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세하의 위상력 -7-

이케아라 2015-05-05 15

위상검진센터는 클로저들의 위상력과, 건강, 컨디션등을 체크하고 치료하기 위해 설치된 시설이다.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위상능력자인 탓에 클로저 전용 병원이라고까지 불리게 됐지만, 이곳에서도 수많은 일반인들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재활치료를 받으며 평범하게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일반인과 클로저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병원의 검진실에서, 세하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초음파라고 해서 아무런 느낌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이거 은근 아프네요..."


환자복 안에 가려진 붕대를 문지르며 말하는 세하를 보고 세린이 대답했다.


"위상력은 사람의 세포안에 있는 에너지와는 약간 다른 성질을 띄고있기 때문에 몸을 어느정도 예열시켜야 촬영할 수있다고 했으니까...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해..."


"괘...괜찮아요. 상처부위가 시큰거리긴 하지만 심하게 아픈건 아니었으니까요."


고개를 푹 숙이며 죄책감에 시달릴뻔했던 세린을 보고 세하가 식은땀을 흘리며 변명했다.
평소에도 자기자신을 비하하며 무능하다고 말하는 세린이니 세하가 고생하는것도 당연할 수밖에.
그렇게 둘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때, 앞에 있는 문이 열리며 다니엘이 들어왔다.


"아저씨! 벌써 결과가 나왔나요?"


"예. 위상력을 검사하는 일은 여기선 간단하거든요. 지금 바로 결과를 말씀드릴테니 잘 들어주십시오."
 
종이안에 적혀있는 영어문장과 의학용어, 위상력을 나타낸 그래프를 전부 다 읽은 다니엘이 진지한 표정을 짓자, 세하가 긴장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기다렸다.


"세하군. 키텐과 교전을 벌이던중 위상력이 사라진듯한 감각을 느끼셨죠?"


"아...네! 그래서 속수무책으로 당했죠..."


"당신이 겪은 일과 여기에 적혀있는 결과대로라면... 위상력이 사라진듯한 감각을 느낀 이유는 구현력이 부족해서 일 겁니다."


"구현력...부족이요?"


보통 클로저들의 능력은 그들의 몸안에 내재되어있는 잠재력과 그 힘을 사용할수있는 구현력. 이 2가지의 항목으로 평가된다.
세하는 알파퀸 서지수의 아들이란 이유때문인지 A+등급의 잠재력을 소유하게 됐지만, 그에비해 구현력은 B등급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차원종을 상대하기엔 부족함이 없어서 아무런 문제없이 클로저활동을 계속했건만 이제와서 구현력의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는 사실에 세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갑자기 세하의 위상구현력이 문제가 된거죠? 그동안 별 문제없이 싸워왔을텐데...!"


세하대신 세린이 강하게 반발하며 질문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다니엘이 자신이 들은 얘기를 말했다.


"박사들은 세하군의 위상잠재력이 예전보다 더 높아진 탓에 지금의 구현력으로는 전투에 장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위상잠재력이 높아졌다고 하는 다니엘의 말에 세하는 머리속으로 은발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차원종남매를 떠올렸다.
아스타로트의 능력. 용의 위광을 뚫기위해 S급 차원종인 애쉬와 더스트에게 제 1위상력을 부여받은 검은양팀은 우여곡절끝에 데미플레인을 소멸시키는데에 성공했으나, 차원종과 인간은 물과 기름 이상으로 어울리지 못하는 존재다.

차원종의 위상력때문에 죽을뻔했던 검은양팀은 애쉬와 더스트의 변덕으로 제 1위상력을 돌려주는데에 성공했지만 그 일을 계기로 자신의 위상잠재력이 더 높아졌다는 말을 들으니 뭔가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구현력을 올리기 위해 다시 훈련을 해야하는 건가요?"


세하는 어린시절 자신이 경험해온 훈련을 떠올렸다.
어머니의 명성에 금이 가지 않게 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으로 훈련에 임했고, 그 결과 노력에 걸맞는 보상을 얻어냈다.
하지만 주위의 어른들은 모두 똑같이 '알파퀸의 아들이니까 이정도는 당연하지.'라는 말을 하며 세하의 노력을 무시했었다.
어렸을때의 괴로운 경험을 떠올리고 있는 세하를 보고 다니엘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아닙니다.여기에 측량된 잠재력은 당신이 A+급의 구현력을 지녔다해도 위상력을 사용하는건 불가능했을겁니다."


""...!""


세하와 세린이 동시에 숨을 삼키며 경악했다.
사실상 최고위 랭크라고 할 수있는 A+급의 구현력으로도 세하의 위상력을 다룰수 없다는 말이었으니까.


"대체 제 위상력에 무슨일이 일어났길래 사용할 수 없다는거죠?"


격양된 어조로 소리치는 세하를 보고 다니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그건 말씀 드릴수 없습니다. 모르는 편이 더 나을거에요."


"그런...!"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은 다니엘에게 항의를 계속하려던 세하는, 그의 눈빛을 보고 포기한듯 한숨을 쉬었다.
다니엘의 눈동자엔 자신을 향한 진한 걱정과 불안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일단 세하군은 제대로된 치료방법이 나올때까지 기다려주십시오. 본부의 연구원들이라면 가까운 시일내에 해결책을 찾을 수있을지도 모릅니다."


"...예"


어깨에 손을 올리며 타이르듯 말한 다니엘을 보고 세하가 입술을 꾹 깨물며 대답했다.
힘이 빠진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돌아가는 세하와 그런 세하를 부축해주는 세린의 뒷모습을 보고 다니엘은 굳은 표정으로 검진실에 있는 박사들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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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의 상층에 위치해있는 S급 클로저 제임스 로빈의 사무실에 무거운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유니온본부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공로의 치하라는 표면적인 명분을 내세워 검은양팀을 미국으로 소환했고, 자신이 그들을 부른 진정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자네들도 알다시피 지금 미국엔 유니온에 적대하는 테러조직이 기승을 부리고 있네. 곳곳에 설치된 위상력 억제기를 파괴하는건 물론, 유니온에서 훔쳐낸 칼바크의 가방으로 차원종을 소환하기 까지 하고있어. 이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야."


턱을 괴며 심감한 표정으로 말하는 제임스를 보고 제이가 질문을 던졌다.


"그럼 우리한테 부탁할 일이라는건 테러조직을 체포하는 일이란건가?"


"물론 그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내가 자네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은 그게 아니야. 테러조직은 우리 본부쪽의 사람들이 처리하도록 할테니까 안심하게."


손을 저으며 타이르듯 말하는 제임스를 보고 검은양팀이 일제히 한숨을 쉬었다.
차원종을 상대하는건 익숙해졌지만, 같은 인간을 적으로 두는건 피하고 싶은 일이었으니까.


"그럼... 제임스씨가 저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라는건 대체 뭐죠?"


유리가 다 마신 커피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해오자, 제임스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간단하네. 테러조직에 의해 미국에 소환된 차원종을 섬멸하는걸 도와달라는 거지. 미국엔 유능한 클로저가 부족하거든. 그러니 강남의 영웅인 자네들이 초라한 미국의 전력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걸세."


"...저희가 강남에서 차원종의 잔당을 처리하고 있었다는걸 알고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건가요?"


"난 그렇게까지 뻔뻔한 인물이 아니야. 자네들의 원래 임무를 대신해줄 클로저들도 이미 강남으로 출병시켰고, 이 일은 명령이 아닌 부탁일세. 싫으면 거절해도 좋아."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이며 편하게 말하는 제임스를 보고 제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자신이 어렸을때 유니온 상층부의 인간이(특히 한국인) 주로 사용하던 '은근한 압박'이 작용한 것이다.
겉으로는 선택권을 부여하는척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아래의 인간들을 부려먹는 윗사람의 수법에 제이가 짜증난 표정으로 말하려했다.


"미안하지만 우린 그런 일...."


"알겠습니다. 그 부탁을 받아들이죠. 일단 저희는 이세하의 문병을 갈 예정이니 검진센터가 어디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슬비를 보고 제이가 입을 떡 벌렸다.
자신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부탁을 수락한 슬비를 보고 어지간히도 놀랐나보다.


"하하! 고맙네. 이세하 군이 입원해있는 곳이라면 내가 안내역을 붙혀줄테니 그를 따라가게나."


호탕하게 웃으며 감사를 표하는 제임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위에 있는 전화기로 수행원을 불렀고, 검은양팀은 사무실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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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었군요...."


위상검진센터 중간쯤에 위치한 세하의 병실에서 오세린의 얼떨떨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지금 이 방엔 검은양팀의 클로저 5명과 그들의 관리요원 김유정. 세하의 여행안내원인 오세린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제임스가 보낸 안내원의 도움으로 병실을 찾아낸 검은양팀은 세하의 병문안을 가는데에 성공했고, 자신들이 미국으로 오게된 경위와 제임스의 사무실에서 일어난 대화를 전부 털어놓은 참이었다.


"왜 미국의 클로저가 저희들한테 방위임무를 맡긴거죠?"


세하가 '이래서 높으신 것들이란...' 이란 말을 체현한듯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자신들은 강남에 남아있는 차원종잔당을 처리하는 중이었는데, 조국을 지키는 임무를 빼버리고 멋대로 미국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았으니 짜증이 날 수밖에.

세하의 심정을 잘 알고있는 김유정이 그 질문을 대답했다.


"미국은 억제기의 성능을 과신한 탓에 국토대비 클로저보유수가 상당히 적은 나라야. 그러니까 외국에 파견나가 있는 클로저들을 소환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클로저들을 불러 이 사태를 수습하려는 것이겠지. 물론 이것도 표면적인 명분일뿐. 진짜 이유는 좀더 복잡한거겠지만..."


"복잡하다니... 무슨 소리죠?"


"세하야. 다른 나라의 군대가 자기 나라를 지켜준 일이 어떤 영향을 끼칠것 같니?"


김유정의 진지한 말에 세하가 당황한 표정으로 생각에 빠졌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외교관계중 군사적인 부분은 상당히 민감한 영향을 끼친다. 자국의 나라에 타국의 군대가 들어왔다는건 그 자체로 전쟁이 일어난거나 다를바가 없고, 설령 공동전선을 펼쳐서 적을 격퇴시킨다고 해도 그 뒤에 일어날 후폭풍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정도니까.
미국의 클로저인 제임스가 한국의 클로저인 자신들을 불러들였다는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아직 고등학생에 불과한 세하는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없었다.
어리둥절해 하는 세하를 보고 제이가 대신 답했다.


"보통이라면 보호해준 나라가 보호받은 나라에게 보상을 요구하겠지만, 지금 우리가 미국을 도와준다면 한국의 클로저인 우리가 자기 나라를 내팽겨치고 미국을 도와줬다는 점으로 작용할테니 언론에서 우리의 명예를 실추시킬지도 모르겠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말하는 제이를 보고 슬비가 반발하듯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왜죠?! 저흰 단순히 제임스씨의 부탁을 받은거잖아요! 그런데 저희의 명예가 실추된다니...!"


"맞아. 우린 임무를 받은게 아니라 '부탁'을 받은거였어. 만약 유니온이 무리하게 권력을 이용해가면서 방위임무를 맡겼다면 한국의 클로저를 무리하게 부려먹었다며 비난을 받았겠지. 하지만 미국은 단순히 검은양팀에게 '부탁'을 했다고 말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자기 나라의 위기를 모른척하고 다른나라를 도와준 우리들을 비판할거야. 그러니 명예가 실추되는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돼."


"그럴수가..."


순수하게 차원종들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려고 했던 슬비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잃었다.
팀의 리더씩이나 되서 자신의 행동과 결단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던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낀듯 입술을 꾹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몸을 부들부들 떨며 어두운 표정을 짓고있는 슬비를 보고 유리가 안절부절해 하며 식은 땀을 흘려댔고, 미스틸테인도 눈썹을 찌푸리며 슬비를 걱정했다.
그렇게 불안한 기운이 가득하게된 병실에서, 세하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저씨. 저희는 얼마나 오랫동안 미국에 있어야 되죠?"


"글쎄... 자세힌 알 수없지만 아마 테러조직을 어느정도 소탕할때까지겠지."


"그럼 그때 동안만 차원종들을 처리하면 되는거죠?"


세하가 자신의 링거가 담긴 봉을 잡고 침대에서 나와 병실을 나가려했다.
그의 행동을 본 슬비와 유리, 세린이 그를 제지하려 팔을 붙잡았다.


"세하야! 어디가려고 그래!"


"넌 지금 절대안정을 취해야되는 몸이라구!"


"설마 지금 차원종을 처리하러가야된다니 하는 말을 하려는건 아니겠지?!"


서로 다른 말을 내뱉으며 자신을 말리려고 하는 3명의 여자들을 보고 세하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아무리 바보라고해도 지금 싸우러 간다는 생각은 안해. 그냥 훈련프로그램을 수료하러 갈뿐이야."


유니온의 기술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제작한 훈련프로그램은 실제로 전투를 시행하는것이 아닌 가상현실을 구현화해서 클로저들의 전투력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지금의 세하라면 훈련 프로그램을 실행해도 신체에 무리가 가진 않을테지.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세하가 말을 이었다.


"전 어른들의 사정이라던가 국가적인 문제라던가... 그런건 잘 몰라요. 그리고 어차피 저희는 명예나 권리를 얻기위해서 강남을 지킨것도 아니었잖아요. 이제와서 남들이 멋대로 깍아내린다고 해도 별로 신경안써요.

왜냐면... 저흰 클로저니까요."


어깨를 으쓱이며 환하게 웃는 세하를 보고 병실에 있는 사람들이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환자복을 입은 세하는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걸음을 옮기며 문손잡이를 열어 복도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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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좀 힘들고 불안했습니다...

나라사이의 외교관계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지도 않은 주제에 이렇게 멋대로 써도 되나... 싶은 생각이 자꾸 들었죠.

시험도 끝났겠다 편하게 놀자! 라는 생각을 하려했지만 전 5월달이 제일 바쁩니다... 각종 축제, 대회, 수행평가에다가

체험학습까지... 아오 집에 콕 박혀서 책이나 읽으며 살고싶드...



2024-10-24 22:26:3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