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세하의 위상력 -0-
이케아라 2015-03-27 7
"유니온 본부에서의 호출이라고요?"
신 서울에 위치한 재해복구본부에서 세하의 어리둥절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차원전쟁당시 알파 퀸으로 이름을 날린 서지수의 아들 이 세하는 동양인 특유의 검은 흑발과 황색 피부를 지닌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데이비드 지부장의 검은 양 프로젝트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어머니의 명령 때문에 유니온의 정식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공무원이기도 하다. 그런 세하의 관리요원인 김 유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정확히는 미국에 있는 한 클로저가 강남에서의 일을 해결한 너희를 만나고 싶어 해서 그런 거야.
그 사람이 S급 요원인데다가 유니온에서도 큰 영향을 끼치는 거물이라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
검은양 팀이 강남에서 데미플레인의 착륙을 저지하고 S급차원종을 2마리나 격퇴시킨건 세계적인 화제가 된지 오래다.
뛰어난 요원이 그런 것도 아니고 20살도 채 되지 않은(한명 빼고) 어린애들이 이 정도나 되는 업적을 세웠으니 이런 식의 부름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세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질문했다.
"...알았어요. 근데 누나. 왜 저한테만 이 사실을 알려 주는 거죠? 대기실에서 저희가 다 모여 있었을 때 말해도 됐잖아요."
세하의 말대로 지금 이 방에 있는 건 유정과 세하 둘뿐이다. 유니온 본부에서의 호출이라는 중대한 사실을 굳이 세하한명한테만 먼저 알리려는 유정의 의도에 의문을 품은 세하가 그렇게 질문하자 유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려했다.
"그게 말이야..."
"wait. 그거라면 제가 설명할게요."
김 유정이 있던 방문이 열리며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금발의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묶고, 노란 스카프를 목에 두른 스타일발군의 여성.
신강고와 G타워에서 검은양 팀에 도움을 준 캐롤리엘 요원이다.
의무지원과 차원종의 생태에 관해선 타에 추종을 불허하는 엘리트 중에 엘리트인 그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실은 데미플레인 사건 직후, 검은양 팀 전원의 몸 상태를 체크해봤어요. 긴급상황 이었다곤 해도 차원종인 애쉬와 더스트의 힘을 받아들였으니 검사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아스타로트를 쓰러트리기 위해 S급차원종인 애쉬와 더스트의 힘을 몸 안에 받아들인 검은 양 팀은 강남을 구하는 데에 성공했으나, 강한 위상력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이 애쉬와 더스트의 변덕으로 몸 안에 남아있던 차원종의 위상력을 없앨 수 있었지만 만에 하나 위험한 일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 의무검사를 시행했던 것이다.
"아...그러고 보니 그랬었죠."
세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 결과 세하 군을 제외한 다른 팀원들은 전부 멀쩡했던 데에 비해, 세하군의 위상력만 크게 변동하고 있어요. 사람에 몸에서 이렇게 복잡한 변화가 일어날 줄은 몰랐어요."
캐롤이 검사결과가 적혀있는 종이를 내밀었다.
그 종이에는 세하의 몸 안에 있는 위상력의 수치가 점그래프 형식으로 그려져 있었는데,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복잡한 직선을 반복하고 있는 자신의 위상력을 보고 세하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런 세하에게 보충설명을 하기위해 캐롤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세하군은 다른 요원들보다 먼저 미국에 있는 유니온 본부로 간 뒤 그곳에서 정밀한 검사를 받을 예정이에요. 이제 아시겠죠?"
"아... 그런 거였군요."
캐롤의 말을 이해한 세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힘없이 한숨을 쉬었다.
유니온 본부에는 상당한 설비를 지닌 의료센터가 있을 테고, 그곳에서 먼저 치료를 받기위해 가장 먼저 건강에 이상이 있는 세하에게 이 사실을 알린 것이다. 어찌됐든 간에 자기 몸에 건강이 안 좋다는 사실을 들은 세하는 쓸쓸한 말투로 질문했다.
"알았어요. 그럼 언제 출발하면 되는 거죠?"
"아. 필요한 수속은 전부 밟아놓은 상태야. 캐롤에 말에 의하면 빨리 치료할수록 좋다고 하니까 지금부터 유니온의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출발해줘."
"..."
유니온의 빠른 행동력에 놀란 세하는 당황한 표정으로 유정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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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온 세하는 크게 기지개를 피며 주위를 둘러봤다.
김 유정이 있는 관리실에서 입구까지 게임을 하며 걸어왔기 때문에 손에 게임기가 들려있던 건 덤이다.
"유정이 누나 말대로라면 밖에 차가 대기하고 있다고 했는데...?"
세하의 주위에 있는 건 도로와 건물의 잔해를 쓸어 담고 있는 특경대와 고막을 긁어대는 소음뿐.
그럴싸한 차량은 특경대가 쓰는 장갑차정도 밖에 없었다. 그런 세하가 당황한 표정으로 멀뚱히 서 있었을 때, 저 멀리서 한 여성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세하야!!"
"어...?"
빨간색과 검은색바탕의 깔끔한 요원복과 검정색 베레모. 오른팔엔 유니온의 이름이 새겨진 완장을 끼고 있고, 위상력 때문에 변질된 잿빛머리카락과 파란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여성이 세하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검은 양 팀과 마찬가지로 데미플레인 사태를 해결하는데 크게 일조한 유니온의 B급 클로저. 오세린 요원이다.
"오세린 선배?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데미플레인 사건 직후, 오 세린 요원은 헤카톤 케일의 시체를 보관했던 지하에서 의문의 구조물이 나타나, 그것을 이송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녀가 강남에 있는 걸 이상하게 여긴 세하가 그렇게 질문하자 오 세린이 가쁜 숨을 천천히 고른 뒤 대답했다.
"으..응! 그게 말이야. 이번에 세하 널 미국에 있는 유니온 본부로 데려가는 임무를 맡게 됐거든. 마침 원래 맡았던 임무도 끝났으니까 서둘러 데리러왔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세린의 얼굴을 보고 세하가 얼굴을 붉힌 채 멋쩍은 듯 뺨을 긁어댔다.
세하의 주변엔 미인들이 많지만 동년배의 친구가 대부분이었다.
세하는 동년배여자애들에게는 대부분 괴롭힘을 당했던지라 이렇다 할 호감을 표출하지 않았지만, 자기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연상여성에게는 내성이 적었기 때문에 괜히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알았어요. 잘 부탁드려요. 오세린 선배."
"응!"
"그런데 선배. 유정이누 나 말로는 밖에 나가면 대기하고 있는 차가 있다고 했는데... 그 차는 어디 있죠?"
"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저기 있는 특경대의 장갑차를 타고 G타워 옥상까지 간 뒤에 그곳에 있는 비행기를 타고 갈 예정이니까"
오 세린이 손가락으로 저 멀리 있는 G타워를 가리켰다.
일반인이라면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는 항공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가는 게 원칙이지만, 유니온 이라는 거대조직의 클로저로 일하는 이상, 임무수행도중엔 각 지부의 옥상에 있는 비행기를 타는 건 일상다반사다. 실제로 A급 요원이었던 김 기태는 도주를 하기위해 무단으로 헬기를 불렀을 정도니까.
"네. 그럼 가요."
세하와 오 세린이 장갑차에 올라타 G타워 옥상을 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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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쟁이 이케아입니다. 클로저스라는 게임을 하다 스토리와 캐릭터에 덕력이 폭발해서 이렇게 장편소설을 적어보네요. 원래는 제 블로그에서 메이플 외전 소설을 쓰며 글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제 취향을 저격하는 게임이 나오니 저도 모르게 그만... 내용은 클로저스의 메인퀘스트를 전부 클리어한뒤 그 뒷이야기를 멋대로 적어본 것입니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형식을 지키며 쓸 예정이구요. 아마 10편정도는 가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원래 쓰는 글도 있으니
다음편은 조금 늦을 지도 모릅니다 하하; 그래도 재밌게 봐주시면 최대한 빨리 올리도록 노력해 볼게요~
*참고로 프롤로그라서 6kb만 썼습니다. 제 평균 소설 분량이 12kb니까 다음편은 이거보다 2배정도 더 길거에여