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 이슬비 공략 - 6
계란튀김정식후루룹 2015-06-07 2
때가 되었다.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석봉을 기다리던 나는 잠시 지금까지의 일을 떠올렸다. 내가 이날만 기대하며 게임에서 손을 놓은 지도 이제 3개월이 다 돼간다. 지금까지 정말 해탈을 바라보는 고승의 마음으로 게임과는 거리를 둔 채 석봉이 슬비를 공략하는데 내 모든 것을 걸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정보 부분이었는데, 엄마의 오해 덕분이랄까, 때문이랄까.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정보도 구할 수가 있었다.
"아들! 하는 건 잘 돼가니? 응?"
"네… 뭐. 그럭저럭 이요."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정보를 어디서 구할지에 대해 고민하던 내 모습을 보고 걱정이 되어서 왜 그러냐고 질문을 한 엄마에게 무심코 한 대답이 시작이었다. 그때의 난 정말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말했었다.
"아들. 왜 그래? 뭐 고민 있니?"
"아뇨. 좀 정보가 필요한 일이 있는데 어떻게 구할 방법이 없어서요."
"정보? 웬 정보?"
"여자 꼬시는데 정보가 좀 필요하거든요."
정확히는 석봉이가 꼬실 슬비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지… 그리고 그걸 우리 엄마는 내가 어떤 여자를 꼬시려 한다는 거로 오해하셨고. 그 결과 나는 어떤 의미에서는 최강의 조력자를 얻게 되었다. … 나중에 사실을 아시면 날 죽여버리려나? 하여간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오늘이 됐을 때를 위해 석봉이가 고백할만한 장소도 미리 알아봤고, 석봉이가 고백할 때 줄 꽃을 살 꽃집도 미리 한군데를 점 찍어두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면서 이젠 슬비도 어느 정도 석봉에게 호감이 생겼을 것이다. 그 증거로 이젠 넷이서 만날 때마다 석봉이와 둘이 있으려는 낌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슬비는 그저 세하가 유리와 함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석봉은 아무래도 당사자라 그런지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내가 볼 땐 확실했다. 특히, 저번에 병우와의 사건 이후로 슬비의 호감도가 크게 오른 것 같았다.
… 병우 생각을 하니 마음이 씁쓸해졌다. 병우와는 어릴 때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알파퀸을 어머니로 두고 있는 나에게 당당하게 아버지가 특경대라면서 자랑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그런 병우가 그렇게 변해버렸다는 사실은 나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후… 애써 병우에 대한 생각을 떨쳐낸 나는 지금에 집중하기로 했다.
"세하야."
"어? 왔구나."
내가 지금까지의 일을 떠올리는 동안 어느 틈엔가 석봉이가 도착해 있었다. 석봉은 이번엔 또 무슨 작전 얘기를 꺼내려는 거냐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석봉이에
드디어 때가 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석봉아, 이제 슬슬 된 것 같다."
"뭐가?"
"때가 말이야."
"때? 뭔 때?"
"고백의 때."
석봉은 내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하는듯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보았다. 왜 저럴까? 아무리 봐도 지금이 딱 적기인데 말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두근거리는 때 고백하지 않으면 모호한 친구 사이가 돼버릴 수도 있는데!
"너 진짜로 모르는구나
"… 모른다니? 뭐를?"
"전에도 말했지만 슬비는 날 연애 대상으로 보고 있질 않아."
석봉아 아무리 고백이 부담된다지만 이건 좀 아니란다. 누가 봐도 명백히 슬비는 너에게 호감이 있다고! [아닙니다] 역시 당사자라는 부담감이 석봉이를 망설이게 하는 것 같았다. 이럴 땐 친구인 내가 강하게 밀어붙여야 석봉이가 어느 정도 마음을 잡을 것 같았다. 나는 양손을 깍지 끼며 석봉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석봉아. 네가 슬비한태 고백을 한다는 게 많이 부담스러울 거라는 건 이해해. 하지만 아무리 봐도 지금 만큼 좋은 타이밍은 없을 거 같아. 너에 대한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변했고, 나름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며 애정이 쌓였을 시기야. 이제 여기서 네가 한 발자국만 더 내디디면! 뭔가가 변할 시기라고!!"
"… 그런 게 아니야. 세하 너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슬비는 정말로 나에게 이성으로서의 호감을 느끼고 있지 않아."
…아 정말 답답하다. [석봉도 똑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 봐도 지금이 제일 적기인데!! 어떻게 해서든 석봉을 설득해야 한다. 사실 요즘 게임을 너무 안 해서 슬슬 금단증상이 오고 있었다. 물론 그것보다는 시기가 적절한 게 가장 중요했지만, 어쨌든. 지금 고백을 하는 것이 나에게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인 것만은 확실했다. 어떻게 석봉이를 설득할지 고민하는데 석봉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 더 할 얘기 없으면 나는 먼저 갈게."
"잠깐만."
큰일 났다. 석봉이가 가버리려고 해서 붙잡기 위해 말은 꺼냈는데 할 말이 없었다. 석봉의 무언의 압력을 받으며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지만, 그렇다고 뭐가 달라지진 않았다. 석봉이가 그런 내 모습에 한숨을 내쉬는 것이 보였다. 으윽. 이대로 보낼 수는 없어!!
"석봉아, 어쩌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슬비는 너에게 호감이 없을 수도 있어."
"…?"
망했다. 아니 일단 석봉이가 자리에 앉았으니 성공인가? 하하하… 석봉을 붙잡기 위한 말을 아무거나 지껄인다는 게 최악의 한 수를 골랐다.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부터는 애드리브의 영역이다. 나는 길게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마구잡이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들을 아무런 필터도 거치지 않은 채 내뱉기 시작했다.
"네가 말한 대로 슬비가 너에게 호감이 있다는 게 그냥 단순히 내 착각이고, 슬비가 너에게는 그냥 친구 정도의 마음만 품고 있을지도 몰라."
"… 그래서?"
"그래도 지금이 고백할 타이밍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아."
"어째서?"
그러게. 어째서 그럴까? 나도 잘 모르겠다. 이쯤 되니까 정말 입이 멋대로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반쯤은 해탈한 마음으로 마치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바라보는 느낌으로 상황을 관전하고 있었다.
"너 대체 언제까지 슬비를 멀리서 쳐다보기만 할 건데?"
"… 그게 무슨."
"네 말대로 지금 슬비가 너에게 이성으로서의 호감을 느끼고 있진 않았더라도, 최소한 사람으로서의 호감은 느끼고 있을 거야. 이때 고백해야 해. 요즘 너희 둘의 관계가 진전되지 않는 게 보여. 이대로 가다가는 고백은커녕. 친구도, 연인도 아닌 모호한 사이가 될 뿐이야. 차라리 지금, 최소한의 호감을 느끼고 있을 지금 고백을 해야 해.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
와. 내가 한 말이 지만 괜찮은 말 같았다. 석봉은 내가 한 말에 충격을 받은 듯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저쯤 가면 거의 넘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나는 느긋한 마음으로 석봉을 기다렸다. 시간이 5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석봉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 그래 세하 네가 한 말이 맞는 거 같아. 언제까지고 이렇게 멍하니 쳐다만 볼 수는 없지."
"현명한 판단이야."
됐다!! 나는 속으로 작게 환호성을 질렀다. 후후 역시 조금만 부추기니 금세 넘어와 주었구나. 나는 그렇게 고백하기로 마음을 먹은 석봉이와 어디서 어떻게 고백을 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아니 사실은 그냥 내가 미리 정해둔 후**를 주르륵 나열하고, 미리 알아본 방법들을 알려주고 거기서 석봉이가 고르는 중이었다.
"… 장소는 여기가 좋을 것 같고. 방법은… 내가 생각할게."
"그래도 되겠어? 뭐… 네가 하는 고백이니까. 널 존중 해줄게. 그럼 이만 갈까?"
"그래."
석봉이와 의견을 나눈 뒤 나는 그날에 대한 기대로 실실 웃는 얼굴로 카페의 문을 나섰다.
"그럼 잘 가. 내일 보자."
"응. 내일 보자…"
나와 석봉이는 서로 마주 웃으며 서로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기분 탓이었을까? 왜인지 석봉이의 미소는 무척이나 슬퍼 보였다.
다음 편이 완결입니다. 원래는 더 길게 스토리를 잡았었는데 필력이 고자라 글을 못 쓰겠네요. 으어엌ㅋㅋ
아 그리고… '그레레이트솔저' 님이
"콘테스트는 하나만 올립시다. 제발."
… 라고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콘테스트는 원래 이렇게 길게 쓰면 안 되는 거였나요? 안 되는 거면 일반으로 옮기려고 해서 그런데 답변 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이전 화에서 댓글로 물어봤는데 못 보셨는지 답변이 없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