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가 된 제이의 이야기 - 1
계란튀김정식후루룹 2015-06-10 1
※프롤로그가 있습니다.
제이가 된 제이의 이야기 - 제1장 / 팀원이 트롤이라 암이 걸릴 것 같다.
내 몸에 남아있는 습관을 믿고 집 밖으로 나온 나는 산뜻하게 웃었다. 습관이고 나발이고 여기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다. 한숨을 내쉬며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데 갑자기 내 앞으로 한대의 검은색 봉고차가 멈춰 섰다. 이게 뭔가 싶어서 쳐다보는데 봉고차의 문이 열리며 미스틸의 모습이 보였다.
"우웅? 아저씨 일찍 나오셨네요? 미스틸은 늦잠 자느라 유리 누나가 깨워줬는데."
"… 원래 어른은 늦잠같은거 안자. 그리고 아저씨가 아니라 형 이다."
"됐으니까, 빨리 타기나 하세요!"
유정씨의 재촉에 나는 아쉽지만 미스틸과의 대화를 끝내고 봉고차에 타 남아있는 뒷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이 어려운 준비를 해주시면서 튜토리얼 까지 준비해주신 데에 감사를 표하며… 그냥 또 감사합니다.'
거울을 봤을때도 느꼈던 거지만, 진짜 게임 케릭터를 직접 본다는건 정말 큰 감동을 나에게 주고 있었다. 위풍빵빵한 기세를 가진 유리 라든가, 매력 넘치는 사회의 여자 유정씨, 인형을 보는듯한 귀여움의 슬비 대장!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우웅… 유정 누나아~ 아직 멀었어요?"
"이제 금방 도착하니까 조금만 참으렴."
오 GOD. 저게 진짜 남캐란 말인가? 게임속의 어색한 느낌이 있는 그래픽과는 천지차이다. 진짜 농담이 아니라… 남자인걸 알고있어서 더욱 더 매력이 느껴진다. 아, 안되! 이대로 범죄자가 될순 없어!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나는 신이 준비해준 튜토리얼에서 최대한 많은걸 알아가기 위해 슬쩍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어디로 가는 거였지? 잠에서 깬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비몽사몽하네."
"아저씨! 임무를 까먹으면 어떻게 해요!"
"미안 미안."
유리야. 구박하는것도 좋은데 어찌됬든 정보좀 알려주렴. 나는 아는게 하나도 없어서 튜토리얼에서 최대한 정보를 뽑아야 하는 입장이란다. 유리의 옆에 있던 유정씨가 한숨을 내쉬며 나에게 말해줬다.
"그래요. 뭐 한번 쯤 임무를 다시 한번 정리할 필요는 있었으니까. 기왕 이렇게 된거 지금 하죠 뭐."
나이스 유정씨. 정말 내 가려운곳을 시원하게 긁어주시는 구나! 좋아. 진짜 경청이라는 걸 보여주지!… 근데 앞에서 눈에 불을 붙여 놓은것처럼 불타오르는 우리 대장은 못이기겠다. 그냥 두번째로 경청 해야지.
"어제도 설명 드렸지만. 저희가 가고 있는곳은 영등포의 시간의 광장 이에요. 최근 검은양 팀이 강남에 배치된 이후로 갑작스럽게 출현하기 시작한 차원종들에 대한 조사를 하기 위해, 3년 전에 위상력 억제기가 정상 가동되고 있었음에도, 차원종이 출연한 시간의 광장을 조사하러 가는 거죠. 오늘부터 3일 동안은 훈련 시간을 채울 겸 해서 시간의 광장의 외곽 부분을 조사할꺼에요. 중심부인 파괴된 소핑몰로 들어가면 강한 차원종이 나올 위험도 있으니까요."
"에이! 언니. 아무리 강한 차원종이라도 저희가 파바박! 하면 다 이길수 있어요!"
…뭐시라? 시간의 광장? 시간의 광장 이라는 소리를 들은 이후 나머지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렸다. 아니 신 이시여 이게 무슨 개떡같은 소리 입니까? 시간의 광장 이라니? 시간의 광장 이라니?! 최소한 신강고 정도에서는 시작 해주셔야 되는거 아닙니까?!
아니 그러면, 만랩을 바라보던 나는 이제부터 삽질이나 해가며 고양이랑 호랑이를 섞어놓은듯한 잡종 고양이인 말렉이랑 투닥대고, 갈비국 덕수의 시공간 오그라트리기에 맞서며, 관심 못받았다고 찌질대는 고치 달린 쇳덩이랑 놀아주고, 갓기태 형님의 개김을 묵묵히 참아야 한다는건가.
뱀왕 자슥은 또 어찌 해야 한다냐. 진짜 앞날이 막막하다… 아니, 근데 나 분명 스킬이 정식 요원꺼 까지 뚫려 있었는데?? 혹시 몰라 다시 스킬창을 열어 살펴보니, 역시나 가장 아래 쪽에는 제이의 정식 요원 결전거인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 있었다. 그대로 스킬창을 닫으려는데 문득 아까는 눈치채지 못했던 사실을 발견했다.
'이거 왜 스킬 레벨이 없지? 스킬 포인트도 없잖아??'
스킬창에 있는 스킬들은 마치 스킬 목록들을 보는 듯, 스킬 레벨도 안적혀 있고, 스킬 큐브 끼우는 칸도 특별히 보이지 않았고, 스킬 포인트가 없었다. 아니 그냥 게임에서 스킬 포인트가 있었던 칸 자체가 텅텅 비어있었다. 대체 이게 뭐지? 아니 스킬 레벨이 없는거야 뭐. 현실 보정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조금 편해진다.
애초에 현실에서 스킬을 쓴다는게 말이 안되긴 하지만, 만약 현실에서 쓴다면 숙련 개념은 있을지 몰라도 레벨 개념은 없을테니 말이다. 근데 그건 둘째치고 지금은 아직 큐브는 커녕 수습 요원도 안된 훈련생 시절인데. 난 왜 두통 지압법 같은 고급 스킬을 쓸수 있는걸까.
"다왔다!"
내가 고민하는 동안 봉고차는 시간의 광장에 도착했고, 나도 잠시 생각을 멈추고는 봉고차에서 내려 잠시 머리를 식혔다. 그래 일단은 차원종을 때려잡으면서 기분을 풀어야겠다. 그런데 유정씨가 아무래도 못 미덥다는듯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을테니까. 위험한 상황이 오면 주저없이 피해야 한다. 알겠지?"
"에이. 걱정하지 마세요 언니! 안따라오셔도 되는걸 따라오셔서 까지 걱정할 정도는 아니에요!"
아 맞아. 원래 유정씨는 맨날 본거지에서 모니터링만 하는 위치의 NPC였지? 뭐 현실 보정을 받다보니 가끔 이렇게 현장까지 따라오기도 하나보네? 유정씨는 영 믿음이 안가는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애들을 잘 부탁 드릴게요 제이씨."
"그럼. 나만 믿으라고… 아 잠깐. 약 좀 먹고."
유정씨의 눈에서 신뢰도가 마구 깎이는게 보였지만 까놓고 말해서 그보다는 아파 죽겠는 내 몸이 더 소중했다. 잠시 후 유정씨가 탄 봉고차가 떠났고, 검은양 팀의 작전이 시작되었다.
"작전 개시, 적을 섬멸 합니다."
"어디. 한 번 해볼까?"
"아 귀찮아. 빨리 끝내고 겜방이나 가야지."
"뒤쳐지지 않게. 잘 따라오세요."
세상에. 저 시작 대사. 진짜로 다 말해야 되는구나. 쪼, 쪽 팔리지만. 나도 일단 해야겠지?
"얘들아. 무리하지 마라. 건강이 제일이다."
"아이 참! 아저씨! 꼭 그렇게 기운 없어지는 말을 해야겠어요?"
나한테 뭘 원하는거지. 지들은 시작 대사 해놓고 나보곤 하지 말라니. 후. 그래 내가 참아야지. 난 어른이니까. 하지만…
"유리야. 난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야."
이것만큼은 용납할수가 없다. 비록 내가 몸은 아저씨지만 정신은 19살 이란 말이다!! …물론 유리는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들었다. 어쨋든 우리는 그렇게 훈련 겸 조사로 시간의 광장에 들어가게 됬다. 하 진짜. 한번 깬 스토리를 다시 꺠야하다니. 앞날이 막막하다. 그런데…
"폭령검!"
얘들아.
"유리 스타!"
결전기는.
"버스 폭격!"
단일 타겟팅 스킬이 아니란다.
"궁니르!"
그리고 쪽 팔리니까 제발. 스킬 이름 좀 말하지 말아라. 아니 이것들은 부끄럽지도 않은지. 아주 당당하게 결전기 이름을 외치며 싸우는구나. 아 뭐, 그래 그건 그렇다 치자. 근데 왜 결전기를 단일 타겟팅으로 쓰니? 응? 하다 못 해 HP바가 뜨는 중간 보스 정도 되는 애한태 쓰거나, 좀 몰아 놓은다음에 몰살 시키거나 그렇게 써야지. 진짜 환장한다.
그보다 쟤네는 또 어떻게 결전기를 배운거야? 분명 내 기억으로는 시간의 광장 까지는 결전기를 못 배웠을탠데? 쟤네도 스킬이 정식 요원꺼 까지 뚫려 있는건가?? 하지만 훈련생 이상의 스킬은 안쓰는걸 보면. 그냥 결전기 까지만 다 뚫린건가?? 내가 잠시 고민을 하는데 맙소사. 결전기가 쿨타임이라 그런건지, [현실 보정으로 쿨타임이 없을수도 있어서 잘 모르겠다]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건지는 모르겠는대. 얘네 스킬… 진짜 못 쓴다.
유저였을때 나는. 하늘에서 떨어질줄을 모를 정도로 잘하는 유저는 아니었다. 그냥 스킬 대충 떄려밖다가 괜찮은거 나오면 콤보로 쓰는 일종의 라이트 유저 였는데… 그런 내가 봐도 쟤네 너무 스킬을 못 썼다. 저 봐라 저. 미스틸이 지금 창 던져서 버프 존 만들어놓고 랜스 차징으로 애들을 다 밀어버리고 있다.
아니 유리랑 세하는 그렇다 쳐도, 슬비랑 미스틸은 무슨 교육원 최상위권 이라매? 아니 거기선 싸우는법도 안알려주나??
"아저씨! 혼자서만 안 싸우고 뭐해요?!"
응. 너희를 보면서 암이 유발되는 중 이란다. 저것들을 내가 가르쳐야 하는건가? 하아. 미치겠네.
이제 고생 좀 할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