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신부#1
엿먹을래 2015-04-03 1
“저 여우년.”
그 소리를 들은 황제는 자연스럽게 슬비의 귀를 막으며 키스를 이어갔다. 그의 키스는 거칠었고 빨랐다. 슬비는 자신도 모르게 키스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며 황제를 밀어냈다. 그리고 공중에 칼을 띄워 자신을 보호했다. 슬비는 식은 땀 한 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알게 되어 그 땀을 손수건으로 닦은 후 황제에게 당당히 말했다. 아니, 경고 했다.
“황제 폐하, 실례를 무릎쓰고 말하겠습니다. 제게 손대지 말아주시죠.”
황제는 재밌다는 듯 키득 비웃었다. 슬비는 그 모습을 보고는 아니 꼬워 보였지만, 아무리 슬비라도 사살해선 안되는 자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살해선 안되는 자들 중 하나가 황제였다. 감히 자신을 건들지 못하는 슬비를 보며 웃는 황제를 어이없다는 듯 째려보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또 그 모습을 보며 황제는 멈추지 않고 키득거릴 뿐이었다. 황제의 키득거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 여자아이였다. 작고 나약해 보이는 귀여운 여자아이, 하지만 황제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그의 뒤에 어떤 흔적이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예비 왕녀. 넌 운명이 정해져있어. 내 여자가 되는 운명으로.”
슬비는 웃기지 말라는 듯 그의 말을 받아쳤다. 기다렸다는 듯이.
“폐하, 죄송하지만 그렇겐 못하겠네요.”
황제는 아까처럼 웃고있었다. 슬비는 날카롭게 선 눈으로 황제를 째려보고 있었지만 황제는 상관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는 슬비에게 한 가지 제안을 건넸다.
“그럼, 이건 어때? 넌 마법으로 검이든 칼이든 써. 대신 난 창으로 덤비지. 그렇게 해서 니가 이긴다면 내 신부가 되지 않게 해주지. 물론 가족도 건드리지 않아줄게. 하지만, 내가 이기면 넌 내 신부가 되야해.”
슬비는 당연히 본인이 이길것이라 생각은 못하는 듯 보였다. 황제는 창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꽤나 유명하기 때문이였다. 아니, 슬비는 황제도 창을 마법으로 다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도 마법을 쓰는 것을 알기에 즉시 대답을 할 수는 없었다. 만일 지면 자신이 매우 경멸하는 황제의 신부가 되어야 하니까. 하지만 슬비는 황제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슬비는 꼼짝없이 황제의 신부가 되는 것이 더욱 싫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였다.
“좋아요. 대신 폐하도 마법 쓰지 말아주시죠.”
황제는 본인이 창을 다루는 마법을 쓸 수 있다는걸 아는 슬비에게 놀라거나 당황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알아도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 했을 수 있다. 황제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그러지.”
이슬비. ver
어릴 적부터 결혼 상대가 정해져 왔었다. 부모님의 가문이 예전부터 왕실과 친분이 쌓여있었기에 나는 폐하와 결혼해야 했다. 어릴 적부터 싫다고 저항은 해보았지만 그 결과는 항상 같았다. 꾸중으로 인해 억지로라도 결혼하라는 말을 받아 들이는 것. 나는 황제의 어릴적을 본적도, 들은적도 없었다. 부모님도 모른다. 이리아드의 황제 4세라는건 안다. 그게 정확한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은 우리 가문 뿐. 대대로 알려져 왔기에 나 또한 알고 있다. 그리고 알고 있기에 더욱 그의 신부가 되고싶지 않았다. 나는 집사와 하녀, 기사까지도 하나 챙기지 않은채 홀로 왕실로 향했다. 왕실에 도착하니 문지기가 있었다. 나는 어서 들어가 황제를 만나고 싶었다. 결혼을 절대 하지 않을거라고.
“황제를 만나러왔어. 문 열어.”
나는 빨리 가서 반항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이번 내 생일날 약혼식이 진행 되기 때문이였다. 또, 약혼식 이후부턴 난 절대 마법을 써서든 직접이든 무기를 다뤄선 안된다. 음식도 내가 만들어 볼 수 없게된다. 그 생각에 다급해졌다. 나는 문지기가 답답하게 굴기에 더욱 다급해져서 인상이 구겨진지도 몰랐다.
“이슬비 왕녀님 맞으신가요?”
내 이름 뒤에 왕녀님이라는 호칭이 붙는게 절대적으로 싫다. 소스라 치도록 싫어진다. 어딜 가든 ‘이슬비 왕녀님이시다.’ ‘저분이 미래 왕녀님 이셔.’ ‘이슬비 왕녀님이시다, 더욱 우대해 드려야 우리 가게 신상이 좋겠지?’ 이 소리니. 나는 우대 받는 것 자체가 싫다. 귀족이란 이유로든 뭐든 우대라는 것 자체는 공평하지가 않다. 인상을 구기는 동안 문지기는 내 대답을 들어야하기에 어찌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
문지기에게 맞다고 하자 문지기는 곧장 문을 열어 주었다. 진작에 열어 줬으면 본인이 쫄 필요도 없었을 텐데. 답답하다. 문이 열리고 양쪽은 참. 모세의 기적이다. 부모님께 어릴 적 들은 이야기속처럼 가운데만 길을 만들고 양 쪽에 하녀와 집사가 잔뜩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지나가려하니 하녀와 집사가 각각 둘씩 따라 붙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맞춰 준 듯 싶었지만 내겐 전혀 아니였다. 이 네명이 붙는 것 조차도 불편했다.
곧장 걸어 황실의 서재실로 가보니 웬 어린아이가 있었다. 소문으로 들은게 있는데 황제는 무척 작고 귀여워서 마치 작은 여자 아이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말에 일치 하는 어린아이, 아니 황제가 있었다. 나는 황제의 3미터 거리에서 황제에게 말했다. 그 귀여운 모습을 뒤쳐 둔채.
“그대가 이리아드의 황제, 미스틸테인 브 루아가 맞으신가요?”
당당하게 차분하게. 최대한 예의를 갖춰 그에게 물었다. 황제는 나를 보기는 커녕이였다. 황제주변을 둘러보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책들로 소파처럼 쌓아두고는 의자에 앉은 듯 책들사이에 앉아서 옆에 창을 두곤 매우 두꺼워보이는 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다 읽은 것인지 책을 덮고 옆에 놓고는 다른 책을 집은 다음 그 책을 바라보며 내게 되 물었다.
“그럼, 당신은 검을 마법으로 다룬다는 것으로 유명한 이 나라의 이슬비 예비 왕녀 맞나?”
재수없다. 거만해 보이는게 싫었다. 내게 예비 왕녀라 한 것 자체가 싫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이들이 내게 대하는 것과는 매우 달라서 색 달랐다. 기분이. 그렇다고 좋지는 않다. 호감도 아니다. 그저 신기할 뿐이였다. 생각해보니 난 질문을 했고 내게 돌아온 것은 대답이 아닌 질문이었다. 그 생각을 하니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고, 나는 그래서 온 목적을 밝혔다.
“예비 왕녀는 빼주시죠. 이리아드의 황제, 미스틸테인님. 저는 예비 왕녀따위 안합니다. 그리고, 저희 가문에 손대지 말아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