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슬비가 세하 게임기 안에 들어왔습니다...?

chizru 2015-04-05 8

'뿅뿅- 투두두두-'

 

 

"야, 이세하. 곧 출동할 시간이야. 게임기 꺼."

 

"아, 이것만 깨고. 3분이면 된다고."

 

"헛소리 말고 당장 꺼."

 

"곧 끌게, 지금 보스야."

 

 

이래봬도 챙겨주는 나의 말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녀석의 모습에 결국 참지 못한 채 

 

나는 한 손가락을 움직여 녀석의 게임기를 빼앗았다.

 

 

"어? 야! 이게 무슨 짓이야!"

 

"네, 시끄럽습니다. 이세하군. 이 게임의 세이브칩이 보이지 않는거야?"

 

 

게임기를 빼앗음과 동시에 자리에서 용수철 튀기 듯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선 녀석은

 

내 손에 의해 오르락 내리락 하며 엄청난 속도로 바닥과 부딪치려는 세이브칩을 보더니

 

이내 "다, 다녀올게!" 라는 짤막한 말을 남기고는 허둥지둥 테이블 옆에 놓아두었던 건 블레이드를 들고는

 

재빠르게 동아리방을 빠져나갔다.

 

 

나는 그런 녀석의 한심한 모습에 한숨을 푹 쉬고는 한 손으로 분리해두었던 세이브칩을 게임기 안에 넣은 후, 테이블 위에 조심히 내려놓았다.

 

방금 전의 출동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일정이 없던 나는 조금 휴식도 할 겸, 입었던 자켓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놓고 테이블 의자에 앉아 집에서 하던 것처럼 능숙하게 리모컨을 이용하여 텔레비전을 키고는 드라마가 하는 채널을 찾아 돌렸다.

 

하지만 역시 아까 출동 전에 하던 '사랑과 차원전쟁'의 드라마의 재방송은 그게 끝이였는지 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그 드라마는 보이지 않았다.

 

 

'...예약 녹화를 해둘 걸 그랬어.'

 

 

이리저리 채널을 돌린 결과, 볼 만한 드라마가 없다고 판단한 나는 더 이상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텔레비전의 전원을 껐다.

 

그러자, 아까는 느끼지 못했던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에 갑작스러운 졸음을 이기지 못한 나는 소금물에 절인 배춧잎처럼 추욱 테이블 위로 늘어졌다.

 

 

'조금만 잘까...'

 

 

그렇게 생각하고 편한 자세를 취하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을 때, 

 

아까 내가 녀석에게서 뺏은 게임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갑자기 녀석의 게임기가 궁금해진 나는 피곤한 몸을 일으켜 녀석의 게임기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게임기의 화면에 늘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집중하며 게임기에 몰두하는 녀석의 모습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괜히 심술이 나버린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게임기에 말을 걸었다.

 

 

"...맨날 이세하가 관심 가져주니까 좋아?"

 

 

?

 

잠깐의 정적. 그리고 갑작스럽게 멈추어버린 나의 사고회로.

 

하지만 이내 나의 사고회로는 다시 움직였고,

 

그 순간, 비명을 지를 뻔 했다.

 

 

'내, 내가 방금 뭐라고 했니!!!'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동아리 방에 누군가 없는지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이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마음을 진정시킨 후, 다시 게임기를 쳐다보았다.

 

역시나 게임기의 화면은 '아무 일도 없었소.'라고 말하는 듯한 검은 배경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 하긴... 게임기가 사람 말을 알아 들었을리가 없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다시 차분한 마음으로 테이블 의자에 앉고는 이내 다시 게임기를 집어들었다.

 

그러자, 아까는 ** 못했던 게임기의 외형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만져댔으면 버튼에 칠해져있던 방향키 그림이 다 지워졌을까.'

 

 

별의 별 생각을 하며 이리저리 게임기를 둘러보던 나는 갑자기 켜지는 게임기의 화면에 하마터면 그대로 게임기를 테이블 밑으로 떨어뜨릴 뻔 했다.

 

 

'내, 내가 전원을 켰던가?'

 

 

그렇게 생각하며 게임 타이틀이 펼쳐지는 게임기의 화면을 넋 놓고 보고있자, 갑자기 게임 타이틀이 훅- 하고 사라지더니 새하얀 배경이 게임기의 화면을 덮었다.

 

설마 고장이라도 낸 건 아닐까 생각한 나는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을 꾹꾹 눌러댔다.

 

그러자,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던 하얀 배경 위로 검은색의 도트가 하나하나 찍히더니 이내 한 줄의 문장이 완성 되었다.

 

그리고 그 문장은,

 

바로 '나'에게 보내는 '게임기'의 메세지 같았다.

 

 

'맨날 세하에게 관심 받는 내가 부러워?'

 

"!!!!"

 

 

순간 또 게임기를 떨어뜨릴 뻔 했다. 나는 다시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으며 동아리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 한 후,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게임기에게 말을 걸었다.

 

 

"서, 설마... 게임기...가... 나한테... 질문 한...거니...?"

 

 

나의 말에 게임기는 곧바로 방금 전에 썼던 도트를 지우더니 새로운 도트로 메세지를 보냈다.

 

 

'응. 너에게 질문 했어. 게임기가.'

 

 

무슨 꿈을 꾸는 줄 알았다.

 

한 물건에 마치 사람처럼 관심과 애정을 주면 살아 움직인다는 전설을 어디서 들은 것 같긴 하지만

 

설마 진짜로 이렇게 내 눈으로 보게될 줄이야.

 

내가 멍하니 게임기의 화면에 적힌 문장만 바라보고 있자, 게임기는 다시 나에게 질문을 했다.

 

하지만 아까 그 질문 보다 질이 나쁘다.

 

 

'세하 좋아해?'

 

 

아, 진짜로 내가 피곤해 지긴 했나보다.

 

이제 별 헛것이 다 보인다.

 

나는 갑자기 어지러워진 머리를 한 손으로 부여잡고는 게임기를 테이블 위에 다시 내려놓았다.

 

 

'내가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는 걸꺼야...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질 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한 나는 자**운 미소를 띠우고는 게임기의 전원을 끄기 위해 다시 세이브칩을 빼려고 게임기를 돌리려는 순간,

 

게임기의 화면에 새로운 질문이 나타났다.

 

 

'세하가 너만 보게 해줄까?'

 

"어...?"

 

 

그 순간, 갑자기 화면이 번쩍이더니 누군가가 내 머리를 강하게 친 듯한 느낌과 함께 나는 그대로 게임기 위로 쓰러졌다.

 

그리고 쓰러지기 전,

 

나는 게임기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보내는 메세지를 간신히 확인 할 수 있었다.

 

 

'단 하루 뿐만이야.'

 

 

 

 

 

 

*

 

 

 

'어두워... 여긴 어디야...'

 

 

게임기의 습격(?)을 받은 나는 아주 어두운 공간에서 눈을 떴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야맹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도 없었다.

 

손 끝에 느껴지는 것은 그저 차가운 것을 만지는 듯한 느낌 뿐.

 

 

그렇게 어딘지 모를 공간 속에서 헤매고 있을 무렵, 어디선가 문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더워!!"

 

 

이 목소리...

 

 

'이세하?...'

 

 

녀석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나는 동아리 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 같다.

 

아니.. 동아리 방 안 같은데..?

 

그런데 왜 아무것도 안보이는거야..

 

 

"야, 이슬비~... 나 물... 어? 없잖아... 임무 나갔나.."

 

 

임무는 무슨! 일정도 없었단 말이야!

 

 

"뭐, 없는 게 나을지도. 게임하는데 옆에서 자꾸 잔소리하면 귀찮단 말이지."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난 네가 걱정되서 해주는 말이였는데!

 

 

"다음 명령 전 까지는 게임이나 하고 있어야지."

 

 

야, 이세하!! 내가 분명히 임무 끝나면 장비 정비하라고 했을 텐데!!

 

 

"세이브는 잘 되어 있을까.. 아까 이슬비가 멋대로 세이브 칩을 빼버리는 바람에 제대로 못한 것 같은데.."

 

 

녀석의 말을 끝으로 갑자기 내 몸이 붕 뜨는 것을 느꼈다.

 

나는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 자리에 우당탕 쓰러졌다.

 

 

'꺄악!'

 

 

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행동하는 것도 왜인지 모르게 힘들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바닥으로 추정되는 컴컴한 벽에 두 손을 짚었다.

 

그리고 그 순간,

 

 

'뭐, 뭐야!'

 

 

갑자기 온 공간이 하얗게 주르륵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문스럽게도 하얀색의 공간이 점점 넓어질 수록 움직이는 것이 편해졌다.

 

 

"이, 이게 대체...!! 모, 목소리도 나오잖아...!"

 

 

심봉사가 눈을 뜨고 세상을 보게 되었을 때 이런 기분이였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한 쪽팔을 붕붕 휘둘렀다.

 

역시 아까보다 움직이는 것이 훨씬 편하다.

 

이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에 대해 생각하려는 순간,

 

 

"뭐..야..."

 

"?"

 

 

갑작스럽게 들리는 녀석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녀석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려다 본다는 것이...

 

이렇게 거리감이 있던가?..

 

마치 손에 잡힌 게임기를 쳐다보는 것처럼...

 

...게임기?

 

게임기?!

 

나는 급히 녀석의 얼굴이 보이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팔을 쭉 뻗자, 무언가가 가로막는 것처럼 더이상 뻗어지지 않았다.

 

마치 투명한 거울을 두고 만지지 못하는 것처럼.

 

이내 내가 지금 무슨 일에 처해있는지 생각할 회로도 정지되어 있을 때,

 

녀석의 말이 멍하니 있던 나의 귓가로 흘러 들어왔다.

 

 

"니가 왜... 게임기 안에 있는거...야...?"

 

 

녀석의 말에 머릿속을 질주하듯 지나가는 아까 전의 상황.

 

게임기가 이 일이 벌어지기 전, 나에게 말했던 단 두 개의 문장.

 

 

'세하가 너만 보게 해줄까?'

 

'단 하루 뿐만이야.'

 

 

또 다시 나의 머릿속의 사고회로는 정지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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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햄스터 쓴 이후로 언젠가 옵니다... 라고 했었죠...

 

네... 왔네요?...(사실 안올 줄 알았다.)

 

그냥 게임하다가 '세하 게임기에 슬비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서 막 적었는데...

 

사실 게임기한테까지 질투하는 슬비..♥ 카와이..★

 

아니 내가 뭐래니;

 

...토요일날 쓸 걸..

 

하필 일요일이야.. (울먹)

 

아무튼 긴건지 짧은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정신나간 소재로 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즐거운 밤 되시길...:) 

 

 

 

 

 

 

 

 

 

 

 

 

 

 

 

 

 

 

 

 

 

 

 

 

 

 

 

 

 

 

 

 

 

 

 

 

 

 

 

 

 

 

 

 

 

 

 

 

 

 

 

2024-10-24 22:25:1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