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 - 深
덕후나하는캐릭 2015-05-01 7
전염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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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술 실패라고?"
제이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어떤 사태에서도 심각하게 당황하는 모습을 찾기 힘든 그의 안면근육은 10년은 늙어버린 듯 쭈글쭈글 엉망이 되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글라스를 땅에 패대기치며 뿌드득 거리는 소리를 들으라는 듯 자신의 치아를 아득바득 갈고있었다.
캐롤은 고개를 떨구고 말을 잇지 못했다. 김유정은 계급을 떠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순수한 언니로써 그녀에게 대답을 요구한다.
자신과 동고동락하며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운 유리다. 꽃다운 나이 연애 한번 제대로 하지 못 하고 이대로 우리 곁을 떠났다고? 믿을 수 없었다.
부정하고 싶었다.
"캐...캐롤...나는 의학쪽은 잘 모르지만...그냥...그냥...벌레를 집어서 빼낼뿐이라고 했잖아... 어째서 어째서...?"
흰색 천으로 덮여있는 유리의 시체가 그들 옆에 거짓말 마냥 누워있었다. 마치 그저 지친 임무를 끝내고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고 새근새근
자는 모습이 유정의 눈에 오버랩 된다.
"대체...유리는..."
유정은 유리의 시체를 덮고있는 흰색 천에 자신의 가녀린 손을 슬쩍 가져다 댄다. 캐롤은 유정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 손을 들어 말려보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이미 서유리의 시체를 덮은 흰색천을 침대 가장 윗부분부터 조심스럽게 내리고 있었다.
"아...아..꺄아아아아아아아악!!!!!"
거칠게 끊어진 듯 남아있는 한가닥의 목뼈가 그 위에 무엇인가가 붙어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우웨에에에에에엑"
상황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던 이슬비는 그 참혹한 모습을 보자 못 참겠다는 듯 온갖 토사물을 쏟아낸다.
제이는 수초간 유리의 시체를 쳐다보다 이내 못 참겠는 듯, 백발의 머리를 획 돌려버린다. 캐롤은 급하게 얇은 천을 다시 위로 덮어버린다.
"안치소에 두었다가 이 사태가 끝나면 꼭 묻어주자고...그녀는 최고의 클로저였어...이슬비 양도 알아두고 만나는 시민들에게 전하게...
불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는건 가루에 감염되었다는 신호탄이야. 감염된 당사자는 인지 못 하지만 주기적으로 소리가 난다고 하니 주위사람이 재빨리 보고해서
수술을 받아야해...위상능력자가 아닌 일반인만이 수술받을 수 있지만 말야..."
일반인만이 가능한 기생충 제거 수술이라는 것은 이번 서유리의 수술을 통해 검증이 된 사안이었다.
주위에서 데이비드의 형식적이지만 진심이 담긴 애도가 잠시 침묵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침묵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체 뭘 한거야!!! 그러고도 의료인이야?! 어?! 간단한 수술이었다며!!! 이 무능한년아!!!대체 뭘 한거냐고!!"
제이의 캐롤을 향한 호통에 그녀의 참고참던 스트레스와 절망이 폭발한다.
그녀는 자기 손으로 10대의 꽃다운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맡고 싶지 않은 수술이었다.
"입** 이 전투돼지야!! 본의 아니게 소녀의 머리를 가르고 그 결과에 폭발해 내 몸에 여고생의 피를 뒤집어 쓰는 경험을 해본적 있어?!
날 수술대에 강제로 올린건 다름 아닌 당신들이잖아!!!!"
제이는 그녀의 호통에 울화가 치밀어 거친 욕설로 받아치려다 이내 자신의 입술을 꽉 물어버린다. 그녀 책임이 아닌걸 알기에 그저 자신의 화풀이라는것을 알기에
그녀의 평소의 인격이 붕괴할만큼 그녀가 겪은 일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눈앞에서 뇌수술중 마취가 풀리고 그 얼굴에 벌레가 기어다니다 폭발하는 장면을
직접 본 그녀는 여기까지 제정신을 유지한것도 기적이었다.
"그녀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위상능력자는 기생형 차원종 제거 수술을 진행시 위상력이 폭주해 실패한다는 중요한 정보를 상층부에 보고하겠네.."
이런 상황에서 공무집행이나 하려는 데이비드가 원망 스럽긴 해도 당연한 처사였다. 캐롤은 조용히 고개를 떨구고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슬픈 현실이지만 지금은 감상에 젖을때가 아니야 받은 정보파일에 따르면 좀비형은 D급에서E급의 차원종으로 분류된다는군. 한마디로 클로저들이 특경대의
엄호를 받은채로 정리에 들어가면 해결할수 있다는거야"
유리의 죽음에 다들 말을 잇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어찌됐든 데이비드가 전해준 정보는 그들에게 메마른 사막의 단비와도 같았다.
김유정은 결심했다 슬픔은 끝난뒤로 미루기로 이내 브리핑하던 관리요원 김유정으로 돌아간다. 슬픔이란 감정에서 완전히는 벗어나지 못한 관리요원으로...
"다행이네요. C급이 섞여있었다면 한국은 끝장이었을 거에요...그래도 아직 전투 가능한 요원이 두명이 있으니...슬비야 세하는...어떠니..?"
".....무리에요...지금의 세하는...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어요."
이슬비는 눈물을 흘린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친구들을 잃고 자신이 발을 담군 세계는 이렇게 잔혹한 것인가.
제이는 조용히 다가와 슬비의 머리에 자신의 상처투성이 손을 올리고 쓰다듬는다.
".....그렇다고 이대로 죽는것도 친구들이 원하는건 아닐거야 그렇지 대장...?"
이슬비는 자신의 허벅지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손으로 훔쳐내 멈춘다.
이빨을 꽉 다문다. 결의를 다지는 표정이었다. 요원복에 장착해둔 자신의 픽스드 나이프 손잡이를 으스러지도록 꽉 쥔다.
그렇게 그들은 소탕작전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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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는 좀비들의 패턴과 특징 습성을 알자 어렵지 않게 진압 가능했다.
훈련이 잘된 특경대원과 클로저들은 전국에서 어렵지 않게 좀비들을 제압했고 발빠른 대처가 한국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리려고
다들 필사적이었다.
"세하야..."
"....."
본부에 나와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 세하를 보고 유정은 마음이 아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손으로 친구들을 도륙했다. 백에 가까운 숫자의 학우들을 차원종을 처리하기 위한 건 블레이드로 가르고 폭발시켜가며 끔찍한 최후를 안겨주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좀비 사태가 마무리 되어가면서도 이슬비는 그런 이세하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오늘도 출격인원은...제이 요원과..이슬비 요원...이세하 요원은 컨디션 난조로 인한 대피소 경계..."
말이 대피소 경계지 실제로는 그저 얼굴도장만 찍는 의미없는 출석이었다.
유정은 서류에 전투현황을 기재하고 익숙한듯 사인한다.
"이세하...오늘도 소탕 작전 안나올거야?...한국의 대부분의 지역이 소탕이 끝났어...강남이 유독 오래 걸려 피해가 가는데...안 싸울거냐고!"
이슬비의 호통에도 이세하는 말이 없다. 제이가 이슬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제이마저 포기했다는 그 제스쳐에 화가 난건지 이슬비는 이세하의 멱살을 잡아 올린다.
"전쟁이라면 지긋지긋한 너의 어머니조차 타지역에서 현장에 복귀해서 싸우고 있어! 넌 대체 뭐야?! 너만 괴로운줄 알아?!"
회의실의 문을 쾅 닫으며 제이와 함께 떠나는 이슬비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누나..제가 잘못하고 있는건가요?"
"아니야...그런게 아니야...너는...좀 더 여린것 뿐이야..."
유정이 자신의 품에 세하의 머리를 따뜻하게 감싼다.
이세하는 그 품안에서 영원히 잠들고 싶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자신이 앉아있으면 이런 따뜻한 품을 안겨주는 사람들이 그만큼 희생될거라고 .
그는 그동안 장식품이나 다름없었던 건 블레이드를 굳게 손에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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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폭격!!!"
그녀의 머리 위로 새빨갛게 칠해진 버스가 공간을 가르고 나타나 좀비의 파도를 갈라버린다.
그러나 그녀의 결전기로도 부족할 만큼 지금의 좀비의 숫자는 상당했다.
"왜 하필 강남만이...역시 클로저가 2명이라 작전 진행이 더딘가보군.."
제이가 혀를 차며 너클에 힘을담아 좀비들의 머리를 부순다. 그의 주먹 끝으로 나간 옥돌이 이곳저곳 어지럽게 나열된 좀비의 몸체에 구멍을 낸다.
"갸아아아아아악"
싸우면서 줄어드는 기색도 없이 자신들을 포위해가는 좀비에 이슬비는 식은땀을 흘린다.
"폭령검!!"
상당히 오랜시간이 걸쳐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를 타고 건블레이드의 끝에서 방출되는 화염이 수없이 많은 좀비들의 몸을 흔적도 없이 찢어발긴다.
"세..세하야!!!"
그렇게 그들은 싸워서 승리를 쟁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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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많은 무덤이 일렬로 늘어져있었다. 그 중 두 무덤 앞에는 흰색 국화가 가녀린 손에 의해 조심스럽게 놓여진다.
".....유리야..이제 다 끝나가.."
무덤에는 나란히 우정미와 서유리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슬비는 무덤앞에서 살며시 슬픈 웃음을 지어보인다. 그 옆의 이세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슬비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플레인 게이트라는곳이 발견되었어...테인이도 많이 회복 되었고...우리는 이제 그곳에서 새로운 싸움을 할거야..좀비 사태도 다 정리하기 직전이야..."
말을 이어가다 이슬비는 서유리의 이름이 새겨진 석상앞에 자신의 눈에서 흐르는 물방울을 뚝뚝 떨군다.
"보고싶어...유리야..."
이세하는 자신이 유정에게 받은것처럼 하염없이 울고있는 슬비의 머리를 자신의 품으로 꼬옥 감싸 안았다.
이슬비는 그것에 더욱 복받치는지 큰 소리로 울어 제꼈고.
그들은 두 손을 마주잡고 자신들의 목적지로 향했다.
전염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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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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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서유리의 무덤을 떠날때 이슬비는 자신의 손을 이세하의 손에 겹쳤다.
이세하는 살며시 미소 지어 보이며 가녀린 손에 자신의 손을 깍지끼었다.
".....응?"
"왜그래 세하야?"
이세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슬비에게 질문한다.
"뭔가 불룩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뭐라고?"
이슬비는 인생에서 절대 지어보인적 없는 온갖 공포와 절망이라는 단어를 압축해 놓은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전염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