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개>Wolfdog

흑은빛 2015-06-06 0

<늑대개>Wolfdog

 

 

 

 

 

  지구 곳곳에서 차원문이 열리고 차원종이 전 세계를 습격한다. 차원종에게는 통상적인 공격수단이 통하지 않았고, 인류는 속수무책으로 도시가 유린되는 것을 지켜봐야했다.

  하지만 차원문의 개방이 나쁜 영향만을 초래하지는 않았다. 극소수의 인간들이 차원문 개방에 의해 <위상력> 이라는 초월적인 능력에 각성한 것이다.

  각국 정부들은 위상력에 각성한 이능력자들을 동원해 차원종을 제압하고, 막대한 희생 끝에 차원문을 닫는 것에 성공한다.

이후 이능력자들에게는 문을 '닫는다'는 뜻에서 '클로저(CLOSER)'라는, 차원종의 대대적인 습격에는 '차원전쟁'이라는 명칭이 각각 붙게 된다. 차원전쟁의 아픔을 딛고, 인류는 무너진 도시를 신도시로 빠르게 재건한다.

  기존 서울에 있던 이들을 제외하고는 부유하거나 권력자, 재능있는 이들 외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서울로 들어갈 수 없었다.

  클로저로 각성해서 수 많은 차원종을 없애며 UN산하조직인 유니온으로부터 돈을 받던 용병 이우혁은 안전한 신서울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었고 사람들을 이끌고 경기북부의 의정부로 향하여 새로운 신도시를 건설하기에 이른다.

  이들 뿐만 아니라 클로저 중 자신의 지역과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신서울에서 벗어난 이들이 존재했다.

  이들은 UN산하조직인 유니온과 별개인 '벌처스'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벌처스는 겉으로는 차원종과 차원종이 떨어트린 다른 차원의 물건들을 사냥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클로저들의 향상시키는 각종 무기, 약품들을 개발, 유통하고 있는 일반 기업 형태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그 속은 대한민국에서 생존한 수 많은 도시 연합체의 숨겨진 공식 단체였다.

  벌처스는 신서울 외의 신도시에 지원하여 그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목숨을 걸고 있었다.

  이들 신도시는 모두 매일같이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전쟁같은 하루를 보내며 일반인들의 죽음은 일상처럼 변해있었다.

  이렇게 14년이 흘렀다.

 

 

*

 

 

  이우혁은 신의정부를 재건설 중 자식과 아내를 잃고 곧 어머니마저 돌아가셨다. 가족을 잃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눈물을 삼키고 도시 건설에 모든 것을 받쳤다.

  그는 신의정부 지역의 시장으로 당선되며 수 많은 이들로부터 지지를 받았으며 지역과 관계없이 모든 이들을 받아들이며 경기도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권력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죽음과 피로 얼룩진 차원종과의 전장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 경기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을 지키기 위해 그는 다른 지역의 클로저스와 접촉하며 마침내 '벌처스'를 조직하게 된다.

  벌처스의 초대 회장이 된 이우혁은 신서울에 집중된 자원도 장사를 통해 어느정도 얻어내며 차원종과 싸웠으나 모든 도시를 막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피눈물을 흘리던 그는 가족처럼 모든 이들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의정부시청, 시장실 겸 벌처스 초대 회장실에서 양 손으로 머리를 쥔 채 눈물을 흘리던 그의 앞으로 처음보는 인간형태의 차원종이 나타난다.

  허리까지 닿는 은발, 죽은 것처럼 새하얀 피부, 그리고 마치 결혼을 앞둔 여인처럼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성스러운 느낌마저 드는 그녀에게서 이우혁은 지금껏 차원종을 상대하면서 감히 느끼지 못한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너는 누구냐."

 

  언제 울었냐는 것처럼 표정을 굳힌 이우혁은 양 주먹을 쥐며 일어섰다. 그의 주먹 주위로 강력한 위상력이 뚜렷하게 형상화되며 웅웅거리며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우혁은 모든 힘을 주먹에 쏟아붇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지면 새롭게 모습을 들어낸 차원종을 이길 수 있는 이들은 더 이상 신의정부에 존재하지 않았다.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제안이 있어서 왔어요."

  "제안이라고?"

  "그래요. 당신이라면 나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요."

  "이봐, 나는 너희 차원종들로부터 가족을 잃었어.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 역시 내게는 가족같은 이들이고 너희와는 이미 불구대천지원수다!"

  "만약 여기서 당신과 내가 싸우게 된다면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죽을거에요. 일단 말을 들어보는 건 어때요?"

  "...알겠다."

  "고마워요."

 

  차원종과의 이렇게 긴 대화는 처음이었던 이우혁은 말은 듣기로 했지만 긴장상태는 유지했다. 차원종이 움직이면 바로 달려들 태세였다.

 

  "신서울과 저희 차원을 연결시킬 생각이에요. 저와 손을 잡는 건 어때요?"

  "......나보고 인류의 적이 되란 건가?"

  "아뇨. 조금 움직이셨는데. 움직이는 순간 당신의 벌처스는 모든 차원종의 표적이 될거에요. 전세계에 해당하는 차원종이 이곳으로 몰려들면 이곳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기대되네요."

  "크흑!"

  "제 제안을 끝까지 들어보세요. 협박이 아니라 협력하자는 거죠. 저로써는 많은 양보를 한 것이랍니다. 이것도 저희 차원에서 가장 강력한 차원종 중 한 명인 저이기에 이끌어낸 제안, 가능한 일이죠."

  "들어보고 결정하겠다."

  "좋은 생각이에요. 신서울 지하에 우리 차원과 연결시킨다면 적어도 이곳 한국이라는 나라만큼은 오로지 신서울 지역에서만 차원종이 나오게 될거에요. 당신들로써는 가장 바라던 일 아닌가요?"

  "!"

  "놀라는군요. 그럴만하죠. 수하들의 말에 의하면 신서울만 방어가 되었으니까요."

  "어째서 이런 제안을 하는 거지? 너희들로써는 더 많은 지구를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없나?"

  "호호호. 맞아요. 그런 장점도 있죠. 하지만 이런 식의 무분별한 차원이동은 오로지 약한 차원종만이 가능하고 저와 같은 고등한 차원종들은 오랫동안 이 세계에 존재할 수 없어요. 너무 아쉬운 일이죠. 차지하는 것도 좋지만 저희는 '유희'를 즐기고 싶어요. 즐길만한 공간이 전 세계에서 각 국가의 수도만으로 한정된다면 너무 재미없잖아요."

  "......수도를 제외한 다른 곳은 건드리는 일은 없다는 건가?"

  "그래요. 어떤가요. 당신들 벌처스 입장에서는 신서울을 비롯한 다른 전세계의 수도만 피해를 입는 거죠. 이미 다른 국가의 UN을 제외한 비밀 조직은 저희와 손을 잡기로 했어요. 이제 남은 건 이곳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 뿐이죠. 정확히 말하면 당신이 회장으로 있는 벌처스 말이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선택은 빠르면 좋아요."

 

  건물이 흔들리자 이우혁은 주먹을 쥐며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곧 위상력이 흩어지며 주먹을 풀었다. 그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다. 신서울 지하에서 너희 차원과의 연결이 가능하도록 돕도록 하겠다. 우리 벌처스의 모든 것을 동원해서 돕겠다. 다만 신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피해는 더 이상 없어야만 한다."

  "현명한 선택이에요."

  "그보다 너는 이름이 뭐지?"

  "제 이름은 너무 길어요. 다만 차원종으로부터 저를 부를 때 알기 쉬운 건 있죠. 헬퀸이라고 하면 가까운 시기에 제가 당신을 찾아오겠어요."

 

  헬퀸이라 자신을 소개한 차원종은 곧 붉은 눈동자가 요사스럽게 빛났고 붉은 빛이 이우혁의 양손에 흡수되었다.

 

  "무슨 짓이냐?!"

  "내가 당신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든 것 뿐이에요. 이곳에서는 위치추적이라고 하던가요?"

  "흐음!"

  "그럼 이만 가볼게요.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헬퀸은 언제 있었냐는 것처럼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공간이 일그러진 틈이 잠시지만 보였기 때문에 원래 차원으로 돌아갔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악문 이우혁은 곧 벌처스 긴급 회의를 소집했고 수 많은 회의를 한 끝에 신서울을 재물로 다른 신도시를 살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만약 신서울이 무너지면 그곳 주민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정나면서 부담감도 없앴다.

  애초에 신서울 주민들마저 받아들이지 말자며 소리치던 이들도 많았으나 같은 국민을 팔았다는 죄책감에 곧 그들의 의견은 힘을 잃고 밀려났다.

  신서울과 차원종 차원과의 연결 프로젝트는 순식간에 비밀리에 시작되었다. 더불어 이들을 보호하고 이 계획을 막으려는 차원종 및 UN산하조직인 유니온 요원의 감시 및 척살을 위해 성별, 나이, 지역 모든 것을 뛰어넘어 가장 강력한 위상력을 보유한 클로저들로 하여금 조직을 만들었다.

  조직의 이름은 늑대개, 이들의 리더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이우혁이며 그는 신서울에서 김가면이란 이름으로 비밀리에 잠입하게 된다.  

  그렇게 늑대개의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2024-10-24 22:28:2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