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가 된 제이의 이야기 - Prologue
계란튀김정식후루룹 2015-06-08 2
제이가 된 제이의 이야기 - 서장 / 기왕이면 갓세하가 되고 싶었다.
Jey Barlow/제이 발로우
이건 내가 작년까지 쓰던 이름이다.
박재인
이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름이다. 미국의 LA의 부자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은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평범한 미국인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그것이 조금 변했다. 순식간에 화목한 집안이 슬픔에 휩싸였다. 하지만 내 어머니는 다정하지만, 무척이나 강한 분이셨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날에만 딱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리신 뒤, 그 이후로는 언제 슬퍼하셨냐는 듯이 쾌활하게 웃으시며 나를 챙겨주셨다. 내가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서 빠르게 회복한 대에는 어머니의 도움이 무척이나 컸다. 경제 사정도 맞벌이였기에, 조금만 절약을 하면 그렇게 위험한 수준도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내가 '아버지가 없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자란 훌륭한 청년' 이 될 줄 알았는데 어머니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어머니는,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나에게 아버지가 없는 것을 신경 쓰시고 계셨다. 그래서 사실 어머니가 재혼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설마 외국인이랑 재혼을 하실 줄 몰랐다.
특별히 새아버지가 싫진 않았다. 성격도 과묵하면서도 듬직한 게 멋있어 보였고, 경제 능력도 훌륭하신 분이었다. 다만 미국에 정착하신 게 아니라 직장의 문제로 출장을 오셨던 게 문제였다. 새아버지는 좋든 싫든 한국으로 돌아가셔야 했고, 새아버지와 어머니가 재혼하시려면 새아버지가 직장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오시든, 어머니가 직장을 포기하고 나와 함께 한국으로 가시든 해야 했던 것이다.
한국에 가는 데에 있어 큰 거부감은 없었지만, 어머니가 직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은 꺼림칙했었지만, 진심으로 새아버지를 좋아하셨던 어머니의 모습에 순순히 한국으로 향했다. 사실 지금은 돌아가신 내 외할아버지는 한국인이셨다. 아마 내가 별다른 거부감 없이 한국으로 간 것도, 어머니가 새아버지에게 호감을 느낀 것도 외할아버지의 영향이 클 거라고 생각했다.
하여튼 그렇게 나는 18세의 나이로 한국의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무사히 1년을 보냈다. 처음엔 주변에서 조금씩 꺼리는 느낌이 있었지만 어떻게 잘 적응을… 그래 사실은 시차 적응으로 해롱해롱하다가 정신 차려보니까 어떻게 적응해 있더라. 요즘은 학교의 진도나 교우 관계 같은 대에 완벽하게 적응을 하고는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렴."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부팅 하고는, 게임에 접속했다. 그리고는 게임에 열중을 하는데, 이때의 나는 놀랄 정도로 완벽한 한국인이었다.
"아오! 저 노답새X!!"
"거기서 왜 다이브를 치는데!! 으아아!!"
눈앞에 상대방이 있는 것도 아닌데 채팅을 하면서 실제로 욕을 하고 키보드를 거칠게 두들겼다. 한참을 그렇게 스트레스를 푸는 것인지 쌓는 것인지 모르는 상태로 게임에 열중한 나는. 같이 하던 친구들이 시간이 늦어져 하나, 둘 게임을 종료하자 거기에 맞춰 함께 게임을 종료했다.
"음. 벌써 시간이 이렇게…"
시계를 본 나는 시간이 많이 늦은 것을 보고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면 건전한 청소년이 아니지. 암 그렇고말고. 나는 자연스럽게 두 달 전에 새로 시작한 '클로저스'라는 게임에 접속했다. 그리고는 캐릭터 선택 창에서 1년 전에 쓰던 내 이름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캐릭터를 골랐다.
"그래. 이 형님이 나설 차례로군."
이름이 똑같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다. 사실 이 게임 먹여 살리는 게 케릭터긴 했다. 게임이 좀 많이 구려서… 이제 만랩이 멀지 않은 나는 올라가지 않는 87%의 경험치 바를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며 게임을 시작했다.
쿠르릉-
한참을 게임을 하고 있는데 집 밖에서 천둥이 치는 게 들렸다. 어릴 땐 천둥이 치는 날 게임을 하면 감전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컴퓨터를 껐지만, 이 나이엔 그런 거 없다. 그냥 천둥소리가 묻힐 정도로 스피커 소리를 키울 뿐. 천둥을 무시한 채 게임을 하는데 갑자기 컴퓨터의 화면이 멈춰버렸다.
"어? 뭐야 이거 왜 이래?"
세상에. 정말로 벼락 맞고 맛이 간 건가?! 아니 근대 그러면 좀 더 화려한 이펙트가 튀어야 하지 않나? 아니면 원래 이런 건가?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고개를 갸웃하는데 갑자기 눈앞이 흐려졌다. 어라? 왜 이러지? 눈을 비벼보아도 앞이 선명해지기는커녕 더욱더 흐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으, 머리야.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아침을 맞이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신경성 위염, 편두통, 류머티스성 관절염 등 다양한 질병들이 나를 괴롭힌다. 늘 그렇듯이 나는 자연스럽게 미리 챙겨둔 약을 먹었다. 약을 먹자 통증이 완화되는 것이 느껴졌다.
…이게 뭐야? 내가 왜 이런 게 자연스러운 거지? 난 분명 19살의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위화감을 느낀 나는 다급히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처음 보는 방의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처음 보면서도 익숙한 느낌에 꺼림칙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문득 나가는 방문의 옆에 커다란 전신 거울이 있는 것을 보고는 재빨리 그곳에 가서 날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할 말을 잃었다. 거울에는 오밀조밀한 근육들이 자리잡혀있는 건장한 남자가 있었는데 나는 이 남자가 아주 익숙했다.
"제이"
하. 인제 보니 목소리도 똑같았다. 내가 손오공의 목소리를 가지게 되다니? 분명 심각한 상황인데도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것을 보니 나도 어지간히 이상했다.
"그러니까… 게임을 하다가 벼락 맞고 게임 캐릭터가 됐다고?"
어이가 없는 추측이었지만 그것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황당한 현실에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이거 뭐 상태창! 이라고 외치면 상태창도 뜨겠네. 하하."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나는 눈앞에 둥둥 떠 있는 반투명한 색깔의 정보창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윽고 마구 외쳐댔다.
"스킬창! 인벤토리! 길드!… 아, 아니 써클! 메세지! 도움말! 단축키! …"
진짜 생각나는 건 모조리 다 외쳤다. 내가 아는 것은 다 외쳤다고 생각했을 때 즈음에 내 눈앞에 있는 반투명한 창은 딸랑 두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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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임무 클리어 시 공개]
가명 : J
체력 : 93%/100%
위상력 : 5%/10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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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라는 게 뭐가 이리 단순할까? 보통 스테이터스로 시작해서 줄줄이 나열되어 잔뜩 공간을 잡아먹는 게 정상 아닌가? 근데 이건 뭐 정말 필요한 것만 적어놓고 나머지는 다 잘랐네. 근대 체력이랑 위상력이 왜 저 모양이지? 위상력이 제이 캐릭터 설정이 있으니까 이해가 가지만 체력은 왜 저렇데? 질병 때문에 그런가?
하여간 그런 건 천천히 알아보기로 하고 나는 나머지 하나의 창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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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창
액티브/패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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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창 이구나… 뭐 제이의 스킬에 대해서는 전부 알고 있긴 했지만 일단 예의상 펼쳐보았다. 액티브에는 내가 아는 스킬들이 들어가 있었다. 긴급탈출로 시작해서 결전기,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 으로 끝이 나는 스킬창, 근데 스킬이 정식 요원 스킬 까지 뚫려있는 걸 보면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최소한으로 잡아도 G 타워 옥상이라는 소리인가?
액티브를 모두 살펴본 나는 이번엔 패시브를 눌렀다. 패시브도 액티브랑 크게 다를 건 없어서 내가 알던 스킬들이 나열돼 있었다. 딱 하나만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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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정
플레이어의 정신을 보정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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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삘이 왔다. 딱 그거다. 아마 이 스킬이 있으니 나는 차원종을 죽이는 데에 있어 거부감을 느끼지 못할 거다. 그리고 이 스킬이라면 지금이 충격적인 상황임에도 왜 인지 잘 적응하던 내 모습도 설명된다.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한 나는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뭐 기왕 된 거, 진짜 제이가 돼봐야지.'
보정 스킬의 영향인지 특별히 향수도,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도 느껴지질 않았다. 하하 이런 점은 조금 슬프네. 제이로 살기로 한 나는 한번 쯤 입어보고 싶었던 제이의 정식 요원복을 보기 위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옷장을 열었다. 하지만 옷장의 안에 있는 옷은 제이의 수습 요원복 이었다.
"…그거냐. 큐브 퀘스트 깨고 나면 준 정식 요원복은 기간제라 증발했다는, 뭐 그런 거냐?"
묘하게 그런 것만 게임처럼 구사해놨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아쉬운 대로 수습 요원복을 입었다. 이때 나는 옷장에 왜 정식 요원복이 없는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봤어야 했다. 하여간 요원복을 챙겨입은 나는 몸이 이끄는 대로 자연스럽게 요원복의 곳곳에 각종 약을 챙겨 넣고는[나도 무슨 약들인지 잘 모르겠다.] 내 몸에 남아있을 습관을 믿으며 문을 열고 집을 나왔다.
"기왕이면 이런 병들고 늙은 노병 말고 갓세하가 되고 싶었는데…"
…간단한 푸념은 덤이었다. 아, 왜? 솔직히 맞는 말이잖아? 노병은 캐릭터로 볼 때나 멋있지 직접 하면 그게 얼마나 고달픈데. 아이고 삭신이야… 약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다시 몸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이러니 그렇게 허당 아저씨 컨셉이 잡혔지. 진짜 환장하겠네.
예. 이제 콘테스트에 올리는 'Project : 이슬비 공략' 도 완결이 한 화 남았겠다. 새로 하나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좀 부담이 덜 느껴지는 일반으로요. 약간 네이버 웹툰인 더게이머 같은 느낌의 소설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