹었어."

이슬비가 우리 말에 끼어들었다.

"뭐, 이슬비. 뭐 찔리는거 있나봐?"

"으에? 아.. 아무것도 안 먹었다고!"

"유리야, 뭐 먹었어?"

"우리? 어... 그러게. 뭐 먹었더라? 김유정 언니, 우리 뭐 먹었어요?"

"유리야, 내가 그렇게 세하한테 말하지 말라 하지 않았었니..."

김유정 누나가 한숨을 푹 쉬면서 말을 했다.

그제서야 기억났는지 서유리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웃기 시작했다.

"그래서, 김유정 누나, 뭐 먹었어요?"

"애들 임무 끝나서 자장면 같이 먹고 왔다."

"깨웠으면 같이 갔을텐데. 왜 안 깨우셨어요?"

"네가 오후에 가야 하는 곳이 있거든. 어쩌면 늦게까지 있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그냥 안 깨웠어."

"어딘데요?"

"신강고. 며칠 전부터 이상한 징후가 보이기는 했는데, 어제 식물형 차원종의 꽃가루가 미량 발견됬대."

지금까지 우리학교처럼 클로저와 차원종이 많았던 학교는 없을 것이다. 3월에 우리학교에서 차원종이 나타난 이후로 계속 강남 밖에 있는 학교 별관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클로저인 나와 서유리, 이슬비는 수업에 계속 빠지고 있고, 우정미는 직업을 갖게 된 이후로 학교에 자주 나오는 편은 아니다. 이 모두가 차원종이 강남에 갑작스럽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강고에 가는 것은 오랜만이다.

"그럼, 빨리 가봐야 하는거 아닌가요?"

"아니, 아직은 그 근원이 어딘지 조차 발견하지 못했으니까 천천히 이동해도 되. 그나저나 너 밥 먹었니?"

"네, 방금 먹었는데요."

"아, 그럼 안 사줘도 되는거네."

아니 잠시만.

"..네?"

"한 시 쯤에 부를게! 그 때까지 잘 쉬고 있어!"

"누, 누나! 그럼 제 점심은?"

"점심은 무슨, 지금이 12시야."

"그러면 거기 갔다와서 자장면 사주는거로?"

"아니. 안 사줄건데."

잠시동안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세하야."

아까까지 배꼽이 빠질 듯 웃고 있던 유리가 진정하고 나를 보았다.

"우리는 내일 가."

그러고는 아까 마저 웃지 못한 것을 방출하듯 다시 웃었다.

"웃지 마. 기분 나빠."

그 말을 하자 옆에 있는 이슬비도 웃었다. 뭐 나만 모르는게 있다는 듯이.

"야! 기분 나쁘다고!"

"ㅋㅋㅋ 야 세하가 화낸다! ㅋㅋㅋ"

"그럼, 내일 봐! 야 빨리 가자."

"그게 좋겠다 ㅋㅋㅋ"

어휴. 뭐, 그러면 한 시까지 여기서 놀고 있으면 되는건가?

"형."

깜짝이야.

뒤를 보니 테인이가 있다.

"배고파."

내 돈줄을 말리려고 아주 작정을 했구나.

"형 돈 없다."

"동생이 배고프다는데 안 사줄거야?"

"돈 없대니까."

"힝, 제이 오빠한테 가서 이를거야!"

"알았어, 알았어, 사줄게. 자, 뭐 먹을래?"

"아까 저 누나들은 김유정 누나가 한 턱 쏴서 뷔페 갔다 왔다는데. 엄청 맛있게 먹고 온 표정이었어."

이 때 나는 이 아줌마가 얼마나 말을 잘 돌리는지 알게 되었다.

"하하하... 그래? 그럼 테인이는 떡볶이나 먹자."

"턱포키는 맛있는데 매워."

"으휴, 그걸 아직도 맵다고 하니?"

"그래도 매운걸."

"알았어. 안 맵게 해달라고 할게."

"싫어. 테인이 매운거 먹을거야!"

그럼 매운거 싫다고를 하지 말던가.

"그래 그래, 그럼 소영 누나네 가서 먹고 오자!"

소영 누나한테 부탁하면 공짜로 줄 수도 있겠지?

"소영 누나!"

"어, 세하야! 더 먹으러 왔어?"

"아뇨, 이 테인이가 먹..."

"어! 테인아! 안뇽!"

"안녕핫세요!"

지금 나 무시당한건가?

"자, 우리 테인이 뭐 먹을래?"

"턱포키요!"

"에이, 턱포키가 아니라 떡.볶.이."

"턱. 폭. 키."

"에구... 자, 너는 공짜야!"

"누나, 그럼 저도..?"

"넌 안 귀엽잖아! 얜 귀엽고."

"어떻게 귀여운거 하나로 돈을 받고 안 받고를 할 수가 있어요?"

"그야 내 맘이지."

"칫, 알았어요."

"그런데, 세하야, 이왕 왔으니까 너도 또 뭐 먹고 가!"

"테인이 먹는것만 봐도 아~주 배부릅니다! 테인아, 잘 먹고 돌아가!"

"응, 형!"



한 시가 될 때까지 게임을 하는데 갑자기 배가 고프다. 아까 누나가 먹을 걸 준다 할 때 먹을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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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도 조만간 올라옵니다! 기대해주세요!
2024-10-24 22:28:4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