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01
공항철도경비대 2015-04-16 1
내 이름은 이슬비.
나는 위상력 각성자로서 평범한 인간들과는 다르다.
내가 처음 위상력을 각성한것는, 차원종이라는 악마들이 우리 엄마아빠를 죽였을때 였다.
그 죽음에 충격을 받은 나는 위상력에 눈을 떴고, 그 자리에서 악마들을 전부 없애버렸다.
난 고아가 되었지만, 나의 위상력을 알아본 유니온이라는 조직이 나를 클로저라는 차원종 퇴치요원으로 양성하려 했다.
난 그 제안을 수락했다.
가장 큰 이유는 유니온에 들어갈 경우 일반적인 고아들과는 달리 의식주의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일지 모르지만, 당시의 어린 나에겐 인류를 수호한다는 사명감보단 그저 악마들(차원종)에게 복수한다눈 생각만이 앞서있었다.
처음에는 안도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내가 있어도 되는 자리는 사라지고, 다른 고아둘처럼 사회의 그늘에서 죽지 못해 살아가야 하는것 같았다.
그러나 유니온은 나라는 존재를 필요로 했고,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생겼다는 사실이 기뻤다.
한 조직에 소속되자 부모의 부재로 인한 불안감도 조금은 사라지는듯 했다.
난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클로저 양성소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이러한 안도감은 나만의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어떻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가?
그것은 순전히 나 이슬비의 능력이 아니라, 내가 가진 위상력 덕분이었다.
만약 이 위상력이 없었다면, 나도 정부가 미처 다 수용하지 못해 난민들 속에서 근근히 살아가는 고아들과 같은 처지였을 테니까..
유니온은 자선집단이 아니었다. 그동안의 소속감은 나의 크나큰 오산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나를 '도구'로 보고 있었다.
위상력이 없는 이슬비는 이슬비가 아닌것이다.
처음부터 그들이 나에게 기대한것은 나위 위상력이지, 나라는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유니온의 설립 취지를 보면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고, 딱히 비난받을 정도로 나쁜 행동도 아니다.
훈련이 힘들었지만, 가혹행위가 아닌 필수적인 양성과정이었을 뿐이다.
다만 당시의 나는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상실감이 컸다. 사실 지금까지도 그 상실감이 남아있다.
난 타인의 마음을 원했지만, 유니온은 내게 클로저 양성지원을 해 주는것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집단이었다.
그러자 나 또한 유니온과, 내 상관에게 대하는 태도가 그들이 나에게 대하는 태도처럼 변해갔다.
이러한 변화는 나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났다.
그 후로 나는 위상력을 내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그리고 타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정식 클로저가 되는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것이 없으면 이슬비는 죽은거나 마찬가지인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나에게 큰 시련이 다가왔다.
얼마간의 양성테스트 후 검사 결과, 나의 잠재력은 고작 B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타인이 보기엔 딱히 낮은 수치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 인생의 모든것이라 할 수 있는, 노력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 이 위상 잠재력이라는 수치는 나를 미치게 했다.
나는 나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버림받지 않기 위해 잠재력 외의 나머지 부문에 매진했다.
나의 목표는 이 시련을 이겨내고 우수한 정식 클로저가 되는것. 그렇지 않으면 나는 살아가는 의미가 없다.
더 살아봤자 의미가 없다면, 처라리 죽는것이 낫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오랜 시간을 세월을 양성소에서 보냈다.
한계치를 넘나드는 위상력 발현 훈련때문에 변해버린 눈동자와 머리카락의 색상은 내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나는 훈련소 창립 이래 가장 뛰어난 생도가 되었다.
스스로에대한 자신감이 어느정도 생겼을 무렵 드디어 세상에 인정받을 기회가 나타났다.
프로젝트 검은양.
난 그 리더로 발탁되었다.
나 이슬비가 리더인 것이다.
아직 미성년자와 한명의 보호자로 구성된 신생 팀이긴 하지만 그래도 리더다.
지금부터 이 팀을 키워나가면 되는 것이다.
'내 인생은 성공했다!' 라고 생각한 것이 어제였다.
그리고 처음 팀원들과 대면한 오늘 난 매우 큰 질투와 분노에 휩싸여있다.
이세하..
난 이녀석을 보면서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가 죽도록 노력해서 손에 넣은 이 결실을.. 이 이세하라는 놈은 말 그대로 날로 먹은것이다.
'어째서 저런 녀석이 나랑 같은 종합평가 A인거냐고..'
리더인 내 앞에서 태평하게 게임기나 돌리고 있는 이 너석에게서 당장 게임기를 빼앗아서 면상에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고 있었다.
'알파퀸의 아들. 모두가 너에게 기대하고있지..
난 대체 뭐인거야? 왜 저녀석이 아니라 내가 리더인거야? 국장이란 사람은 혹시 나를 놀리고 있는건가?'
내가 모든것을 바쳐 얻어낸 것을, 혈통으로 간단하게 손에 넣어버린 이녀석.
무기 사용법도 숙지하지 못하면서 그놈의 게임기는 돌리는 건방진 녀석의 존재를 난 납득할 수 없다.
"상부에서 간단한 확인차 내려왔으니 다들 규정대로 행동하면서 꼬투리잡힐 일이 없도록 해"
우리 팀의 관리요원인 김유정 언니의 말이었다.
잠시 후 사무실 안으로 상급부대에서 온 감찰요원이 둘어왔다.
그는 손에 든 서류와 우리의 얼굴을 몇 번 번갈아 본 후에 별 문제 없다는 뉘앙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원확인은 끝났으니 해산해도 좋다. 그런데..
여기 알파퀸의 아드님이 계시다고 했던가?"
또 이세하놈인가!
우리팀을 찾아온 요원들은 하나같이 업무 후에 꼭 이세하의 얼굴을 보고 간다.
그놈의 핏줄 타고나서 참 잘나셨다.
감찰관은 세하와 농담따먹기를 하면서 방금 전의 사무적인 태도와는 180도 다른 즐거운 얼굴을 보이고 있다.
'이 팀의 리더는 나라고! 그녀석 말고 나한테 말을 걸란말이야!!'
물론 마음속으로 외친 말이다.
열신히 노력한 나보다도, 모둔것울 날로 쳐먹은 이세하가 감찰관이 떠난 후에,
'아~ 귀찮아. 집에 가면 바로 게임방이나 가야지.'
라는 말을 했을 때, 나의 질투심은 한계에 다다르고 말았다.
나는 리더의 정당한 권한을 이용해 그자식이 정말 소중히 여기는 세이브 데이터를 대놓고 파기했다.
앞으로 검은양 팀에 소속되어있는 동안, 이녀석과 항상 붙어다닐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나는 화병이 날 지경이다.
'난 너따위 클로저로 인정 절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